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Kidding, I’m an Extra RAW novel - Chapter (304)
EP.348 개판 # 8
“앗!”
전날 잠을 설친 탓에 살짝 늦게 일어난 이시후는 다급하게 등교를 준비했다. 시계를 보니 제대로 늦잠을 자버렸다.
그래도 아마 전력을 다해 뛰어간다면 지각을 하진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크으, 이럴 때 근철이가 있었다면!’
하는 짓거리와는 다르게 근철이는 몹시 성실하다. 아침에 아주 일찍 일어나는 스타일.
기숙사 옆방 살 때는 학교 갈 시간이 될 때마다 와서 문을 두들겨주곤 했었다. 쓸데없이 발작하듯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면서 쾅쾅거리고 있는 걸 듣고 있으면 늦잠을 잘래야 잘 수가 없다.
이시후는 그런 아쉬움을 살짝 느끼면서, 아주 바쁘게 움직였다.
“그래도 좋네, 이거.”
여성 초인용 특수 속옷. 이것 덕분에 아침에 옷 입는 시간이 획기적으로 줄어들었다. 붕대를 감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 정말 편하다.
아무튼.
신발을 신은 이시후는 마지막으로 검을 챙긴 뒤에 집 밖으로 나갔다.
“그럼 가볼까.”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고 발을 구르며 전력질주할 준비를 하던 이시후는.
ㅡ흠칫.
돌연 느껴진 기묘한 감각에 전신에 소름이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어어?”
묘하게 불쾌한 느낌. 진동. 떨림. 이것은 마치 게이트가 나타나기 직전에 느껴지는 특유의 불쾌한-
“앗!”
그렇다.
게이트가 나타난 것이다.
이시후가 뭐라고 소리치려던 찰나 굉음이 울리면서 하늘이 열렸다. 충격파가 터져 나온 것인지 바람이 몰아쳤고, 이곳저곳에서 사람들이 넘어지면서 비명을 질렀다.
ㅡ지이이잉!
“꺄아아아악!”
“아아아악!”
이젠 지각 따위를 걱정할 게 아니다. 이시후는 즉시 엎드린 사람 옆으로 뛰어가서 칼을 뽑아 들며 소리쳤다.
“게이트 발생! 모두 피난소로 대피해!”
칼을 뽑은 것은 자신이 초인임을 알리기 위함이다. 그런 상태에서 큰소리를 쳐서 명확하게 지시를 내리면 대부분의 경우 알아듣고 지역 피난소로 대피하기 마련이다.
물론 그럼에도 발이 굳은 사람들이 있다.
“일어나라고! 빨리!”
“으베베베베!”
그럴 때는 아주 강하게 호통을 치면서 어깨를 잡고 괴롭히는 것처럼 마구 흔들어주면 된다.
‘지금 나 살짝 김근철?’
어쩐지 근철이가 떠오르는 행동이다.
그렇다는 건 영웅다운 행동 = 김근철이라는 뜻인가?
“정신 차렸어요! 그만해주세요!”
“그럼 빨리 가요!”
“네!”
그런 식으로 눈에 보이는 사람들을 모조리 대피소로 보낸 순간.
ㅡ츠팟!
“엇!”
돌연 하늘 이곳저곳에 여러 개의 게이트가 급격하게 생성되더니, 안에서 저랭크 괴수들이 콩을 쏟은 것처럼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케레에에엑!”
“케에엑!”
흰 피부를 지닌 괴수.
녀석들이 네발로 착지하고는 부스터를 단 거미마냥 사사삿 움직이면서 온갖 곳으로 퍼져나갔다.
“큿…! 너무 빠르잖아!”
전조도 없었고, 발생도 너무 빠르다.
최근 들어 완전히 달라진 게이트 사태의 양상을 완벽하게 따라가고 있다. 비상벨이 울릴 시간조차 없이 뿜어져 나온 괴수가 건물 외벽과 도로를 활보한다.
이시후는 어금니를 꽉 깨물면서 땅을 박찼다.
이제 막 일어난 일이다. 바깥에 있던 사람들은 어떻게든 대피소로 달려가겠지만, 아직 건물 안에 있는 사람들은?
그들이 대피하기엔 시간이 너무 모자라다.
비싼 집이라면 건물 안에 대피소로 통하는 보안 통로 같은 게 마련되어 있지만, 대부분의 집에는 그런 시설이 없으니까.
“꺄아아아악!”
뒤늦게 건물에서 나온 사람들이 비명을 질렀고, 괴수들이 습격을 시작했다. 물론 그것을 그냥 두고 볼 이시후가 아니다.
ㅡ파앗!
부드러운 검격이 괴수를 절단한다.
“빨리 이쪽으로!”
“네, 네! 아니 근데 위에서 사람 더 내려오고 있어요!”
“빨리 내려오라고 해요!”
어떻게든 사람들을 구조해서 대피소까지 가야 한다. 사태가 터졌으니 곧 비상벨이 울리면서 군인과 영웅들이 나타날 것이다. 하지만 전조 없이 생겨난 게이트인 만큼 그 초기대처는 느릴 수밖에 없다.
“케헤에에엑!”
그렇게 이시후는 덤벼드는 괴수들을 베어 죽이면서 구출된 사람들을 호위하며 대피소 쪽으로 향했다.
“꺄아아아악!”
“으아아악!”
하지만 건물은 한 채만 있는 게 아니다.
이곳저곳에서 사람들이 뒤늦게 나와 변을 당하고 있었고, 그들을 전부 구하기엔 이시후의 몸은 하나였다. 그리고 괴수가 너무 많다.
‘큿…! 일단 내 눈에 보이는 사람들만 최대한 구하는 수밖에!’
먼 곳까지 가서 사람을 다 구할 수는 없다. 몸은 하나니까. 여기에 있는 구조자 무리를 방치하고 다른 곳에 가는 순간 이들은 끝장이다.
“달리세요, 전부!”
“네!”
“흐윽! 으아아아악! 아아아아아악!”
“나 무서워서 손발이 덜덜덜 떨려!”
“아아악! 괴수가 너무 많아! 정신이 나가버릴 것만 같아!”
“믿을 수 없어어어! 누군가 나를 이 끔찍한 악몽에서 깨워줘어!”
절규하는 사람들을 데리고 달린다.
ㅡ타타탕!
사방에서 총소리가 들려오고.
ㅡ챙그랑!
창문 깨지는 소리가 터져 나온다.
그리 달리고 있으니 결국 대피소 쪽에 도착했다. 다행히 이미 주둔부대와 헌터. 영웅들이 주변을 돌면서 사람들을 구조하며 보호하는 중이었다.
“여기요! 사람들 구해왔어요!”
이시후는 작게 안도하면서 소리쳤다.
“오오! 잘했다! 교복 보니까 후배네! 어서 이쪽으로!”
“저기, 저쪽 상황이 좋지 않아요! 괴수들이 갑자기 나타나서 건물에 고립된 사람들이 많아요!”
“제기랄…! 잠깐만 기다려!”
현역 영웅이 다급하게 사람들을 불렀다. 보아하니 이 대피소 근처에 병력이 좀 모인 상태다. 구조를 위해 인원을 배분할 모양이다.
“명석이 니가 신참들 데리고 군인들이랑 여기 지켜! 나머지는 나 따라와라! 민간인 구조 들어간다!”
“저, 저 팀장님! 저는 여기 지키고 있을게요!”
“지키는 건 쟤들한테 맡겨! 따라오라고!”
그때 한 영웅이 두려운 듯한 표정으로 여길 지키겠다고 말했다.
‘뭐야?’
이시후가 고개를 잠깐 갸웃한 순간.
“너, 가기 싫은 거냐? 너 이 씹새끼 영웅 명찰 떼? 헌터로 살아, 그러면!”
ㅡ콰앙!
킥이 작렬한다.
“커헉…! 아, 아닙니다! 가겠습니다! 팀장님!”
“따라오라고! 니가 씨발 미적거릴 때마다 사람이 죽는다고! 지금 저 아카데미 후배도 사람 구해서 왔는데 어딜 처 빼려고! 안 오면 내 손에 뒤지니까 당장 일어나! 이 명예도 모르는 새끼!”
“네, 네! 선배님!”
정신을 차린 영웅이 배를 부여잡고 자리에서 일어선다.
‘현역 영웅이 겁을 먹다니.’
물론 현역이라고 해서 모두가 영웅다운 건 아니다. 당장 실력만 해도 자신이나 김근철이보다도 약한 영웅들이 있을 테니까.
하지만 그들은 영웅이다.
그것도 민간인들보다 명백한 상위계급이며 초법적으로 군림하는 존재들.
허나, 그러한 초인들이 자신들의 책임을 방기한다면 그 권력을 박탈해야 함이 옳다. 명예로운 영웅이기에 초법적 권력을 지닌 채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영웅이 아니라면 일반인과 다를 게 없다. 그저 힘이 쎈 운동선수일 뿐.
헌터일 뿐이다.
이런 비상사태에서 영웅들은 목숨을 걸고 사람들을 수호한다. 군인들보다도 더욱 위험한 곳으로 뛰어들면서 싸워야 하는 것이다.
“가자, 아카데미 후배님!”
“네!”
그리 이시후는 즉석에서 편성된 동네 영웅들과 다시 사지로 뛰어들었다. 안에 고립된 민간인들이 다수 있을 테니까.
“아카데미 후배님! 저쪽 방면 좀 맡아줘!”
“네!”
적당한 곳까지 들어간 뒤에 사방으로 흩어졌다. 지금은 저랭크 괴수만 잔뜩 나온 상태다. 흩어져서 빠르게 움직이면서 사람들을 구함이 옳다.
“케헤에엑!”
ㅡ채앵!
벽을 기던 괴수가 빌라 창문을 깨고 안쪽으로 들어간다. 안에서 총성이 울렸으나 다른 괴수를 유인하는 결과는 낳았을 뿐.
“흡!”
잽싸게 벽을 딛고 올라가 창문으로 침투.
“하압!”
ㅡ서걱!
괴수들을 베어버리고.
“여, 영웅님!”
“이쪽으로!”
총을 쏘며 저항하던 여인과 그 자녀를 옆구리에 끼고 다시 창밖으로 점프해 탈출한다.
“끄악! 가, 갈비뼈가앗…!”
불안정한 자세. 옆구리에 낀 여인이 착지 충격으로 갈비뼈 통증을 호소했지만.
“죽는 것보단 나아요! 대피소로 갈 테니 참으세요!”
“네, 네엣…!”
지금은 그깟 갈비뼈 따위보다 목숨이 더 중요하다. 사소한 데 신경 쓰는 순간 목숨이 날아가는 거다.
‘다들 잘하고 있겠지?’
질주하면서, 이시후는 생각했다.
친구들은 알아서 잘하고 있을 것이다. 아니, 애초에 학교에 모여 있을 확률이 높다. 단체행동을 하면서 뭔가 하고 있겠지.
그 부분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시후는 눈앞의 민간인들을 구조하는 데 집중했다.
*
*
*
하지만 계속 민간인 구조에만 집중 수는 없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 강한 괴수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자연스레 이시후는 주변에 있는 군인이나 영웅들과 협업하여 그런 괴수들을 처치하는 것이 주력했다.
그런 와중.
“허억!”
거대한 게이트가 열리더니 거대괴수가 강림하기 시작했다. 그를 기점으로 상위괴수들 역시 다수 발생했다.
ㅡ부웅!
양손이 긴 칼처럼 되어있는 날개 달린 녀석들. 그 상위괴수들이 양팔을 좌우로 늘어뜨린 채 고속으로 날아온다.
“어딜!”
제법 강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자신보다 빠르진 않다. 이시후는 능숙하게 비행 돌격을 흘려내면서 치명타를 먹여주는 식으로 대응했다.
“이 정도면 근철이도 잡겠는데.”
강한 괴수긴 하지만 근철이 정도 되는 실력자라면 충분히 처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때였다.
“꺄아아아악!”
저쪽에서 찢어지는 듯한 비명소리가 들려왔고, 이시후는 즉시 그쪽으로 움직였다.
가보니 웬 여인이 괴수에게서 도망치는 중이었다.
“저쪽으로!”
“흐윽!”
빠르게 여인의 앞으로 가서 괴수를 맞상대했다. 이 녀석 역시 날개 달린 상위괴수다. 별다른 문제 없이 침착하게 제거를 하려고 한 순간.
ㅡ부우웅!
ㅡ부웅!
돌연 근처에 있던 건물 뒤편에서 솟아난 것인지, 다수의 상위괴수가 부웅 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날아들었다.
“함정인가…!”
괴수가 그런 지능까지 있다고? 이시후는 흠칫하면서 상위괴수들의 수를 세었다. 보이는 것만 해도 여덟 마리. 아무리 자신이라도 혼자서 전부 상대하는 것은 무리다.
‘적당히 상대하다가 그대로 빼야겠어!’
전술 판단을 마친 이시후는 거두절미하고 자신의 비기를 발동했다.
ㅡ고오오.
검에서 힘이 몰아친다. 근철이가 김근참을 쓰듯, 자신 역시 성장하면서 하나의 기술을 만들어냈다. 저번에 삼연참이라는 이름을 붙였던가? 뭐, 이름은 중요하지 않다.
ㅡ파앗!
이시후의 눈에서 푸른 안광이 터져 나온다.
동시에.
ㅡ휘리릭.
검이 알 수 없는 궤적을 그리면서 전방에서 날아들던 괴수들을 일그러뜨렸다. 마치 물속에 비친 상을 흐트리는 것 같은 느낌.
그렇게 흐트러졌던 괴수들이.
ㅡ푸샥!
돌연 현실감을 되찾더니 전신이 난도질당한 것처럼 어그러지면서 분해되어 피분수를 터트렸다.
순식간에 세 마리가 참살된 것이다.
ㅡ…
이시후는 검을 거두면서 생각했다.
‘역시 기묘한 힘이야.’
내부에서 끓어오르는 마력을 본능대로 방출했을 뿐인데 아주 기이한 공격이 성립되었다. 보통 마력으로 이런 일을 할 수가 있을까? 아마 안될 것이다. 이런 걸 본 적은 없으니까.
이건 아마도 고유 능력일 것이다.
아무튼 슬슬 숙련되어서 실전에서도 잘 써먹을 수 있게 되었다.
‘좋아.’
이대로 후퇴하면 될 것이다.
그런데 돌연.
ㅡ부우우웅.
기묘한 진동이 느껴졌다.
“음?”
ㅡ부들부들.
자신을 공격하려던 상위괴수들이 움직임을 멈추고 부르르 떨어대기 시작한다. 이어, 녀석들이 괴성을 내질렀고.
ㅡ쿠구구!
저편에서부터 나타난 괴수 떼거리들이 단체로 돌아버렸는지 이쪽으로 돌진해오기 시작했다.
“쿠어어어어어!”
마찬가지로 잠시 움직임을 멈췄던 상위괴수들 역시 발작하며 공격을 해온다.
“이런! 이게 무슨 일이야!”
갑자기 어그로가 끌려버렸나? 일대의 괴수들이 자신에게 어택땅을 찍은 건지 모조리 달려오고 있는 중이다.
뿐만이 아니다.
ㅡ지이잉!
ㅡ지이이잉!
바로 코 앞에.
그리고 옆에 있는 건물 옥상 쪽에.
게이트가 난립하듯 생성되기 시작했다. 눈에 보이는 것만 해도 열 개가 넘는다.
“왜?!”
갑자기 이런 일이?
“이익!”
포위당했음을 직감한 이시후는 그대로 벽을 타며 내달렸지만, 괴수들의 숫자가 상상 이상으로 많다.
ㅡ부우웅!
거기에 날개가 달린 상위괴수들까지 말벌처럼 날아들고 있으니 도저히 상대할 여유가 없다.
녀석들이 칼날이 날아오는 절체절명의 순간.
ㅡ지이잉!
돌연 눈앞에 게이트가 생성되었다.
“아으, 진짜!”
돌아버릴 지경.
“이렇게 된 거 이판사판이야앗!”
하지만 포위당한 상태인 만큼 달리 선택지가 없다. 어이가 없어진 이시후는 당황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짜증을 내고는 게이트 안으로 몸을 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