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Kidding, I’m an Extra RAW novel - Chapter (329)
EP.373 수상한 녀석 # 6
내 말에 시후가 잠시 흠칫하더니 생각에 빠졌다. 그러더니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다.
“아니. 그건 아닌 것 같아.”
“그러냐? 근거는?”
“딱히… 내가 배운 건 평범하게 몸을 쓰는 법과 검을 다루는 법이야. 마력을 운용하는 훈련도 많이 했지만, 특별한 거라는 생각은 안 들어.”
시후 정도 되는 고수가 본인이 직접 판단한 거니 그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건 내 고유의 힘이야. 집안에서 검술 수련을 하지 않았다고 해도 언제나 느낄 것이 분명한.”
“그렇다면 역시 통령군주의 힘을 이어받았을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데.”
“…”
불편하다는 듯, 잠시 시후가 입을 닫았다.
“근철아.”
“어.”
“이거, 어쩌면 혹시 사라진 내 언니들과 관련이 있는 걸까?”
시후의 엄마는 발작하면서 쓰러진 뒤에 언니가 있었다는 불길한 말을 남기고 혼수상태에 빠졌다. 게다가 실험이라는 불길한 말까지.
“그건.”
뭐라 말을 고르고 있으니 시후의 안색이 어두워진다. 그렇다. 언제나 당당한 시후도 이런 상황에서는 불안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괜찮냐?”
“조금 진정이 안 되네. 뭐랄까, 좀 불안해졌어.”
“야. 보프 앞에서도 그렇게 이득 챙기던 놈이 뭘 그렇게 불안해 해?”
“놈이 아니라 년.”
냉철한 지적.
“이득 챙기던 년이… 아니. 이거 좀 그러네. 아무튼. 너무 걱정하지 마라. 딱히 들킨 것도 아니고 말이야. 게다가 이 김근철이가 옆이 있잖아.”
ㅡ터억.
그리 말하면서 시후의 머리에 손을 얹고 정리된 머리카락을 마구 망가뜨려줬다. 이러면 소리라도 빽 지르겠지.
“…”
근데 시후는 뭐라고 하기는커녕, 그냥 얌전히 내게 머리를 대주면서 고개를 숙였다.
“야. 머리 다 망가지는데 뭐라고 반응 좀 해봐라.”
“어차피 돌아가면 씻을 거라 상관 없어… 하아. 걱정되네, 진짜. 그래도 근철아.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마음이 좀 편해지고 있어.”
“그렇다면 다행이고.”
손을 떼려고 하니.
“그, 잠시만.”
“왜?”
“머리 좀 더 헝클어볼래? 뭔가 느낌이 좋아서 진정이 되는데…”
“아니.”
이 녀석이 이런 나약한 말을 하다니!
“그렇다면 양손으로 해주마!”
“뭣!”
ㅡ사악!
바로 양손으로 시후의 머리통을 잡고 손가락을 마구 움직이면서 머리카락을 헤집어줬다.
“으 으 으! 근철아! 조금 살살!”
“이렇게?”
“치… 됐어.”
비에 젖은 개처럼 머리를 한번 털어낸 시후가 양손으로 자기 볼을 착착 때렸다.
“그래. 만일 통령군주의 힘이 유전되는 거라면… 잠깐. 근철아. 알고 있지? 통령군주의 자식들에 대해서.”
“뭐 인터넷에 치면 나오니까.”
“전부 아들들이지?”
“검색해봄.”
바로 휴대폰으로 검색을 실시했다.
“김익팔. 김익승. 공식적으로는 아들이 두 명 있네. 역시 딸은 없고.”
것보다 전부 익자 돌림이냐?
이름 참 옛날 사람 같네.
그보다.
여기까지 정보가 모이니 머릿속에서 정리가 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곧 불길한 결론에 다다르게 되었다.
“시후야.”
“근철아.”
우리는 동시에 서로를 불렀고, 나는 시후에게 눈짓을 해서 먼저 말하라고 했다.
“내가 지닌 이 강력한 힘은, 아무래도 통령군주에게서 유전이 되는 것 같아.”
“그것도 딸들에게만 말이지.”
“응.”
심각한 얼굴.
시후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래서, 내 언니들은… 그 힘 때문에 잡혀가서 뭔가 실험을 당한 게 아닐까?”
“그래서 네가 남자로 큰 거고. 정황상 너희 어머니는 그걸 알게 된 거겠지.”
통령군주의 힘은 딸들에게만 유전이 된다. 그렇기에 시후의 언니들이 전부 잡혀가서 실험체가 되었고, 시후가 남자로 자랐다는 결론.
너무 끔찍한 일이지만.
이렇게 생각하면 그동안 모아온 정보 같은 것이 대충 다 맞아 떨어진다. 이 정보에 쐐기를 꽂은 게 보이드 프린세스긴 하지만 그녀가 우리의 사정을 다 알 리가 없지 않은가.
이 결론에는 큰 신빙성이 있다.
“시후야. 어쩌면 네가 모르는 통령군주의 다른 딸들도 전부 같은 꼴을 당했을지도 몰라.”
“…그렇겠지.”
ㅡ주물주물.
나는 레오나가 내게 해준 것처럼 시후의 손을 잡고 주물러줬다.
“근철아?”
“레오나가 나한테 해준 건데. 이렇게 손 마사지하면 진정이 된대.”
“뭔가 좋네… 진정되는 것 같아.”
잠시 입을 닫은 채 손 마사지를 받고 있던 시후가 말했다.
“근철아. 아무리 생각해봐도 통령군주는 아주 나쁜 놈인 것 같아.”
“어.”
“자기 딸들에게 힘을 계승시켜서 실험체로 삼는다니. 직접 본 게 아니라서 확실하다고 결론을 내릴 순 없지만, 아무래도 맞다는 생각이 들어.”
“솔직히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목표는?
통령군주의 음모를 분쇄하고 그를 단죄하는 건가? 그러나 나는 알고 있다. 그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강력한 초인이며, 설령 빠르게 힘을 키운다고 한들 고작해야 2년쯤 뒤에 제 2차 디멘션 워가 터진다는 것을.
“시후야.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냐?”
“그건.”
시후가 숨을 삼켰다.
그리고는.
“후우!”
강하게 숨을 내쉬고는 눈을 번쩍 뜨면서 말했다.
“나. 솔직히 점점 더 무서워지긴 하지만, 이건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일이야!”
“오오, 그렇다면?”
“당장은 무리겠지만, 언젠가 반드시 이 일을 밝혀내고 말겠어! 나는 물론이고 내 언니들을 위해서라도!”
“역시! 이시후!”
굉장한 정신력이다!
“그래도 좀 무모하지 않냐?”
“무모한 거 맞아. 하지만 이번에 확신했어. 내가 지닌 이 힘. 이 힘은 S랭크 괴인인 보이드 프린세스조차 경계하게 만드는 힘이야. 그것도 대한민국 최강자인 통령군주가 사용하는 힘이기도 하고.”
그래서 나온 결론.
“그럼 나도 통령군주만큼 쎄질 수 있는 거 아냐? 나도 똑같은 힘이 있는데?”
“흐흐흐, 그것도 그렇지.”
“그래! 이 힘을 키운다면 언젠가 통령군주만큼 강해질 수도 있겠지! 그렇다면 비벼볼만 해! 반드시 이 음모를 밝혀내고 말겠어!”
자신감을 되찾은 모습이 보기 좋다.
“좋아. 그때가 되면 나도 거들어주마.”
“근철이 너한테 도움받으면 좀 그렇긴 한데, 말은 고마워.”
“이 새끼 무슨 뜻이여?”
그제서야 웃음기를 되찾은 시후가 흐흫 하면서 웃었다.
“조금 무서웠지만 아주 좋은 기회였어. 보이드 프린세스, 수상하지만 도움은 됐네. 아, 근철아. 그때 우리가 가기로 한 연구소 있지?”
“성남 연구소 거기?”
“응. 거기도 한번 조만간 찾아보자. 뭔가가 있을지도 몰라.”
“이거 잠입 스킬을 단련해야겠는걸.”
막연히 가자는 게 아니라 정보가 모였으니 침투하자는 말. 그래. 거기도 한번 가긴 해야지.
이번에 가서 뭔가 새로운 정보를 모은다면, 시후의 저 특별한 힘을 강화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힘이 강화된다면 통령군주에게 저항하는 것도 가능하겠지.
“자, 그럼… 아. 근철아?”
“어딜 일어나려고. 이번에 얻은 것들 정리해야지?”
“그래야겠네.”
일어나려는 시후를 붙잡고 이번에 챙긴 물건들을 살폈다. 보이드 프린세스가 준 무기와 장신구들.
“이 검에서는 조금 특별한 힘이 느껴져. 뭐라고 해야 할까, 검 자체도 좋은데 거기에 특수능력이 붙은 느낌?”
“구체적으로 어떤?”
검을 잡아 봤지만 뭔가 느껴지진 않는다. 바로 시후에게 돌려주니 자세를 잡고 검무를 펼치기 시작한다.
“이건 아무래도 실전에서 써봐야 정확히 알 것 같네.”
“그러냐? 그럼 장신구는?”
“일단 껴볼게.”
다양한 장신구다.
근데 디자인이 좀 올드하다. 무슨 사막 무희들이 낄 법한 것들이라고 해야 하나. 팔찌에 발찌. 거기에 목걸이랑 서클릿등. 아주 그냥 세트템이다.
“어때?”
“음.”
장신구를 다 착용한 시후가 어떠냐고 물었는데, 뭐. 옷 위에 입으면 별 느낌도 안 난다. 그냥 이상할 뿐이지.
무희의 장신구니 무희의 옷을 입고 착용하는 게 옳으리라.
“이상한데.”
“무슨 소리야!”
“그거 좀 무희들이 끼는 거 같지 않냐?”
“무희라고?”
거울을 본 시후가 자기 얼굴을 만졌다.
“그럼… 그, 무희처럼 이상한 옷을 입어야 어울리려나?”
“이게 또 무슨 생각을! 그냥 옷 안에 껴!”
“그, 그치만 조금 관심이 생기는데…”
“그런 옷은 구하고 싶어도 못 구해!”
이게 또 무희라는 말에 팍 꽂혔네!
“아무튼. 그냥 장식품은 아닐 거다. 뭔가 실험 좀 해봐라.”
“그럴게.”
눈을 감은 시후가 마력을 발하기 시작했다. 뭔가 특수능력이 있다면 마력에 반응할 테니까.
그 순간.
ㅡ사아악.
시후의 몸이 흐릿해지더니.
“어어?!”
그대로 반쯤 사라졌다!
“이게 뭐야! 야! 시후야! 너 반쯤 투명해졌어!”
“뭐라고?!”
깜짝 놀란 시후가 다시 거울을 봤다. 그리곤 반쯤 투명해진 모습을 확인하더니 소리쳤다.
“서, 설마 이게 팔찌의 힘인가! 잠시만!”
ㅡ파앗!
마치 몸에 두른 천이 풀어지는 것처럼, 시후의 투명화가 풀렸다. 뭔가 보이지 않는 투명한 천이 몸을 감고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다.
“아니, 보프가 투명화 아이템을 줬다고?”
나는 무슨 화려한 장식이 달린 단검 말고 준 게 없는데! 그것도 실전에서는 단검을 쓰기가 애매해서 봉인해둔 참이다!
“미친…! 이런 걸 주다니! 근철아! 이거 좀 대박인 것 같아!”
ㅡ파앗!
시후가 다시 투명화를 사용하면서 놀라워하기 시작했다. 근데 아직 완전한 투명은 아니다. 투명도를 좀 낮췄다고 해야 하나. 형상 자체는 보이고 있다.
“그런데 이거 마력 소모가 좀 크네. 필요할 때만 써야 할 것 같아.”
“그러냐…?”
뭐가됐든 존나 부러운데.
“아! 이거 연구소 침투할 때 쓸만할 것 같아!”
“확실히!”
투명화가 된다면 당연히 도움이 될 거다!
“야. 근데 그럼 너 혼자 가야 하는 거 아니냐?”
“그래야 하나? 잠시만.”
“음?”
돌연 시후가 내게 다가왔다.
“뭐하게?”
“실험 좀. 근철아. 가만히 있어 봐.”
“앗!”
그러더니 갑자기 날 끌어안는 것이 아닌가!
“야!”
“신체 접촉 좀… 됐다.”
ㅡ사르륵!
모종의 기운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근철아, 거울 좀 봐!”
거울속에 있는 나와 시후!
“세상에!”
둘 다 투명도가 낮아진 모습이다!
“붙어 있으면 둘 다 가능한가 보네, 이거! 시후야! 다른 것도 좀 시험해 봐라!”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