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Kidding, I’m an Extra RAW novel - Chapter (427)
EP.471 이계의 설원 # 3
“그, 그만해애앳! 근철이가 얼마나 힘들어하고 있는데!”
“그래욧! 자꾸 그럴 건가요!”
유리가 한 ‘왕발기맨’이라는 말은 나만 수치스럽게 한 것이 아니다. 시후랑 레오나도 얼굴이 새빨개져선 유리에게 소리쳤다.
“아니, 근데. 내 생각엔 계속 이렇게 언급을 해줘야 괜찮아진다고. 쪽팔린다고 계속 묻어두면 마음속에 남을 거 아냐? 내가 계속 말했지만 이런 충격요법을 계속해줘야 괜찮아져.”
“그 충격요법 때문에 내가 부서지고 있다고!”
“부서지긴 지랄. 크크크, 아무튼. 전투 전에 긴장 좀 풀자 이거지. 슬슬 움직이자.”
이 녀석이 자연스럽게 빠져나가고 있어.
뭐 그래도 긴장을 푸는 농담이라는 것에는 동의하는 바다. 어차피 지금부터 저 수많은 얼음정령들을 박살내야 하니까.
어깨에 힘 빡주고 하는 것보단 긴장을 푼 상태에서 해야 오랫동안 할 수 있다. 지구력이 필요한 일을 할 땐 긴장을 풀어야지.
“후우. 뭐 긴장이 좀 풀리긴 하네요. 하여튼. 김근철이. 제 옆으로 오세요. 우유리가 뭐라고 말 못하게 다 막아드릴게요.”
“크으… 아니. 내가 앞장설게. 레오나 너랑 시후가 2열을 맡아줘라. 유리는 걍 3열에 박아놓고.”
“네.”
그렇게.
우리들은 다시 탑쪽으로 이동하면서 얼음정령들을 유인했다.
ㅡ콰앙!
“하아아압!”
“죽어라!”
이미 한번 전투를 치르고 놈들에 대해서 알아낸 만큼 작업이 더 쉬웠다. 이번엔 도시 쪽으로 후퇴를 하지도 않았지. 안광을 빛낸 녀석들이 떠오르는 타이밍에 맞춰서 부수는 작업을 반복했을 뿐이다.
“이 녀석들. 지금은 동면 중인 것 같아요. 외부 자극에 의해 일부가 깨어나고 있는 거죠.”
“그러니까. 과일 꼭지 따듯이 눈깔만 다 쑤셔버리자고.”
작업이 더 숙련된다면 아직 깨어나지 않은 놈들의 눈깔을 따버리는 것도 가능할 것 같은데.
“흐음. 근데 얼음정령들이 동면 중이라니.”
시후가 말했다.
“이 세계를 멸망시키고 시간이 좀 오래 지났나 봐.”
“뭐, 다음 전쟁을 위해 대기 중인 거냐? 그럼?”
“약간 불길하긴 한데 그럴 것 같기도 해.”
다음 전쟁이라.
유리의 말대로 이 새끼들 여기서 동면하고 있다가 지구로 침략을 해온다? 상당히 위험하겠지.
아무튼.
우리는 얼음정령들을 박살내면서 첨탑으로 가는 길을 만들었다. 쭉쭉 가다 보니 어느 정도 길이 생겼다.
조금만 더 부수면 되겠지.
그리 생각한 순간이었다.
ㅡ파앗!
돌연 앞에서 뭔가 큰 섬광이 일어나더니, 대지가 떨리는 듯한 굉음과 함께 눈덩이가 크게 떠올랐다.
“아이고 시발! 야! 새로운 놈 나온 것 같은데! 일단 째자!”
“네!”
바로 후퇴를 감행하면서 그곳을 확인했다.
“저 새끼?”
확실히 다른 디자인이 돋보이는 놈이다. 커다란 얼음 몸체에 양쪽에 두꺼운 얼음 팔이 달려 있는 형태.
다른 놈들보다 큰데 보스급인가?
“야! 아무리 봐도 보스급 같은데!”
“응! 딱 봐도 보스네!”
보아하니 저것만 잡으면 탑까지 가는 길이 열릴 것 같다. 탑에 도착하면 저기 나 있는 창문 같은 곳을 이용해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겠지.
거기서 파편을 찾으면 끝이니 이 보스를 빠르게 섬멸하도록 하자!
ㅡ쿠구구!
녀석이 음파를 발하면서 우리를 향해 날아왔다. 속도는 좀 빠른 편이고, 움직이면서 눈빨이 흩날리는 모습이 제법 흉악하게 보인다.
“일단 산개! 내가 먼저 김근참으로 건드려볼게! 그 뒤에 협공하자!”
“아, 네!”
내 김근참은 파괴력이 아주 강한 스킬이다. 저 새끼 딱 봐도 단단해 보이니 잘 통하겠지.
그걸로 한번 깔짝대고 방침을 정하면 된다.
“이쪽이다!”
ㅡ처억!
바로 검에 혈기를 두르면서 놈의 앞을 막아섰다. 내 검에서 붉은 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거기에 또 마력으로 검기를 덧씌워 김근참을 장전했다.
ㅡ푸우우우!
그런데 이 새끼. 내가 큰 공격을 준비했다는 걸 눈치챈 걸까? 순간 녀석이 자신의 관절 부위에서 냉기 비슷한 것을 스팀마냥 내뿜더니, 자신의 몸에 초자연적인 실드를 둘렀다.
“허어, 얼음정령 주제에 그딴 짓도 할 줄 알어?”
일종의 이능력 같은 특수 기술인가?
실드를 보아하니 몹시 차가워 보이고 냉기가 돌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가까이 가면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질 테니 주의하도록 하자.
아무튼 생긴 거랑 능력을 보고 있자니 이 새끼들이 빙하기를 몰고 온 게 분명해 보인다.
“크아아아압!”
함성을 내지르면서 놈을 향해 정면으로 돌격했다. 실드를 둘러도 내 김근참엔 당해낼 수 없을 거다!
녀석은 내게 반응해서 한쪽 주먹을 뒤로 뺐는데, 저 커다란 주먹에 직격당하면 상당히 위험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딴 걸 맞아주겠니!”
ㅡ쐐애액!
놈이 얼음 펀치를 날리는 걸 초인적인 시각으로 응시하면서.
ㅡ콰아아앙!
완벽하게 회피해냈다.
그것도 점프를 해서.
“팔을 부술까?”
놈의 주먹이 지면에 박혔다. 이대로 떨어지면서 김근참을 갈기는 것도 나쁘진 않을 터다.
“스트롱맨!”
ㅡ꽈악!
판단 즉시 스킬로 연계한다. 팔 근육이 부풀어 오르는 느낌이 들었고, 그 증폭된 근력과 더불어 떨어지면서 중력의 힘까지 더해.
“김근차아아아암!!!”
녀석의 두꺼운 얼음 팔뚝에 김근참을 날렸다!
ㅡ콰지지직!
혈기와 검기가 뒤섞인 검이, 놈의 얼음 팔뚝을 파쇄하면서 들어간다. 중간에 턱 걸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나는 톱질을 하듯 능숙하게 검을 당겨 빼내 알뜰하게 딜을 넣었다.
ㅡ파앗!
그렇게 내 검이 놈의 팔뚝을 가르고 지나가니.
ㅡ파창창!
놈의 팔뚝이 박살났다.
정확히는 반파되었지만 그 상태로는 견딜 수가 없는지 팔이 아예 떨어져 버린 것이다.
“됐다! 우리 공격이 아주 잘 먹혀! 협공해!”
“네!”
“크아아아아아!”
그 모습을 본 내 친구들이 각각 세 방향에서 이 새끼를 다굴치기 위해 뛰어왔다.
“쿠오오오오!”
놈은 남은 한 팔뚝을 휘두르면서 주변에 떠다니는 고드름 같은 걸 만들어냈지만.
ㅡ파앗!
그런 느린 공격이 훈련된 초인들에게 통하겠나? 고드름 공격은 모조리 무위로 돌아갔고, 시후가 놈의 정면에서 특유의 스킬을 사용했다.
ㅡ화아악!
얼어붙은 공간이 일렁인다. 다음 순간, 놈의 몸통. 정확히는 갑주라고 부를 수 있는 부위가 파쇄되면서 얼음판들이 튀었다.
“나이스!”
잘 먹히고 있구나!
이어서 레오나랑 유리가 각기 등판을 노렸는데, 이미 너덜너덜해진 새끼가 그걸 당해낼 수는 없었다.
ㅡ콰앙!
그것으로 보스습이라고 생각했던 정령이 쓰러졌다.
“혼자 나온 게 네 패착이었다.”
혼자서 우릴 막겠다고?
불가능해.
“와아! 완벽하게 이겼네요! 이 정도 급까진 문제없이 처리할 수 있는 거군요!”
신이 날 레오나가 방방 뛰었고, 시후가 내게 하이파이브를 해왔다.
“근철아!”
“어… 그래.”
ㅡ파앙!
한번 쳐 줘야지.
아직 신경 쓰이긴 하는데, 역시 같이 전투를 해서 그런가. 좀 나아지는 듯한 기분이다.
“야 시발. 나랑도 해.”
“좀 가!”
“아 씨. 아직도 삐졌냐? 이 귀여운 새끼. 크크크.”
“지랄 좀!”
근데 유리 얼굴은 아직 못 보겠어.
“후우. 이제 곧 돌아갈 수 있겠군요. 그럼 보스급도 처치했으니 탑으로 가볼까요?”
“그러자.”
드디어 가겠구나.
그렇게 다시 탑 쪽으로 이동하려고 하니.
“보스급이라.”
유리가 말했다.
“근데 고작 이런 걸로 세계가 망하나? 아무리 봐도 좆밥들인데.”
“그거야 우리들이 존나 쎄니까 그런 거지.”
“맞는 말이긴 한데… 고작 이 정도라니 좀 식는단 말이지.”
식어?
“잠깐, 유리야. 그런 말 좀 하지 마. 마치 적 처치했는데 해치웠나라고 말하는 것 같잖아.”
아니 이시후 이거 괜히 이상한 말을 하네!
“사실 처치 못했다는 클리셰?”
그 말에 잠깐 흠칫해서 뒤를 돌아봤는데 딱히 부활의 기미는 없었다.
“뭐 없네.”
“정말. 괜히 긴장했잖아요, 이시후. 부활하나 했네.”
레오나도 나처럼 뒤를 돌아보곤 가슴을 쓸어내렸다.
“아하하. 그런가? 부활 안 했으면 됐지. 이만 가보자.”
그래.
가자.
ㅡ부우우웅.
근데 몸을 돌린 순간 뒤에서 이상한 소리가.
“으음?”
…이거 돌아봐도 되는 거냐?
뭐 문제 터진 거 아니지?
“야… 잠깐만. 뒤에서 무슨 소리가 나는데?”
“…”
다들 느꼈는지 말이 없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내가 대표로 뒤를 돌아본 순간.
“어?”
산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그게 아니다. 이 넓은 눈밭에서… 그저 눈이 존나 쌓여있을 뿐이라고 생각했던 대지에서.
ㅡ부우우웅.
마치 산이 솟아오르는 것처럼.
“…”
눈에 묻혀있던 압도적인 수의 얼음정령들이 일제히 떠오르고 있었다.
정말, 뭐야.
이렇게 한꺼번에 존나 많이 떠오르니까 무슨 산이 떠오르는 줄 알았잖아.
“씨발!!! 튀어!!!”
“빨리 째!!!”
“꺄아아아아악!”
“도망쳐어어어어어엇!”
즉시 탑을 향해 질주했다!
ㅡ콰아아앙!
뛰고 있으니 뒤에서 얼음정령 군단이 혹한의 광선을 쏘면서 마구 추격해오기 시작한다! 근데 무슨 저 다마스만한 것들이 박쥐 떼처럼 날아오고 있냐!
괜한 소리를 해서!
“속도 자체는 우리가 더 빨라! 안심하고 뛰어!”
“네에에엣!”
탑이 가까워진다.
가까이서 보니까 탑은 뭐랄까 그냥 기다란 원기둥이 땅에 콕 박혀 있는 형태였는데, 그 벽면에 네모난 창문 같은 것들이 수도 없이 박혀 있었다.
저 안으로 들어가면 된다!
“시후야! 파편 위치는!”
“으, 으응! 최대한 가까운 곳으로 가볼게! 다들 날 따라와!”
그렇게 우리들은 광선 폭격을 피하며 시후를 존나 따라갔고, 마침내 탑 벽면에 터치다운을 하게 되었다.
“저기야! 저기로 올라가자!”
“응!”
그리고 시후가 찝어주는 창문을 향해 몸을 날려 그 안으로 들어갔다.
ㅡ우당탕!
“하아! 하아!”
급하게 달려온 것도 모자라 마지막에 몸까지 날린 탓에 그만 굴러버리고 말았다. 심장이 존나게 뛰면서 땀이 뻘뻘 흐른다.
“더워 죽겠네!”
중무장하고 잘도 싸웠네!
아무튼 잘 도망쳤다!
“하아…!”
다른 애들 역시 벽에 등을 기대곤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는 중이다. 그때 숨을 돌리면서 밖을 보고 있던 유리가 말했다.
“야… 저 새끼들 계속 오는데? 여기까지 오는 거 아냐?”
“드, 들어올 수 있을까요? 창문이 좀 작은데…”
“못 들어와도 포위해서 광선 쏴재끼면 좆망할 거 같은데? 야! 빨리 일어나! 이시후! 위치 좀 빨리 잡아봐! 우리 튀어야 돼!”
“으, 으응! 알았어! 근철아 가자!”
“그래!”
가만히 있어서 좋을 건 없다!
“저쪽이야!”
즉시 시후를 따라서 앞에 있던 문 안으로 들어갔고, 거기서 마주친 나선형 계단을 존나게 뛰어서 올라갔다.
“이런 나선형 계단이라니! 뭔가 신기하네요!”
“그러게!”
괴인들의 건축물이라고 생각하니 신비함이 느껴지긴 한다. 그렇게 올라가고 있으니 문이 나타났고, 잠깐 휴식을 취한 뒤에 돌입했다.
그러자.
“와.”
앞에 커다란 문이 눈에 들어왔다.
직감 상 저 너머에 파편이 있는 것 같은데.
“…”
하지만 그 문을 지키고 선 존재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뭔가 삐쭉삐쭉한 느낌이 드는 괴인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전신이 얼음으로 이루어진 정령.
“저 새끼 정령왕이냐…?”
유리 얘는 주둥이가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