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Kidding, I’m an Extra RAW novel - Chapter (452)
EP.496 언더 갱 # 10
“아이고, 깜짝이야!”
갑자기 귀신처럼 얼굴을 들이밀어서 진짜 간 떨어지는 줄 알았다. 그래서 밥 먹다가 오이를 본 고양이마냥 펄쩍 뛰고 나서 내려오니.
“어머.”
류나가 살짝 놀란 듯이 눈을 크게 뜬 채 한 손으로 입술을 살포시 가리고는.
“놀랐니? 미안해, 근철아. 놀래킬 생각은 아니었어.”
어른 여성 특유의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면서 내 머리에 손을 올리곤 자연스럽게 쓰다듬어주기 시작했다.
ㅡ슥슥.
“아니 놀란 게 아니라요. 그냥 좀 깜짝 했달까… 머리는 좀 놔주세요.”
“후후후, 우리 근철이는 언제 봐도 귀엽다니까. 머리 만져지는 거 싫니?”
“한창 부끄러울 나이죠.”
“저기, 류아라 언니? 조사 때문에 오신 거죠?”
“으응?”
그때 레오나가 내 앞으로 슥 들어오면서 나를 보호하듯 가려줬다. 그것으로 류아라씨의 손이 내 머리에서 떨어졌다.
솔직히 난 이 누나가 내 머리를 만질 때마다 마인드 스캐닝을 하지는 않을까 의심하고 있는 중이다. 반쯤 농담이지만 그런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아무튼 레오나 고맙다.
“응. 맞아. 이번에 대단한 일을 했지? 그에 대한 사후 조사야. 잠깐 어울려줄래?”
“물론 그래야죠. 다 같이 가요.”
이런 종류의 조사는 당연히 응해야 한다. 뭐, 긴장되긴 하지만 불안하진 않다. 이럴 때 어떤 식으로 대답할지 다 이야기를 해둔 상태니까.
우린 지금 반쯤 반국가단체 비슷한 무언가를 결성한 만큼 항상 언행에 조심해야 한다.
“…류아라.”
그때 팔짱을 낀 채 벽에 기대있던 교관님이 불만스러운 말투로 류나를 불렀다.
“네. 선배님.”
불쾌한 기색의 교관님과는 달리, 류나는 웃는 얼굴이었다. 몇 번이고 확인했지만 확실하다. 교관님은 류나를 싫어한다. 반대로 류나는 교관님을 아주 좋아하는 듯하고.
“애들 건드리지 마라.”
“후후후, 무슨 말씀을. 단순한 조사일 뿐인데.”
아니 근데 뭐랄까.
“넌 항상 수상해서 말이지.”
지금 분위기가 너무 무섭다… 차분한 위압이라고 해야 할까. 우리한테 보여주던 모습이랑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게다가 마약 갱단이라니. 특작부는 뭘 하고 있는 거지?”
“그게 알고 싶으시다면 현역으로 복귀하시죠? 선배님.”
“…지금 하는 일이 현역이라서 말이지.”
“돌아오지 않는다면 궁금해하지도 않는 게 맞을 텐데요.”
“…”
교관님은 잠시 류나를 응시했고.
“가라.”
손을 휙휙 저으면서 교실로 들어갔다.
“너희들. 끝내면 바로 돌아와라. 알겠나?”
“아, 네.”
교관님이 들어가니 그제서야 폭탄이 터질 듯한 극한 분위기가 사라졌다. 진짜 심장 터지는 줄 알았네.
“그럼 갈까?”
“예.”
그렇게 우리들은 류나를 따라서 이동했다.
“아니, 근데 누님. 대체 교관님이랑 무슨 일이 있었길래 그러는 겁니까? 그 사람 좋은 교관님이 저렇게 무섭게 나오시다니.”
“사람 좋은 교관님? 후후후, 역시 재밌네. 직업이 바뀌면 성격도 바뀌는 걸까.”
“네?”
교관님은 대체.
“아니. 아무것도. 요원의 과거에 대한 건 기밀이야. 그런데 우리 근철이. 누나와의 친근감을 이용해서 은근슬쩍 중요한 걸 물어보는 거니? 고단수네.”
“아이, 뭐! 그런걸!”
그런 식으로 말하면 절로 심장이 쫄린다. 그래도 궁금하긴 하다. 교관님의 과거라니. 기밀이라 잘 알 수는 없겠지만 대체 어떤 사람이었을까.
“그래도 근철이가 궁금하다면 누나가 특별히 알려줄 수도 있는데.”
ㅡ스윽.
그리 말한 류나가 갑작스럽게 내 손을 잡고는 깍지를 끼려고 했다…!
“기밀은 알고 싶지 않아요!”
“아쉽네.”
손 좀 놔주세요, 제발!
“야. 그러고 보니 점심 뭐였냐?”
그때 유리가 말했다.
“점심? 아. 씨. 아까 메뉴판 슥 봤던 거 같은데. 뭐였지. 중식 종류였던가.”
“그으래? 아, 저기 언니? 저희 점심 먹기 전까지 끝낼 수 있을까요?”
“응. 아마도? 성실하게만 임해준다면 금방 끝날 거야.”
“다행이네요.”
유리에게 어그로가 끌린 탓에 자연히 손이 풀렸다. 진짜 이 누님에겐 휘둘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근철아.”
“어, 왜?”
“…”
시후가 불만스럽다는 듯이 날 봤다.
내 대응이 마음에 안 들었나?
ㅡ처억.
뭐 그렇게 우리들은 학교 앞에 주차되어 있는 수송차 같은 차량 앞에 멈춰 섰다. 들어보니 이 안에 들어가서 한 명씩 이야기를 한다고.
“그럼, 시후야? 이야기 많이 들었어. 우리 천휘가 누굴 인정하는 건 흔치 않은데. 경쟁심을 느끼게 해줘서 고마워?”
“아하하… 네. 저도 천휘랑 대련하면서 많이 느꼈어요.”
“좋네. 그럼 들어가자.”
“네.”
첫 번째로 들어간 것은 시후였다.
“…”
밖에 남게 된 우리들은 벤치에 앉아서 시후를 기다렸다. 뭔가 우리의 정보가 새어나갈 만한 대화는 일절 하지 않았다. 하지만 속으로는 시후의 남장에 대한 걸 걱정하고 있겠지.
아무튼 조용히 있을 수는 없다.
뭐라도 이야기하면서 편한 모습을 보여줘야 의심을 지울 수 있을 테니까.
“아, 그러고 보니. 내가 말했지? 어떤 여고생이 마약 사고 있었다고.”
“그랬었죠. 교복으로 특정했다고 했죠?”
“어. 얼굴도 외웠고. 학교 끝나면 한번 찾아가 볼 생각이야.”
“그건 이제 기관들이 알아서 할 것 같은데.”
그런가.
“설마 김근철이 이 새끼 설마?”
“음?”
“민간인 여고생 누나들한테 관심 생긴 거냐?”
유리가 무슨 탐정 같은 눈빛을 보내면서 말했다.
“또 뭔 소리야 임마!”
“이 새끼 수상해, 어? 아까 류나가 막 말하면서 접촉하니까 정신 못 차리고. 역시 연상한테 맥을 못 춘다니까? 이놈 이거 교관님 말에도 껌뻑 죽잖아. 안 그래?”
“그건 김근철이가 유교맨이라서 그건 거라구요! 그렇죠?”
바로 그거다!
“유리야. 내가 연상한테 약한 게 아니라 한국인은 다 어른한테 약해요. 안 그러냐?”
“뭐 그렇긴 한데… 연상의 매력이란 게 뭘까.”
그런 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ㅡ기잉.
“아, 시후 끝났다. 야! 시후야! 어때!”
“응. 별거 없었어. 다음으로 레오나? 들어와달래.”
“제 차례인가요. 그럼 갔다 올게요.”
“그려.”
시후 다음은 레오나 차례다. 레오나가 안으로 들어갔고, 그 자리에 시후가 앉았다.
“별거 없었지?”
“말 그대로 조사일 뿐이었어.”
“그러냐?”
그럼 걱정 없지.
*
*
*
그런 식으로 유리까지 조사를 끝내니 내 차례가 왔다. 편하게 들어가자. 마음을 편히 먹어야 뭐든 잘 할 수 있으니까.
“예, 누님. 들어왔습니다.”
수송차 안으로 들어가니 과연. 조사용 차량이라는 느낌이 물씬 풍긴다. 말 그대로 수송차 안을 조사실로 꾸며둔 것이다.
CCTV도 박혀있군.
“응. 근철이 왔니? 거기 앉으렴.”
“예.”
바로 류나와 마주 앉았다. 류나는 손에 든 패드에 뭔가를 슥슥 적으면서 잠시 조용히 있다가 패드를 내려놓고 날 봤다.
“어때, 근철아?”
“네? 뭐가요?”
“향기. 괜찮지 않니? 향수를 좀 바꿔봤는데.”
아, 그러고 보니.
근데 달라진 거 같지가 않은데? 류나는 항상 시트러스향을 풍기고 다녔는데, 지금도 그 향기가 나고 있다.
“네. 뭔가 상쾌하니 괜찮네요.”
“그렇지? 자, 그럼… 조사를 시작할게. 근철아. 사건 경과에 대해서 말해주렴.”
“예.”
바로 사건을 요약해서 말해줬다.
모든 것은 전부 원칙에 따라서 진행되었다.
협박.
심문.
미행.
제압.
그렇게 갱단을 검거했는데.
“마지막엔 특별한 일이 있었다고 했지?”
“네. 정말 너무 특별해서 까무러칠 정도였지요. 사람이 순식간에 괴인… 아니. 괴수로 돌변했으니까요. 그런 건 듣도 보도 못했습니다. 아, 따지고 보면 저번에.”
“그레고르 잠자?”
“아. 네. 그레고르 잠자씨요.”
내가 붙인 이름인데 그걸 기억하고 있네.
“후훗, 정말 재밌는 네이밍 센스야. 괴수화가 된 인간에게 그레고르 잠자라는 이름을 붙이다니. 재밌어. 그 상황에서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을 떠올렸나 보네? 정말 특이해. 근철이는.”
솔직히 그땐 놀라서 소리쳤는데 지나고 보니 제법 괜찮은 드립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류나도 그 포인트를 느낀 건지 재밌어하고 있을 정도.
“사람이 극한의 공포와 마주하면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딱 보니까 떠올라서 소리쳤죠.”
“책 읽는 거 좋아하니?”
“조금은요.”
“그럼 잠자씨가 어떻게 됐는지 알고 있겠네?”
“죽었죠. 벌레가 되어서 잊혀진 채.”
“응응.”
아니 왜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
잠깐 침묵이 일었다.
류나는 다리를 꼰 채 등을 기댄 자세로 손에 들린 전자펜을 돌리면서 옆쪽을 바라봤다.
“그때 근철이가 빌런들의 보호막을 깨뜨렸는데.”
“진짜 오지는 활약이었습니다. 그거 아니었으면 진짜 큰일 났을 거예요.”
역시 그걸 찌르고 들어오는 건가?
아무렇지도 않게 답변해야지.
“마침 함씨 아저씨도 오셔가지고 겨우 살았지요. 흐흐흐.”
“응. 함웅철이 유능하긴 하지. 아무튼. 인간이 괴수화하다니. 이건 정말 특별한 일이야.”
스페셜.
“…”
류나는 계속 옆을 보고 있었다. 내게 시선을 주지 앉은 채 벽 쪽을 보고 말하고 있어서 괜스레 신경이 쓰인다.
“근철아.”
“네.”
“근철이 네가 빌런들의 타겟이 되었다는 건 알고 있지?”
숨 막히는 유도신문.
“그건 뭐. 여러모로 알고 있죠.”
“근철이는 이런 사건에 너무 많이 연관되는 것 같아.”
“말마따나 타겟이 되었으니까요. 근데 이번 일은 뭐. 우연히 보고 제가 일부러 파낸거라… 따지고 보면 자초한 일이었죠.”
“위험을 자초하다니. 생도가 그러면 되겠어?”
“그럼에도 제 마음속 정의와 가오가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누님.”
“후후후, 그런 거니?”
류나에게 뭔가 껀수를 잡혀선 안 된다.
“그래도 근철아. 이번엔 발작을 했다고 들었어. 가엾게도.”
“아.”
순간 류나가 자기 볼에 손을 얹으면서 안타깝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거 발작한 것도 다 보고가 되었겠지.
“무서웠던 거니? 아니면.”
“그… 좀 많이 흥분했죠. 이미 아시다시피 거기엔 중학생도 있었습니다. 그런 걸 본 참이라서 너무 화가 나더라고요.”
“애들에게 그런 짓을 시키니까?”
“네.”
존나 빡치지 그럼.
“응. 그런 거네. 보고에 의하면 확실히… 근철이가 갱단원들을 무섭게 협박했다고도 했으니까.”
“협박 말이죠.”
ㅡ팔랑.
류나가 문서를 넘겨본다.
“후훗, 우리 근철이. 말하는 게 정말 무서운걸? 누나한테 하는 거랑은 완전히 다르네?”
“아이, 그건 적이니까 그런 거죠.”
“으응. 근철이는 적에겐 무서워지는구나?”
“모든 사람이 그래요. 모든 사람이.”
“모든 사람이 그렇지는 않아. 역시 근철이는 특작부 최적화 인재야.”
“아닛!”
“들어올 생각 없니? 누나랑 같이 다닐 수 있는데.”
순간 류나가 굉장히 유혹적인 눈빛을 보내면서 말했다!
“이 누나가 근철이 옆에 붙어서 하루종일 파트너가 되어줄게.”
파트너라니!
“무슨 소리를 하세요!”
“후배가 들어오면 가르쳐야 하니까. 당분간은 누나가 붙어서 지도해줄 거야. 싫니?”
“특작부엔 생각 없습니다!”
강력한 거절!
“후후후, 아쉽네.”
“아니, 그런데 누님. 저도 궁금한 게 좀 있습니다.”
“응? 뭐니?”
“대체 뭡니까? 어떻게 동네에 그런 갱단이 있을 수가 있는 겁니까? 제 눈에 띌 정도면 사실 더 많다는 뜻인데, 대체 함씨나 다른 특작부 요원들은 무엇을 하고 있느냔 말입니다. 지금 그런 마약사범들이 침투하고 있는데.”
일부러 화제를 바꿨다. 그것도 따지는 듯한 투로 말하면서. 딱히 꾸며낸 태도는 아니다. 진짜로 이걸 따지고 싶었으니까.
요원들은 뭐하나?
그런 놈들 안 잡아가고.
“으응, 우리 근철이가 그게 궁금했나 보네?”
“당연히 궁금하죠. 예산이나 인력이 모자라서 못 잡는 거예요?”
“이걸 어떻게 말해야 할까.”
ㅡ빙글.
의자를 돌린 류나가 다리를 반대쪽으로 꼬더니 펜으로 자기 머리를 살살 두들기면서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리고는.
ㅡ스윽.
살포시 미소를 지으면서 날 봤다.
“사실 말이야, 근철아.”
“네?”
“이건 근철이한테만 말해주는 비밀 이야기인데.”
아니 잠깐.
“도망치지 마렴?”
“잠시만요! 기밀 이야기는 싫어요!”
ㅡ철컥!
문이 잠겼다!
“그런 게 아니야. 이건 기밀이라기 보단, 응. 이 누나의 개인적인 생각? 일 뿐이니까?”
확신이 없는 투잖아!
“앉으렴.”
“네.”
일단 앉았다.
“역시 귀엽네, 근철이는. 정말 후배로 삼고 싶을 정도야.”
“예… 그래서 하실 말씀이.”
“사실 말이야.”
침이 넘어간다.
“특작부는 두 부류로 나뉘어 있단다?”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