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Kidding, I’m an Extra RAW novel - Chapter (340)
EP.384 보프의 심부름 # 2
“그럼 근철이 오빠. 평소처럼 부탁할게.”
ㅡ지이잉.
게이트를 하나 더 만들어낸 키티가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아무래도 오늘은 같이 안 가고 나랑 시후 둘이서만 보낼 모양이지.
그래도 위험한 곳에 가는 만큼 키티도 같이 가줬으면 좋겠는데. 근데 키티 저거 이상하게 시후를 크게 경계하는 듯한 모양새다.
“야. 갔다. 시후야. 나와라.”
“응.”
계속 내 뒤에서 투명 장막을 뒤집어쓰고 있던 시후가 걸어 나왔다. 갑자기 나타나서 시후가 나갈 짬이 없었다. 그도 그럴게 지금 남장을 안 한 상태니까.
“아, 그런데 잠깐?!”
“왜.”
“근철아…! 나 혹시 여자인 거 들킨 거 아냐?!”
깜짝 놀라 소리치는 시후.
“흠.”
그건 모를 일이다.
지금이야 뭐 내 뒤에 숨어서 투명 장막으로 몸을 가리고 있었지만, 애초에 키티는 시후네 집으로도 텔레포트할 수 있는 능력자다. 게다가 저 투명화 아이템도 보프가 준 거니까.
키티가 꿰뚫어 봤어도 이상할 건 없다.
“그건 모르겠네.”
그래도 아직은 이시후 오빠라고 부르는 중이다… 뭐가 됐든 시후를 존중하는 건가? 아니면 단순한 페이크?
“너무 신경 쓰지 마라. 애초에 게이트도 맘대로 여는 놈인데. 어쩌면 진작에 알아챘을지도 몰라.”
“으으, 내 중요한 비밀인데.”
시후가 자기 어깨를 끌어안으면서 앓는 소리를 냈다.
그만큼 중요한 일이긴 하니까.
“근데 어째 사람한테 들키는 것보단 낫다는 생각이 드냐.”
“그건 그러네… 하아. 정말 어째야 할지 모르겠네. 보이드 프린세스가 내 비밀을 알아낸다면, 그걸 악용할 수도 있을 텐데.”
그것도 그렇긴 하다.
“뭐, 지금 생각할 건 아니지. 아무튼. 게이트 만들어 줬으니까 빨리 준비해서 가자.”
“뭘 하면 돼?”
“나한테 평소처럼 부탁한다는 거보면 항상 하던 거랑 똑같애. 가서 탐색하고. 싸우고. 파편을 찾으면 끝이야.”
이번엔 그 파편이 나타나는 장소로 데려다주는 게 아니라 직통으로 게이트를 열어주긴 했지만, 할 일 자체는 똑같을 거다.
가서 파편을 탐색해서 회수하는 것.
근데 파편이 나타나는 곳으로 이동하지 않는 걸 보면… 그건가? 저번에 있었던 대규모 침공. 그 영향을 받은 걸지도 모른다.
뭐가 됐든 직접 들어가서 확인해볼 문제다.
“심플하네. 싸우는 거라면 또 내가 전문이지. 이거 피가 끓어오르는걸?”
시후가 의욕을 내비쳤다.
“흐흐흐, 딱 좋구만. 그럼 시후야. 준비해라. 가게.”
“응. 근데 근철이 넌?”
“나야 뭐.”
언더아머는 항상 입고 있고. 초인용 전투화도 항상 신고 다닌다. 거기에 무기까지 챙겼으니 완벽하다.
“다 됐는데 식량이랑 구급상자가 없네.”
“아, 그건 나한테 맡겨. 집에 있으니까.”
“역시.”
시후도 초인전사인 만큼 집안에 그런 물품들은 다 보관하고 있는 중이다. 뭐 그리 배낭에 짐을 넣은 시후가 말했다.
“그럼 근철아? 나 옷 좀 갈아입을게?”
“그래라. 저기 들어가 있으면 되냐?”
“그렇게 해줘.”
시후 옷장은 거실에 있다. 더불어 침대도. 아니, 근데 보통 침대랑 옷장은 방안에 두지 않냐?
시후는 집에 하나 있는 방을 침실로 쓰지 않고 다용도실로 쓰는 상태였다. 일단 거기 들어가서 기다렸다.
“근철아. 나 다 입었어.”
“어.”
다 입었다길래 나갔는데.
“음?”
처음 보는 옷이다.
“뭐야 그 장비는? 아니, 그보다 갑빠는?”
문제는 시후가 평소에 착용하는 갑빠를 착용하지 않아 가슴이 봉긋하게 솟아있었다는 사실이었다.
시후는 지금 푸른 셔츠에 하네스를 두르고 그 위에 검은색 가죽 자켓을 입은 상태였다. 바지도 무릎에 보호대가 달린 거고, 신발 역시 전투화다.
지금까지 보던 복장과는 확연히 다른 장비다. 마치 스타일 좋은 여성 영웅이 입을 법한 코디.
“이거 괜찮지? 성능 괜찮길래 샀어.”
“아니 뭐 스타일이야 좋은데.”
“정말?!”
스타일 좋다는 소리에 시후가 크게 기뻐하면서 되물었다.
이 녀석 패션쇼하고 싶어했지.
“흐흫, 역시. 내 코디 능력도 괜찮은가 보네.”
“그래. 니 코디력 좋다 임마. 아무튼. 그거 갑빠는? 안 차도 돼?”
“필요 없어.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나 이러는 게 더 편해.”
더 편하다고?
“봉인 해제라고 해야 할까? 가슴에 압박감이 없어서 더 빠르게 움직일 수 있거든. 싸울 거라면 이게 더 나아. 어차피 동네에서 싸우는 것도 아니고 우리 둘만 가는데. 편하게 가야지.”
역시 봉인을 해제하면 더 강해지는 거다!
“오오! 그때 내가 말한 이론인가!”
“큰 유방으로 원심력을 더한다는 그 이론? 좀 조용히 해, 근철아! 그거 성희롱이야!”
“뭔 또 성희롱이래!”
“내가 거유라고 자꾸 놀리잖아…!”
지가 야한 옷 입고 검사받으려고 하는 게 더 희롱이다!
“알았어! 이론 설파 안 할게! 그럼 준비된 거지?”
“응. 마지막으로 배낭에 소모품 좀 챙기면 끝이야.”
시후가 검을 잡으면서 말했다. 솔직히 아주 믿음직스럽다. 시후가 평소 하는 행동이 좀 그렇긴 해도 믿음직한 전사인 건 사실이니까.
싸우러 가는 거라 긴장되지만 시후가 있다면 걱정 없이.
“이건 내가 챙기마.”
소모품을 정리해둔 배낭을 착용했다.
“가자, 근철아. 아. 혹시 모르니까 손잡고 들어가자.”
“그래.”
“후우… 그래도 좀 떨리네. 근철이 너랑 둘이서 이계로 간다니. 적들이 강하면 좀 곤란할 것 같아.”
“우리 실력이면 충분해 임마. 설마 보프가 사지로 보내겠냐?”
“그런가아.”
할 수 있는 심부름이니까 시킨 거다.
“아, 그런데 시간은 어쩌지? 길게 끌면 내일 학교 가는 데 문제 생길 텐데.”
“흠… 그건 가서 확인하자고. 지금 중요한 건 이거니까.”
“좋아.”
시후가 내게 손을 내밀었고.
ㅡ꽈악.
나는 그 손을 꽉 잡았다.
그대로 게이트를 향해 점프.
ㅡ화아악!
빛무리가 우리를 감싼다.
*
*
*
ㅡ투욱.
자연스럽게 중심을 잡으면서 착지한다. 성공적인 착지 후 나는 시후랑 얼굴을 마주 보면서 웃었다.
“아, 새끼. 안 넘어지네.”
“고작 이런 걸로 넘어지겠어?”
씨익 웃은 시후가 내 손을 놨다.
“아무튼. 여기가 그 이계라는 곳인가 보네. 여기 어딘지 알아?”
“흠.”
바로 주변을 살폈다.
“몰라. 처음 보는데.”
“그래?”
아는 곳인가 싶었지만, 모르는 곳이다. 완전히 처음 보는 풍경이니까. 우리가 선 곳은 약간 정글 속에 있는 폐허 비슷한 곳이었는데, 살짝 어두운 암청색 하늘에는 오로라 비슷한 게 엄청나게 많이 걸려 있었다.
이건 좀 예쁜데 지금 중요한 건 아니다.
일단 이 주변에 있는 오래된 건물들.
이건 문명의 흔적이다.
그러나 인간의 것은 아니지. 인간의 건축 센스와는 완전히 다른 이종족의 손길로 만들어진 인공물들이다.
괴인에게도 문명은 있는 법.
“괴인들이 살던 곳인 것 같아. 근철아.”
“내 생각도 그래.”
시후도 바로 판단했다.
“일단은 방치된 곳 같으니까. 주변에 괴인이 있을 것 같진 않아. 있다면 야생 괴수겠지. 그러니까 일단 저기. 저 높은 건물로 올라가서 주변을 살펴보자.”
과연 전투에 익숙한 시후가 조목조목 말하면서 계획을 세웠다. 역시 믿음직스럽다니까.
“아주 그냥 지휘관이여, 지휘관.”
“뭐어. 당연한 일 아니겠어? 그리고 근철아. 여기 온 이상 일이 잘못될 경우도 생각해야 해.”
잘못될 경우라.
“최악의 경우 작전이 길어져서 근철이 너랑 나랑 여기서 둘이 살아야 할 수도 있으니까.”
“그쯤 되면 키티가 오지 싶은데.”
“모를 일이잖아?”
“그것도 그렇지. 그럼 가볼까?”
“응.”
바로 칼을 뽑아 들고 행군을 시작했다. 목표는 저 언덕 위에 있는 반쯤 부서진 탑이다. 저기 올라가서 주변을 감제하면 뭐든 나오겠지.
“…”
발소리를 죽이고 은밀하게. 하지만 적절한 속도로 이동을 실시한다. 가는 내내 주변을 경계했지만 딱히 뭐가 있진 않았다.
ㅡ부우웅.
마주친 것은 날아댕기는 작디 작은 이계종뿐이다.
“생태계는 살아있는 것 같은데. 시후야. 괴수랑 마주칠 확률은 높을 거다.”
“응. 일단은 괴인보다는 괴수가 더 많아 보여.”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탑에 도착했다. 문은 닫혀 있었지만 애초에 반파된 상태다.
ㅡ파앗!
시후랑 같이 벽면을 딛고 위로 점프하면서 내부로 들어갔다.
“오.”
근데 뭐 별거 없다. 이상한 느낌의 가구들이 있다는 걸 빼면 의미 없는 정보는 없다. 가구들도 괴인들이나 쓸 법한 묘하게 어정쩡한 것들 뿐이고.
“근철아. 저길 봐.”
“괴수?”
시후의 말대로 하늘을 보니 익룡 같은 게 날아다니고 있다.
“E 랭크 괴수 카라맛이야. 아무래도 이 행성이 고향인가 봐.”
“카라맛이랑 연관된 괴인종 뭐 있지?”
“글쎄… 그 부분은 잘.”
괴인에 대한 정보는 많이 없다.
아무튼.
더 높이 올라가서 몸을 숨기고 주변을 감제했다. 그렇게 확인하니 내 기준 동쪽 방향에서 뭔가가 보였다.
“야, 시후야. 저거 뭔가 도시 같은데.”
“무너진 도시… 저것도 폐허같아. 그런데 규모가 좀 커 보여.”
옆에 붙은 시후가 말했다.
“저기로 가야 할까? 근철아. 뭐 안 느껴져?”
“뭘?”
“감 같은 거 없어? 이런 일 여러 번 했다매?”
상태창에 대한 걸 생각해봤지만 지금은 딱히 떠오르는 게 없다.
“잘 모르겠는데. 일단은 저기로 가보자. 규모가 큰 만큼 뭔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럴까.”
목적지가 정해졌다.
우리는 주변을 더 감제하면서 지형을 외운 뒤에 탑 아래로 내려갔다. 그나저나 폐허라니. 저번에 갔던 그곳이 생각나는걸.
*
*
*
“근데 뭔가 산책 나온 듯한 기분이네.”
가고 있으니 시후가 그런 말을 꺼냈다.
“전투 산책이냐?”
“무슨 전투 산책이래. 그냥. 뭐 적도 없고. 신기한 산길이잖아. 구경하는 맛이 있어.”
이계 풍경이 좀 신기하긴 하지.
“너무 즐기진 마라. 뭐 나올지 모르니까.”
“응.”
“도착했다. 이제 인기척 좀 줄이자고.”
폐허에 도착했다.
온갖 이계의 식물로 뒤덮인 폐허. 정글 속에 방치된 앙코르와트가 이러했을까?
인기척을 줄인 뒤에 은밀하게 폐허 내부로 침입했다. 애초에 성벽 같은 것도 다 무너진 상태라 뛸 것도 없다.
ㅡ…
그렇게 소리를 죽인 채 걷고 있으니 내 시야에 무언가 포착되었다.
괴인이다. 그것도 푸른 피부와 단안을 지닌 녀석. 마치 엘프같은 긴 귀가 인상적이다. 게다가 패션에 대해 좀 아는지 옷도 입고 있군.
녀석이 벽에 등을 기댄 채 앉아 있는 상태다.
ㅡ스윽.
자연스럽게 시후의 손목을 잡아끌고 벽 뒤에 엄폐했다.
“뭐 찾았어?”
낮게 속삭이는 시후.
“괴인이야. 뭐였더라? 눈깔 하나인 퍼랭이.”
“아… 쿠솔족이었던가. 냉병기를 다루는 놈들이야.”
쿠솔족이고 나발이고 우리의 첫 번째 희생자가 되겠는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