No Kidding, I’m an Extra RAW novel - Chapter (259)
빠져나갈 수가 없어!
“꺄악! 우유리! 진정하세요! 또 말해달라고 하면 잘 말해주니까! 그렇게 뒤에서 조르면 되겠나요!”
그런 나를 레오나가 구해줬다.
달라붙은 유리를 떼준 것이다.
“고맙다, 레오나!”
“아니, 레오나. 김근철이 이놈은 힘을 좀 써야 입이 열리는 놈이라고.”
“그래도 무력으로 그러는 건 금지예요! 여긴 신성한 학생회실이니까!”
근데 레오나?
어젠 또 날 무력으로 제압하지 않았냐?
“인정한다. 아무튼 뭐. 김근철이 이거 어디 한번 지켜보겠어.”
여전히도 불만스러워 보이는 유리.
“그래. 그럼 얘기해주마.”
나는 그런 유리에게 사건에 대한 것을 최대한 풀어서 설명해줬다. 이건 뭐, 레오나랑 시후한테도 다 해준 이야기다. 유리는 내 이야기를 듣는 내내 턱을 쓸면서 간간히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을 뿐, 뭐라고 말을 하진 않았다.
“여기까지가 내 설명인데… 유, 유리야? 조금 더 다정한 눈으로 날 지켜봐 주면 안 될까?”
아직도 눈빛이 심상치 않아.
뭔갈 고민하는 듯한 눈매다.
“뭐. 그런 이야기라는 건가. 그래. 확신이 있는 게 아니라면 전화하기는 좀 그랬겠지. 이해해.”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렇게 말했는데, 웬일로 유리가 이렇게 차분하고 이해심 많은 모습을 보여주는 거지?
“이해해 주는 거냐?”
드디어 유리가 이해를?
“못할 것도 없지. 근데 앞으로 그런 일 또 있으면 어떻게 한다?”
“당연히 친구들에게 연락하고 몸을 사린다!”
“이 새끼. 말 잘 듣는 시늉하기는. 이렇게 말해놓고 또 뭔 짓 할 것 같은데?”
다시금 다가온 유리가 내 머리 위에 손을 얹고는 그리 말했다.
“아니, 또 뭔 짓을 해. 나도 교훈을 얻었다고.”
“그랬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근데 너.”
“응?”
“아무리 그래도 이해가 잘 안되는데. 대체 어떻게 거기서 빌런이랑 딱 마주친 거지? 우연이라고 말하기엔 좀 그렇지 않냐?”
“그건.”
내가 거기서 빌런과 조우한 것은 순수한 우연이다. 그렇게 설명하는 것으로 밀고 나가고 있다.
하지만 진실은, 시후의 시점에서 보면 일종의 단기적 예지능력이라고 하는 힘을 이용한 것. 내 기준에서는 과거의 기억을 퀘스트의 형태로 떠올린 것이다.
우연이 아니고.
나는 거기서 그 일이 일어난다는 걸 알고 간 거다.
“우연 맞.”
“맞긴 뭐가 맞아? 야. 너 뭐 있지? 시발아 너 우리한테 뭐 숨기는 거 있지?”
아니 이렇게 날카로운 물음을?
레오나도 이건 물어보지 않았는데.
“우, 우유리? 그게 무슨 소리인가요? 김근철이가 우리한테 뭘 숨긴다니요? 뭐 사소한 거야 숨기겠지만, 그런 중요한 걸 숨기겠나요?”
“야. 생각을 해 봐. 이게 흐름이 좀 이상하잖아.”
“이상하긴 해도 우연이라는 게 있죠. 그렇지 않나요?”
레오나가 이게 뭐가 의문이냐는 듯한 얼굴로 날 봤다… 아니, 이런 시선 너무 어려운데.
내가 숨기는 게 없다고 철썩같이 믿고 있는 레오나에게 대체 어떻게 말을 해야 한단 말인가.
“김근철이?”
“…”
그래.
언젠가 친구들에게 말해주려고 생각하던 참이다. 어제 시후랑도 이야기하지 않았는가. 그 시점이 좀 앞당겨진 것뿐 아니겠나.
우리 유리 은근히 날카로운 구석이 있어.
잠깐 시후랑 시선을 교환했다.
고개를 끄덕이는 그 녀석.
“사실 말이야. 이거 말하면 좀 이상할 것 같아서 말을 안 한 게 있는데.”
“네?! 그게 무슨 소리죠!”
“봐! 이 새끼 뭐 있다니까!”
레오나가 깜짝 놀라고 유리가 시원하다는 듯이 소리친다.
“설마 그 고민! 그 고민 상담에 대한 건가요?!”
“뭐? 그게 뭔 소리야?”
“아니, 어제 그런 말을 잠깐 했는데…! 아무튼! 뭐죠!”
둘 다 아주 그냥 놀라 자빠지려고 하고 있다.
바로 두 여자를 살살 진정시키면서 말했다.
“그게 말이야.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지 잘 모르겠는데, 일다 들어. 내가 저번에 이계에 한번 떨어진 적이 있거든?”
“있잖아. 그 브라이언 그 새끼들이랑 같이 떨어진 거.”
이건 다 아는 사건이다.
뭐니뭐니해도 브켄문 트리오랑 같이 갔다 온 사건이니까.
나는 여기서 다른 모종의 사건이 있다고 설명을 하면서, 거기서 조금 특별한 일을 경험했고, 그 결과 잘 알 수 없는 미래의 지식을 알게 되었다고 조금 풀어서 설명했다.
“그때부터 그렇게 된 거야. 뭐랄까. 머릿속에서 미래의 지식 같은 게 좀 떠올라. 무슨 사건이 일어난다하는 그런 거. 알아들었어? 이번에 내가 빌런들을 막을 수 있었던 건, 그게 떠올랐기 때문이라고. 유리 생각대로… 뭐 우연은 아니지. 사실대로 말하자면 이미 알고 있었던 거니까.”
거기까지 설명하고 입을 닫으니.
“어, 어억…!”
“이, 이, 이, 이게 무슨…?”
레오나는 입을 떡 벌렸고, 유리는 어안이 벙벙하다는 듯이 나와 레오나를 번갈아 쳐다본다.
“이, 이계에 갔다 온 사람이 갑자기 불길한 예언을 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죠… 그런데 그, 그런 발광 증상으로 테러 사건을 정확하게 예언…?”
레오나가 그리 중얼거리면서 사태를 분석하려 한다. 당연히 놀라운 이야기다. 받아들이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뭐 부연 설명을 해주겠지만.
아무튼 그리 레오나가 횡설수설하는 사이.
“야.”
유리가 날 불렀다.
“유리야?”
“너 말이야.”
흔들림이 없는 눈동자.
“앞으로 그딴 예감이나 예지 같은 거. 느껴지면 바로 나한테 전화해라.”
“어?”
뭐라고 안 하는 건가?
“유리야. 그냥 단번에 믿어주는 거냐?”
“안 믿을 이유가 있냐? 그리고 시발아. 방금 말 못 알아들었어? 그런 거 느껴지면 가장 먼저 나한테 전화하라니까?”
알겠다고 대답하려던 찰나.
“네, 네! 그래요! 가장 먼저 제게 연락하세요!”
레오나가 내 손을 붙잡으면서 그리 소리쳤다.
“가장 먼저 제게 연락하세요!”
ㅡ꽈악.
김근철이의 손을 꽉 잡는다.
모르는 척을 하고 있었지만 당연히 김근철이한테 뭔가 이상한 점이 있다는 건 눈치채고 있었다.
그런 건 말하지 않아도 다 알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아직은 김근철이가 말하기 좀 꺼려 하는 것 같아 입을 다물고 있었다. 이건 살짝 맞춰준 것일 뿐이다. 약간 김근철이의 어리광을 받아 주는 거라고나 할까.
그런데 우유리가 완전히 이해해 준다는 듯이 말하며, 자기한테 먼저 연락을 하라고 말을 하다니.
‘안돼! 나한테 먼저 연락해야 해!’
의미는 딱히 모르겠지만 가장 먼저 연락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레오나의 머릿속을 잠식했다.
연락을 가장 먼저 받는 건 근철맘으로 정해져 있는 것이 당연한 거다.
“아니, 뭔 소리야! 내가 먼저 말했거든! 야! 김근철이! 누구한테 연락할 거야!”
즉시 우유리가 반발한다.
“아니, 우유리! 순서가 뭐가 중요하나요! 그냥 전화일 뿐인데!”
“그러니까 나한테 하라고!”
대체 뭐라고 말해야 하지?
레오나가 고민하는 사이, 김근철이가 소리쳤다.
“아이고! 얘들아! 진정해! 뭐 둘 다 연락하면 되는데 무슨 먼저 하니 마니 뭐가 중요해!”
뭐가 중요해?
“중요해요!”
그 말에 레오나가 반사적으로 소리쳤다.
“뭐? 아니 왜! 그냥 둘 다 한테 바로 하면 되는 거잖아! 그리고 방금 순서가 뭐가 중요하냐고 말했으면서!”
아차 싶었지만, 레오나는 즉시 할 말을 만들어냈다.
“그, 그건! 그래요! 사실 이건 일종의 대리 승부라구요.”
“대리 승부?”
“김근철이가 누구 춤이 더 완벽했는지 판결을 내리지 못하니까, 이런 방법을 사용하는 거 아니겠나요? 먼저 연락받은 쪽이 승리. 알겠죠?”
“그게 무슨…!”
그러고 보니 김근철이는 어제 또 답변을 회피한 상태였다. 지금처럼 우유리랑 자신이 같이 있을 때 판결을 내려준다고 해놓고서는 아직도 입을 닫고 있다.
마침 좋은 기회다.
이걸로 묻어가면 될 것이다.
“하, 좋네! 레오나가 그렇게 말한다면 받아들여야지!”
바로 그때 우유리가 동의를 표하면서 소리친다. 판결이 내려지지 않는 것에 대해 불만을 가진 것은 자신만이 아닌 것이다.
“김근철이. 앞으로 뭔 일 있을 때 바로 전화하라고. 알겠냐? 먼저 전화한 쪽이 자동으로 승리하는 거다.”
“아니, 이걸 전화로 이렇게 꺾는다고? 유리야. 레오나. 진정 좀 하자. 너희 너무 흥분했어.”
“진정 안 하게 생겼나요! 이렇게 강하게 말하지 않으면 김근철이 당신 또 뭐라뭐라 헛생각하다가 혼자서 하려고 할 거 아니에요!”
“앗.”
물론 레오나도 대책 없이 소리치는 건 아니다. 김근철이의 성격상 친구한테 뭐 그런 어려운 일을 짬 때릴 수는 없네 마네 하면서 혼자서 해결하려고 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필시 어렸을 때부터 모든 문제를 혼자서 해결해야 했기 때문에 그런 것이리라.
그러니 여기선 강하게 나가며 무슨 일이 있어도 전화를 해야 한다고 말을 하는 것이다. 거기서 춤 대결의 승부가 나는 건 일종의 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럴 것인데.
“잠깐… 얘들아?”
이시후가 입을 열었다.
“응? 이시후?”
“그런 식으로 하면, 근철이가 또 전화 안 할지도 몰라. 판결에 대해서 고민하다가 에라 모르겠다라고 하면서 또 혼자 그럴지도 모르잖아.”
그 말에 정신이 든다.
“엇.”
“아.”
우유리도 같은 걸 느낀 눈치.
그렇다.
이런 식으로 접근하면 또 김근철이가 연락 보이콧을 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다행히 이성적인 이시후 덕분에 살았다.
“그건… 그렇네요. 확실히. 이시후의 말이 맞아요. 김근철이가 또 대답을 회피하면서 혼자 하려고 할 수도 있겠네요.”
“그러네. 이 새끼 딱 그럴 것 같애.”
보니까 김근철이가 입을 벌리고 있다.
그런데 잠깐.
“잠깐만요.”
“으응?”
“이시후는 왜 놀라지 않는 거죠? 지금 상당히 놀라운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묘하게 침착하네요?”
레오나는 그리 말하면서 이시후를 봤다. 그다지 놀란 얼굴은 아니다. 마치 알고 있는 걸 다시 들은 듯한 표정.
설마?
“어, 어어? 아니. 그거는 말이야. 레오나. 안 놀란 게 아니라…”
“아앗! 이시후 당신! 설마 김근철이한테 그 이야기를 옛날에 들은 건가요?!”
“뭐랏!”
“잠깐!”
경악하는 우유리와 화들짝 놀라는 이시후.
아무래도 정답을 찌른 모양이다.
“아니, 대체 뭐죠! 왜 이시후한테만 먼저 말해줬어요! 이시후만 친구고 우린 아니란 건가욧! 왜 저희한테는 미리 말 안해주냐구욧!”
“아이고, 레오나!”
동성 친구라고 이시후한테만 그 예지 능력이란 비밀을 밝힌 것인가? 그동안 김근철이를 얼마나 챙겨줬는데! 억울해진 레오나가 김근철이의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너무 섭섭하잖아요, 김근철이! 어떻게 그럴 수가 있죠!”
“레오나! 미안해! 정말 미안해!”
미안하다고 소리치는 김근철이를 보면서 레오나는 속으로 제법 냉정하게 생각했다.
‘미안하다면 먼저 연락하게 할 수 있을까요?’
좋은 빌드업이다.
이시후에게만 먼저 밝힌 것은 섭섭하고 아쉽지만, 먼저 연락하게 할 수만 있다면야 좋은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바로 그때였다.
“쯧… 뭐. 그래. 이 새끼도 고민이 좀 많았나 보네. 사실 여자인 우리한테 먼저 도와달라고 하는 건 좀 자존심이 상하는 일일 수도 있겠어. 그러니까 이시후한테만 밝힌 거냐?”
우유리가 차분한 어조로 다정하게 그리 말하는 것이 아닌가. 레오나는 바로 김근철이의 얼굴을 확인했다.
“그게… 아니 뭐 그런 거라고 딱히 콕 찝어서 말할 수는 없는데 말이야…”
뭔가 우물쭈물한 표정.
큰일이다.
자신이 잔소리만 하는 사이, 우유리가 근철맘 포지션을 가져가려고 하고 있다…!
* * *
그동안 친구들에게 많은 걸 숨겨왔던 대가를 지금 치르게 되었다. 레오나도 우유리도 왜 진작 말하지 않았고, 또 도움을 청하지 않았냐면서 나를 크게 혼내고 있는 중이다.
근데 애들이 소리쳤다가 다시 다정하게 말하는 둥, 마치 채찍과 당근을 주는 것처럼 태도를 휙휙 바꿔 너무나 혼란스럽게 되었다.
어떻게 시후 말고 다 흥분했냐.
“아이고, 얘들아! 고함칠 건지 자애롭게 용서해줄 건지 하나만 해라, 하나만! 자꾸 분위기가 휙휙 바뀌어서 정신이 없다!”
그렇게 내가 한번 정신을 일깨우고 나서야 혼란이 가라앉았다. 흥분했던 친구들이 다 정신을 차린 것이다.
“아… 그러네요. 하아. 미안해요. 너무 신기한… 그런 이야기를 들은 탓에 너무 흥분했나 보네요. 그치만 김근철이가 그런 것도 숨기고 막 그러니까…”
레오나가 미안하다는 듯 다가와서 내 어깨에 손을 얹으며 그리 말했다.
“그래. 내가 미안해. 아무튼 진정했냐?”
“네. 진정했어요.”
“유리 너도?”
“뭐… 나도 의문은 다 풀었으니까. 진정했어. 연락만 제대로 한다고 약속한다면야 이걸로 더 말할 생각은 없다.”
너무 고마워.
“아무튼 앞으로 말 잘 들으세요. 혼자서 위험한 짓 하지 말고. 지금이야 뭐 장난으로? 좀 말하긴 했지만, 이건 잔소리를 해도해도 모자라니까요.”
다시금 엔젤 모드로 돌아온 레오나가 그리 말해준다.
“확 그냥 위치추적기를 붙여버릴까 보다.”
“흐흐흐, 그건 좀 용서해줘라. 레오나.”
“그러니까 이번엔 친구들 말 잘 들어요. 알겠죠?”
“그래. 무슨 일이 있어도 연락할게.”
누구한테 먼저 연락하느니 하는 이야기가 흐지부지되어서 다행이다. 세상에 그걸로 춤 결판을 내자고 할 줄은.
아무튼.
나도 느낀 바가 많다.
앞으로 위험한 일이 생겨도… 내겐 나를 도와줄 친구들이 있다. 이젠 같이 싸우자. 레오나도 유리도 시후도. 그리고 번외 멤버로 류씨도.
같이 하면 된다.
“그래, 이 새끼야. 앞으로 내 말 좀 잘 들으라고. 알겠냐?”
“네. 김근철이는 제 말만 잘 들으면 된다구요.”
“알겠다니까 그러네.”
이제 괜찮겠지.
그런데.
“음?”
보니까 레오나랑 유리가 팔짱을 낀 채 서로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서로 씨익 웃는 것이 아닌가. 마치 서로 맞붙으려는 것처럼.
“레오나? 유리야?”
“흐응, 뭐 이제 곧 수업 시작이네요. 그럼 돌아갈 준비를 하죠. 우유리? 오늘은 아주 좋았어요.”
“크크크, 뭐. 나도 아주 좋았는데. 그럼 돌아가자고.”
뭐야?
아무튼 우리들은 자리를 정리하고 오후 수업을 받기 위해 돌아갔다.
* * *
이후로는 오후 수업을 잘 받은 뒤에 방과후 교관님이 말씀하신 대로 이사장님을 찾아가기로 했다.
“그러니까 오늘은 먼저들 돌아가라. 이사장님 보러 가면 또 언제 올지 알 수가 없어. 내일 보자.”
“네. 그럼 내일 봐요, 김근철이. 오늘 잔소리 많이 한 건 미안해요. 잘 고치도록 하고. 마음에 너무 담아두진 마세요?”
“야. 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잔소리인데 왜 안 담아둬? 마음속에 계속 품고 있어야지.”
“품고 있어야지 이 지랄. 그럼 갈게요. 우유리 이시후도 내일 봐요!”
“그랭. 야, 잘 가라!”
“근철아. 저녁에 봐.”
“어.”
그렇게 친구들과 인사를 나누고 짐을 챙겨서 이사장실로 향했다. 그러는 내 발걸음은 몹시 가벼웠다.
“이것이 우정의 힘인가.”
다른 사정은 제쳐두고서라도 나를 강력하게 지탱해주는 친구들의 의지를 분명하게 느꼈다. 이젠 친구들과 함께 싸울 것이다. 그러한 생각이 나의 정신을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ㅡ저벅저벅.
그리 이사장실로 가려고 코너를 도니.
“어.”
“읏.”
앞에서 누구랑 마주쳤다.
시후에 비견되는 커다란 흉부… 이건?
“어? 마오훈이?”
“박하율이야…! 왜, 왜 이제 이름을 섞는 것도 모자라서 마오훈이 되는 건데…!”
박하율이었다.
“숙명이니까 받아들여. 아, 그러고 보니 오늘은 합반수업이 없었네. 잘 지냈냐?”
“으, 으응…”
오늘 얼굴 처음 본다.
근데 슥 보니까 확실히.
“이야. 박하율이 이거 자세도, 어? 허리도 꼿꼿해지고 많이 좋아졌구만?”
변화가 느껴진다.
처음 봤을 때만 해도 구부정한 자세를 취하고 있던 박하율이 이젠 허리를 피고 다니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을 보니 분대장으로서 몹시 대견하기 그지없었다.
“응… 다 근철이 네 덕분이야… 고, 고마워…”
“말은 그래도 좀 더듬고 있는데. 그래서 박씨? 무슨 일이야?”
“아니, 그게… 나.”
음?
“뭔가 좀 더 달라진 점 없어…?”
달라진 점?
분대장으로서 판단한다.
즉시 박하율의 몸을 스캔한 결과.
“어.”
복장이 좀 바뀌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교복을 좀 줄인 건가?
하지만 이걸 말하는 건 조금 이상하게 비춰지겠지.
그러면.
“이제 거북목을 안 하는구나!”
“그, 그건 원래부터 안했어…!”
“하고 있었어 임마. 허리 피면서 그것도 안 하게 된 거겠지.”
“그래…?”
“어. 아무튼. 박하율이. 무슨 일이야? 이런 곳에서.”
“아니, 응. 그냥.”
“그냥?”
“인사하고 싶어서. 내, 내일 봐.”
“어. 그래. 내일 보자.”
자신감을 얻어서 그런 건가?
인사를 마친 박하율이 고개를 살짝 숙인 채 종종걸음으로 사라졌다.
“흐흐흐, 감사인사 하러 왔다고 솔직하게 말하면 되는 것을.”
종종 교관님들이 생도들의 성장을 보고 기뻐하면서 대견함을 느끼는 모습을 볼 수가 있는데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이 딱 그런 것이었다.
박하율이 저거 자주 놀려주면서 이끌어주니 말 더듬는 것도 줄어들고 구부정한 자세도 고쳐졌다. 이대로 쭉 가면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겠지. 대신 앞으로 마오훈이라고 불려야겠지만 말이다.
그리되면 녀석의 방어막 스킬도 강화될 것이다.
이거 카와르 교관님은 내게 감사해야 한다.
“좋아.”
그렇게 박하율이가 보여준 성장과 자신감을 느끼며 결의했고, 이사장실 문 앞에 섰다. 단단히 대비해두자. 그 사람이 할 짓은 뻔하니까.
“이사장님. 김근철입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ㅡ똑똑똑.
문을 두들기면서 말하니.
“들어와라.”
평범한 목소리로 허락을 해주신다. 자, 그럼. 날아가지 않도록 주의를 해보자. 상장을 받는다는 말도 있으니 들어가면 거하게 한번 질러주실지도 모른다.
ㅡ끼익.
대비하면서 문을 열고 들어가니.
“김근철이!!!”
예상대로 풍압이 쏘아져 나온다!
“큭…!”
발이 땅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하며 버티니 이사장님이 활짝 웃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 다가온다!
“아주 잘했다!!! 정말 진정한 영웅이야!!!”
안돼!
가까워지니까 진짜 날아갈 것 같다!
“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아무튼! 안녕하세요! 좋은 저녁입니다!”
“그래, 그래! 와서 앉아라! 내 이사장으로서 김근철이에게 상장을 줄 것이야!”
진짜 받게 되었군.
“감사히 받겠습니다!”
“앞으로도 정진하도록! 그래도 위험한 일이었다! 뭐, 김근철이 같은 유능한 학생은 이번 일을 경험 삼아 알아서 잘하겠지만! 앞으로는 자기 목숨 생각을 해라! 알겠나!”
“알겠습니다!”
그래도 이사장님은 혼내는 것보단 칭찬을 하는 게 더 컸다. 아마도 이건 세대 차이일 것이다. 그런 것을 느끼며 자리에 앉았다.
“아, 그런데 이거 참. 이사장님께 배운 사자후가 아주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아주 그냥 활약을 했어요. 결정적인 순간에 사자후를 터트려 녀석의 움직임을 봉쇄했거든요.”
“뭐랏…! 크하하하하핫! 이거 참! 그때 이후로 부끄러워서 가르쳐주지도 못했는데 어느새 실전에서 사용할 만큼 수련을 한 건가! 정말 대단하다, 김근철이!”
“흐흐흐, 그렇지요!”
“어떻게 사용했는지 더 자세하게 말해봐라, 김근철이!”
“네!”
바로 이사장님에게 그때의 상황 설명을 해줬다. 창문 깨고 학교에 들어가자마자 사자후를 뻥뻥 터트려 애들을 기절시키면서 빌런도 제압했다고.
“완벽해! 그것이 바로 사자후의 길이다! 아이들을 기절시킨다는 판단 역시 탁월해!”
ㅡ짝짝짝!
격하게 박수를 쳐주는 이사장님. 아, 이거 좀 쑥스러운데. 뒷머리를 긁적이면서 감사하다고 말하니 이사장님이 내 맞은편에 앉았다.
“뭐… 저번엔 불미스러운 사건이 있었지만, 알아서 사자후를 잘 계승하는 걸 보니 기쁘군! 그럼 어디! 얼마나 큰 성취를 이뤘는지 확인을 해봐야겠어! 김근철이! 사자후를 보여줘라!”
“아니, 예? 이쪽에서요?”
“물론이다! 이걸 챙겨왔으니 안심하도록!”
힘차게 소리친 이사장님이 서랍에서 뭔가 신기한 SF틱한 도구를 꺼냈다. 렌즈와 기어가 맞물린… 뭐냐? 처음 보는 기계다.
“괴수의 부산물과 해석한 괴인들의 기술로 만든 아이템이지. 쉽게 말해서 실내에서도 사자후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역장을 생성하는 도구다. 강력한 방음 기능이 있어.”
“오오! 그런 게 있습니까?! 아니, 이런 게 어디서!”
“크하하하! 다 이 이사장쯤 되니까 구할 수 있는 물건이다! 이번 일에 대한 보상으로 김근철이! 상장과 함께 이걸 수여하도록 하겠다!”
뭐라고?!
“뭐, 뭐, 뭣…! 아이고! 정말입니까! 이사장님!”
상으로 이런 걸 준다고?!
그럼 앞으로 내 방안에서도 마음껏 사자후를 수련할 수 있게 된다!
“그래! 김근철이는 그럴만한 자격이 있어! 초등학생 수백 명을 구하지 않았나! 그런 일을 했으니 이사장으로서 좀 챙겨줘야겠지. 암 그렇고 말고!”
“감사합니다!!!”
ㅡ파앗!
나는 즉시 책상을 옆으로 치우고 이사장님에게 큰절을 올렸다.
“제 구배지례를 받으십시오!”
“흠! 좋다!”
그렇게 큰절을 여덟 번 더 실시하니, 이사장님이 만족스럽다는 얼굴로 방음 아이템을 탁자에 올려두셨다.
“잘 사용해라. 사자후를 수련하는 데 큰 도움이 될 테니.”
“네!”
“그럼 한번 보도록 하지. 김근철이의 사자후를.”
“알겠습니다!”
ㅡ처억.
바로 사자후를 터트릴 자세를 잡았다.
ㅡ지이이잉.
이사장님이 아이템을 작동시킨다. 즉시 지이잉 거리는 소리가 울리면서 빛이 번쩍였다. 그것으로 우리 주변에 역장이 생성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