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Kidding, I’m an Extra RAW novel - Chapter (483)
EP.527 김근철 고소 당하다 # 7
“캬! 이게 바로 진수성찬이지! 무슨 용궁 놀러왔냐!”
과연 레오나는 레오나다!
룸 서비스를 한번 시킨 만으로도 진수성찬이 배달되었다. 당장 눈앞에 있는 것만 해도 이게 다 뭐냐?
고급스러운 바베큐 폭립부터 시작해서 버터 향기가 진하게 나는 랍스타 버터구이가 놓여있다. 아주 잘 익은 폭립은 번들번들한 바베큐 소스가 진득하게 발려 있었고, 시뻘겋게 익은 랍스타의 단면에는 모짜렐라 치즈와 함께 파슬리가 솔솔 뿌려져 있어서 미친듯이 식욕을 자극한다.
물론 이런 기름진 서양 요리만 있는 것이 아니다.
시큼한 향기가 피어오르고 있는 오리엔탈 도미찜 역시 내 침샘을 폭발시켰다. 위에 시퍼런 파가 아주 그냥 실타래처럼 얹어져 있어서 보는 맛도 있구나.
그 옆에는 시뻘건 마파두부가 있다.
아주 그냥 맛의 향연이다.
먹다가 매운 게 필요하면 마파두부와 김치를 먹으면 될 터.
“내가 진짜 이런 걸 먹어도 되는 거냐? 레오나?”
“그럼요. 이제 엄청난 스타 인플루언서잖아요? 이 정도는 먹어도 된다구요.”
“크으으으으! 내가 반드시 보답할게!”
“보답 이 지랄. 아, 김근철이? 폭립 발라줄까요?”
옆에 앉은 레오나가 폭립을 집어 들면서 말했다. 근데 이건 뼈해장국이랑은 달리 딱히 바를 껀덕지가 없는데.
“야, 뭘 발라줘. 알아서 잡아 먹으라고 해.”
“그치만 김근철이 발라줘야 잘 먹는다구요.”
“그럼 나도 발라줘!”
“아이고, 진짜. 알겠어요. 발라줄 테니 이리 와요.”
“이걸 진짜 해주네!”
포크와 나이프를 집어 든 레오나가 순식간에 폭립의 살을 발라냈다. 보통은 뼈를 잡고 먹는 게 개념이지만, 저렇게 먹어도 아주 편할 것이다.
“레오나. 나는 손으로 뜯어먹을게. 폭립은 그렇게 먹어야지.”
“후후후, 알겠어요. 그럼 다들 먹어요.”
“잘 먹을게!”
시후가 기쁘게 소리쳤고, 우리는 포식을 시작했다.
우선 폭립의 뼈 부분을 잡고 입안에 쑥 밀어 넣으면서 이빨을 박아넣은 뒤에 힘차게 당겼는데, 고기가 어찌나 부드러운지 뼈에 붙은 살이 전부 다 쭈욱 딸려나와 입안으로 들어왔다.
이게 폭립이지.
“크으…!”
미친 달콤함과 기름진 맛이 입안에 가득 퍼진다.
진짜 눈물이 나올 지경이다.
이게 진짜 인플루언서의 삶이라는 거냐? 김근철 너 이 새끼 성공했구나. 뭐가 됐든 나중에 레오나의 하인이라도 되어야겠다.
“다들 잘 먹고 있네요. 자 그럼… 슬슬 와인을 꺼내보도록 하죠!”
ㅡ화악!
레오나가 보자기를 당긴 순간, 얼음 양동이에 담긴 와인이 공개되었다.
“크으, 이제 먹는 거냐? 아니 근데 그거 비싼 와인 아니야?”
“이 정도면 딱 적당히 축하용으로 먹을 수 있는 라인이죠. 자, 자. 다들 컵 드세요. 제가 따라줄게요.”
“이거 뭔가 기대되는걸.”
다들 쑥스럽게 와인잔을 잡아 들었다.
“유럽의 주도라는 게 어떤 건지 한번 보자고. 레오나. 이거 컵 어떻게 잡냐?”
“이렇게 한 손으로. 양옆을 잡고, 다른 손으로 아랫부분을 받치도록 하세요.”
“이러면 되는 거?”
고급스러운 와인잔이 내 손에 딱 잡혔다. 레오나의 말대로 한 손으로 양옆 부분을 잡고, 다른 손으로 아랫부분을 받쳤다.
근데 이거 무슨 소주잔 잡는 거 같은 느낌인데.
ㅡ쪼르르.
레오나가 와인을 따라줬다. 아니 근데 향기가 진짜 좋네.
“잠시만요. 모두 다 따라줘야 하니 가만히 있으세요.”
“그래.”
“자, 다음은 우유리.”
“이야. 이게 바로 와인이란 말이지. 아 씨발 존나 기대돼.”
“흐흫. 나도 이런 와인 먹어보는 건 처음이야.”
마침내 시후까지 다 한 잔씩 받았다.
“자, 그럼! 이렇게 세 바퀴 돌리도록 하세요!”
“뭐 제사하는 것도 아니고 돌리라고?”
“네.”
ㅡ빙글빙글.
제사용 향에 술잔을 대고 돌리는 것처럼 와인잔을 세 번 돌렸다.
이게 진짜 유럽식 주도가 맞나?
“그리고 건배! 자자, 빨리요!”
“건배! 이거는 확실히 유럽식이라고 할 수 있지!”
“딱 잔 부딪히고 서로의 술이 컵에 섞이도록 하면 돼요. 알겠죠?”
“진짜 바이킹식이구만!”
자, 그럼.
“건배!”
“건배!”
“건배!”
ㅡ째앵!
레오나의 말대로 조금 강하게 부딪혀서 컵에 담긴 와인이 모두 섞이도록 했다. 떨어진 게 좀 아깝지만 이게 유럽식 주도라면 따라야지.
“완샷!”
먹어볼까…!
“흡!”
바로 와인잔에 입을 대고 완샷했다!
ㅡ꿀꺽!
차가운 와인이 목구멍을 타고 내려간다. 이거 생각보다 괜찮은데? 역시 소주랑은 차원이 다른 술이라는 게 빡 느껴진다.
“캬! 바로 이거지!”
“뭔가 포도주스 맛이 날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네?”
유리가 감탄한 반면 시후는 얼떨떨한 얼굴이다. 원래 와인 딱 보면 그런 생각 많이 하더라.
“그래도 맛있죠? 이게 바로 와인의 맛이랍니다.”
“흐흐흐, 너무 맛있다. 레오나. 유럽식 주도도 배우고 아주 좋아.”
“그럼 여기. 술은 더 있으니까 오늘은 마음껏 먹고 마시도록 해요. 원래 이게 또 유럽 문화인데, 큰 싸움에서 이기고 나면 막 먹고 마신답니다.”
진짜 바이킹 같다.
“그런 문화가 있어? 완전 바이킹 아니냐?”
내 말에 레오나가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했다.
“이거 딱 맞췄네요! 사실 전사 계급이 부활한 만큼 그쪽 문화가 부활했다고나 할까요! 유럽 쪽도 한번 개박살났다가 어떻게 다시 뭉쳤으니, 약간 용맹한 문화? 그런 게 전반적으로 스며들었답니다!”
“너무 유익하잖아…!”
알기 쉬운 레오나의 문화강의!
아무튼.
우리들은 술과 함께 음식을 즐겼다. 정말로 바이킹이 된 듯한 기분으로 즐겁게.
“아, 티비 좀 틀까? 뉴스 같은 거 많이 나올 텐데.”
“좋아요.”
ㅡ삑.
시후가 티비를 틀고 채널을 돌렸다. 곳곳에서 오늘 일에 대한 뉴스가 나오고 있는 중이다.
“앗! 저놈!”
시후가 소리친 순간 채널이 고정되었다.
아까 법정에서 원고석에 서 있던 놈이 뭔가 발표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것은 법치주의의 진정한 붕괴이자 대한민국 멸망의 신호탄이 될 것입니다!”
이 새끼.
시뻘게진 얼굴로 아주 그냥 힘차게 소리치고 있다.
“여러분! 두 눈을 가리지 말고 똑바로 보십시오! 초인군림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앞으로 영웅들은 자신들의 권력을 거리낌 없이 사용할 것이고, 결국 우리 민간인들은 노예 계급으로 전락할 것입니다! 법으로 통제할 수 없는 괴물들이 우리를 억압할 거란 말입니다!”
눈물까지 흘리면서 분하다는 듯 소리치는 중인데, 그럴 일은 없을 거다.
아니.
이 새끼들 창궐한다면 그것보다 더 불우한 미래가 펼쳐질 뿐이었겠지. 뭐가 됐든 이제 그런 미래는 없다.
“아, 저 새끼 새끼 말 진짜 좆같이 하네. 뭔 노예 계급이야. 그게 됐으면 진작 됐겠다.”
“패배자의 넋두리일 뿐이죠. 그냥 넘어가요. 이젠.”
어차피 패자의 넋두리일 뿐이다.
앞으론 내가 여론을 먹고 저런 걸 찍어 누를 거다.
“그래도 진짜 이상한 말만 하고 있어. 상식적으로 그런 나쁜 영웅이 나오면 바로 다굴을 할 텐데 말이야.”
“그렇죠. 그런 체제와 문화가 만들어졌으니까요. 나쁜 짓을 하는 영웅은 너무 쉽게 제거당하니까.”
간단하다.
나쁜 영웅이 나타나면 어떤 영웅이 생각하기 마련이다. 저놈 저거 죽여도 되지 않나? 그리고 그에겐 죽일 힘이 있다.
전후 혼란기 때는 대충 그런 연쇄작용이 계속해서 발생했고, 결국 영웅들은 명예와 정의로 뭉치게 되었다. 착한 편이면 싸울 필요도 없고 사이좋게 귀족 계급이 될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 질서를 거부한 것들이 바로 빌런이고.
“김근철이? 오늘 다른 생각하지 말고 그냥 먹어요. 표정 풀어졌다.”
“내가 시간 낭비를 했구나!”
오늘은 다 내려놓고 먹도록 하자!
다시 먹는 것에 집중했다.
“진짜 너무 맛있다…!”
폭립은 진작에 다 조졌고 랍스터도 껍질만 남았다. 바다 갑각류는 진짜 뭘 먹어도 평균 이상이라니까.
그래도 입에 기름진 맛이 너무 크게 남았는데, 이럴 땐 바로 매콤한 마파두부로 미각을 한번 초기화 시켜줘야지.
“크으!”
비주얼만큼이나 매콤한 두부가 입안에서 으깨진다. 그래도 아수라짬뽕으로 단련된 내겐 아무것도 아니지.
다음엔 시큼한 향을 풍기는 오리엔탈 도미찜을 섭취했다. 이 시큼한 맛이 또 입안을 산뜻하게 만든다.
“자, 김근철이. 술 받아요.”
“어서 줘!”
그러고 있으니 레오나가 와인병을 들이밀었다.
“받으면 한 번에 다 마셔야 해요. 전사 문화라서 남기면 겁쟁이 취급을 받거든요. 그리고 다 마셨으면 따라준 사람에게 또 줘야 하죠. 알겠나요?”
“그럼 먹고 레오나 너 따라주면 된다는 거지?”
“네!”
“좋아! 어서 따라라!”
ㅡ촤르륵!
레오나가 내 컵에 와인을 가득 따랐고, 나는 그대로 원샷을 때렸다.
“캬! 레오나 받아라!”
“네네. 여기요.”
레오나가 컵을 대니 유리도 다가왔다.
“야. 나도 줘.”
“순서대로 줄게, 순서대로. 시후야 빨리 컵 대라고.”
“응. 아, 근데 이러다 술에 푹 빠지는 거 아냐? 이거 너무 맛있어.”
이게 또 알콜 취향이네.
“시후야. 니 이런 거에 익숙해지면 소주나 맥주 같은 거 못 마시게 될 수도 있어.”
“그거 큰일인거얼. 흐흫.”
뭐 그렇게 우리들은 서로 따라주면서 마구 와인을 마셨다.
이거 요리도 맛있고 기분도 좋으니 술이 아주 그냥 쑥쑥 들어가는구나. 이렇게 좋은 술을 마시는 건 또 처음이라서 절제가 안 된다.
“옳지, 옳지. 야. 이것도 다 마셔라.”
“크으…!”
옆에 붙은 유리가 따라준 술을 완샷하고 나니.
“빨리이. 저도 따라조요오. 김근철이이.”
얼굴이 새빨게진 레오나가 내 어깨에 머리를 얹으면서 컵을 내밀었다. 이렇게 귀여운 짓을 다 하다니.
“가득 따라주마.”
“후후후, 너무 가득 따랐자나요. 이거 다 먹으라구요?”
“마셔. 레오나 너를 향한 마음이야.”
“앜…!”
ㅡ꿀꺽!
바로 레오나가 완샷을 때렸다.
그야말로 바이킹 걸이 따로 없구나.
“아, 뭔데! 야! 빨리 나도 가득 따라줘!”
“유리야 너 취한 거 아니냐?”
“지랄아. 빨리 나도 마음 가득 따르라고.”
“원한다면!”
ㅡ촤르륵!
새로운 술을 따서 유리에게 부어줬다.
“아으!”
완샷을 때린 유리가 또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내 각진 어께가 또 베개로 쓰기 딱이지.
“히끅! 아… 답답해. 그러고 보니 남장 안 풀었네…”
시후가 남장을 푸는 와중, 옆에 붙은 레오나랑 유리가 병을 하나씩 잡아 들고 내 컵에 술을 마구 부었다.
ㅡ쪼르르.
“아항, 우유리 모에요오… 술 다 떨어지잖아요. 그만 부으세요오.”
“아, 이게 또 가득 따라주려고 그랬는데… 으으, 야. 이것도 빨리 마셔라.”
“조심. 조심해서 들어야 돼.”
표면 장력을 유지하면서 조심스럽게 들어 올린 뒤에.
“호로록!”
말 그대로 빨아 마셨다!
“캬!”
진짜 머리가 뱅뱅 돌고 있다. 대체 얼마나 마신 거지? 내가 또 초인이라 알콜 분해 능력이 러시아 술고래 이상일 텐데.
“근철아 나두…”
“자, 받아라.”
“흡.”
아주 흐트러진 모습.
보니까 시후 이 새끼 완전 개꽐라 고주망태가 된 상태다. 하여간 얘가 이상한 것만 좋아한다니까.
“흐히히히… 아니이, 김근철이? 지금 얼굴 새빨개진 거 알아요오?”
ㅡ콕.
그때 레오나가 손가락으로 내 볼을 콕 찌르면서 말했다.
“그렇게 빨개…? 완전 빨갱이냐?”
“이 빨갱이 섀애끼! 센터 까서 검사해야겠어요, 동무!”
“뭘 검사하는 거냐고! 크흐흐흐!”
아니 근데 레오나도 지금 제정신이 아닌 것 같은데. 눈 질끈 감고 소리치는 모습이 말 그대로 술 취한 사람 그 자체다.
“이 새끼 존나 유명해졌는데 빨갱이인 거 들키면 씨발 좆돼! 이 새끼 정치초인 할 건데!”
“정치초인이라니 임마! 그냥 선한 영향력.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겠다 이거지.”
“지이랄 하네에… 크크크!”
내가 행사한 선한 영향력이 대한민국을 보다 이롭게 만들 것이다.
“아아… 근데 술 너무 먹었나요…? 지금 많이 힘들어요오… 히끅.”
슬슬 레오나도 가버리기 시작했다. 완전히 내게 몸을 붙여오면서 내 가슴팍을 만져대고 있다.
“레오나. 빨리 여기 누워.”
“빨리 눕혀주세요, 빨리이… 너무 힘들어서 팔베개 없으면 못 잘 것 같아요오.”
“나 팔에 피 안 통해.”
“지랄말고 좀…! 빨리이!”
ㅡ화악.
레오나가 내 가슴팍을 밀어 날 눕혔다. 일어나려고 했는데 그럴 힘이 없다.
“아, 씨발… 나도 누워야지… 아나 진짜 존나 힘드네 이거… 몇 병이나 마신 거야?”
ㅡ스윽.
유리가 아주 자연스럽게 내 팔을 움직여 팔베개를 만들었다. 이래서야 완전 설산에 있을 때 그거…
“읏차, 역시 김근철이 몸 따뜻하다니까요… 아, 근대 술 냄새 엄청 나네요… 흐히히.”
“레오나 너한테선 너무 상쾌한 향이 나.”
“으읏… 아, 근데 손 너무 차갑…”
ㅡ쑤욱.
순간, 레오나의 손이 내 옷을 비집고 들어와 복부를 쓸기 시작했다. 그 묘하게 따뜻한 느낌이 내 힘을 쭉 빼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