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Kidding, I’m an Extra RAW novel - Chapter (439)
EP.483 키티와 오마카세를 # 2
“오마카세, 오마카세. 뿌뿌뿌.”
어찌나 기쁜지 키티가 노래까지 부르면서 나팔을 연주했다. 순식간에 자작곡까지 만들어 내다니. 이 녀석 뮤지션의 재능이 있을지도 몰라.
“그렇게 좋냐?”
“키티 오랫동안 기다렸어. 근철이 오빠랑 오마카세를 먹으러 가는 날을.”
“그게 뭔지나 알고 좋아해.”
“인터넷으로 봐서 알아.”
키티가 자랑스럽게 웃으면서 말했다.
“맛있어 보이는 초밥을 하나씩 내주는 곳이야. 근철이 오빠랑 가게 되어서 정말 기뻐.”
“진짜 평소에도 좀 그렇게 굴어봐라. 맨날 모르는 척만 하지 말고.”
“알았어, 근철이 오빠. 앞으로 키티가 더 열심히 할게.”
아주 그냥 싱글벙글 모드가 된 키티가 내게 애교를 잔뜩 부리면서 기쁨을 표현했다.
그래. 애들은 이런 귀여운 맛이 있어야지. 키티가 뭐 하는 녀석이건 간에 이런 걸로 좋아하는 모습을 보여주니 절로 내 마음이 평안해진다.
용돈 줄 때만 좋아하는 녀석이긴 해도 귀엽긴 하다니까.
“그럼 나가자. 아. 그 전에 옷부터 좀 평범하게 갈아입어라.”
저 특유의 하늘하늘한 검정색 옷은 너무 수상해 보인다.
“응.”
ㅡ촤라락!
순간 키티의 몸이 암흑의 힘으로 휘감기더니 그대로 옷이 변경되었다. 살짝 헐렁한 티셔츠를 테니스 치마 속으로 넣은 패션.
“이 건방진 녀석이. 애들 치곤 너무 잘 입은 거 아니냐?”
“근철이 오빠. 어서. 키티 더는 참을 수가 없을 것 같아.”
“그래그래.”
그렇게 나는 적당히 옷을 챙겨 입고 키티랑 바깥으로 나갔다.
“아는 사람 마주칠지도 모르니까 알아서 조심해라.”
“그건 키티 전문이야.”
“뭐?”
뭔가 굉장히 수상한 이야기를 들은 것 같지만 지금은 넘어가도록 하자. 그럼 일단 택시를 타러 가볼까.
ㅡ총총총.
거침없이 걸어가고 있으니 키티가 날 열심히 따라왔다. 게이트나 마법을 사용하는 게 아니라 지 발로 총총총 뛰어다니는 모습이 퍽 귀엽게 느껴진다.
“근철이 오빠. 너무 빨라. 따라잡을 수 없어.”
“나 빨리 먹고 싶어! 빨리 와!”
내가 빨리 달리는 이유는 단 하나!
나도 그 오마카세란 걸 빨리 먹어보고 싶다. 저번에 레오나가 고급 초밥집에 데려다 줬지만 오마카세는 또 다르니까 말이지.
빨리 먹어보고 애들이랑도 가야겠다.
“근철이 오빠. 키티랑 손잡고 가줘.”
“아, 좀 빨리 달리라니까.”
“무리야.”
운동 부족이냐?
그럼 손을 잡아주는 수밖에.
“자.”
손을 내미니 키티가 내 손을 꼭 잡았다. 그 상태로 키티와 함께 대로변까지 이동했다.
“얌전히 따라오네.”
“키티는 원래 얌전해.”
“먹으러 가서도 이상한 짓 하지 말고. 얌전히 먹는 거다. 알겠냐?”
“응!”
그럼 택시를 기다려볼까.
“나팔 불고 싶어졌어. 오늘은 하루종일 불러도 좋을 것 같아.”
“다 먹고 돌아가서 한꺼번에 불러줘라. 약간 게이지 쌓아가지고 최고의 연주를 보여달라고.”
“기대해도 좋아, 근철이 오빠. 하멜른의 나팔 부는 소녀가 뭔지 제대로 보여줄게.”
“아니 하멜른 이 지랄. 이제 그런 드립까지 칠 수 있게 된 거냐?”
“동화 재밌어. 근철이 오빠. 밤에 동화책 읽어줘.”
이런 부탁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다니.
“부탁하는 것도 많다, 이 자식아. 아! 여기요!”
택시가 와서 손을 흔들며 도로로 내려갔다. 택시는 이렇게 잡아줘야 제맛이지. 바로 뒷문을 열면서 키티를 먼저 들여보냈다.
“안전벨트 해라.”
“응.”
나도 그 옆에 타서 안전벨트를 착용했다.
“어디로 모실까요?”
위치는 이미 지도로 봐뒀다.
*
*
*
오마카세 집에 도착했다.
“캬.”
딱 봐도 멋들어진 건물 안에 입점해 있는 매장. 그동안 장사를 못했을 텐데, 폭설 그친지 일주일만에 영업을 재시작하다니 참 부지런한 요리사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곳이 또 진국이지.
“근철이 오빠. 여기야?”
“어. 바로 여기다.”
“빨리 들어갈래.”
“가즈아.”
바로 키티와 함께 건물 안으로 들어가서 엘리베이터를 탔다. 보자. 예약 시간까진 아직 한 20분 정도 남아있다. 잠깐 기다리면 되겠지.
ㅡ띠링.
5층에 도착.
“내리자, 키티야.”
“이제 먹는 거야?”
“좀 기다려. 아직 시간이 좀 남았으니까. 일단 저기 앉아있자.”
마침 벤치가 있다.
“얼마나 기다려야 해?”
안절부절 행여나 못 먹을까 봐 주먹까지 꽉 쥔 키티가 연속적으로 질문했다. 대체 얼마나 먹고 싶은 거냐고.
“20분 정도.”
“참기 힘들어.”
“못 참으면 함바집 갈까?”
“열심히 참을게, 근철이 오빠. 키티는 참는 거 잘해.”
참는 걸 잘한다고?
지금 당장.
키티의 손목을 우악스럽게 잡고.
어딘가로 끌고 가도 과연 참을 수 있을까?
“좋아. 내가 지금 키티 너 데리고 함바집 끌고 가면 참을 수 있는지 보자.”
“근철이 오빠 제바알. 키티 놀리지 말아조오.”
“흐흐흐, 그래.”
순식간에 꼬리를 내린 키티가 얌전하게 벤치에 앉았다.
“얼마나 맛있을까? 너무 기대돼. 근철이 오빠.”
“초밥 먹어본 적은 있냐?”
“응. 동네 초밥이지만 맛있었어.”
“소문에 의하면 오마카세는 동네 초밥보다 열 배는 더 맛있다는데.”
“상상할 수 없어…!”
아 이거 나도 존나 기대되는데. 대체 얼마나 맛있는 초밥인 거냐? 나 역시 두근거리는 가슴을 끌어안은 채 기다리고 있으니.
ㅡ띠리링.
유리한테서 전화가 왔다.
“어 유리야.”
[야. 김근철이.]“어 왜.”
[오늘 저녁은 니네 집에서 만들어 먹는 걸로 하자. 괜찮지? 그렇게 알고 있는다?]“야 임마. 말도 안 듣고 정해버리는 거냐?”
말을 하면서 생각해 봤는데 이거 저번에 그거다. 다음에 우리 집에서 다 같이 만들어서 밥 먹자고 했었지.
[그래서 안된다고? 뒤질래? 야! 누나가 어! 만들어 준다는데 싫다고 하면 어떻게 되겠어!]“알았어, 알았어. 저녁에 먹자. 저번에 약속했으니까.”
[올. 기억하고 있었냐?]유리의 목소리가 금세 포근해졌다.
“흐흐흐, 당연하지. 아. 그러면 만들어주냐?”
[당연한 소리를. 그럼 뭐. 대충 저녁 되기 전에 식재료 사서 갈 테니까 딱 기다리고 있어. 알겠냐?]“이거 기대되는데.”
유리가 만들어주는 집밥이라니 몹시 기대된다.
ㅡ띠링.
통화를 끊었다.
“어우.”
아직 아침이다.
좀 있다 오마카세 먹고 돌아가서 키티 나팔공연 조져주고. 잠깐 기다렸다가 저녁 만들어 먹으면 완벽한 하루가 되겠구만.
보자, 아침엔 일식 먹었으니까 저녁엔 한식 만들어 먹으면 되나? 근데 재료를 안 물어봤네. 상관없겠지. 유리가 알아서 만들어 줄 거다.
“우유리 언니야?”
“음? 어.”
“그 언니는 별로야.”
문득 물장구를 치듯 다리를 움직이고 있던 키티가 그리 말했다.
“왜. 너한테 자꾸 모질게 굴어서?”
“응. 그래서 별로 안 좋아해.”
“흐흐흐, 이 귀여운 녀석 같으니라고.”
유난히 유리가 키티한테 모질게 굴긴 했지. 근데 적대적으로 구는 게 당연한 거다. 유리는 키티에 대해서 모르니까.
“그래서 마음 상했냐?”
“키티 마음 안 상했어.”
그리 말하는 것치곤 목소리에 신난 기색이 없는데.
ㅡ터억.
바로 키티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안 상하긴. 딱 봐도 상한 것 같구만. 사실 유리랑 친해지고 싶은 거 아니냐?”
“몰라. 그런 생각 안 해. 머리 더 쓰다듬어줘.”
이럴때 보면 진짜 애라니까.
“그래 임마.”
“시간 됐어?”
“5분 남았네. 슬슬 들어가자.”
5분 전에는 들어가도 괜찮겠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오마카세집 앞으로 갔다.
“인테리어 보소.”
문도 딱 일본 식당처럼 잘 해뒀네.
“키티 네가 열어라.”
“정말!”
“빨리 열어.”
“와아!”
금세 또 기분이 좋아진 키티가 탄성을 내지르면서 오마카세집의 문을 열었다.
“이럇샤이마세!”
사장이 아주 밝은 얼굴로 일본식 인사를 해왔다. 브라이언 친구인가? 그럼 나도 한번 조져줘야지.
“하이하이. 이타다키마스. 근순아. 따라 해. 이타다키마스.”
“이타다키마스!”
근순이는 키티의 가명.
이타다키마스는 일본어로 안녕하세요다.
“여기, 앉고 싶은 곳에 앉아주세요.”
“네.”
자리에 앉으니 다른 손님들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좋아. 그럼 오늘은 키티랑 오마카세를 한번 먹어볼까.
“너무 기대돼, 근철이 오빠. 빨리 먹고 싶어.”
“흐흐흐, 이제 나오니까 조금만 더 참아라.”
배 터지게 먹어야지!
*
*
*
‘이 새끼 뭘 좋아했더라?’
매장에 들어온 우유리는 무슨 재료를 사야할 지 고민했다. 생각해 보니 김근철이가 ‘특별히’ 좋아하는 음식이 뭔지 잘 모르겠다.
얘는 그냥 주는 대로 잘 먹는 데다가 뭘 먹어도 맛있다고 하는 녀석이니까. 이왕 밥을 해준다면 제일 좋아하는 걸 해주고 싶은데, 설마 여기서 걸릴 줄이야.
‘뭐… 그냥 집밥 느낌으로 해줄까. 가정식이지. 가정식.’
남자가 좋아할만한 음식은 별거 없다.
제육볶음. 돈까스. 불고기. 고등어구이. 김치찌개.
생각하니 입에 침이 고인다.
“햐.”
메뉴를 정한 우유리는 빠르게 재료를 수집해서 장바구니에 담았다. 요리라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다. 최근 열심히 연습했으니 실력 발휘를 할 수 있을 터다.
그렇게 계산을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보자.”
시간은 아직 좀 많이 남은 상태.
“…”
하지만 이대로 집에 들어가는 것도 조금 아쉽다. 어차피 이 새끼도 오늘 할 거 없을 테니, 먼저 가서 같이 있으면 된다… 그 생각을 한순간 얼굴에 열기가 확 올라왔다.
‘아니 뭐… 같이 있을 수도 있지? 그게 어때서? 문제 있냐? 왜. 둘만 있으면 무슨 일 생길까봐…’
수컷이 혼자 살고 있는 굴에 먹을 걸 들고 들어가면 대체 어떻게 되는 걸까.
‘끼아아악…!’
우유리는 낯 뜨거워지는 생각을 지우면서 터벅터벅 걸었다.
기숙사를 향해서.
‘…애들은 나중에 부를까.’
의도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말하면 다 불러야 하니까. 그러니 지금이 적기다. 이대로 아무렇지도 않은 척 김근철이네 기숙사에 침투하면 된다.
그렇게 우유리는 학교 부지 안으로 들어갔고, 눈치를 살피다가 기숙사 건물의 벽을 딛고 뛰어올랐다.
아주 능숙하게.
ㅡ드륵.
김근철이네 창문을 열고 들어갔다.
“야, 누나 왔다. 이 새끼 뭐하냐? 엇차, 음?”
근데 안에 보니까 아무도 없는 것이 아닌가.
“뭐야? 이 새끼 어디 갔어?”
신발을 벗고 방안을 살폈지만 진짜로 없다. 잠깐 나간 건가? 하긴. 저녁에 간다고 했으니 중간에 어디 나갔어도 이상할 건 없다.
연락을 해야 하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 폰을 잡았지만, 우유리는 다시 폰을 주머니 속에 집어넣었다.
“흐음.”
여기 있다가 놀래켜 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뭐 좀 있는다? 불만 없제?”
적당히 외투를 벗은 우유리는 어디에 앉아있으면 될까 하고 고민했다.
그런 우유리의 두 눈에.
“…”
김근철이의 침대가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