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Kidding, I’m an Extra RAW novel - Chapter (362)
EP.406 빌런 선언문 # 2
“아이고, 네! 얘들아! 핸드폰 내려놔라!”
즉시 교관님의 명령에 따라 핸드폰을 내려놓게 했다.
“어, 어어!”
“어!”
“그래!”
당황한 애들이 빠르게 폰을 내려놓는다.
“교관님! 다 내려놨어요!”
빠른 보고!
동시에 깜짝 놀란 우리들의 시선이 교관님을 향한다.
“…”
교관님은 잠시 말없이 우리쪽을 바라보더니.
“하아.”
숨을 내쉬었다.
“잘했다. 잠깐 기다려라. 빌런들의 되도 않는 헛소리를 보고 있을 필요는 없지. 사태가 진정되고 나면 알려줄 테니 섣불리 보지 말도록 해라.”
“아, 예. 그런 겁니까.”
말을 듣고 나니 그제서야 긴장이 풀리면서 이해가 되었다. 생각해보니 이건 테러범들의 수장이 범행 성명을 내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딱히 보지 말아야 할 이유는 없는 것 같지만, 학교인 만큼 일단은 보지 말라고 해두는 것이겠지.
“자리에 착석해라.”
“네!”
“얘들아! 착석하자!”
ㅡ우루루.
문민 주변에 벌떼같이 모여있던 애들이 바로 자리로 돌아가 앉기 시작한다.
“아.”
근데 순간 문민이 아쉽다는 듯이 숨을 내쉬면서 주변을 돌아봤다. 저 녀석. 잠깐이라도 무리의 중심이 된 게 기뻤나 보구나.
그 기회를 빼앗은 교관님은 대체…!
정말 나이스한 분이시다!
아무튼.
ㅡ터억.
교탁으로 와서 선 교관님이 핸드폰을 잡아 들고는 말없이 화면을 보기 시작한다.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나는 교관님을 불렀다.
“그런데 교관님.”
“김근철이.”
“이거 혹시 무슨 일입니까? 그제 일어난 사건이랑 관계가 있는 겁니까?”
“흐음… 그게 말이지. 그러고 보니 김근철이를 포함해서 너희들. 현장에서 직접 싸웠다고 들었다.”
교관님이 심상치 않은 눈빛으로 우릴 보면서 말한다.
“그랬지요. 거기 빌런도 나타나고 그랬습니다.”
“빌런까지 나타날 정도로 위험한 곳이었는데 겁 없이 싸우고 있다니. 사실 오늘 그걸로 한 소리 할 생각이었다. 늘 말하듯, 너희는 아직 1학년이니까.”
그 소리 하도 들어서 귀에 딱지가 앉을 지경이다.
“괜찮습니다. 제가 누굽니까? 부회장 김근철이 아닙니까. 실제로 활약도 했다고요.”
“그런 문제가 아니다만.”
“알고 있습니다. 위험한 일이었죠. 하지만 그런 상황을 딱 마주쳤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겠습니까.”
“…그도 그렇군.”
고개를 끄덕이는 교관님.
“잘했다. 그리고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다.”
“몸조심은 항상 하고 있습니다.”
“그래.”
교관님은 잠시 입을 닫더니 휴대폰을 주머니에 집어 놓고 다시 말했다.
“이거 참. 올해 들어서 정말 온갖 사건이 터지는군. 너희처럼 실전 경험이 풍부한 1학년은 없을 것이다. 수상하게도 실전이 자주 일어나고 있어.”
그거야 뭐.
그런 시대이지 않은가.
“방금 그건 빌런 단체에서 범행 성명을 발표한 것이다. 요즘 세상에 전파납치라니. 전 세계를 상대로 도발이라도 할 생각인가 보군.”
“그, 교관님. 궁금한데 한번 보면 안 됩니까?”
“기다려라. 일단 전부 확인하고 알려줄 테니. 괜히 이상한 정보에 노출되어서 감정조종이라도 당하면 곤란해.”
그럴 수도 있겠다.
뭐 그렇게 교관님의 말에 따라 얌전히 기다리고 있으니 안 왔던 애들이 하나둘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근데 다들 놀라서는 범행 성명에 대해서 말하기 시작하는데, 교관님은 그럴 때마다 애들을 조용히 시키곤 가만히 있으라고 했다.
그러던 교관님이 핸드폰을 확인하더니 돌연 티비를 틀었다.
“티비를 틀라고 하는군. 모두 주목해라.”
ㅡ촤락.
티비가 켜지고, 채널이 옮겨진다. 보니까 무슨 장관이 회견장에 선 채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거 아무래도 빌런 성명을 듣고 장관이 빠르게 움직인 듯 한데.
“아니, 저 씹새끼가?”
“어? 교관님?”
근데 갑자기 교관님이 티비를 보면서 욕을 하는 것이 아닌가!
방금 뭐라고?!
씹새끼? 교관님이 좀 무서운 면이 있는 분이긴 해도 저런 쌍욕을 쓰는 모습을 본 적은 없는데!
“교관님?! 방금 뭐라고 하셨어요?!”
“어, 어어? 아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명백히 당황한 교관님이 구라를 치면서 내 시선을 피했다.
“아니, 그러셨어요! 방금 뭐라고 하셨잖아요! 얘들아! 들었지!”
“어, 어! 들었어!”
“방금 분명 무언가 비속어 같은 말을…!”
“오우…! 테러블! 텐 베이비라고 하셨습니다!”
내가 들은 게 확실하군!
“대체 무슨 말을 하신 겁니까! 교관님!”
“조용히 하고 티비를 봐라! 정부에서 발표를 하고 있는 중이다!”
“아, 네.”
호통 한방에 깨갱.
[아, 아.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훈장이 주렁주렁 달린 제복을 입은 장관은 살짝 후덕한 느낌에 흰머리를 올백으로 넘긴 중년인이었다. 상당히 강인한 인상이었고, 왼쪽 눈에 칼자국이 있었으며, 그 탓에 기계로 된 의안을 부착하고 있었다.
거기에 오른손 역시 메탈 의수로 되어 있어서 제법 간지가 났다. 뭐랄까. 행정 공무원의 정점에 오른 사람이라기보단 전투에 이골이 난 전사 같은 느낌의 장관이다.
[오늘 오전. 웬 버러지 같은 빌런 녀석들이 전파납치를 하여 기괴한 범행 성명 방송을 한 것을 알고 계실 겁니다.]뭐 버러지?
이 새끼 장관이 공식 정부 방송에서 저런 말 써도 돼?
[통령군주께서는 이 사태에 고강도의 분노를 표출하셨으며, 즉시 외국의 정상들과 회담하여 빌런들의 본거지에 핵 공격을 감행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내비치셨습니다.]핵 공격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현재는 대부분의 선진국이 전부 대 괴수용 핵폭탄을 운용하고 있는 상태였다. 도심지에 사용할 수는 없지만, 도시랑 멀리 떨어진 황무지나 이계화된 빈 땅에 고랭크 괴수가 강림했을 경우 핵폭탄을 발사해 처치하기도 한다.
A 랭크 괴수도 핵폭탄을 맞으면 증발하니까.
지금 그걸 빌런들한테 쏘겠다는 거다.
[빌런 나부랭이들은 결코 대한민국을 침략할 수 없을 것입니다!]주먹을 꽉 쥔 장관이 기계 의안에서 붉은 안광을 뿜으면서 소리친다.
[국민 여러분들은 안심하시되, 언제나 기관단총과 여분의 탄창. 그리고 비상식량을 휴대하도록 하십시오.]그리고 내려지는 무장 명령.
[내일부로 각 동사무소에서 가정당 900발씩 대괴수 탄을 지급할 예정이니 세대주 분들께선 빠른 시일 안에 동사무소에 방문하시어 총알을 챙겨가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대한민국 A 급 영웅들 전원 청와대로 집합. 이상 발표 끝.]발표가 끝난 순간.
“…”
교관님이 휴대폰을 귀에 대더니, 누군가와 통화를 하기 시작했다.
“나도 가면 되나?”
-이소라 준장… 자네는 올 필요가 없는데.
근데 이 목소리 방금 그 장관이랑 비슷한 것 같은데.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거지? 지금 집합 명령을 내리지 않았나?
-소라씨는 포함되지 않습니다.
“나는 가고 싶은데. 지금 가면 되나?”
-미안합니다. 진짜. 오지 말아주세요.
“…”
전화를 끊은 교관님이 숨을 내쉬었다.
“다들 정부 발표를 잘 들었겠지. 우리 대한민국은 이런 빌런 나부랭이의 도발에 결코 겁을 먹지 않는다. 그냥 때려 부술 뿐이지. 그러니 너희들도 안심하고 통제에 따르면 된다. 알겠나?”
“네, 네!”
“네!”
“알겠습니다!”
어쩐지 교관님이 더 무서워진 것 같다…!
*
*
*
그렇게 시간이 지난 후.
이소라 교관님이 유인물을 나눠주셨다. 거기에 적힌 건 이번 사태에 대한 분석과 설명이었다.
[새천년 구세승천교]범행 성명을 발표한 빌런 단체의 이름은 딱 봐도 사이비스러운 것이었다. 그런데 이 이름… 뭔가 걸리는 게 있는데.
“…”
그런가.
이 새끼들이 나타난 건가.
아무튼.
이 빌런단체는 다른 다양한 빌런단체와 연합한 것으로 보이며, 이번 테러 사태의 주범이라는 모양이다. 어찌된 일인지 괴수를 부리고 게이트를 사용할 수가 있다는 게 아주 위협적인 단체라는 모양.
“게이트 기술에 대한 것은 아직도 연구중이다. 그 어떤 나라도 구현하지 못했지. 그런데 이런 빌런 나부랭이들이 그걸 제대로 사용하고 있다니. 상당히 큰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심상치 않은 빌런 새끼들이 현재.
멸망한 중국 지대 어딘가에 자리를 잡았으며, 중국에서 제일 유명한 군벌이자 고위 각성자인 ‘관우’씨를 참살하고 그 주변을 먹어 치웠다는 모양이다.
“관공… 어째서 머리만.”
항상 술이 식기 전에 돌아와 줬던 관우씨는 제법 인지도가 높은 군벌 초인이다. 그런데 아무리 중국 지방이 개판이라고 해도 빌런 나부랭이에게 참살당하다니.
확실히 특별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최근 나타난 ‘콜로서스’란 이계의 구조물을 숭배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걸 이용해 승천을 한다, 뭐 그런 헛소리를 하고 있지. 하지만 확실한 것은 놈들이 그 이계의 구조물 속에 담긴 힘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교관님의 해설이 이어진다.
우리들은 그 설명을 진지하게 들었고, 계속해서 분석했다. 그러다 보니 쉬는 시간이 되었다. 교관님이 잠시 나간 사이에 우리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이 사태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아니, 이게 말이 돼?”
“진짜 병신들 아냐? 뭔 전 세계를 상대로 선전포고를.”
“그러니까. 애초에 초인군주들이 각 나라를 꽉 잡고 있는데.”
급우들이 빌런들의 어리석음에 대해서 말을 했다.
확실히 말이 되지 않는다.
현재 전 세계는 거의 다 군주제로 돌아가고 있는 중이다. 가장 강력한 초인들이 최고 권력자가 된 지 수십 년이 넘었으며, 그리 국가를 통치하면서 힘을 쌓아왔다.
초인.
무기.
정보.
최강의 초인군주가 그 모든 것들을 자의로 휘두를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이다. 그런 만큼 한낱 빌런 연합 따위가 깝칠 수 있을 리가 없다.
초인군주들은 호구가 아니며, 이런 테러범들을 언제든지 잡아 죽일 준비가 되어 있다.
이 사이비 빌런들의 선전포고는 정말로 바보 같은 짓이었다. 아무리 이계의 힘을 이용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을 텐데 말이다.
“…”
이성적으로는 그리 생각하고 있지만, 역시 나는 안심할 수가 없다. 분명 뭔가가 있다. 전 세계를 뒤집어엎을 만한 무언가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외국 귀족인 제 의견을 밝히자면, 미스터 도미네이터즈의 군주들도 이런 일을 절대로 용납하지 않는답니다.”
“오오!”
레오나가 자랑스럽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런 반국가 세력 따위 언제든지 박살낼 준비가 되어 있죠. 그동안 그런 종류의 토벌도 많이 했구요. 빌런 따위가 테러 준비를 했다고 해도 결코 국가를 무너뜨릴 순 없어요.”
맞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