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Kidding, I’m an Extra RAW novel - Chapter (504)
EP.548 청와대로! # 2
가까이 가니 대충 견적이 나온다.
이거 5층짜리 연대 본부 건물이다. 위쪽은 다 박살이 나 있는데, 1층이랑 2층은 벽에 균열이 가거나 창문이 다 깨진 거 말고는 나름 멀쩡해 보인다.
군대 건물이라고 튼튼하게 지어서 그런 건가?
“위병소 근무자들 다 어디 갔어?”
아무튼 부대 내부로 들어갔는데 위병소에서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이 새끼들 빠져가지고… 일단 칼을 앞세운 채 위병소 문을 열어봤는데.
ㅡ끼익.
안에 아무것도 없다.
“위병조장 나와!”
“김근철이 혼자 뭐해요?”
“아니 이 녀석들 군기가 다 빠졌잖아.”
“실없는 소리 좀 그만 하세요, 진짜.”
“알았어.”
위병소 쪽에는 아무것도 없군.
두리번 거리고 있으니 유리가 말했다.
“야. 저게 정문 같은데? 들어가 보자.”
“좋아… 어차피 들어가야 하니까.”
연대 본부 안으로 들어갈 시간이다.
“그 전에 주변 좀 돌면서 위험 요소를 좀 찾아보자고.”
“응. 그렇게 하자.”
바로 건물 주변을 돌면서 수색을 실시했다. 딱히 뭐가 있진 않다. 반쯤 무너진 군사 기지일 뿐, 특이한 점은 보이지 않는다.
“흐음… 잡초 대신 자라난 걸까요.”
그래도 도로의 균열마다 검은 혈관 같은 게 솟아 있었는데, 설마 이게 멸망한 세상의 잡초는 아니겠지.
“그럴지도. 됐다. 건물 주변엔 뭐 없네. 안으로 들어가자.”
“네.”
“내아 앞장설게. 뒤에 진형 만들어라.”
진형을 만들고.
ㅡ스윽.
연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안은 어둡다.
“유리야. 라이트 온.”
“오케이.”
내 대각선 뒤쪽에 시후. 그리고 그 뒤에 선 유리가 손전등을 비춰줬다. 마지막으로 레오나가 후방을 경계하면서 따라온다.
그리 대열을 갖춘 채 복도를 걸었다.
“복도가 그리 넓진 않으니 찌르기 위주로 사용하도록 하세요. 벽 같은 거 베다가 붕괴할 수도 있으니까요.”
“알았어.”
김근철 쓰러스트로 죄다 끝장을 내주마.
아무튼.
ㅡ저벅저벅.
손전등에 의지한 채 전기가 나간 군사 시설의 내부를 걸었다. 혼자였다면 무서웠겠지만 지금의 내겐 친구들이 있다.
서로 붙어서 사방을 경계하며 움직이는 중인 만큼 전혀 두렵지 않다.
“야. 이거 뭐 무슨 밤에 학교 와서 담력 시험 하는 거 같지 않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군대 건물이라는 게 원래 학교 건물이랑 참 비슷하게 생겨 먹었으니까.
“음, 그런 거 만화에서나 보던 건데. 뭔가 비슷한 것 같기도?”
“만화요? 전 잘 모르겠네요.”
“뭐, 좀 으스스하긴 해.”
이게 시후랑 유리는 조금 공감하는 것 같은데 레오나는 잘 모르나 보다.
“만화에서 보던 거긴 하지.”
밤의 학교?
야자하는 고딩들이 있어요.
밤의 학교에서 담력 시험이고 나발이고 담력 있게 도망쳐서 PC방에 가야 한다.
뭐 그렇게 분위기를 풀면서 가다가 내무반 앞에서 멈춰 섰다. 다른 곳은 방 내부가 무너진 건지 잔해가 차 있었는데 여긴 나름 멀쩡해 보인다.
“야. 저거 들어가 보자. 유리야. 나 들어가자마자 라이트 잘 비춰줘.”
“어 그래.”
그럼.
가볼까.
ㅡ스윽.
조심스럽게 내무반 안으로 들어간 순간 유리가 라이트를 비춰줬고.
“어어?”
사람!
사람을 발견했다!
“생존자인가!”
국방색 티셔츠와 전투복 바지를 입은 군인 같은 사람이 저 앞에서 벽을 보고 서 있는 상태였다! 머리카락이 장발인 걸 보니 뭔가 생존자 같은 느낌!
“저기요!”
일단 들어가서 말을 걸려고 한 순간.
ㅡ홱!
생존자가 고개를 돌렸다.
“생존자인가요! 설마 진짜로 발견할 줄은!”
“야! 빨리 구조해!”
“지, 진짜 생존자 맞아…?”
뒤에서 애들이 뭐라고 말했는데 잘 들리지 않는다.
“아니야.”
“네?”
“사람 아니야! 사람 아니라고!”
저 앞에 서 있는 건 사람이 아니었다!
뭔가 기괴하고 쭈글쭈글한 살구색 가죽 뭉치가 지 멋대로 겹쳐져선 억지로 인간의 형상을 이루고 있는 듯한 괴물…!
인간으로 의태한 무언가가 옷까지 입은 상태로 날 돌아봤다!
눈!
코!
입!
전부 다 무슨 실패한 AI 그림처럼 어정쩡하게 붙어 있어!
“꺄, 꺄아아악! 저거 뭐야아아앗!”
“이런 씨발! 사람 흉내를 낸 거냐?!”
“아니 어떻게 생겼는데요! 좀 알려주세요!”
뒤에 있던 애들이 아우성을 쳤으나, 지금은 그럴 시간이 없다!
“괴물이잖아! 빨리 조져! 시후야! 동시에 간다!”
“응!”
ㅡ파앗!
바로 찌르게 자세를 잡으면서 녀석을 향해 돌진했다!
“그에에에에엑!”
순간 녀석이 양팔을 벌리면서 몸을 날리려고 했다. 손가락? 왼쪽은 네 개고 오른쪽은 일곱 개다. 인간으로 의태할 거면 적어도 숫자라도 좀 맞춰라!
그렇게 놈의 면상 부분에 찌르기를 갈긴 순간.
ㅡ퍼억!
놈의 실드가 ‘일부분’ 벗겨지면서 몸체가 뒤로 밀려났다. 그래, 이 새끼야. 역시 한 방에 죽일 수는 없다 이거냐?
“개새끼가 실드만 있으며 단 줄 알아!”
“그에에엑!”
ㅡ쿠웅!
그대로 땅을 박차고 돌진하면서 놈에게 태클을 걸어 밀어 넘어뜨린 뒤에 그라운드를 실시했다.
“잡았다!”
인간으로 의태 했으면 대가를 치러야지. 괴수의 형상도 아니고 인간 형상이라면 그라운드가 충분히 먹힌다.
“조져버려! 빨리!”
그리 녀석을 붙들고 소리치니.
“잡고 있어!”
ㅡ촤자자작!
시후랑 유리가 뛰어와서 난도질을 실시했다.
“게에에에엑!”
흉측한 울부짖음. 제아무리 강한 실드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이렇게 잡아 붙든 뒤에 난도질을 치면 도리가 없지.
그렇게 녀석은 죽어버렸다.
처참하게 난도질당한 상태로.
“정말 끔찍하게 생겼네요! 인간으로 의태 하다니!”
후방 경계를 하느라 괴물을 제대로 보지 못했던 레오나가 경악했다.
“레오나. 뒤는?”
“문제없어요.”
적은 더 없는 모양이다.
“아니, 진짜 존나 징그럽네 씨발. 어떻게 인간을 흉내 낸 거지?”
“그러니까. 게다가 대체 왜 의태를 한 걸까?”
시체를 확인한 유리랑 시후가 의문을 표했다.
“생각해도 답 없어. 그냥 그런 개체도 있는 거지.”
“응… 그런 것 같네.”
“그럼 여기 수색하고. 끝나면 다른 멀쩡한 방도 수색해보자.”
“그래요.”
인간으로 의태한 괴수는 끔찍했지만 금방 관심이 식었다. 말마따나 깊게 생각할 필요가 없는 일이니까. 죽이고 나아가면 될 뿐.
“야! 뭐 찾았다!”
“오, 뭔데?”
유리가 뭔가를 찾았나 보다.
“비상식량이야!”
비상식량?
“전투식량이 아니라 비상식량이라고?”
“어. 비상이라고 쓰여있는데? 야. 이거 보존 기간도 존나 길다.”
“그러게.”
보니까 보존기간이 10년 단위다.
전식은 거의 한 3년이지 않나?
“레오나. 전식은 보통 3년 가지 않냐?”
“네. 그 정도 가죠. 그런데 10년 단위 비상식이 보급된 걸까요? 설마 지구가 멸망할 정도로 큰 전쟁이 지속되니 기존 전투식량을 대체한 것?”
“신빙성이 있는데.”
“이거 참… 아무튼 잘 보관되어 있군요. 보존 기간이 길다니 우리에겐 좋은 일이죠. 파밍해요.”
바로 비상식량을 파밍 했다.
“아, 여기 물도 있어. 구석에 넣어놓고 잊혀졌나 봐.”
“물이 안전할지는… 그래도 정화제가 있으니. 일단은 챙기죠.”
그렇게 방을 돌면서 파밍을 실시했다.
“그에에엑!”
중간에 똑같은 의태 개체가 하나 더 나왔지만 이미 전투 경험을 쌓은 우리의 상대는 아니었다. 실드가 강하면 뭐하나? 여긴 칼잡이가 넷이나 있는데.
그래도 이 새끼들 하나 잡을 때마다 마력 소모가 좀 있는 편이다. 앞으로는 마력 회복량까지 생각하면서 싸워야 할 것이다.
“지통실? 저기 지통실이네요?”
그때 지통실이 우리 앞에 나타났다.
“오오, 이거 뭐 있을 것 같은데. 안에 멀쩡한가?”
“네. 괜찮아 보여요. 들어가죠.”
즉시 지통실로 들어갔다.
여기 들어오는 것도 오랜만인데.
“흠.”
보니까 엉망진창이긴 해도 괴물은 없었다. 그래서 뭐. 즉시 탐색을 실시했다. 안에 뭐가 있을까?
“어? 얘들아.”
저쪽으로 간 시후가 우릴 불렀다.
“여기 문서 같은 게 많이 놓여 있어. 날짜 보니까 우리 시점보다 더 뒤야.”
“뭐라고? 야! 빨리 모아! 죄다 가져와!”
“응!”
군사 자료!
여기 있는 것만 모아도 어느 정도 정보가 나올 것이다!
ㅡ촤락!
지통실을 뒤져 종이란 종이들은 모조리 다 챙겨서 한곳에 모았다.
“호오, 이거 딱 봐도 군사 문서네요. 정보가 있을 것 같으니 빨리 확인해봐요.”
레오나가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말했다.
“좋아. 그럼 읽어볼까.”
ㅡ촤락.
문서를 정리하면서 몇 개를 추려 읽어봤다.
하지만 내용은 결코 좋지 않았다.
“아, 이거 읽으니까 기분이 좀 다운되는데.”
부정적인 전황에 대한 문서. 그리고 어디에서 패배를 해서 작전이 변경되었다는 문서. 어떤 영웅들이 죽었다는 문서. 어떤 부대가 궤멸 되었다는 문서. 신종 괴수가 나타났다는 문서. 병사들이 악몽에 시달린다는 문서.
죄다 그런 것뿐이다.
“…별로 알고 싶지 않은 정보였네요.”
“…죽은 영웅. 누구일까.”
“야. 그런 거 보지 마라.”
유리가 시후의 문서를 빼앗았다.
“다른 거 없냐? 우리가 원하는 거나 지금 쓸만한 거.”
“보자… 아. 이건?”
손에 잡힌 문서를 보니 괴수에 대한 것이었다.
[현재까지 확인된 의태형 괴수 목록]“야. 이거 그거 아냐? 우리가 방금 잡은 의태형 괴수들.”
“오오, 드디어 제대로 된 걸 찾았네. 빨리 읽어봐라.”
“좋아.”
바로 문서를 탐독했다.
문서는 일종의 구두 진술을 기록한 형태로 되어 있었다. 소대장이 보고를 청취하는 형식.
[박상현 병장 구두 진술 기록] [몬스터 코드네임 : 소라게] [그러니까… 탈영병이 돌아온 게 좀 이상한 일이지 않습니까? 그 민호 새끼 말입니다. 그 새끼가 돌아왔는데… 제가 위병소에 있다가 잡았습니다. 아무튼 뭐, 이 미친 새끼 이거 어디 갔다가 돌아왔나 싶고, 또 반갑기도 한 마음에 잡고 보고한 뒤에 오대기? 오기 전에 잠깐 이야기 좀 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애가 이상한 겁니다. 횡설수설… 말도 못 하고. 경련이랑 발작도 하고. 도저히 이야기를 들을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일단 상경이한테 잡아두라고 한 뒤에 밧줄 꺼내려고 했는데, 갑자기 무슨 찢어지는 듯한 웃음소리가 들리는 겁니다… 예. 민호 새끼가 웃었습니다.] [존나 웃다가 발작하더니 눈에서 그… 양쪽 눈에서 무슨 집게발이 솟구쳤습니다… 무슨 거미게 앞발 같은게… 입에서도 뭔가 나오려고 했는데 본능적으로 깨달았습니다. 민호가 괴수가 되었다는 걸. 바로 대응하려고 했는데, 예. 그 시점에서 상경이는 그대로 찢겨져서 죽고… 뒤늦게 총 쐈는데 통하긴 커녕. 갑자기 민호 머리가 똑 떨어지더니 사사삿 하고 그렇게 도망을…] [제 생각에 그 신종 괴수는 인간의 체내에 들어가서 조종하는… 그 인간의 껍데기를 집으로 삼는 일종의 소라게 같은…]“아, 씨발. 김근철이. 나 지금 존나 무서워졌거든? 나 좀 안아줄래?”
“나도 무서우니까 빨리 와!”
“…”
옆에서 문서를 보던 유리가 날 끌어안았다. 그리곤 아주 얌전하게 굴면서 고개를 숙였다.
확실히 무서운 이야기였다.
인간의 체내에 기생하는 괴수라니. 존나 끔찍해서 몸서리가 처진다. 그런데 아까 본 그거랑 많이 다르다. 그건 말 그대로 어떤 존재가 가죽을 모아서 인간을 흉내 낸 듯한 느낌이었는데.
“끔찍하네요… 우유리. 다음은 제 차례니까 적당히 있다가 비켜주세요.”
“아니 뭐 내가 두려움 지킴이 봉이냐고.”
“무리 중 덩치가 제일 크잖아요. 아, 이게 그거 같네요. 우리가 잡은 거.”
보니까 우리가 잡은 괴수에 대한 정보도 있었다.
[카피맨] [인간과 유사한 외형을 지녔지만 디테일한 부분에서 정확도가 매우 떨어짐. 손가락 개수. 눈코입 위치 확인할 것. 피난민으로 위장하거나 두꺼운 옷을 입은 채 노숙자 무리에 섞여 있기도 함. 어떤 개체는 전투복을 입고 영내 침입을 시도하기도 했음.] [목적, 생리, 출몰 조건. 전부 밝혀진 것 없음. 보는 즉시 사살할 것. 지성 없는 근접 공격을 행할 뿐이기에 위협도는 낮음.] [단, 놈에게 물린 자는 초자연적인 이유로 영구 실종됨. 부상자가 사라질 경우 사망 처리할 것.]“아니 씨발.”
뭐 하는 놈들이냐고, 대체.
“…”
그리 다운된 분위기 속에서 군사 문서를 탐독했다. 읽다보니 뭔가 유효한 게 나오긴 했다. 광신도들과 빌런에 대한 것.
“광신도라…”
역시 이 미래엔 광신도로 돌변한 민간인들과 영웅들이 싸우고 있는 중이다. 좀 씁쓸하구나. 근데 제물의 화로? 이건 뭐지?
“어?! 유리야!”
“깜짝아!”
순간 시후가 소리쳐서 깜짝 놀랐다.
“야, 왜 소리를 질러?”
“난 왜?”
“아니, 이거 좀 봐… 여기 유리 네 이름이 적혀있어!”
“뭐라고?!”
군사문서에 유리의 이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