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Kidding, I’m an Extra RAW novel - Chapter (472)
EP.516 갈등 # 3
“흐압!”
집안에서 검을 휘두르며 머릿속을 정리했다.
류나와 동맹을 맺으면 참 좋을 것 같다.
지금 레오나랑 유리. 그리고 시후처럼 같이 비밀을 공유할 수 있고 서로 신뢰할 수 있는 그런 동료가 된다면 아주 좋을 것이다.
“아니.”
솔직히 말해서 필수다.
세상은 점점 더 좆망해가고 있다. 빌런들이 준동하고 테러범들이 일어서는 것은 명백히 비정상적인 일이다. 벌써부터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 보면, 세상이 내일모래쯤 망해도 별로 이상할 것이 없어 보인다.
그런 불우한 미래가 다가오는 걸 막으려면 우리 넷만으론 안돼.
동료들이 더 많이 있어야 한다.
현재 보프랑도 조심스럽게 연대하고 있는 중이다. 보프와 완전히 동료가 될 수 있을까? 내 친구들은 보프를 믿지 못한다. 따라서 적극적으로 동맹 관련된 제스처를 취할 수는 없지만.
류나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모두를… 하나로 모은다.”
순간 그런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렇다. 동료들의 힘을 모아야 한다. 마치 소년만화에서 주인공이 동료들의 힘을 하나로 모아 각성하는 것처럼 말이지.
그럴 수만 있다면 다가올 재앙을 파훼할 수 있지 않을까?
이미 키티랑은 동료하고 할 수 있는 관계가 되었다. 그런 만큼 보프와 류나랑도 동료가 되어야 한다.
둘 뿐만이 아니라 교관님이나 이사장님도 있고. 기타 다른 친구들도 있다.
힘 있는 초인들이 여럿 모이면 뭔가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익수의 음모든 빌런의 모략이든 칼레이도 아스타테의 침공이든 믿을 수 있는 용사들이 한데 모인다면 두려울 것은 없다.
“상태창!”
ㅡ츠팟!
실로 오랜만에 상태창을 켰다.
이게 어떻게 뜨긴 한다. 수치도 많이 올라가 있고 코인도 쌓여 있다. 근데 이거 요즘 작동이 잘 안된다.
파편 사용 부작용인지 뭔지 글자도 깨진 것 같고 알림음 같은 게 들리지도 않는다. 지금은 단순히 능력치 보드가 된 상태라고 할까… 냉정하게 말해 좆도 무쓸모 상태가 됐다.
“이 쓰레기 같은 새끼.”
휙휙 주먹질을 하면서 야료를 놓아 봤지만 달라지는 건 없다.
“닌 씨발 왜 나한테 붙어 있는 거냐?”
최근, 옛 기억들이 떠오르고 있는 걸 느끼고 있노라면 그런 생각이 든다.
내가 여기에 있는 건 뭔가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 게다가 이 상태창 나부랭이도 붙어 있는 만큼, 그러한 생각이 더욱 강하게 들고 있다.
“…”
상태창을 노려보고 있었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나는 계속해서 검을 휘두르고 사자후 단련을 하면서 명상을 실시했다.
류나와 보이드 프린세스… 둘을 더 믿어야 할 텐데 말이다.
근데 류나는 뭔 1984에 나오는 오브라이언 같은 느낌이 들어서 섣불리 믿기가 두렵다. 류씨의 누나인 것도 알고 류성그룹이 아주 좋은 곳이라는 것도 알고 있지만 쎄함이 느껴져.
내가 살짝 비밀을 밝히는 순간 코로 설렁탕을 먹여버리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
자꾸만 그런 생각이 들어서 더 가까이 다가가는 게 꺼려진단 말이지.
“크으…!”
그럼에도 나는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
*
*
“그럼 김근철이? 가볼까요?”
“가즈아!”
“자, 여기 제 블랙카드에요. 가서 직접 긁도록 하세요.”
ㅡ처억.
레오나가 손가락 사이에 검은 카드를 끼워 내밀면서 말했다.
“아니…! 괜찮다니까 그러네! 누가 이렇게 비싼 거 내밀래!”
아무리 그래도 레오나한테 블랙카드를 받을 수 있겠냐? 남자 가오 문제도 있지만 친구에게 너무 큰 걸 받을 수는 없단 말이다!
“맞고 받을래요, 아니면 그냥 받을래요?”
“왜 이렇게 무섭게 굴어!”
“당신이 날 무섭게 만들잖아!”
“허억!”
순식간에 표정을 바꾼 레오나가 주먹을 치켜들었다!
“가오 털리게 여자애한테 얻어맞고 오열하기 싫다면 그냥 받으세요, 좀.”
손을 등 뒤로 숨겼지만 레오나는 기어이 카드를 내 입에 물렸다.
“띡!”
“좋아요. 그럼 이제 쇼핑을 하러 가볼까요? 이번엔 언더아머도 좀 더 좋은 걸로 사고. 실생활에서도 착용할 수 있는 경장갑 방어구 같은 것도 좀 사도록 하죠.”
“내가 할부로 살게…”
“제 남, 아니! 남자가 가오 털리게 할부로 긁을 건가요! 무조건 일시불이지!”
역시 귀족답게 마인드가 남다르다!
ㅡ드륵.
그렇게 레오나에게 질질 끌린 채 차에 탑승했고, 이어서 유리와 시후를 픽업해서 장비 백화점 쪽으로 향했다.
“김근철이 니는 그냥 레오나 신으로 모셔라.”
“이미 모시고 있다고.”
아크엔젤은 진작 초월한 수준이다.
“흐흫, 근철이 레오나 사진 걸어놓고 절도 해 막.”
“아니 시발.”
너무나 당연한 의식이지.
“안 놀라냐? 레오나 너는?”
“이미 알고 있었는데요 뭘.”
“뭣…!”
학기 초에 식권 줬을 때부터 하고 있던 의식이다. 오히려 모르고 있었다는 게 더 놀라운데.
“아무튼 레오나. 네가 사준다고 해도 나는, 어?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다고 언젠가 대접해줄 테니 기대해라.”
“후후후,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을게요… 으응?”
“왜?”
“아니 저거. 잠깐 멈춰봐요.”
레오나의 말에 차가 멈췄다.
“뭐여?”
뭘 보고 멈추라고 한 거지? 바로 창문을 열고 고개를 내미니 뭔가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ㅡ와아아아아아아!
뭐 축제라고 하는 거냐?
“뭐죠? 저거 무슨 시위대 아닌가요?”
“시위대라고?”
여기선 잘 안 보이는데.
“시위라면 기사가 났을 것 같은데. 잠깐 검색해볼게.”
“뭔 주말에 시위를 해.”
시후가 검색을 실시했고 유리가 시큰둥하게 반응했다. 근데 이렇게 듣고 있자니 소리가 장난이 아니다. 다들 아주 그냥 악을 쓰고 있다는 게 잘 느껴진다.
“뭐지? 뉴스가 안 나와.”
“안 나온다고?”
“근데 인터넷 게시판 같은 곳에는 글이 많이 올라와 있어. 무슨 대규모 시위라고 하는데.”
그럼 이건.
“이거 보도 통제라도 떨어진 거 아니냐? 까짓 시위 좀 하는 것 가지고 뭔 통제를 하지.”
“그러게 말이에요. 잠깐 구경해볼까요?”
좋은 생각이다.
그렇게 우리들을 차에서 내려 시위 현장으로 향했다.
ㅡ와아아아아아아아!
가고 있으니 소리가 더 심해진다. 뿐만이 아니라 전경들이 배치된 모습도 보인다. 거기에 전경들 사이에 영웅까지 있다.
“으음, 이거 아무래도 상당히 규모가 큰 시위 같은데요? 사람이 아주 많아요.”
“야. 저놈들 뭐라고 하는 거야? 너무 시끄러워서 잘 안 들리는데?”
실제로 현장이 너무 소란스러워서 시위대가 하는 소리가 잘 안 들린다. 그래도 팻말이 좀 보이긴 하는데.
“인권? 군림을 중단하라? 뭐 그런 표어가 걸려 있는데?”
“어디 봐요, 김근철이. 서울구경 고.”
“오케이.”
바로 레오나의 뒤로 가서 겨드랑이에 손을 넣었다.
“하응!”
순간 레오나가 까치발을 들면서 살짝 튀어 올랐다.
“뭐, 왜?”
“아, 아니에요! 그대로 들어 올리세요!”
“그래.”
ㅡ스윽.
그대로 레오나를 들어 올려서 서울구경을 시켜줬다.
“오호. 높아서 그런지 잘 보이네요. 우리 김근철이 키도 정말 크다니까요… 아무튼. 시위대랑 전경들이 대치하고 있군요. 표어도 보여요.”
그쯤하고 내려줬다.
“야. 이거 그거 아니냐? 초인들 권력 없애라고 하는 시위?”
유리가 인상을 찡그리면서 말했고.
“아아, 한 번씩 일어나는 그거 말이지?”
시후가 답했다.
“맞는 거 같은데.”
딱 보니까 그게 맞다.
“흐음, 대체 왜 이런 시위가 일어났을까요? 좀 더 가까이 가서 보도록 하죠.”
“그러자고.”
털레털레 시위대 쪽으로 이동하니 목소리가 더 분명하게 들렸다.
“초인 권력을 내려놔라!”
“남들보다 힘 좀 쎄다고 군림하는 게 말이 되냐!”
“초인 수사권 폐지! 초인 체포권 폐지! 초인 판결권 폐지!”
피켓을 든 민간인 분들이 분노에 차서 구호를 외치고 있는 중이다. 내용은 뭐, 방금 들었다시피 초인들의 권력에 대한 것이었다.
“선생님들. 진정하시고요. 징집된 전경분들과 충돌해서 좋을 거 없습니다. 대화의 장을 마련할 테니 목소리를 좀 낮춰주십시오.”
단상 위에 선 선배영웅이 확성기를 든 채 진정을 하라고 말을 했지만 이런 게 씨알이라도 먹힐 리가 있나.
“비인도적인 폭력을 금지하라!”
“우리는 고문받지 않을 권리와 강제노동을 거부할 권리가 있다!”
“민간인 고문을 금지하고 법제화하라!”
시위대 분들이 더욱 격하게 소리쳤다.
그러면서 방패를 든 전경들을 밀쳐내려고 하는데, 이거 자칫 잘못하다간 폭력 사태로 번질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거기 당신! 당신도 영웅 아냐! 당신 민간인 고문하는 게 정녕 올바르다고 생각하고 있어?!”
그때 두건을 쓴 남성이 삿대질을 하면서 소리쳤다.
완장을 찬 거 보니 시위대 간부인 모양인데, 뭔 민간인 고문?
그런 건 말이 되지 않는다.
민간인을 고문한 영웅은 빌런이 되는데 대체 누가 그딴 짓을 하겠나?
“선생님. 일단 진정하십시오. 당연히 올바르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는 놈이 민간인을 고문해!!!”
“아니, 누가 보면 우리가 아무나 잡아다가 그러는 줄 알겠습니다. 저희는 오직 흉악 범죄자에게만 교육상 폭행을 가합니다. 곤장 치는 거랑 비슷한 느낌이지요.”
“그게 문제라고, 이 새끼야!!!”
“이 새끼?”
선배영웅이 뇌까린 순간 분위기가 차가워졌다… 이러다 사건 터지는 거 아니냐?
“뭐 이 새끼야! 또 사람 패려고 그러냐! 패봐 이 씨발새끼야!”
아니나 다를까.
갑자기 격한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선생님…! 지금 대화하는 중이지 않습니까? 욕하면 저도 화납니다. 욕하지 말고 이야기합시다. 우리.”
선배영웅이 누가 봐도 개빡친 듯한 얼굴로 주먹을 부르르 떨어대면서 말했다. 이거 말려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 그때.
“지랄하네! 면상 보니까 나 패고 싶어서 뒤지려고 하는구만! 이 애미애비도 없는 새끼! 넌 씨발 민간인들이 자기한테 바른 소리 하면 바로 패 죽이고 싶어지지? 그게 바로 너희 영웅들의 민낯이야! 여러분! 저 새끼를 보십쇼! 뭐만 하면 표정 찡그리면서 공포 분위기 조성하는 저 영웅을 보란 말입니다!”
“와아아아아아아아!”
“폭력 반대! 폭력 반대! 폭력 반대!”
아니 근데 저 씨발 새끼들이?
저 꼬라지를 보고 있으니 절로 어금니가 깨물린다.
“후우…! 선생님! 피차 모욕이나 도발은 그만둡시다! 나 도발해서 시위대 자극하려는 거 다 아는-”
“좆까, 이 씹버러지 새끼야! 너희 영웅 새끼들은 너거들 부모랑 같이 자살하는 게 사회에 더 도움-”
“이 씨발새끼가!!!”
“으, 으아아아아아악!”
미친 개난동이 벌어졌다!
ㅡ화아아악!
시위대 사이로 몸을 날린 선배영웅 분이 방금까지 욕지거리를 하던 남자의 머리카락을 틀어잡고 철퇴처럼 붕붕 휘둘러대기 시작한 것이다.
“꺄, 꺄아아아아악! 영웅이 사람 팬다!”
“마, 막아! 막아아아아!”
“영웅이 사람 죽인다! 죽이지 마세요! 죽이지 마세요!”
“우리는 당신을 해치지 않아요! 제발 민간인을 죽이지 말아주세요!”
“죽이지 말아요, 제발! 살인은 안 돼요!”
“시위대를 죽이지 말아줘요!”
“살인 반대! 살인 행위 반대합니다!”
“죽이지 마! 죽이지 말라고!”
동시에 시위대가 발작하면서 선배영웅에게 달려들었다. 저 씹새들이 누가 누굴 죽인다고 지랄을 하는 거냐?
“저런 개새끼들이!”
평화시위를 하는 척 도발을 해대더니 갑자기 영웅이 민간인을 이유없이 팬다는 듯한 상황으로 몰고 가고 있다.
“아니 씨이발… 우리 뭘 보고 있는 거냐?”
“어어… 좀 많이 당황스럽네요.”
유리가 눈을 부라렸고 레오나가 주먹을 꽉 쥐었다.
“야. 이거 보고만 있을 수 없겠는데.”
나는 앞으로 나서면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