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Kidding, I’m an Extra RAW novel - Chapter (360)
EP.404 그레고르 잠자 # 8
“정신 차렸냐?”
“어… 뭐. 차린 것 같은데.”
“그으래?”
그제서야 유리가 날 풀어줬다. 그리곤 조심스럽게 내 얼굴을 확인했는데, 살포시 웃고는 내 볼을 지 손바닥으로 툭툭 쳤다.
“새끼. 표정 풀렸네. 이 어리광쟁이 새끼 같으니라고.”
“누가 어리광쟁이라고.”
“그럼 나한테 안겨서 질질 짜고 있는데 어리광쟁이가 아니라고?”
질질 짜?
“이거 봐, 새끼야. 내 가슴 다 젖은 거.”
“아닛!”
보니까 유리의 가슴 부분이 젖어있는 상태였다!
“이크!”
황급하게 내 얼굴을 만지니 과연. 눈물이 흘러내린 상태였다. 사나이 김근철. 마음이 너무 여린 나머지 눈물을 흘리고 말았구나…!
“가슴 축축하잖아, 이 시발새끼야.”
“아니… 지가 안아놓고 왜 내 탓을 해.”
“크크크, 말을 말아야지. 아무튼 나가자.”
“아.”
유리가 내 손목을 잡아끌었다. 그렇게 끌려 나가면서도 이불에 덮인 사망자가 신경이 쓰였다. 평범한 사람이 이런 사고로 죽다니 있어선 안 될 일이다.
적어도 지금은.
“보지 마. 그거.”
“안 보고 있어.”
“이 마음 여린 새끼.”
“내 마음이 좀 섬세하긴 해.”
“섬세 이 지랄.”
아무튼 문밖으로 나왔다.
“뭐, 어쩔 수 없는 일도 있는 거다.”
나가니 유리가 내게서 등을 돌린 채 조용한 어조로 말하기 시작했다.
“원래 그래. 교통사고 사망자가 매일 나오는 것처럼 괴수 습격으로 죽는 사람도 매일 나와. 그러니까, 뭐… 마음 잘 추슬러라.”
나를 위로해주기 위해 하는 말. 하여간. 생긴 거랑 달리 섬세하다니까. 뭐가 됐든 나 신경 써 주는 유리의 저 마음이 정말 기쁘기 그지없다.
“…”
옛 기억이 떠오를락 말락 한다. 이미 파편 버프는 사라진 지 오래지만 그 부작용 때문인지 머릿속이 혼잡하다.
이게 무슨 감정일까.
“후우! 그래! 추슬러야지!”
좆까고 일단 회복!
“그래. 닌 그러는 게 어울려. 새끼가 무슨 죽일듯한 표정이나 짓고 있고…”
내가 무슨 표정을 지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깐 생각할 거리가 많아서 그랬던 거였다.
“뭔 표정인진 잘 모르겠네. 그냥 뭐. 순간적으로 빡치고 조금 그래가지고. 아, 근데 사실 지금도 마음이 편치는 않어.”
“희생자 시신 목격한 건데 편할 리가 있나. 아무튼 기록해두고 좀 있다 보고하자.”
“그래.”
ㅡ슥슥.
주소를 적고 있으니 레오나랑 시후가 왔다.
“다행히 생존자분들이 많, 으음? 김근철이?”
“뭐야. 무슨 일 있었어?”
애들이 오자 유리가 자크를 올려 내 눈물로 젖은 가슴부위를 가린다. 그리고는 조금 가라앉은 눈빛으로 문을 가리켰다.
“김근철이가 확인한 곳에, 그. 있었어. 희생자가.”
“그런!”
“아!”
레오나랑 시후가 깜짝 놀라 입을 가린다.
“그런 안타까운 일이… 크윽, 정말 화가 나네요! 죄 없는 민간인 분이 희생당하다니…!”
“용서 못해!”
둘 다 분노와 안타까움을 동시에 느끼는 중이다. 방금 나도 저런 감정을 느꼈던 거겠지.
“김근철이. 괜찮나요?”
“뭐가.”
“그런 희생자를 직접 본다면, 아무리 초인이라고 해도 정신적인 충격을 받기 마련이에요. 그러고 보니 표정이 좀 가라앉은 듯한데… 괜찮은 거 맞나요?”
레오나가 양손으로 내 얼굴을 잡으면서 말했다.
“괜찮아. 나도 아깐 좀 그랬는데, 지금 마음 가라앉혔어.”
“그런가요… 그래도 충격이 남았을지도 몰라요. 사태 끝나면 같이 쉬도록 하죠.”
“그래야지. 아무튼. 나도 마음 단단히 먹었다. 빨리 더 수색하자.”
“그러죠.”
일단은 수색이 먼저다.
“근철아.”
다시 올라가려고 하니 시후가 말했다.
“정말 괜찮은 거 맞아?”
상당히 걱정스러운 얼굴이다.
“내가 언제 안 괜찮은 거 봤냐? 올라가 임마. 회복했으니까.”
“그래도 걱정되는데… 알았어.”
“흐흐흐, 그래.”
이제 멀쩡하다.
“야.”
그때 유리가 슥 다가와서 내게 귓속말을 했다.
“왜.”
“그리워지면 또 와라?”
“뭐, 뭘?”
“젖.”
“아니 시발! 뭐라는겨!”
“크크크! 농담이야, 이 새끼야. 소리치는 거 보니까 기분 좀 풀린 것 같네!”
그리 말한 유리가 휙 올라가 버렸다!
저 녀석이 진짜!
*
*
*
밤새도록 작업이 진행되었고, 아침이 되었다.
우리는 생존자와 희생자들을 다수 수습했다.
밤 동안 군인이며 영웅들이 열심히 수습을 한 덕에 잔여 괴수도 다 소탕되었고 지역에 있는 민간인들도 전부 구조되었다. 그걸로 우리가 할 일은 끝났다.
“후배들 고생했어! 너희들은 가서 쉬어라! 나머진 너네 어른되고 와서 해!”
“네!”
선배 영웅이 그리 전파한 즉시 우리들은 현상에서 벗어났다.
“하아. 이제 숨 좀 돌릴 수 있겠네요. 밤새도록 고생 직싸게 했군요.”
“그러게 말이다. 오늘 원래 돈까스 먹기로 한 거 아니었냐?”
“그러니까요. 근데 짬뽕 먹는 걸로 바뀌었답니다.”
“야! 무슨 소리야!”
레오나의 말에 유리가 학을 떼면서 소리친다… 아니, 그보다 젖이라니. 시후가 말할 땐 잘 몰랐는데 유리가 말하니까 파괴력이 너무 강해.
“아하하… 짬뽕은 좀 곤란할 것 같은데. 일단 상황 끝났으니까. 돌아가서 씻고 다시 모일까?”
시후가 그런 말을 꺼냈다.
“그거 좋지. 그렇게 하자.”
“네. 그렇게 해요.”
“설마 또 모이다가 무슨 일 생기는 건 아니겠지.”
“유리야. 무서운 말 하지 마라.”
그걸로 결정이다.
바로 사방으로 흩어졌다. 간밤 동안 열심히 호흡을 맞췄으나, 떠날 땐 아주 쿨한 법이다.
뭐 그렇게 집으로 돌아와서 씻었다.
ㅡ솨아아.
근데 시발.
이거 물 맞고 있으니까 존나 걱정되는데.
친구들에게 말하는 건 문제가 없다.
내 친구들은 다 소울 파트너니까.
그런데 이번일.
함씨에겐 뭐라고 설명하지?
특작부다.
분명 내가 결계를 부쉈다는 걸 인지했을 거고, 그 방법을 물어볼 것이 분명하다.
“시발.”
내가 지닌 이 혈기.
이것은 보프에게 수여 받은 이계의 힘이다. 이 특이한 힘으로 결계를 부쉈다고 설명하면 여러 가지로 의심을 사게 될 텐데, 마찬가지로 마력으로 깼다고 하면 안 믿을 게 분명하고.
뭐가 됐든 나는 수상한 녀석이 된 것이다.
조사를 하려고 할 수도 있지.
개인적으로 류나랑 좀 아는 사이긴 하지만,이런 상황 앞에 그런 친분은 무의미하다고 생각된다. 호랑이들도 오줌 지린다는 특작부가 괜히 특작부겠는가?
“흠.”
씻으면서 계속 고민했다.
그러던 도중 문득 옛날 일이 떠올랐다. 분명 보프가 그런 말을 하지 않았었나? 이런 침공이 가속화되면 나처럼 혈기를 다루게 되는 사람들이 생길 거라고?
분명 그랬다.
나는 일종의 선두주자 같은 것이다. 남들보다 빠르게 혈기를 획득한 사람. 어쩌면 나 말고도 혈기를 다루는 사람들이 다수 나타난 상황일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이건 그렇게 말하면 될 것 같은데.
“아오.”
그래, 정했다.
일단 이걸로 밀고 가자.
ㅡ스윽.
다 씻고 나와서 휴대폰을 확인했다.
친구들이랑 교관님에게서 온 문자. 이사장님에게서 온 문자도 있다. 다들 어떤 상황이냐고 물어보고 있다.
근데 다행인지는 모르겠는데 함씨나 류나에게 온 메세지는 없었다… 다행인거 맞나? 갑자기 양복쟁이들이 슥 찾아와서 나 잡아가는 거 아냐?
아무튼.
ㅡ탁탁탁.
안부를 물어온 사람들에게 어제 간밤 동안 괴수를 소탕했고 지금 쉬기 위해 들어왔다고 메세지를 남긴 뒤에 옷을 갈아입었다.
그리고 약속 장소로 직행.
“오, 김근철이. 이빠로 왔네?”
가니까 모자를 눌러쓴 유리가 벽에 등을 기대고 왼쪽 발을 벽에 댄 채 주머니에 손을 넣은 상태로 풍선껌을 불고 있었다.
“엄마 쭈쭈가 그리워졌어?”
“야 이!”
근데 이 녀석이!
“크크크.”
유리가 능글맞게 웃으면서 양손으로 자기 가슴을 주물러 대는 시늉을 했다!
이게 진짜 무슨 짓을 하는 거냐!
“야 임마! 다 큰 여자애가 정숙하지 못하게 뭐 하는겨!”
“정숙 이 지랄. 그런 놈이 내 가슴에 얼굴 박고 질질 짜냐?”
좆됐다.
유리 이 새끼 이거 계속 우려먹을 삘이다.
“아오. 니가 해놓고, 어? 그러면 쓰겠어? 유리야. 내 가오 좀 봐줘.”
“허어? 이 새끼 봐라?”
“뭐?”
유리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이 누나가, 어? 우리 마음 여린 김근철이가 충격받은 것 같아서. 어? 일부러 신경 써서 진정시켜주려고 꼬옥 안아줬더니만 감히 큰 소리를 쳐?”
“어? 아니, 그게…!”
그런가?
아니!
그렇다!
유리는 순전히 좋은 마음으로 충격에 빠진 날 위해서 자신의 품을 빌려준 것이다! 그런데 나란 새끼는 거기에 대고 큰 소리를…!
지금 이렇게 짓궂은 농담을 하는 것도 내가 어색해할까 봐 잘 풀려고 장난치는 게 분명한데 너무 날카롭게 반응해버렸어!
“아, 미안해! 유리야! 부끄러워서 그랬어! 제발 용서해줘!”
“이걸 용서해? 말아? 남의 가슴까지 빌려놓고 큰 소리를 치는 이 씹새끼를 용서하냐고오.”
“용서해주세요, 제발!”
유리에게 뭐라고 할 수가 없다!
“흐음… 어쩔까.”
팔짱을 낀 유리가 고민을 하기 시작한다.
나는 유리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상인처럼 탐욕적으로 양손을 모으고 미소를 지어 보이면서 열심히 손을 주물렀다.
“아! 어쩔까! 김근철이 이 새끼를 어쩔까!”
“처분만을 기다리겠습니다!”
“좋아. 그거 킵해두겠어. 잘 생각해두라고. 김근철이.”
“허어.”
그리 말한 유리가 엄지손가락으로 저편을 가리켰다. 보니까 레오나의 차가 오는 중이다.
“김근철이! 우유리! 이시후 데리고 왔어요!”
“됐다. 레오나! 뭣 좀 먹으러 가자! 배고파 죽겠다!”
“네!”
뭣 좀 먹으면서 이야기하면 되겠지.
덤으로 오늘 있었던 일도 설명해줘야 하고.
“음, 저기. 김근철이?”
그렇게 차에 탑승하니 레오나가 작게 날 불렀다.
“왜?”
“아까 그거. 이야기해줄 건가요?”
“해줘야지. 궁금할 거 아냐?”
“네… 알겠어요.”
살짝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레오나.
별일 아니다.
*
*
*
빌런들의 시체가 정렬된 어두운 공간.
ㅡ또각또각.
하늘색 머리칼을 지닌 여인이 하이힐 소리를 내면서 그곳을 걷는다.
ㅡ촤락.
그녀의 손에 들린 문서가 넘어간다.
이윽고 자리에 멈춰선 여인이.
“우리 귀여운 근철이.”
작게 읊조렸다.
“이상한 일에 많이 휘말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