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Kidding, I’m an Extra RAW novel - Chapter (269)
“죽어랏!”
별다른 기술 없이, 검기만을 일으켜 넘어지는 녀석들의 옆부분을 슥 베면서 질주한다!
ㅡ촤하아아악!
내 칼끝이 놈들의 살과 갑각을 가르면서 지나간다. 저런 대 괴수라면 몰라도 새끼들 정도라면 이렇게 긁어주면서 큰 타격을 입힐 수 있지.
그러면서 다시 레이드 현장을 응시했다.
“뒈져욧!”
레오나의 턴인가.
레오나의 검기는 밸런스형이다. 류씨의 패도와 유리의 날카로움을 적절히 버무린 듯한 느낌.
“오!”
감탄이 터져 나온다. 레오나의 제대로 된 실력을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정밀하지만 파괴적인 검격이.
ㅡ쿠웅!
땅바닥을 향해 주먹을 내리친 릴베르스의 팔뚝 쪽을 베면서 지나간다.
ㅡ빙글!
점프해 공격한 레오나가 공중제비를 돌면서 착지한다. 팔꿈치의 취약 부분을 노린 건가? 공격은 잘 들어갔지만, 역시나 갑각이 문제다. 놈은 공격받은 그 순간 팔을 펴서 팔꿈치 쪽에 드러난 살을 갑각으로 가려버렸다.
“역시 좀 강적인가?”
릴베르스의 공격을 가볍게 피하고 있는 내 친구들이었지만, 갑각이 너무 두터워서 제대로 된 타격을 입히지 못하고 있는 중이다.
아주 강력한 샌드백이로군.
사실 빌런 같은 인간형 적이나 크기가 작고 기동성과 기술에 특화된 괴수였다면 진작 끝났을 것이다. 친구들의 무술은 대형괴수를 상대하는데 적합하지 않으니까.
그럼에도 우린 할 수 있을 것이다.
ㅡ콰직!
덤벼드는 새끼의 머리를 짓밟으면서 밀어내고, 다시 고함을 쳐서 어그로를 끌며 살살 달렸다.
“큐르륵…!”
“쿠륵!”
다시 새끼들이 나를 뒤쫓는다.
“하압!”
다음은 시후 차례인가? 시후 역시 뭔가를 했지만, 나는 그걸 보면서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음?”
그래도 움직임이 보이고 명확하게 느껴지는 다른 애들과는 달리 시후의 움직임은 너무 기이하고 이상했던 것이다.
ㅡ서걱.
훌륭하게 공격하고 있지만, 나로서는 제대로 읽을 수가 없었다… 이건 이상한데? 시후가 잘 싸우는 건 알고 있었지만 저건 기묘하다.
아무튼 레이드가 장기화될 것 같다.
ㅡ파앗!
친구들은 릴베르스를 맡고, 나는 새끼들의 어그로를 끌면서 착실하게 제거하면서 수를 줄여나갔다. 그렇게 새끼들을 모조리 혼자서 죽여버리고 소리쳤다.
“다 처리했다!”
“잘했어요! 이제 합류하세요!”
“어!”
레오나의 지시.
“좀 어때!”
“지금 릴레이 형식으로 피해를 중첩시키고 있죠. 하지만 갑각이 너무 두껍네요.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방어력이 더 강해서 시간이 걸릴 것 같아요.”
“시간이라.”
확실히 괴수는 갑각 곳곳에 큰 손상을 입은 상태였다. 저대로 다 깎아낸다면 그때부터 유효타가 들어가겠지. 근데 그걸 하려면 조금 더 노가다를 해야 할 것이다.
“지금 필요한 건 시간보다는 힘이지. 안 그래, 레오나?”
“후…! 역시 김근참을 보여줄 생각인가요? 좋아요. 기회를 노려보죠. 그동안 새끼를 치면서 릴베르스의 움직임은 다 읽었을 테니, 충분히 할 수 있을 거에요.”
“바로 그거야!”
바로 그때.
“크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릴베르스가 주변에 충격파를 퍼트리면서 포효했다. 그 탓에 덤벼들던 내 친구들이 급하게 후퇴하면서 몸을 보호한다.
“제기랄…! 저 녀석! 쓸데없이 두꺼운 갑각을 지니고 있군!”
“아니, 류씨. 진짜 뭐냐고. 바로 박살 내는 거 아니었어?”
“저딴 무식한 갑각을 두른 괴수는 처음이다!”
“하지만 나라면 할 수 있겠는데.”
“터무니없는 소리…!”
이미 갑각에 충분히 손상을 입은 상태다. 저런 곳에 김근참을 날린다면?
아마 파괴할 수 있겠지.
그런 확신이 든다.
나의 비기 김근참은 적의 크기가 클수록 위력이 증폭되니까! 인간 크기의 적에겐 그냥 베어내는 것에 불과한 효과가 나오지만 저렇게나 크다면 반드시 먹힐 것이다!
“크워어어어어어어어!”
ㅡ콰앙!
ㅡ콰앙!
릴베르스가 난동을 부르기 시작했다. 발을 구르고, 땅을 주먹으로 치고 꼬리를 휘둘러대면서 발광한다. 피해가 중첩된 탓일까? 아니면 새끼가 죽은 탓?
뭐가 됐든 까다로워졌어.
“저 새끼 개지랄하기 시작하는데? 야. 김근철이. 가서 그 김근참 한번 먹여봐라. 어떻게 되나 보게.”
“근철아. 한번 해봐. 워낙 단단해서 우리 검격으로는 좀 까다로워. 근철이 네가 말한 위력이 사실이라면, 분명 갑각이 떨어질 거야.”
“그래야지! 그럼 이번엔 내가 간다!”
그렇게 다시 공격 진형이 재편되었다.
“좋아요! 저희가 어그로를 끌도록 하겠어요! 김근철이 고!”
네 명이 어그로를 끌고 내가 뒷다리에 김근참을 먹이는 진형.
“쳇…! 탈레반 따위가! 뒤지지나 마라!”
류씨는 불만이 있는 것 같았지만 신호에 맞춰서 어그로를 끌러 갔고, 그렇게 네 명의 영웅생도들이 모기처럼 움직이면서 릴베르스의 주의를 끌었다.
“크어어어어어어!”
ㅡ콰앙!
놈의 팔다리. 그 움직임을 확인하면서 나 역시 땅을 박찼다. 폭주상태의 까다로운 괴수지만 지금의 나라면 충분히 피할 수 있어.
“흐압!”
놈의 뒷다리가 가까워진다. 양손으로 잡은 검. 그것을 뒤로 쭉 빼고, 검기와 혈기를 동시에 일으킨다.
ㅡ고오오.
큰 절삭력을 지닌 검기와 특이한 파괴의 힘을 지닌 혈기. 그 두 가지가 검에 응축되었고, 그대로.
“근철 더 스트롱맨!”
ㅡ꽈악!
마력을 순간적으로 소모해 스트롱맨을 전개한다! 팔뚝이 부풀어 오르면서 비인간적인 힘이 느껴진다. 파앗, 일보를 크게 내딛는다. 놈의 뒷다리가 가깝다. 거리를 정확하게 계산해서 달리는 상태 그대로 검에 가속도를 더했고.
비기.
“김근차아아아아암!!!”
ㅡ휘익!
놈의 갑각질 뒷다리에 김근참을 내지른다.
ㅡ콰앙!
충돌의 순간, 폭음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ㅡ꽈드득!
압도적인 근력. 그것에 의해 강화된 혈기의 힘이 놈의 갑각을 우그러뜨리면서 큰 충격을 전한다. 그렇게 우그러지고 또 우그러진 갑각을 폭발시키듯.
ㅡ터엉!
뜯어낸 그 순간.
ㅡ촤아아아악!
마치 거미줄이 빠르게 뻗어나가는 것처럼, 놈의 커다란 갑각에 금이 쭉쭉 생겨나기 시작했다.
“지금이다.”
홈런을 친 타자같은 자세를 취한 채 그리 말했고.
“조져버려요오오오옷!”
“크아아아!”
레오나가 소리침과 동시에 류씨가 기병창을 내지르는 것처럼 폭포수 같은 검기를 내뿜으면서 내가 타격했던 부위를 강력하게 찔렀다.
ㅡ콰아아아아앙!
그리하여 릴베르스의 뒷다리를 보호하던 두터운 갑각이 깨어진 유리처럼 박살이 나 떨어진다.
그다음은 말할 것도 없다.
“하아아압!”
“뒤져어어어엇!”
시후와 유리가 달려들어서 그 날카로운 검기로 맨살이 노출된 놈의 다리를 난도질했다. 괴수가 대처할 틈도 없이, 순식간에 뼈가 드러난 녀석이 앞으로 엎어졌고.
“다구리! 빨리 다구리쳐요! 여기 목 뒷부분에 틈 있어요오옷!”
재빠르게 놈의 목 위로 올라간 레오나가 약점을 치기 시작했다.
“봤느냐, 김근참의 일격을!!!”
나 역시 함성을 터트리면서 땅을 박차고 놈의 갑각을 타고 오르며 목 위로 올라갔다!
“김근철이 잘했어요! 짱이에요, 짱! 그렇게 박살을 내버리다니!”
“여기부터 박살 내고 이야기하자고!”
“네!”
제대로 움직이도 못 하는 거대 괴수의 목 위로 올라가 급소를 난도질해 살해하는 것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애초에 이렇게 커다란 놈은 다리가 무너지는 즉시 일어날 수가 없게 된다. 당연한 법칙이다. 그래서 격하게 움직일 일도 없으니 같은 부위에 집중적인 고속 다구리를 존나게 때려 박을 수 있었고, 결국 목뼈를 절단해 완전히 끝장을 내버렸다.
“크하하하하! 이건 대라신선이 와도 못 살려!”
“대라신선 이 지랄. 후훗.”
대괴수의 시체를 앞에 두고 있으니 큰 성취감이 느껴진다…!
그래!
내가 김근참으로 갑각을 일격에 박살낸 것이다! 그것으로 놈의 다리를 무너뜨릴 수 있었다! 내 기술의 위력이 이 정도라니! 그야말로 전율이 느껴질 정도다!
“이게 바로 내 힘이다!”
바로 괴수를 향해 절을 두 번 실시하면서 손아귀에 가상의 컵을 만들어 뱅뱅 돌렸다.
“아니, 진짜 지랄하고 있네요. 뭐 제사 지내요? 누가 괴수한테 절하래요.”
“이것이 바로 승리의 의식.”
“후후후. 지랄 마세요, 진짜.”
옆에 선 레오나가 내 윗팔뚝을 툭툭 치면서 웃었다. 지금 내가 일구어낸 위업을 칭송해주는 것이지.
“이 새끼. 그래도 잘하긴 했어. 생각보다 괜찮은데?”
“그렇지? 야! 시후야! 넌 할 말 없냐!”
“예상하던 것보다 강해서 놀랐는데… 응. 대단하긴 하네.”
유리가 씨익 웃었고 시후가 자기 턱을 만지면서 그리 말했다. 얼굴 보면 다 안다. 지금 죄다 놀란 상태인 게 아주 뻔히 보여.
“흐흐흐, 솔직히 나도 놀랐어. 내 김근참의 위력이 이럴 줄은… 그런데 이 기쁜 시간에 아주 불만스러워 보이는 녀석이 있는데. 그건 바로 너지. 류씨 가문의 미스터 드래곤.”
“큭!”
내가 지적하자 모든 시선이 류씨에게도 몰린다.
녀석은 팔짱을 낀 채로 언짢다는 듯 부들대고 있는 중이었다. 당연한 일이다. 이 김근철이가 괴수를 개박살, 말 그대로 일격에 도살해버리고 말았으니까!
류씨가 배 아파 하기에 충분한 공격이었다.
“어이, 똑똑히 봤겠지? 내 김근참의… 절세적인 위력을?”
“다, 닥쳐라…! 네놈은 그저!”
ㅡ처억!
류씨가 내게 손가락질을 하면서 소리쳤다.
“네놈은 단지 내가 거의 다 박살낸 곳에 막타를 쳤을 뿐이다!”
“어어?”
그런 것 치곤 김근참이 아주 훌륭하게 박살을 냈는데 말이지.
“게다가 네 그 텔레반참! 힘을 아주 크게 소모하는군!”
“그래서 어쨌다는 것이냐.”
“그렇게 큰 힘을 소모한 네놈에 비해, 나는 그런 검기를 유지하고도 쌩쌩한 상태다! 힘의 사용 효율 자체가 달라! 우쭐해하지 마라!”
그걸 반박이라고 하는 거냐!
“야 임마! 너 그 검기의 출력을 순간적으로 더 크게 늘릴 수 있냐? 내 김근참 같은 순간 파괴력을 낼 수 있냐고!”
“그건…!”
아직 류씨는 그 경지까지 올라가지 못한 모양이지. 그게 됐다면 이 새끼 성격상 괴수의 다리에 가장 강력한 일격을 때려 박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녀석은 연타를 선택했지.
“하! 그렇게 하지 않아도 강하다! 차차 얻으면 될 뿐이지!”
“흐흐흐, 아무튼 이거 류씨도 이제 인정할 수밖에 없겠는데? 나의 강함을.”
“특성이 다르다, 특성이!”
주먹을 꽉 쥐면서 부들부들 떨어대는 모습을 보내 내 속이 다 시원하다. 그래, 이게 바로 류씨를 놀리는 맛이지.
지금 말로는 저러고 있지만 내가 성과를 보인 이상 류씨는 부들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류나한테 들어보니 나한테 대판 깨지고 큰 의욕을 보였다고 했지. 오늘의 일로 류씨가 크게 성장한다면 그것은 아주 좋은 일일 것이다. 솔직히 존나 놀려 먹고 있는데 그 정도 의욕은 줘야 하지 않겠냐?
이게 다 네놈을 위한 것이다.
“아무튼! 이걸로 과제 해결이네요! 박수! 짝작짝!”
ㅡ짝짝짝!
ㅡ짝짝짝!
ㅡ짝짝짝!
바로 레오나의 말에 모두가 박수를 쳤다. 근데 류씨 이 새끼 협조를 안 하는 것 같아서 마구 쳐다보며 박수를 쳐대니, 놈이 마지못해 협조했다.
“칠 테니까 그딴 식으로 쳐다보지 말란 말이다! 이 탈레반놈! 고작 그런 걸 해냈다고 신나서 천방지축 날뛰는 꼴이라니! 네놈은 정신 수양이 부족하다는 걸 아직도 모르나 보군!”
“너는 혀가 너무 길다는 걸 아직도 모르나 보군!”
“크아아악!”
“박수나 쳐! 곧 5위가 될 녀석!”
“제기랄!”
ㅡ짝짝짝!
말 잘 듣는 모습 아주 좋아.
“존나 친해졌네. 안 그러냐?”
그리 박수를 치고 있으니 유리가 내게 작게 속삭였다.
“흐흐흐, 그 말 미스터 드래곤한테 해봐.”
“난 안 친하거든?”
하긴.
류씨랑 말하는 사람이 나랑 브라이언 말고 딱히 없긴 하지. 그리 생각하고 있으니 레오나가 박수를 멈추곤 환한 얼굴로 말했다.
“C 랭크 괴수라곤 하지만 갑각이 정말 사기적이었죠. 이런 녀석을 상대로 우리의 힘을 시험해보고, 합을 맞춰서 사냥한 것은 분명 큰 도움이 될 거랍니다. 다음에 같이 전투보고서라도 쓰면서 토론을 해보도록 해요.”
아주 좋은 제안이다.
“그렇게 하자고.”
“응.”
“좋지.”
이 제안에 대해서는 류씨도 동의하는 것인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교관님께 보고할게요!”
“다 보고 있었으니 그럴 필요 없다.”
“허억!”
“훌륭하군.”
갑자기 나타난 교관님이 우릴 칭찬했다. 대체 언제 나타난 거지? 깜짝 놀란 차에, 나는 가장 중요한 것을 떠올렸다.
“교관님! 빨리요! 지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으응? 무엇이지?”
“저희 사진 찍어주세요! 얘들아! 괴수들 앞에 모여라!”
“앗! 빨리 모여요!”
“으, 응!”
“류씨 임마 빨리 와!”
“네놈 무슨 짓을…!”
ㅡ화악!
친구들을 끌어와서 괴수의 시체 앞에 섰다. 업적 세웠는데 사진 하나쯤은 남겨놔야지.
“빨리 포즈 잡아! 교관님! 사진 찍어주시면 됩니다!”
“뭐 급하게 말하나 했더니 그런 거였나? 뭐, 이것도 기념이니 찍어주도록 하지. 다들 웃어라.”
“네!”
“류천휘는… 웃는 법을 좀 배워야겠군.”
“큭…!”
그렇게 우리들은 자세를 잡았고.
ㅡ찰칵.
첫 레이드 성공 기념사진을 찍었다.
* * *
“전부 대단한 기량이었다. 릴베르스는 이쪽에서 관측된 괴수들 중에서도 상당히 강한 방어력을 지니고 있는 녀석이었지. 나름 숙련된 현역 영웅들이 5인 팀을 이룬다고 해도 어려웠을 거다. 근데 너희들은 그것을 아주 훌륭하게 해냈다.”
우리 앞에 선 교관님이 그리 말했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너희들의 실력은 어지간한 현역 영웅들을 뛰어넘는다고 봐도 좋다.”
“와!”
역시!
“크으! 벌써 그렇게 되다니! 이거 참! 제 재능이 엄청나다는 말 말고는 할 말이 없습니다!”
“야. 조용히 해.”
“김근철이? 잠시만 조용히.”
“넹.”
조용히 하자.
“뭐, 맞는 말이다. 너희 넷에겐 당연한 거였겠지만… 김근철이는 좀 특이하지. 1학년도 채 다 지나지 않았는데 그렇게 된 거니까. 그런 만큼 김근철이를 보다 보면 얻는 게 많을 것이다. 친구들끼리 상호 보완하면서 성장해나가길 빈다.”
“넷!”
“네!”
그거 좋지.
“좋은 대답이군. 뭐, 피드백은 없다. 흠잡을 데가 없었으니까. 애초에 마법사 없이 전사 타입만 팀을 이뤄서 출격한 거였으니 그런 전술 말고는 할 것도 없고. 아무튼. 너희는 쉬는 시간이다. 적당히 놀고 있으면 된다.”
그리 말한 교관님이 해산을 시켰다.
그럼 레오나 말대로 토론이나 해볼까.
“김근철이.”
“아, 네!”
“그 김근참이라는 것이 대단하더군.”
“흐흐흐, 그렇지요?”
“좋은 기술이야. 잘 발전시키길 바란다. 아, 사진은 돌아가서 보내주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훗 하고 웃은 교관님이 돌아가셨다.
“김근철이! 이쪽으로 와요!”
“어, 그래!”
바로 레오나에게 달려갔다. 현재 레오나는 릴베르스의 시체 앞에 서서 애들이랑 같이 관찰을 하는 중이었다.
“뭐해? 관찰?”
“네. 시체인 만큼 둘러볼 수 있으니까요. 잘 보고 괴수의 특성을 익혀두도록 하자구요.”
“그거 좋지.”
마침 잘 됐다. 릴베르스의 머리에서 보프가 부탁한 그것을 꺼내야 한다. 교관님도 다른 애들 보러 가셨으니 지금 해보면 될 거다.
“그럼 시작해볼까?”
ㅡ스릉.
바로 칼을 뽑았다.
“네? 뭐를요?”
“여기저기 찔러보면서 감 좀 익혀야지. 이렇게 단단한 갑각을 벨 기회도 많지 않을 테니.”
“아, 그렇죠. 근데 갑각은 좀 비싸게 팔릴 텐데요? 부술 건가요?”
“어차피 크잖아? 몇 개 정도는 수련용으로 부숴도 상관없어. 게다가 그런 경험을 하는게 돈보다 더 소중하지 않겠냐?”
“후후후, 역시 김근철이네요. 맞는 말이죠. 그럼 이 괴수를 연구해 보자구요.”
“해부에 가까운 연구를 말이야.”
ㅡ파앗.
바로 그 사실을 전파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칼을 뽑은 유리가 괴수 시체 곳곳을 푹푹 찌르거나 베면서 연습을 실시했다.
그 모습을 살피다가 괴수의 머리 쪽으로 갔다.
“과연 두껍구만.”
키티가 말하길 이런 커다란 괴수의 머릿속에 뭐가 있다고 했지. 그걸 꺼내 가면 되는데… 어디. 잘 채취해보자.
“하압!”
ㅡ터엉!
ㅡ터엉!
바로 검기를 일으키고 릴베르스의 머리를 두들겼다. 근데 하다 보니까 존나 단단하다. 검기도 잘 안 통하고.
“그럼 턱을.”
아가리 쪽, 볼이라고 해야 하나?
입을 벌리는 부분이나 그 관절부 쪽에는 갑각이 없다.
ㅡ푸욱.
어떻게 칼을 잘 찔러놓고 해체를 시작했다. 그러면서 친구들을 보니, 다들 각자의 힘을 시험해보면서 시체를 공격하며 연구를 하는 중이었다.
머리를 떼어낼 시간은 충분히 있을 듯하다.
“근철아? 뭐해?”
“어. 시후야. 마침 잘 왔다.”
잘됐구만.
“이거 머리 떼어내는 것 좀 도와줘라.”
“응. 근데 왜?”
“이 새끼 머릿속에 뭐가 있는 것 같거든.”
“있는 것 같아…? 근철이 너 설마?”
눈치를 깐 시후가 눈을 크게 뜨면서 물었다.
“또 불길한 예언 같은 걸 보게 된 거야?”
“그런 셈이지. 한번 머리를 해체해 보자고.”
“응. 그런 거라면 도와줄게.”
비밀을 공유한 사이인 만큼 시후의 도움은 문제없이 받을 수 없다. 그렇게 시후와 함께 놈의 머리를 절단했고, 보다 편한 바닥으로 내려와서 놈의 머리를 쪼개는 작업을 실시했다.
시후가 있으니까 일이 쉽다. 순간 파괴력은 김근참이 더 강하다고 쳐도 시후의 실력은 나랑 비교가 안 되니까.
ㅡ촤악!
곧 머리가 쪼개졌고, 나는 거기로 손을 뻗었다. 머릿속을 헤집는 감각… 기분 나쁘지만 해야 할 일이다. 손에 마력의 막을 둘러 방수 효과를 얻으면서 찾고 있으니.
“이건가?”
안에서 작고 단단한 구슬 같은 것을 꺼낼 수 있었다.
“흠.”
단단한 느낌의 붉은 구슬이다. 근데 여기서 뭔가 힘이 느껴지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키티는 이걸 보고 정수라고 했지.
“찾았어?”
“어. 이거 봐.”
“구슬? 뭐야? 이런게 머릿속에서 나와?”
“나도 잘 모르겠어. 근데 내가 봤을 때 뭔가 쓸모가 있을 것 같은데… 뭐지?”
특이한 거라면 기운이 느껴질 법도 한데.
일단 이건 내가 몰래 슥 챙길 수가 없는 거다. 여기 군인이나 영웅들도 이계 괴수의 사체를 조사하면서 이런 구슬의 존재를 알고 있을 것이 분명하니까.
누가 봐도 시체의 머리를 의도적으로 뒤진 상태고, 구슬을 빼갔으면 의심을 하겠지. 그러니까 지금은 흔적을 더 만들어 놔야 한다.
“시후야. 머리 좀 더 잘라보고 다른 곳도 쭉쭉 잘라보자. 일단 이 구슬을 내가 좀 챙기고 싶은데, 마치 알고 있었다는 듯이 머리만 딱 쪼개서 가져간 거면 이상할 거 아냐.”
“그건 그렇지. 모르긴 몰라도 그런 특이한 게 있다면 알만한 사람은 다 알 테니까.”
“어.”
그렇게 시후랑 괴수의 시체를 헤집으면서 이곳저곳을 해체하고 공격 연습을 했다. 사실 이 정도 샌드백을 구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기회가 있을 때 마구 공격해 봐야지.
ㅡ촤악!
ㅡ퍼억!
레오나랑 유리랑 류씨도 각각 자리를 잡은 채 이곳저곳을 잘라내고 해체하면서 기술을 연마하는 중이다.
그런 식으로 처리할 만큼 처리를 하고 친구들에게 갔다.
“얘들아! 이것 좀 봐!”
“으음? 뭐죠? 그 구슬은?”
“머리에서 급소 같은 거 찾다가 발견했는데. 뭐냐 이거?”
“글쎄요… 뭔가의 기관일까요?”
레오나가 정수를 집어 들고는 관찰을 실시한다. 그쯤 되니 유리랑 류씨도 다가왔다.
“뭐지, 그건?”
“그게 머릿속에서 나왔다고?”
“어. 급소 찾는답시고 이리저리 해체하다 보니까 나오더라.”
“흠…”
다들 잘 살펴봤지만 뭔지는 모르겠다는 반응이 나왔다. 애초에 이 이계는 민간에 알려진 곳이 아니다. 릴베르스만 해도 처음 보는 거였으니 정보가 있을 리가 없지.
“모르겠네요. 딱히 뭐가 느껴지진 않는데.”
“그러니까.”
다시 정수를 받아 들었다.
“뭐 이거는 기념품으로 챙겨볼까.”
“그렇게 하세요. 아! 저희들도 기념품을 챙기도록 하죠!”
다들 딱히 신경 쓰는 기색은 아니었다. 그렇게 정수를 주머니에 집어넣고 머리의 약점에 대한 것을 이야기하면서 기념품을 마저 챙기고 있으니 쉬는 시간이 끝났다.
“다들 돌아와라! 학교로 돌아갈 시간이다!”
“네!”
* * *
돌아오니 소문이 파다했다.
“오우, 레이드를 한 겁니까아아앗! 잇즈 어 테러블!”
“지랄 좀.”
개지랄 발광을 하는 애들에게 레이드를 했다고 좀 자세하게 설명을 해준 뒤에 학생회실로 피신했다. 우리들에겐 전투 토의 시간이 따로 주어졌기 때문이다.
ㅡ끼익.
“내 집이다 생각하고 편히 들어와.”
문을 열고 들어가면서 친구들을 안내해준다. 자연스럽게 들어가는 애들과는 달리 류씨는 떨떠름해 보인다.
“야, 류씨. 너도 이제 명예 학생회 멤버라고. 축하해. 참고로 보직은 쓰레기통 비우기 담당이야.”
“지랄하지 마라, 탈레반! 어째서 내가 쓰레기통을 담당해야 하는 거냐! 그딴 건 네놈이 담당하란 말이다!”
“난 부회장이야 임마. 아무튼 뭔 농담을 못해… 앉아라.”
그럼 시작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