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Kidding, I’m an Extra RAW novel - Chapter (499)
EP.542 북진 # 5
“다 챙겼나요?”
“모조리 이상무!”
“좋아요! 그럼 출발하죠!”
챙길 건 다 챙겼다. 무기부터 시작해서 식량. 응급 처치 도구. 그리고 여러 가지 생존용품 등.
가서 전투하고 돌아오는 것뿐이라서 좀 차고 넘치는 기분이 들지만 준비는 철저하게 해야 안전한 법이지.
그리 넷이서 함께 통문으로 갔다.
“수고하십니다!”
“네. 수고하세요.”
병사들이 문을 열어줬고.
우리들은 강원도 요새의 성벽 바깥으로 나가게 되었다.
“햐. 이거 죄다 박살이 나 있는데.”
요새 주변은 이미 다 사계 정리가 되어 있어서 텅 빈 상태지만, 그 너머는 완전히 다 초토화가 되어 있다.
그걸 본 유리가 감탄했다.
“가자.”
“자, 지금부터는 긴장하자. 요새 밖으로 나왔으니 사실상 북한이야.”
“그러네.”
이 요새가 실질적인 국경 역할을 한다.
ㅡ저벅저벅.
아직 요새 근처라서 주변에 사람도 좀 있고 위에 헬기도 날아다니고 있지만 우리는 훈련된 전사들이다.
바로 진형을 만든 채 경계하면서 전진했다.
그렇게 가고 있으니 곧 폐허가 된 정글 지대에 진입할 수 있었다.
“폭격으로 갈아엎었다고 해야 하나, 이곳은 이미 이북 지역이죠. 땅속에 숨어 있던 괴수가 튀어나올 수도 있으니 진동 같은 것도 조심하도록 하세요.”
“그래야지. 하늘도 조심해라. 뭐 날아올 수도 있으니까.”
“것보다 공기가 너무 안 좋은데.”
확실히 지금 폭격 끝난 지 얼마 안 된 상태라서 온갖 타는 냄새가 진동하고 있다.
“마스크 착용할까요?”
“그러자.”
ㅡ철컥.
바로 전투용 정화 마스크를 착용했다.
탄 냄새가 좀 날아갈 때까지만 끼자.
“후, 후. 이대로만 가자고.”
왼손에 기관단총을. 그리고 오른손에 검을 쥔 채 불탄 식물을 치우면서 나아갔다. 말 그대로 전투 행군이다. 어디서 뭐가 나올지 모르는 만큼 긴장감이 높아진다.
“레오나. 주변에 다른 사람은 없어?”
“네. GPS 상으로는 표시되지 않네요. 다 구역별로 갔으니까… 여기만 넘어가면 다른 팀이랑 마주칠 일은 없겠죠.”
“오인 사격 문제도 있으니 없는 게 편하긴 해.”
아무튼.
그렇게 사주경계를 하면서 가고 있던 도중.
ㅡ구구구.
진동 소리가 느껴졌다.
“땅속에서 올 것 같군요. 모두 흩어지세요!”
“그래!”
잽싸게 흩어진 순간.
ㅡ쿠우우웅!
예상한 대로 땅에서 괴수가 솟구쳤다.
ㅡ퀴오오오오!
대충 살펴보니 C 랭크 괴수 중에서도 약한 편에 속하는 파데지크라는 녀석이었다. 갈퀴 같은 앞발을 이용해 땅속을 헤집고 다니는 파충류 비슷하게 생긴 괴물.
“제가 어그로끌 테니 양쪽을 노려요!”
ㅡ투타타타타탕!
레오나가 침착하게 녀석의 안면 쪽에 총을 갈기기 시작했다.
물론 디멘션 실드 때문에 전혀 통하진 않지만, 녀석의 시야를 가리는 효과가 있지.
ㅡ파앗!
그 사이 우리들은 좌우로 퍼져서 놈의 옆구리를 노렸다. 레오나가 정면에서 안정적으로 어그로를 끌어주고 있으니 금방 끝낼 수 있을 거다.
ㅡ쿠오오오오!
시야가 가려진 파데지크가 앞발을 휘둘러대면서 전진했고, 그에 따라 레오나가 후퇴하면서 빠르게 재장전을 하며 사격을 이어 나간다.
그러는 사이 나는.
“흡…!”
텅 빈 녀석의 옆구리를 응시하면서.
ㅡ화악!
놈이 앞발을 크게 휘두르는 순간을 노려, 강하게 땅을 박차 순식간에 돌진하여 텅 빈 옆구리를 크게 베었다!
“크아아아압!”
ㅡ촤학!
실로 시원한 검격.
검기에 휩싸인 내 칼날이 파데지크의 C 랭크 디멘션 실드를 종잇장처럼 가르고, 이어서 놈의 맨살까지 사선으로 크게 절단했다.
ㅡ울컥!
그것으로 내장이 울컥 튀어나온다.
파데지크는 즉시 괴성을 내지르면서 내 쪽을 향해 머리를 틀었지만, 이미 전투 불능상태다.
ㅡ써걱!
그것을 유리가 마무리.
파데지크의 머리가 떨어졌다.
“나이스! 아주 잘했어요!”
“손쉽게 잡았네!”
레오나가 탄성을 내지르고, 전투가 시작되자마자 앞으로 나가서 시야를 보던 시후가 즐겁게 복귀했다.
우리 넷이 모였는데 C 랭크 괴수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캬, 이거 팀워크로 한 방에 잡았구만? 훌륭했다, 모두들.”
“약한 녀석이긴 하지만 잘했어요. 제가 어그로 끌자마자 바로 위치 잡고, 이시후는 시야 보러 나갔죠. 더 강한 녀석이었어도 끝장낼 수 있었을 거예요.”
전투가 끝난 뒤엔 즉시 가볍게 토의하면서 피드백을 했다. 딱히 흠잡을 곳이 없었기에 금방 끝났다.
우리의 팀워크는 완벽한 수준이니까.
“그럼 다시 출발할까요?”
“잠깐만. 근데 이거 나름 우리 업적 아니냐? 사냥감인데 뭐 좀 챙기는 게 좋을 거 같은데.”
유리가 턱을 쓸면서 말하자 레오나가 주머니에서 장치를 꺼냈다.
“아, 그거라면 걱정마세요. 이렇게 이걸로 좌표를 지정하고, 우리가 사냥했다고 기록을 해두면… 됐다. 우리가 잡은 걸로 나오죠.”
“아, 그런 것까지 다 보급해줬어?”
“팀 성과 평가용이죠. 어차피 이거 먹으러 올 저랭크 괴수들도 다 쓸려나간 참이잖아요? 이렇게만 하고 가도 우리 스코어로 기록될 거예요.”
그런 거라면 걱정 없지.
“좋아. 그럼 마저 가자고.”
“응.”
그래도 이왕 잡았으니 기념품을 챙기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놈의 손톱 끝을 조금 잘라내서 주머니에 넣었다.
다시 가보자.
*
*
*
“야. 여기 같은데?”
“어. 도착했다.”
목적지 중심부에 도착했다.
이제 여길 중심으로 하여 대충 원형으로 돌면서 괴수를 청소하면 된다. 명령서에 표시되어 있는 면적 안에 있는 놈들을 처치하면 클리어.
임무 완수다.
자, 그럼 이제 그 괴수들을 어떻게 찾고 처치하느냐.
“일단 장비부터 설치하죠.”
바로 이 장비가 있다.
ㅡ철컥.
배낭을 내려놓은 레오나가 안에서 장비를 꺼냈다. 나는 뭐 날개랑 안테나 조립하고. 레오나는 장치에 선을 연결해서 세팅을 시작했다.
이건 일종의 괴수 감시 및 감지 장비라고 할 수 있다.
명령서의 지도는 이 장비의 탐지 범위만큼 지정된 것이다.
이걸 이렇게 설치하고 띄워놓으면 주변에 있는 괴수가 감지된다.
그걸로 현황을 파악하고 적대적인 요소를 제거한 뒤에 보고하면 완료. 그럼 나중에 군대가 진격해와서 방어선을 구축하겠지.
ㅡ지이잉.
설치된 장비가 부양을 실시했다.
“저거 너무 약해 보이는데. 뭐 와서 부딪히면 떨어지는 거 아냐?”
“일단 스텔스 기능이 탑재되어 있어서 괜찮다고 하네요. 거기에 뭐 저랭크 괴수도 없고. 고랭크 괴수는 우리가 처치할 거잖아요? 그럼 문제없죠.”
“그렇다니 다행이네. 아, 이거 누르면 돼? 감지 버튼이래.”
“네. 눌러주세요.”
ㅡ띡.
시후가 버튼을 누르자 스캔이 시작되었다.
잠깐 보면서 기다리고 있으니 신호가 온다.
ㅡ뚜뚜뚜.
“흐음… 북쪽에 C 랭크 반응이 뜨네요. 뭐, 그것 말고는 딱히 없는데요? 이번 임무는 쉽게 끝나겠어요.”
“아니, 레오나. 쉽게 끝난다니. 그런 말 하면 안 된다고.”
“그게 무슨?”
“괜히 그렇게 말하면 안 좋게 끝나는 징크스가 있어.”
일종의 플래그.
“근철아. 이상한 소리 좀 그만해. 괜히 그런 소리해서 부정타잖아.”
“그런가?”
아무튼 가보자.
그렇게 우리들은 탐지된 위치로 향했고, 다시 괴수와 조우했다. 이번에도 역시 팀워크를 발휘해서 간단하게 처치.
이제 C 랭크 괴수 정도로는 우리 파티를 위협할 수가 없다.
“야. 우리 이거 B 랭크 괴수도 처치할 수 있지 않겠냐.”
“후후후, 그럴지도요. 그래도 김근철이. 방심은 하지 마세요. B 랭크 괴수는 C 랭크랑 차원이 다르니까요. 아마 우리 전부가 덤벼도 힘들겠죠.”
“그 정도인가?”
솔직히 C랭크 괴수가 강력하긴 해도 우리 중 두 명만 있으면 처치할 수 있다. 한 명이 어그로 끌고 다른 한 명이 뒤치기하면 그대로 끝장이니까.
근데 일대일은 뭐… 이게 다구리는 쉬워도 정면에서 상대하면 힘들 거란 말이지. 당장 아까 죽인 파데지크만 해도 미친 듯이 앞발을 휘둘러대면서 지랄하면 쉽게 죽일 수가 없다.
그래도 가능할 것 같긴 한데.
“일단 C랭크 괴수 하나쯤은 혼자서 족칠 수 있어야 B 랭크 사냥 파티에 들어갈 수 있다는데. 그거 되겠냐?”
“그런 기준이 있어?”
“비공식적인 기준이지. 근데 우린 몰라도 김근철이 니는 C 랭크랑 일대일 안 될 거 같은데?”
유리가 날 깔보는 것처럼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이 녀석이 감히 날 깔봐?
“안되긴 뭐가 안돼! 야! 이거 끝나면 바로 대련이다!”
“호오, 우리 김근철이 얼마나 컸는지 볼까?”
“반드시 이겨주마…!”
“이거 기대되는데요. 자, 그럼. 이번 사냥도 끝났으니 장치 있는 곳으로 돌아가 보죠. 괴수가 더 안 나타면 이번 작전은 클리어예요.”
“흐흫, 이거 첫 작전인데 쉽게 끝냈네.”
“그만큼 성장했다는 거지. 아, 다들 바디캠 잘 찍었냐?”
“응. 찍어놨어.”
이것도 우리의 업적이 될 것이다.
그리 우리들은 즐겁게 이야기하면서 거점으로 돌아갔다. 경계를 하긴 했지만 애초에 감지된 괴수는 다 처치했으니까. 분위기가 조금 풀어진 것도 어쩔 수가 없다.
ㅡ처억.
장치에 도착했다.
“역시 뭐 없네요. 잠시 보고 메세지 보내고. 통제 떨어지면 철수하면 될 것 같네요. 이거 작전 보상금도 받을 텐데 그걸로 뭐할까요?”
“기부 행사 같은 거 하면 어그로 잘 끌릴 거 같지 않냐?”
“오오, 유리가 머리를 굴려?”
괜찮은 아이디어다.
“크크크, 나도 이제 좀 이미지 만드는 법이라는 걸 알 것 같달까? 작전 나가서 받은 돈을 기부하면 딱 좋잖아?”
“뭔가 근철이 닮아가고 있네.”
“좋아요. 그럼 그렇게 하죠.”
그럼 챙겨온 식량으로 열량 보충을 좀 해볼까.
바로 그 순간.
ㅡ지이이잉!
뭔가 기묘한 파동이 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
“야! 적습이다!”
“네?!”
이거 뭐 나만 느낀 거냐? 애들 반응 보니까 그런 것 같지만 애초에 내 친구들은 전부 전투의 스페셜 리스트.
ㅡ처억!
내 말 한마디에 전부 주변을 경계했고, 바로 그 순간 앞에 게이트가 생성되었다.
ㅡ촤하아아악!
그리고 안에서 특유의 새하얀 피부를 지닌 화이터 괴수들이 등장했다!
칼레이도 아스타테가 소환하는 개체들!
“미친! 화이터다!”
“수가 좀 되는 것 같은데…! 일단 진형 형성해! 썰어버리자!”
“네!”
즉시 게이트 앞쪽에 서서 진형을 형성하고 단체로 검을 휘두르면서 뿜어져 나오는 화이터 괴수들을 찢어발겼다!
ㅡ촤아아악!
“키에에에에에엑!”
근데 뭐냐?
이 새끼들 처음 보는 놈들이다.
인간형 괴수? 비슷하긴 한데, 머리는 마치 뇌가 그대로 드러나 있는 것처럼 생겼고, 목이 인간보다 세 배는 길었다. 게다가 외골격이 둘러진 팔도 아주 길게 늘어져 있는 기괴한 이족보행형의 괴수다.
ㅡ터엉!
놈들이 긴 팔을 철퇴처럼 휘두르면서 마구잡이로 공격했지만, 이딴 건 우스운 수준이다. 쉽게 쳐내고 죽이는 것을 반복하고 있으니.
ㅡ지이잉!
돌연 공중에서 다른 게이트가 또…!
“지휘 개체! 저 새끼 지휘 개체다!”
유리가 소리쳤다.
공중에 나타난 괴수는 다름이 아니라 붕 떠 있는, 일종의 부유 능력을 지닌 녀석이었다. 앞에 있는 놈과 비슷하지만 뭔가 더 강하게 생겼고, 등에 날개 같은 것도 달려 있었다.
딱 봐도 엘리트 몹.
ㅡ촤학!
유리가 바로 총을 꺼내서 놈에게 갈긴 순간.
ㅡ티디디디딕!
놈이 방어막을 만들어내 탄을 방어했고, 돌연 놈의 두 눈이 번쩍 빛나더니.
ㅡ지이이이이이이잉!
압도적인 파동이 우릴 덮쳤다!
“큭…!”
뛰어올라서 죽여야 하나? 충분히 가능하다. 그렇게 판단한 순간 갑자기 기괴한 무지갯빛 섬광이 시야를 가득 채웠고.
ㅡ화아아아악!
어디론가 빨려 들어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
*
*
“근철아, 정신 차려!”
내 눈이 감겨 있었던가?
“어, 어어…?”
눈을 뜨니 주변이 어둡다.
분명 낮이었는데?
그리고 여긴 어디지?
“여기 어디야? 아니, 애초에 왜 이런 곳에?”
“정신 차렸구나! 빨리 레오나랑 유리도!”
“이런!”
보니까 레오나랑 유리도 옆에 엎어져 있는 상태였다! 즉시 시후랑 함께 어깨를 흔들면서 깨웠다!
“시후야! 내가 얼마나 누워 있었던 거냐?”
“몰라! 나도 눈 뜨자마자 너부터 깨웠어!”
“으, 으으…!”
“깼다!”
곧 유리랑 레오나가 정신을 차렸다.
“대체 무슨…”
“일어났구나!”
“네… 어어? 근데 여긴 대체 어디죠?”
맞다.
눈 뜨자마자 애들 깨우는 것부터 해서 살필 겨를이 없었는데, 주변을 둘러보니 뭔가 이상했다.
어두운 적갈색의 하늘.
기괴하게 타오르는 보랏빛 태양.
무엇보다…
“여기 어디냐? 무슨 폐허 같은데…?”
주변에 있는 모든 건물이 무너져 있는 상태였다.
마치 미사일 폭격이라도 떨어진 것처럼.
“…”
어안이 벙벙해진 것인지 레오나랑 유리가 조금씩 걸으면서 주변을 살폈다.
“모르겠어… 정신 차리니까 여기야. 설마 그 괴수한테 무슨 차원 이동 공격 같은 걸 당한 걸까? 그, 우리가 이계에 갔을 때처럼 말이야.”
“가능성이 있네요… 그런데 뭔가 이상해요.”
ㅡ스윽.
레오나가 벽을 짚었다.
“이 무너진 건물들… 아무리 봐도 한국식 아파트 아닌가요?”
“그런 것 같은데.”
그 말을 들은 순간 마치 번개에 맞은 것처럼 어떤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게 익숙한 풍경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