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Kidding, I’m an Extra RAW novel - Chapter (40)
EP.40 검술 연마 # 7
“어우, 졸려 죽겠다. 진짜.”
어제 열심히 해서 그런가? 이론 수업을 받고 있으니 졸음이 솔솔 몰려왔다.
이론 수업은 대부분이 대규모 게이트가 처음으로 열렸던 디멘션 워 이후의 역사와 각 세력 간의 전투력 및 알력 관계 등. 영웅이 필수적으로 알아야 할 것들을 총망라하여 진행된다.
외울 게 참 많단 말이지.
그럼에도 점심시간은 찾아오는 법이다.
“크으! 시후야! 밥무러 가자!”
“잠깐. 그 전에 오늘은 점심 수련이야.”
단호한 표정으로 말하는 시후.
“뭐랏! 밥 먹기 전에 수련이냐?”
“20분 정도만. 밥은 그 다음에 먹어도 되잖아?”
“흐흐흐, 그럼 뭐 그러자. 애초에 오늘은 매점으로 갈 생각이었으니까.”
“흐흫, 매점 좋네. 오늘은 돈갑내기야?”
“물론.”
그렇게 교실에 앉아있던 급우들이 하나둘씩 교실을 빠져나갔다. 이제 교실에 시후랑 나밖에 없군.
ㅡ처억.
바로 책상 옆에 세워뒀던 검을 뽑아 들고 시후가 알려뒀던 자세를 취했다.
“오올. 근철이. 어제보다 자세가 좋네?”
“방에서 계속 연습했으니까. 심지어 수련 효율을 높이기 위해 알몸으로 했거든.”
“뭐, 뭐어어엇?! 알몸?!”
“어. 어차피 혼자잖아.”
“무슨 상관인데!”
얼굴이 시뻘게진 시후가 소리를 질렀다. 이 녀석 이거 알몸수련의 효과를 잘 모르나 본데, 하고 나서 옷을 벗을 필요조차 없이 바로 씻으러 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근철아 제발…!”
“뭐, 그건 넘어가고. 다음 동작 취한다?”
“응. 해봐.”
바로 자세를 전환한다. 한발을 앞으로 내딛으면서 검을 위로 쳐들고 내려 베기를 시전.
ㅡ부웅!
마치 단두대처럼 경쾌하게 칼날이 떨어진다.
“좋아. 자세는 괜찮게 잡고 있어.”
“흐흐흐, 연습 많이 했지?”
“그래도 더 해야 돼.”
물론이다.
아무튼 나는 시후에게 자세 교정을 받으면서 검술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근철아. 일단 현대 영웅검술의 모티브는 중세 평복 검술에서 따온 거야.”
“굳이 평복 검술에서 따올 이유가 있나? 보통 중세는 갑옷 입고 싸우지 않어?”
잘은 모르겠는데, 중세 하면 갑옷이라는 이미지가 있다. 구태여 평복 검술을 모티브로 삼다니 이유가 있을까?
“그건 괜찮아. 실전에서 검기를 두르지 않고 싸울 일은 없으니까. 괴수에게 타격을 입히려면 반드시 검기를 둘러야 하고, 검기가 둘러져 있다면 갑옷이든 갑각이든 전부 무의미하니까.”
“아아, 칼을 잡은 영웅에게 있어서 이 세상 모든 건 ‘평복’이라는 개념인가?”
“바로 그거야, 근철아. 이해가 빠른걸.”
“흐흐흐, 원래 내가 지능이 좀 높지.”
“그놈의 자신감은. 아무튼 현대 영웅검술은 검기를 두르고 싸우는 것을 전제로 한 거야. 항상 그걸 유의해.”
“그랭.”
하고 있으니 금방 20분이 지나갔다. 뭐, 이런 것도 좋지. 원래 우등생은 점심시간도 알뜰하게 사용하는 법이다.
“그럼 시후야! 밥무러 가자!”
“가자!”
그리 시후와 함께 매점 쪽으로 향했다.
오늘은 뭐 돈갑내기에 육개장. 그리고 제로콜라로 때우도록 하자. 단백질 보충을 위해 핫바도 하나 추가할 것이다.
근데 이거 식권을 받긴 했어도 미래를 생각하면 알바 같은 걸 필수적으로 해야 할 것 같은데.
ㅡ척.
그렇게 매점으로 향하던 그때.
“어?”
나는 기묘한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다.
“저, 저거 류천휘 아냐?”
“으응? 맞네?”
보니까 류천휘가 매점 앞에 있는 자판기 앞에 선 채 팔짱을 끼고 있었다. 그것도 자판기를 노려보면서. 녀석은 곧 불만스럽다는 듯이 자판기에 카드를 대더니.
ㅡ삑.
음료수를 하나 뽑았다.
그 음료수의 정체는.
“류, 류천휘 이노오오옴!!!! 지금 콜라를 뽑은 것이냐!!!”
“어억?! 아, 아닛! 네놈은! 설마 날 미행한 거냐! 이 탈레반 테러리스트 녀석!!!”
화들짝 놀란 류천휘가 마이 주머니에 콜라를 쑤셔 넣으면서 화제를 돌리려고 했다. 물론 내겐 통하지 않아!
“테러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너 지금 콜라 뽑았지!”
“그, 그게 어쨌다는 거냐…!”
시뻘게진 얼굴.
이건 얼굴이 아니라 홍당무다.
“흐흐흐, 맛있긴 했나 봐? 콜라가.”
“지랄 마라! 나는 단지 폭발물 제거를 하고 있었을 뿐이다!”
폭발물 제거 이 지랄!
“흫하하하하핳!”
그 터무니없는 변명이 웃겼는지 시후가 배를 부여잡으면서 빵 터졌다.
“이시후! 나를 비웃는 거냐! 오냐! 좋다! 여기서 다시 실력을 겨뤄봐야겠군!”
“아, 아니! 천휘야! 비웃은 게 아니라 그냥 웃겨서 웃은 거야!”
“뭐라고!!!”
“야, 야. 류천휘.”
ㅡ스윽.
“지랄 말고 콜라나 마시자.”
바로 녀석의 옆으로 가서 콜라를 뽑았다.
ㅡ드륵.
“그러니까 나는 폭발물 제거를…!”
“어. 지랄.”
콜라를 잡고 뚜껑을 땄다.
그리고 맛을 본다.
ㅡ꿀꺽.
“캬! 이 맛이란 말이지. 뭐해? 빨리 안 마시고?”
“폭발물 따위를 마실 수 있을 리가…!”
“그럼 왜 삼?”
“위험물을 방치할 수 있겠나! 에잇!”
쪽팔림이 한계에 달했는지 놈이 몸을 돌려서 가려고 했다.
잠깐.
콜라가 좋다면 분명 이것도 좋아하겠지.
“야. 류천휘. 기다려 봐라.”
“뭐냐!”
“시후야. 잠깐 류천휘 좀 잡아봐.”
“응.”
시후에게 맡기고 매점으로 들어간다. 즉시 돈갑내기를 세 개 골라 계산하고, 전자레인지에 1분 20초를 돌린다.
ㅡ삐. 삐. 삐.
그것으로 극상의 음식 완성.
뜨거워진 봉지를 꺼내 밖으로 나갔다.
“야. 돈갑내기 먹자.”
“아, 근철아. 돈 줄게.”
“오늘치 강습비다. 야. 류천휘. 너도 받아.”
놈에게 돈갑내기를 내밀었으나.
“하! 이건 또 무슨 폭발물이냐! 마치 플라스틱 폭탄처럼 생겼군!”
니 눈은 어떻게 된 거냐고.
역시 반응은 좋지 않다.
“거지 적선 받는 것도 아니고 내가 네놈 따위에게 이딴 걸 받을 것 같나! 차라리 노숙자에게 구걸용 양동이를 받도록 하겠다!”
“흐흐흐, 지랄염병은.”
ㅡ찌익.
바로 돈갑내기를 까고 취식을 실시한다.
잘 튀겨진 빵. 소스. 그리고 아름다운 분쇄 혼합육. 그것들을 한꺼번에 베어 물고, 입안에서 터지는 육즙을 느낀다.
이게 진미지.
“이게 바로 폭발물이지… 맛의 폭발물. 류천휘. 안 먹을 거냐? 정말로? 콜라랑 비슷한 급의 맛인데?”
“코, 콜라랑 비슷한 급…!”
얼굴에 흥미가 떠오르기 시작한다.
“안 먹을 거면 저리 가라. 맛을 음미하는 데 방해되니까.”
“닥쳐라! 이 탈레반 녀석!”
ㅡ홰액!
류천휘가 돈갑내기를 난폭하게 뺏어 들었다.
“폭발물 검사를 의뢰하고 싶다면 이딴 같잖은 수를 쓰지 말고 그냥 그렇다고 말해라! 류성그룹은 폭발물도 다루니까!”
그리곤 돈갑내기를 든 채 개소리를 하면서 몸을 돌리곤 터덜터덜 걸어간다.
“저 미친새끼 저거 드립력 좀 봐라. 천성 개그맨이라니까.”
폭발물 드립을 저렇게 야무지게 써먹을 줄이야.
“흐흫, 천휘도 먹고 싶긴 했나 보네.”
“은근 싸구려 입맛이란 말이지.”
“근데 근철아. 가만 보면 근철이는 친화력이 엄청 좋은 것 같아. 그 약간 카피바라 정도?”
“이건 류천휘 쟤가 쉬운 거야.”
ㅡ…
멀어져 가는 류천휘의 등을 바라본다.
놈이 좀 부잣집 도련님이라 싸가지가 없긴 해도 식권을 준 걸 보면 근본적으로는 착한 놈이다. 뭐 그런 놈이랑 친구 먹고 싶다는 건 당연한 마음 아니겠나. 애초에 식권 때문에 호감도가 좀 높아야지.
*
*
*
기다리고 기다리던 하교 시간.
“시후야. 잘 가라.”
“감히 스승을 둘이나 두다니… 잘하고 와. 근철아, 첫번째 스승으로서 근철이가 죽 쑤면 용서 안 할 거니까.”
이 녀석 좀 삐졌다.
“알았어 임마. 제대로 할 테니 안심해라. 아. 끝나고 헬스 하실?”
“아니. 오늘은 쉴래.”
“흐흐흐, 그래라.”
시후를 보내고 레오나와 인사했다.
“김근철이? 혹시나 해서 말하는 거지만 저녁은 꼭 챙겨 먹고. 어디 가서 굶주리지 좀 마세요.”
“너는 내 엄마냐?”
모성애가 느껴질 지경이다.
“뭐, 엄마보단 대모(大母)에 가까운 포지션이죠.”
대모라… 확실히 뭐 그런 느낌이 들기도 해.
“근데 대모는 좀 멀어 보인다. 좀 가까운 느낌 나게 이모 어때?”
“이모 이 지랄!!! 뭔가 나이 먹은 것 같잖아!!!”
“한국어 구수한 게 딱 국밥집 이모구만 뭘.”
“제 귀족적인 비주얼에 뭔 국밥집 이모란 거죳! 흥! 김근철이는 얌전히 검술수련이나 하세요!”
“넹.”
뭐 그리 친구들과 인사를 마치고 나니.
“야. 너 생각보다 친구 많나 보다?”
밀크리가 내 옆으로 와서 붙었다.
“내가 원래 친구 빼면 시체인 사람이야. 근데 유리야. 어디서 할 거냐?”
“유리… 이름 너무 막 부르는 거 아니냐?”
날 돌아보는 밀크리.
“흐흐흐. 니도 김근철이라고 부르잖아. 뭐 그런 걸 신경 써? 그럼 별명으로 부를까?”
“뭔 별명을 붙일라고?”
“우유리니까 밀크리?”
“너 씨발 뒤질래?”
“엇.”
“니는 임마. 별명이랍시고 재미로 한번 말했을지 몰라도 나는 평생 들어온 별명이거든?”
“그런 거냐!”
기발한 별명이라고 생각했는데 선발 주자들이 많았나 보다! 이건 사과를 해야지.
“야! 미안해! 한 번만 봐줘!”
“뭐, 뭐 미안해할 것까지야… 고작 이딴 게 뭐 미안한 일이라고…”
괜찮은 건가?
“그렇게 부르던가 말던가. 부르고 싶은 대로 불러라. 그럼 훈련장으로 가자. 거기가 편하니까.”
“그래.”
이거 오늘은 훈련장까지 유리랑 같이 가겠구만?
맨날 시후랑 가거나 혼자 갔기 때문에 처음이다.
ㅡ드륵.
뭐 그렇게 둘이서 훈련장 안으로 들어왔다. 들어가자마자 바로 키오스크 키고. 개인 수련 옵션으로 설정한 다음에 무기를 두 개 반출 했다.
ㅡ부웅.
대련 때 썼던 그 훈련용 칼.
“받아라.”
“어.”
밀크리에게 하나 던지고 나도 하나 잡는다. 밀크리는. 칼을 잡자마자 능숙하게 검에 역장을 둘랐다.
“자, 그럼. 오늘부터 해서 간단한 수업을 진행할 건데. 너 잘 따라와라? 난 한번 가르치기로 했으면 제대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니까.”
“걱정마라. 말했잖아? 난 강해질 이유가 있다고.”
“…”
묘한 눈으로 날 바라보는 밀크리.
“그래. 그랬었지. 그럼 앞에 서봐.”
“네.”
“내 생각인데, 일단 니는 공격에 대한 두려움을 없앨 필요가 있어. 동의하냐?”
“절절하게 동의한다.”
“훗, 알긴 아나 보네. 호들갑 떨면서 엄살 부리는 거. 일단 고쳐야 할 것 같으니까… 너.”
“어.”
“지금부터 눈 한 번도 깜빡이지 마라. 끝까지 뜨고 있는 거다? 앵간하면 입도 좀 닫고.”
“그-”
대답하려던 순간.
ㅡ쐐애애액!
돌연 밀크리의 칼이 내 눈가로 달아왔다!
“왁! 씨발!!! 깜짝아!!!”
“야! 조용히 하랬지!”
“갑자기 무슨 짓이야!”
“훈련 시작이라고!”
아.
그런 거군?
“안 때릴 거니까 가만히 있자. 지금부터 니 눈앞에서 칼 멈추는 거 존나 반복할 건데, 눈 감을 때마다 감점이야. 칼날을 끝까지 봐. 일단 넌 깡을 길러야 하니까, 그 훈련부터 하는 거다.”
이해했다.
그러니까 나는 가만히 서서 칼날이 날아오는 것만 눈으로 보면 된다. 어차피 안 때릴 테니까 비명 지르지 말고. 마찬가지로 눈 깜빡이지 말고.
“오케이. 이해했다. 시작해. 진지하게 할 테니까.”
“새끼… 눈빛은 좋다니까. 그럼 김근철이? 간다?”
“해라!”
ㅡ쐐애액!
초록빛 역장이 둘러진 칼날이 내 눈을 향해 날아온다. 터져 나오려는 비명을 꾹 참고, 고속으로 날아오는 녹빛 섬광을 응시한다.
“흡…!”
안 때린다는 거 알고는 있는데!
이거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조금 걸리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