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Kidding, I’m an Extra RAW novel - Chapter (395)
EP.439 켄즈 데이 # 2
“그래서 이번 주말엔 수업 준비해야 할 거 같다.”
“호오, 그래?”
내 말에 유리가 팔짱을 끼면서 대답했다.
“그 법사반 박하율이가 스터디 모임을 계획했다 이 말이지.”
“바로 그거야. 흐흐흐, 워래 소심한 녀석이었는데 이제 적극적으로 변한 거지. 얼마나 좋냐.”
“소심했는데 적극적으로 변했다라.”
“이게 바로 부회장의 능력 아니겠냐? 막, 어? 나의 힘으로 소심한 녀석을 대범하게 만든 거라고.”
이것은 아주 큰 업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일종의 성취감이 느껴진달까. 선생님들이 제자가 커 가는 모습을 보면서 흡족해하는 게 바로 이런 마음일지도 모른다.
내 막가파적인 리더십으로 부정적인 성격을 긍정적으로 고친 거니까.
“나도 좀 대범하게 만들어주면 안 되냐?”
아니 얘가 뭔 소릴 하는 거야.
“닌 안 그래도 대범하잖아. 거기서 더 대범해지면 이시후된다.”
“근철아. 거기서 갑자기 내가 왜 나와?”
주먹을 쥐어 보이면서 말하고 있지만, 이건 너무 당연한 일이다.
“너의 복장을 생각해.”
“또 또 그거 가지고 말하지!”
“그럼 그거 가지고 말하지 임마.”
파멸적인 일상복 센스를 지닌 주제에 뭔 소릴 하고 있어.
“이시후 이 새끼 차림새가 대단하긴 하지.”
“유리 너까지…!”
“아무튼. 주말에 그 박하율이랑 논다 이거지?”
“공부한다니까 놀긴 뭘 놀아. 야. 학교 수업도 중요하다고.”
전투력을 상승시키는 데 있어 학교 수업보다 좋은 게 또 없다. 시가지에서 전문적인 장비를 사용하고 서포트 받으면서 싸우는 훈련을 하는 건데, 학교 아니면 이런 전투 훈련을 어디서 하겠냐?
“아앙? 그런 여자애랑 공부하는 거면 노는 거지 뭘. 이 새끼 좋겠다? 법사반 여자애랑 친해져서?”
“옆에 마오훈도 있다… 이상한 소리 좀 하지 마라, 마. 잘 공부해서 늬들한테도 알려줄게.”
“수상한데.”
대체 뭐가 수상한 건지 알 수가 없다.
“막 가슴 이런 애랑 같이 공부하는데, 어?”
근데 순간 유리가 손을 쫙 펴더니 자기 가슴에 대고는 가슴이 커지는 듯한 시늉을 하면서 개소리를 했다.
“이렇게, 이렇게? 어? 무슨 일이 있을 줄 알고?”
“아, 뭐라는겨!”
ㅡ탁탁.
그때 레오나가 정리한 문서를 세워 탁탁 쳤다.
“우유리 당신 이상한 소리 할래요? 아무튼 김근철이는 이번 주말에 그 박하율 마오훈과 함께 합반수업 예습을 하다는 것이로군요.”
“어. 그, 장비 써서 한다는데. 이미 법사반에서 서포터로 마음 굳힌 애들은 다 익혀뒀나 봐. 그거 가지고 공부하려고.”
“그렇군요.”
이런저런 장비가 많다.
“잘 하고 오세요. 역시 부회장답게 훌륭하네요. 친구가 예습하자는 것도 다 챙겨주고.”
“흐흐흐, 그렇지?”
엔젤 레오나의 칭찬은 언제나 날 춤추게 한다.
“정말 성실해요. 옆반 여자애가 같이 공부하자는 것도 다 봐주려고 하고. 김근철이 너무 성실하고 착해요.”
“크하하하! 그렇다니까!”
내가 이렇게 착하다!
“네. 기특해요. 정말.”
“머리 쓰다듬어주실?”
“이쪽으로.”
ㅡ슥슥.
자리를 옮기니 레오나가 착하다면서 내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그런데 왜 오늘따라 표정 변화가 없는 거 같지. 평소엔 웃으면서 칭찬해주는데 오늘은 무표정하다.
피곤해서 그런가.
“으음. 주말에 같이 놀고 싶었는데 말이야. 근철아. 그럼 일요일에는 다 같이 뭐 하고 놀까?”
“그러지 뭐. 근데 우리 어디 가서 뭐하냐?”
“그건 그때 가서 정하기로 하고, 뭐. 시간 됐다. 일어나자.”
유리가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말해 나도 일어났다.
“그래.”
자료 정리했으니 교관님 드리고 교실로 가면 되겠지.
확실히 점심시간에 학생회실에 모이는 게 좋긴 하다니까.
“하여간 김근철이 이 새끼…”
“왜?”
“아니.”
뭔가 말하려던 유리가 고개를 돌렸다.
얘가 오늘따라 왜 이러지.
“뭐냐? 일단 나 이거 교관님 드리고 온다?”
“그렇게 하세요.”
“근철아 빨리 갔다 와.”
“그래.”
레오나랑 유리랑 시후가 먼저 갔고, 나는 자료를 들고 교무실로 향했다.
어디 교관님이.
“어머, 이거 김근철이 아닌가요?”
그러는 당신은 카와르 교관님?
“안녕하세요. 카와르 교관님.”
이 사람은 얼굴 자체가 웃는 상이라서 항상 웃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니까. 아무튼 학기 초 사건 때문에 영 묘한 교관님이다.
“네네. 무슨 일로 왔죠? 이소라 교관님 찾아왔나요?”
“그렇죠.”
“지금 교직원 휴게실에 있을 것 같네요. 아! 이번에 또 합반수업 하는 거 알고 있죠! 김근철이의 리더십으로 우리애들을 잘 이끌어주길 바랄게요!”
“아니, 원래 그런 건 교관님이 해야 할 일 아닙니까?”
“다 같이 하면 좋은 거죠. 요즘 안도민이와 그 친구들도 성실해졌고. 김근철이에게 거는 기대가 크답니다. 후후후.”
이것이 바로 부회장의 리더십이다.
“흐흐흐, 뭐 제가 유능하긴 하죠. 그럼 들어가 보겠습니다.”
교무실에서 나와 교직원 휴게실로 향했다. 대충 위치는 알고 있는데 몇 층이었더라? 적당히 길을 찾아서 간 뒤에 문을 두들겼다.
ㅡ똑똑.
“계십니까?”
문은 안 잠겨있나?
ㅡ끼익.
바로 문을 열고 들어가니.
“어어?”
교관님이 소파에 누워서 자고 있었다. 드물게도 아주 프리한 모습이다. 옆으로 누워 있으신 거 보니까 아주 편해 보이는데.
“아, 죄송.”
문 앞에 자료를 두고 다시 나가려는 순간.
“으음?”
교관님이 눈을 뜨셨다…!
“아, 김근철이로군.”
아무렇지도 않게 상체를 일으켜 소파에 앉은 교관님이 손으로 눈을 쓸었다. 이거 화나진 않은 건가? 뭐라고 하는 말이 없네?
“아이고, 주무시는 데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됐다. 그거 책상에 올려놔라.”
“네!”
일단 자료를 상에 올렸다.
“아니, 진짜 여기서 주무실 줄 몰랐습니다. 갑자기 들어와서 죄송합니다. 제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요.”
어른 주무시고 계시는데 방해한 느낌이 들어 죄송스럽다.
“당황할 필요 없다, 김근철이. 자는 모습 좀 보였다고 화낼 일은 없으니까.”
“그렇습니까? 다행이네요. 그, 약간 잠자는 숲속의 공주인 줄 알았습니다. 교관님. 흐흐흐.”
“훗, 그놈의 농담은 끊이질 않는군… 하아.”
공주치곤 몹시 무섭다.
사실 장군인 듯.
근데 오늘따라 교관님이 많이 피곤해 보인다.
“아니, 근데 많이 피곤하십니까? 교관님이 그런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는 건 첨인데요.”
“딱히. 그런 건 아니다.”
교관님은 그리 말하면서도 소파 등받이에 등을 기대고는 손으로 미간을 주물러댔다.
아주 피곤한 사람만이 낼 수 있는 바이브.
“불면증이라도 있으신 거 아닙니까?”
“현대인에겐 있을 수밖에 없는 일이지… 이만 됐다. 잠은 깼으니까. 돌아가라.”
“넹.”
일단 돌아가라고 해서 바로 몸을 돌렸지만, 아무리 봐도 방금의 모습은 뭔가 좀 이상했다.
그 강력한 교관님께도 고민거리가 있는 걸까?
*
*
*
토요일 아침이 밝았다.
“하압!”
오늘은 마오박하 듀오와 함께 공부를 하러 가는 날. 빠르게 준비를 하고 나와 하율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야, 하율아. 나 지금 나왔는데. 걸로 간다?”
-으, 으응… 나 기다리고 있어…
“뭐?”
아니.
약속 시간에 맞춰서 갈려고 지금 나온 건데 먼저 나와 있다고?
“너무 빨리 나온 거 아니냐?”
-지, 집 가까워… 괜찮아…
“그래. 뭐 거기서 마오훈이랑 놀고 있어라.”
-그, 그런데 근철아… 지금 마오훈이…
“마오가 뭐?”
-연락을 안 받아…
뭐라고?
“이 새끼가!”
설마 당일날 잠수인가!
“잡으러 가자!”
-그, 그럴 건 없고… 일단 약속시간까지 기다리자…
“그래!”
일단 합류부터 먼저 해야겠구만.
“아놔, 이 마오훈 새끼.”
뭔가 안 나오려고 할 것 같더라. 하여간 이놈은 협조성이 거의 없는 게 문제다. 그동안 열심히 맞춰오긴 했지만 이럴 때가 나온단 말이지.
뭐 그렇게 하율이랑 합류하러 움직였다.
조금 외진 곳이라 차 타고 가야 할 것 같은데, 그냥 아침 운동 겸해서 뛰어갈까? 그거 좋은 생각이다. 훌륭한 영웅은 체력단련의 기회를 놓치지 않는 법.
“츠압!”
아침 댓바람부터 런닝을 시작했다.
ㅡ화아악!
불어오는 바람이 정말 기분 좋다. 이 상쾌한 기분 때문에 다들 조깅에 빠지는 거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뛰고 있는데.
“으음?”
저쪽에서 뭔가 아는 녀석이 보인 것 같았다. 그래서 발걸음을 멈추고 자세히 보니… 다름이 아니라 켄이었다.
“켄?”
그것도 일상복을 입고 있는 켄.
아니, 일상복이라고?
저 녀석 그때 만났을 땐 존나 일본 비주얼락 가수 같은 요란한 가죽 패션이었는데. 오늘은 왜 또 저런 평범한 차림이냐?
호기심이 생긴 나는 잠시 켄을 바라봤다.
근데 좀 이상하다. 놈은 지금 뭔가 경계를 하는 것처럼 불안정해 보였고, 아래를 보며 걷는가 하면 갑자기 주변을 두리번거리기까지 했다.
마치 누군가에게 쫓기기라도 하는 것처럼.
ㅡ끼익.
바로 그 순간.
무슨 승합차가 켄의 옆에 멈추더니.
ㅡ화악!
문이 열림과 동시에 뭔 떡대들이 나와 켄을 붙잡고는 카멜레온이 혀로 곤충 포획하는 것처럼 그대로 승합차 안으로 끌고 가 버렸다!
“아니, 씨발?! 이게 뭐야!”
ㅡ터억!
문이 닫힌 승합차가 출발한다.
ㅡ부웅!
켄을 태우고서!
“저, 저런 개씨발새끼들이 감히 내 앞에서 내 친구를 납치해애애앳!”
무슨 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감히 내 앞에서 이 지랄을 해 놓고 살아서 나갈 생각은 접어둬라, 이 개새끼들아!
“우오오오오오!”
ㅡ콰앙!
즉시 땅을 박차고 도로를 일직선으로 질주하면서 승합차를 추격했다!
“꺄아아아아악!”
“저, 저 사람 대체 뭐야아아앗!”
“도로를 달리고 있어! 도로를 달리고 있어어엇!”
“영웅인가! 그는 영웅인가!”
“너무 빨라! 저건 정상적인 속도가 아니야!”
“너무 빨라서 내 눈이 의심스럽다! 도저히 눈으로 움직임을 쫓을 수 없어! 눈이라는 것이 원래 이렇게 신뢰성이 없는 기관이었나!”
나를 본 사람들이 깜짝 놀라 소리쳤지만 지금 그걸 신경 쓸 때가 아니다. 승합차가 내 추격을 눈치챈 것인지 속도를 높이고 방향을 틀기 시작했으니까.
놓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