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Kidding, I’m an Extra RAW novel - Chapter (339)
EP.383 보프의 심부름 # 1
다음날.
“좋아.”
아침 일찍 일어나서 시후를 찾아갔다. 이거 또 내 쪽에서 시후네 집에 찾아가는 건 처음이라는 생각이 든다.
기숙사 살 때는 옆집이라서 그냥 맘대로 출입했는데 말이지. 이사 간 뒤로는 시후 쪽에서 찾아오는 일밖에 없었던 것 같다.
적당한 속도로 이동하니 곧 시후네 집에 도착했다.
“시후야! 노올자!”
나는 내가 고등학생이라는 것조차 잊고 마치 초딩이 친구네 집 앞에서 친구를 부르는 것마냥 크게 소리쳤다. 친구 부를 땐 이게 국룰 아니겠냐?
“시후야아!”
그렇게 어그로를 끌고 있으니.
ㅡ띠리링.
시후에게서 전화가 왔다.
“어, 왜. 빨리 문 좀 열어줘.”
-뭘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말하는 거야! 좀 조용히 해!
하여간 떽떽거리는 건 여전하다니까.
“하, 이 민감한 새끼. 시끄러우면 또 얼마나 시끄럽다고.”
-문 열어놨으니까 들어오기나 해.
“임마는 이거 손님이 왔는데 마중도 안 나와.”
이 녀석 이사를 가더니 아주 그냥 기본이 안 되어 있다. 기본이. 아무튼. 바로 시후네 집 문 앞으로 가서 자연스럽게 문을 열었다.
“음?”
그렇게 안으로 들어갔는데… 뭐지? 이 산뜻한 향기는? 이 녀석 자기 자취방이라고 향기마저 커스터마이징 한 건가?
“야! 나 왔어!”
“어, 근철아. 들어와.”
바로 시후가 날 맞이하러 나왔다.
그런데.
“흠.”
복장이 아주 프리하다.
원래 기숙사에서 지낼 때는 붕대에 큰 박스티. 그리고 반바지가 기본이던 녀석이었는데.
“응? 근철아? 왜?”
오늘은 보니까 검은색 돌핀 팬츠에 흰 나시만 입고 있는 상태다. 그것도 붕대가 없는 버전.
돌출된 흉부가 상당히 신경 쓰인다.
“복장이 왜 이렇게 프리해? 복장 군기 확립 몰라?”
“뭐라는 거야. 여긴 내 집인데. 왜. 신경 쓰여?”
이건 뭐… 괜한 소리 하느니 가만히 있어야지.
애초에 본인 집에서는 편하게 있는 게 맞다.
“신경 같은 소리 하네. 아무튼. 배고픈데 뭐 없냐?”
“같이 먹자. 나도 먹으려던 참이었어.”
시후가 씨익 웃으면서 주방 쪽으로 향했다. 기숙사 살 때는 이렇게 같이 밥 만들어 먹기도 했는데 말이지.
“집에 뭐 있냐? 아니면 배달?”
“배달이라… 나쁘지 않지. 근데 아침부터 하는 데 있을까?”
“찾아보자고. 모닝 피자 어때.”
“센스 있네.”
시후의 침대에 앉아서 피자를 시켰다.
사이드로는 단백질 보충을 위한 텐더가 필수.
“그러고 보니.”
다 시키고 나니 시후가 내 옆에 앉으면서 말했다.
“근철이 네가 이렇게 찾아오는 건 처음이네.”
“그렇긴 해. 기숙사랑 또 느낌이 달라서 좀 신기한듯.”
“그래? 아, 맞다! 근철아. 나 보여줄 거 있어!”
“뭘?”
“옷장!”
“무슨 옷장?”
“잘 봐!”
잠시 눈치를 보던 시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곤 날 비키게 한 뒤에 침대 매트릭스를 잡고 쭉 들어 올리면서 세웠다.
그러자 밑에 있던 수납장이 드러나는 게 아닌가.
침대랑 일체형인가?
“너 설마 저기에 옷 같은 거 숨겨두냐?”
“흐흫, 물론이지. 혼자 살아도 어느 정도 보안은 유지하고 있다구.”
세상 뿌듯한 얼굴로 말하는 시후.
아무래도 여자 옷을 소유하고 지킬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의 안정을 얻는 모양이다.
“속옷부터 시작해서 일반적인 여자 옷까지 다 수납을 해 놨다 이거야.”
뭐?
“아, 그런데 조금 그런 것도 있어.”
“그런 게 뭔데 이 자식아!”
뭘 부끄럽다는 듯이 얼굴을 붉히는 거냐!
“저번에 입었던 야한 옷 같은 같은 거? 아하하, 나도 참. 그때는 처음이라서 너무 폭주해버렸지 뭐야.”
“폭주 같은 소리 하네.”
시후가 소개하는 것처럼 수납장을 가리켰다.
“아무튼. 몸매를 너무 많이 드러내는 건 조금 특수한 옷에 속하지. 한마디로 저건 섹시칸이야. 그런 옷만 넣어두고 있어.”
섹시칸 이 지랄 하네.
“섹시칸 이 지랄. 무슨 징기스칸 딸이냐?”
“미친 소리 좀 그만해. 그래도 저기 있는 거 빼면 대부분은 평범한 옷이라구.”
시후는 마치 자신의 보물을 자랑하는 사람처럼 말했다. 그래… 뭐. 시후한테는 여자 옷이 자기 보물이겠지.
내가 이해를 해줘야 한다.
“아, 근철아.”
그때 시후가 비밀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한 손을 입가에 가져다 대며 말했다.
“왜.”
“온 김에 패션쇼 어때?”
“무슨 패션쇼야 임마. 헛소리하지 말고 오늘은 그거나 하자.”
“그거?”
“니 아이템 숙련도.”
오늘 그거 보러 온 거다.
“아.”
“그리고 이것도 좀 알아봐 주라.”
보프에게 받은 단검을 꺼내서 시후에게 보여줬다. 조심스럽게 단검을 잡아든 시후가 검신과 장식을 살펴보기 시작한다.
“이것도 보프제 물건이란 말이지.”
“어. 좀 자세히 알아봐 줘.”
“흐음.”
시후가 힘을 집중하기 시작한다.
“뭔가 느껴지긴 하는데 잘 모르겠네. 이건 근철이 네가 한번 실사용하면서 파악해보는 게 빠를 것 같아.”
“그러냐?”
이건 너무 화려해서 어디 가서 쓰기 애매한데. 그래도 언제 한번 써보도록 하자. 단검이니 보조 무장으로 쓰면 되겠지.
“아, 그리고 이것도 가져왔어.”
주머니에서 파편을 꺼냈다.
“그건.”
“어. 그거다.”
“칼레이도 아스타테의 파편…”
이름 참 거창하다니까.
보프가 직접 붙인 이름인가?
“온 김에 같이 조사해보자고.”
“응.”
좋다.
오늘 시후랑 같이 좀 알아볼 게 있다. 마침 또 둘이지 않은가. 그 연구소에 대한 것도 알아보고 답사도 할 수 있으면 해볼 생각이다.
평소엔 할 수 없으니 날을 잡아서 해야 하는데, 이렇게 둘이 모인 순간이 바로 그 날이다.
ㅡ띠링.
“아, 피자 왔다. 근철아. 좀 받아줘.”
“니가 받아.”
“나 지금 가벼운 옷이란 말이야. 이거 입고 어떻게 받아.”
“나는 손님으로 받았잖아.”
“그거랑 같아? 어서 가!”
ㅡ꾸욱.
시후가 발로 날 밀어냈다.
“이런.”
뭐 그리 피자를 받고 세팅을 한 뒤에 시후랑 같이 먹었다. 역시 피자는 모닝피자지.
아침부터 필수 칼로리와 영양소를 보충할 수 있다.
“맛있네… 아, 그보다 근철아. 어제는 나 빼고 애들이랑 즐겁게 논 거지?”
피자를 먹던 시후가 내 눈을 빤히 바라보면서 어제의 일을 언급했다.
“그런 행사에나 가고 말이야. 나도 가고 싶었는데.”
“야 임마. 다 설명했잖어. 따지고 보면 니랑 옷 사러 간 거랑 똑같애.”
“그건 그렇지만.”
“유리가 부끄러워할 테니 너무 언급하진 마라.”
“그럴까아.”
근데 지금 가장 신경 쓰이는 게 있는데.
“것보다 류씨한테 뭐 안 보냈냐?”
“왜? 보냈으면 좋겠어?”
순간 시후가 도발적인 미소를 지으면서 약 올리듯 말했다.
아 시발 괜히 물어봤나?
“지랄! 절대 보내지 마!”
“뭐… 근철이 네가 내 패션쇼 감상만 해준다면 봉인해 줄 의향이 있긴 하지만.”
“너 진짜 패션쇼 못해서 죽은 귀신 붙었냐?”
자꾸 검사를 받으려고 해.
“근철아. 그게 얼마나 큰 즐거움인지 알아? 이러다가 나 인터넷에 패션 블로그 운영해버릴지도 몰라.”
“점점 더 위험해지는구만. 갈! 그건 패스!”
“피, 조금 봐주는 게 어때서 그래.”
노골적으로 삐진 티를 내봤자 소용없다.
“응? 근철아. 좀 봐줘어. 마침 여기 왔잖아. 응?”
“앗…!”
잠깐 방심한 순간, 시후가 내 쪽으로 오더니 내 등에 달라붙으면서 애원하듯 말하기 시작했다…!
“야! 달라붙지 마!”
“섹시한 거 말고 평범한 걸로 입을 테니까. 패션쇼 좀 봐달라구.”
“아나 진짜!”
시후가 여자로서의 자신감을 찾은 게 잘한 일인지 하는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 뭐 그렇게 아우성을 치는 시후에게 한번 봐주겠다고 말을 해서 진정을 시킨 뒤에 남은 피자를 다 먹어 치웠다.
“시작해라. 이제.”
이제 오늘의 목적을 완수하도록 하자.
“좋아. 자, 그럼. 내 숙련도를 보여줄게.”
서랍을 연 시후가 보프가 준 장신구를 착용했다. 근데 가벼운 차림에 화려한 장신구를 착용해서 그런가. 조금 느낌이 이상하긴 하다.
“어서 그 무희 세트 숙련도를 좀 보자고. 빨리 해 봐라. 시후야.”
“무희라… 아, 무희면 이렇게 춤추면 되는 건가? 얍얍.”
시후가 휘적휘적 몸을 움직이면서 무희를 흉내 냈지만, 무희라기보다는 미라에 가까운 움직임이었다.
“미라냐?”
“무슨 미라야! 그럼 시작한다! 하압!”
기합성이 터져 나온 순간.
ㅡ사르륵!
마력이 진동하면서 시후의 몸이 투명한 장막에 휩싸여 가려진다!
“오오! 이거 그때보다 더 투명한 거 같은데!”
“그렇지?”
확실하다!
그때보다 더 투명해졌다!
“나 움직인다?”
반쯤 투명해진 시후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일단 움직임이 좀 보이긴 하는데… 이거 밤이면 아예 안 보이겠는데? 위장 효과가 탁월할 거다.
“근철아.”
“어.”
그리 움직이다가 내 등 쪽으로 온 시후가 내게 몸을 붙였다.
“됐다.”
“오… 이거 나도 어느 정도 잘 가려지는구만?”
그러자 나 역시 그 투명장막의 안으로 들어온 건지 내 모습도 가려진다.
거울로 보니 확실히 잘 가려졌다.
“나랑 딱 붙어있으면 어느 정도 다 가릴 수가 있어. 어때? 이 정도면 준수하지?”
“준수한 걸 넘어섰는데. 연습 잘했다, 야.”
“흐흫. 뭐어. 나도 진지하게 하고 있으니까. 아, 근데 이러고 있으니까 무슨 이불 속에 들어온 거 같네.”
확실히 그런 느낌이다.
“흐흐흐, 그러게. 근데 더 넓게는 못하냐?”
“그것도 숙련도 문제일걸? 사실 범위도 조금 더 넓어졌거든. 앞으로 더 넓힐 수 있을 거야.”
“좋구만.”
완벽하다.
그럼 이건 됐고.
“나머지는?”
“그건 뭐… 이것처럼 드라마틱한 효과는 없어서 말이지. 일단 다 수련하고는 있는데 잘 모르겠어.”
살짝 자신감이 없는 목소리지만 그거면 됐다.
좋다.
그럼 슬슬 이야기를 꺼내 볼까.
“야. 시후야. 마침 이렇게 둘이 모이게 돼서 하는 말인데.”
“응?”
“오늘 그 연구소 쪽 좀 한번 갔다 올까?”
“연구소…!”
시후가 흠칫했다.
“하아.”
그래도 곧 정신을 차렸는지 숨을 내쉰다.
“한번 가긴 해봐야지. 어차피 탐색해야 하니까. 확실히 이 투명장막이 있다면 쉽게 수색할 수 있을 테고.”
그러면 된 거다.
“뭐, 오늘은 사전 답사만 하는 거니까 부담가지진 말고. 그럼 배도 채웠으니까. 산책 겸 해서 바로 갔다 올까?”
“좋아. 이거 의욕을 내야겠는걸.”
주먹을 꽉 쥔 시후가 빙그레 웃어 보이면서 자신감을 어필했다.
그래도 멘탈은 강하단 말이지.
“그럼 옷을-”
시후가 일어난 순간.
ㅡ지이잉.
돌연 거실에 익숙한 게이트가 나타났다.
“아니, 키티 너!”
그리고 나타난 키티!
“반가워. 근철이 오빠. 이시후 오빠.”
평소 같은 꾸러기 태도와 나팔은 어디 가고 오늘도 진지 모드다. 이 자식 이거 역시 시후 있을 때는 이러기인가?
“무슨 일이냐?”
“심부름할 시간이야. 그거 때문에 왔어.”
아.
보프가 시킨 일이 있었지.
“그런 거구만. 그런데 키티야. 너.”
뭐라고 물어보려고 하니.
ㅡ처억.
키티가 양팔을 교차해 X자를 만들었다.
시후랑 있을 땐 친근하게 안 대해준다 이거지.
“그래. 분명 보이드 프린세스랑 그런 약속을 했지… 그보다 너. 키티. 내 집에도 마음대로 막 나타날 수 있는 거구나?”
“응. 그럴 수 있어.”
“이거 참.”
고개를 젓는 시후.
“나가려고 했는데 하필 오늘이네. 근철아. 거긴 다음에 가자.”
“그러자고.”
“아무튼. 이거 그거지? 근철이 네가 보프 심부름하면서 한 번씩 이계에 갔다고 하는 그거.”
“어. 그거 맞어. 일단 전투 준비해라.”
“응.”
이거 간만에 또 싸우겠구만.
“하. 키티 요 녀석 이거. 갑자기 나타나서 일이나 시키고 말이야.”
“미안해, 근철이 오빠.”
키티가 무표정한 얼굴로 영혼 없이 사과했다. 당장 들어 올리고 싶지만, 그래도 시후 앞이니까 오늘은 체면을 좀 봐주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