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Kidding, I’m an Extra RAW novel - Chapter (51)
EP.51 견학 # 5
ㅡ철컥.
다 사용한 총기를 자리에 거치해두고 나왔다.
“후우.”
총기를 연발로 갈겨서 괴수를 죽인 탓일까. 묘한 흥분감과 고양감이 느껴졌다. 그래. 이런 총기만 있으면 저랭크 괴수 따위 상대가 되지 않는다.
[Coin 획득 : 1]“뭐?”
아니 코인을 줘? 이것도 괴수를 사냥한 걸로 치는 건가? 하긴 뭐 죽인 거 맞긴 하다. 근데 1 코인을 누구 코에 붙이냐?
“흐흐흐.”
그래도 티끌 모아 태산 아니겠는가. 이런 기회가 더 있었으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쏴 죽일 수 있는 건 한 마리뿐이다.
“김근철이? 기분이 좋아 보이는군?”
“지금 기분이 굉장히 좋습니다. 총기를 사용한다는 게 이렇게 즐거운 일일 줄은 몰랐거든요.”
“호오, 취향이 맞았나 보지? 좋은 마음가짐이다. 영웅은 총기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물론이다.
“총기는 저랭크 괴수들 말고도 빌런들에게도 유효하니까.”
“예?”
“하위 랭크의 빌런들이라고 해봤자 훈련받지 않은 민간 각성자일 뿐이다. 총기로도 쉽게 상대할 수가 있지. D 랭크 이하 빌런들의 50% 정도가 총격에 사망한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이니, 기회가 된다면 총기 숙련도를 늘려 두도록.”
“세상에.”
빌런들이 총 맞고 죽는 세상이란다. 진짜 놀라서 입이 절로 벌어질 지경이로군.
빌런 이 새끼들 이거 왜 목숨 걸고 그 지랄하는 거냐? 그냥 영웅이랑 헌터하면 안돼?
“으음? 왜 그러지?”
“아뇨. 그냥 좀 신기해서요. 생각해보니까 빌런들도 사람이긴 하네요.”
사람이니 당연히 총 맞으면 뒤지긴 할 것이다.
“무슨 소리지? 빌런은 사람이 아니다.”
“아이고 세상에.”
너무 당연하게 말해서 순간 설득될 뻔했다. 우리 교관님 이거 마인드가 너무 무서운데?
“발견 즉시 사살이 원칙이니, 나중에 김근철이도 빌런을 보면 주저 없이 쏴 죽이도록 해라. 그러지 않는다면 역으로 당할 테니까.”
평소와 다를 거 없는 태도로 엄청난 말을 하는 이소라 교관…!
빌런을 보는 즉시 총으로 쏴 죽이라니! 놀랍지만, 사실 맞는 말이다. 저번에 이소라 교관이 현역 시절때 활약한 동영상을 봤었지. 괴인이고 빌런이고 죄다 때려죽이고 찢어죽이고 그랬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다른 평범한 사람들이 죽을 테니까. 괜히 빌런과 괴인과 괴수를 하나로 묶는 게 아니다. 전부 죽여야 할 적들이다.
“뭐, 당연히 지금은 거부감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김근철이? 영웅이라는 건 그런 것이다. 괴수든. 괴인이든. 빌런이든. 전부 죽여야 국가와 시민들을 지킬 수 있는 것이지. 놈들을 죽여야 민간 피해를 줄일 수 있다.”
“물론이지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 기특하군.”
ㅡ슥슥.
교관이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빌런에 대한 교육도 조만간 할 것이다. 빌런을 사살하는 건 아주 훌륭한 일이지… 후후후.”
이소라 교관이 즐겁다는 듯이 웃으면서 자신의 입술을 쓸었다.
“아니, 근데 교관님. 보니까 빌런들이 아주 잘 죽는 것 같은데, 왜 빌런 같은 걸 하는 겁니까?”
“글쎄. 신념이나 광신이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역시 가장 큰 것은 돈 문제 아니겠나. 약팔이는 돈이 된다. 그것도 아주 큰 돈이.”
이건 뭐 어느 세상이든 그렇다.
“대한민국에서 사살되는 빌런 중 6할 이상이 중국과 러시아 출신이다. 정 붙일 곳이 없는 망국의 각성자들이지. 통제와 질서를 무시하고, 그저 돈을 챙길 생각만 하는 족속들. 그런 녀석들이니 자연스럽게 약팔이에 손을 대는 것이지.”
“오직 총알만이 구원이 되겠군요.”
“총알… 훗, 말을 참 웃기게도 하는군. 아무튼. 자리로 돌아가라. 사격도 끝난 것 같군.”
“예.”
그리 이소라 교관이랑 노가리를 좀 까다가 자리로 돌아왔다.
빌런. 빌런이라. 괴수랑 괴인 관련 수업으로도 머리 터질 것 같은데 빌런까지 추가되면 진짜 공부하는 기계가 될 수밖에 없다.
잔혹한 빌런 새끼들…!
학생들을 공부하는 기계로 만들어버리다니!
전부 타도해야 함이 옳다!
“하아. 근철아. 총은 잘 쐈어?”
“어. 생각보다 재밌더라. 너는?”
“나도 잘 쐈어. 위력이 굉장하던데? 역시 영웅이라면 총기 하나 정도는 챙겨야 할 것 같아.”
“대구경으로다가 말이지. 흐흐흐. 어디 뭐 총기샵 같은 곳 없나? 구경 가고 싶은데.”
“근철아. 있어도 지금 살 수는 없어. 정식 영웅이 되어야 살 수 있을 거야.”
“그런 규제가.”
뭐가 됐든 영웅 자격 얻으면 총부터 하나 사봐야겠다. 그거 들고 사격장 같은 데 가서 놀면 재밌을 것 같은데.
“…”
근데… 학교를 졸업해야 정식 영웅이 되는 건데, 졸업을 하게 됐다는 것은 결국 이 세계가 직면한 좆망할 위협. 그것을 해결했다는 소리가 된다.
그렇다면 난 집에 돌아가게 되는 것인가?
“응? 근철아?”
“아니. 아무것도 아냐. 서자.”
“응. 아, 맞다. 근철아. 그거 알아?”
“뭘?”
“농장 보니까 생각난 건데, 가축용 괴수의 권리를 위해 투쟁하는 빌런연합도 있다나 봐.”
“그게 뭔 소리?”
아니 시발 지금 뭐라고?
“괴수의 권리를 위해 투쟁한다고?”
“이상하지? 이름이 분명 애니벌러버즈였던가? 전 세계적으로 활동하는 빌런연합이야. 괴수를 제대로 된 가축으로 인정하고 인도적인 사육을 하라고 주장하는 녀석들인데, 괴수산업 관련 기업을 테러하는 것으로 유명해.”
“진짜 개미친 놈들이네. 뭐 그런 새끼들이 다 있냐?”
“그러게.”
진짜 세상이 미쳐 돌아가는구나. 근데 뭐 있을 만한 단체라는 생각도 든다. 원래 세상에는 미친놈들이 많으니까.
“그리고 비슷한 빌런연합이 하나 더 있죠.”
“아니 이거 우리 척척박사 레 오나씨 아니야? 또 무슨 가르침을 내려주려고 온 것이지?”
“척척박사 이 지랄. 조용히 안 해요? 아무튼 빌런연합 중에 ‘바른세상’이라는 놈들이 있어요. 이계의 괴수 따위를 가축으로 사용하는 건 지구와 인류에 대한 모독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는 사이비들이죠. 괴수를 가축으로 사용해 이득을 취하는 건, 결국 괴인들과 손을 잡아 이득을 취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는 마인드에요. 그래서 괴수산업을 인류에 대한 이적행위라고 규정하고 있답니다.”
진짜 싸이코패스들인가?
“이 녀석들도 기업체에 대한 테러를 일삼는 편이죠. 정말 끔찍한 녀석들 아닌가요? 앞으로 우리가 영웅이 된다면 그런 녀석들과도 싸워야 한답니다.”
“극한직업이다, 진짜.”
“그럼 당연히 극한직업이죠. 세상을 위해서 하는 일인데.”
빌런새끼들 참 많지 싶다.
아니 근데 오늘 정보량이 좀 많은데.
이런 거 왠지 좀 복선 같아서 불안하지 않냐?
*
*
*
그렇게 견학 시간이 끝났다. 기분이 좋구나. 학교생활 하면서 이런 곳 견학도 좀 가고 그래야지. 알찬 하루라고 할 수 있다.
재밌었다, 오늘!
“다들 재밌게 견학했나?”
“네!”
“네!”
“네!”
이소라 교관의 말에 힘차게 대답하는 학생들. 슬슬 점심시간이다. 견학도 끝났으니 이제 즐거운 하교 시간. 뭘 할지 생각하니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
“좋다. 그럼 이제 식사를 한 뒤에 아카데미로 복귀하도록 하겠다.”
“와아! 교관님! 복귀한 다음에 집에 바로 가는 겁니까?”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지? 오후 수업이 남아있지 않나?”
뭐라고!!!!!!
“이게 무슨!!!!!”
이런 디스토피아 용납 못해!!!
*
*
*
“할로할로! 생도 여러분들! 견학은 재밌게 하고 왔나요? 학교 끝난 줄 알고 즐거웠나요? 안됐네요! 지금부터 이 카와르 교관님의 마법수업 시간이랍니다!”
신이 난 카와르 교관이 깔깔거리면서 소리쳤다.
“십라.”
집에 가는 줄 알고 즐거웠는데 학교 오자마자 수업 시작이냐? 그것도 가장 힘든 마법 시간이었다. 진짜 그때 환영 보고 놀라 자빠진 것만 생각하면 아직도 얼굴이 뜨거워질 지경이다.
“수업 시작할게요! 다들 책상 뒤로 밀어주세요!”
“네.”
바로 책상을 뒤로 밀었다. 마법 시간은 보통 이렇게 진행되니까. 그래도 마법 시간이 알차긴 해.
“자, 생도 여러분. 보아하니 이제 다들 마력을 사용하는 것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것 같네요. 그러니까! 이제 가장 중요한 걸 가르쳐 드릴게요!”
가장 중요한 것?
ㅡ파앗!
그 이야기를 듣자 감각이 곤두서는 것이 느껴졌다. 카와르 교관이 좀 경박하긴 하지만 이런 걸로 빈말을 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중요하다고 말했으면 진짜로 중요한 거라고 할 수 있지.
뭐가 됐든 마법 관련된 것을 아주 잘 알려주는 교관이다. 빡집중해서 내 레벨을 높여보도록 하자. 이런 수업을 열심히 들어야 돼.
“가장 중요한 것! 그것은 바로… 실드에요!”
“실드?”
“네! 실드요! 마력을 이용해서 자기 몸을 보호하는 스킬! 안전만큼 중요한 건 없지 않겠나요? 그래서 오늘은 실드를 발현하는 법을 배워볼 거예요!”
“오오…!”
실드라니!
이거 기대되는데!
“자, 그럼 김근철이! 앞으로 나와주세요!”
“아니 또! 또 제가 교보재입니까?! 왜 맨날 저냐고요!”
“이제 슬슬 익숙해질 때도 되지 않았나요? 항의해도 소용없으니까 빨리 나오세요.”
이 상황이 아주 익숙하다는 듯이 급우들이 실실 웃었다.
“흐흐흫, 근철아. 잘하고 와.”
“그래도 교보재 역할은 아주 잘하니까요.”
“설마 실드 수업받으면서 비명 지르진 않겠지.”
지를 껀덕지가 없다면야.
“예. 알겠습니다. 제가 또 나와야지요. 그래서 교관님. 오늘은 뭘 하면 되겠습니까?”
“간단해요. 아직 김근철이는 실드를 사용할 수 없죠?”
“네. 되는 건 그 약간 검기 발현하는 거랑 하이점프 하는 것 정도?”
“후후후, 참 풋풋하네요. 그래도 성취가 아주 좋네요? 벌써 그 정도 경지를 이룩한 걸 보면.”
“뭐, 그렇죠. 역시 카와르 교관님이 보는 눈이 있으시네요. 제가 좀 재능이 있는 타입이라.”
이거 진짜 이야기 나올 때마다 자랑할 수밖에 없다.
절로 웃음이 나올 지경.
“그렇다면 실드도 금방 배우겠네요. 자, 일단 기본을 설명하자면. 실드라는 것은 체내에 있는 마력을 외부로 방출해서 피부에 코팅을 해, 적의 공격을 방어하는 스킬이에요.”
대충 상상이 간다.
마치 칼에 검기를 두르는 것처럼 몸에 마력을 두르는 거겠지. 물론 상상이 간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럼 김근철이? 한번 해볼까요? 체내에 있는 마력을 살짝 방출해서 그걸로 피부를 덮는다고 생각해보세요.”
“마치 스킨로션을 바르는 것처럼 말이죠?”
“바로 그거에요! 그럼 시작!”
“합!”
일단 집중을 좀 하고.
ㅡ고오오.
체내에 있는 마력을 끌어올리면서 천천히 방출을 해 보았다. 우선은… 그래. 팔뚝에다가 해보자.
ㅡ스르륵.
근데 생각보다 어렵다.
마력이 거의 손에 집중되는 듯한 느낌. 손바닥에서 마력이 흘러나오고 있지만, 그걸 어떻게 스킨로션처럼 바르는 것은 할 수가 없었다.
“흐음… 이거 좀 어렵네요. 일단 손바닥에서 마력이 흘러나오긴 하는데, 코팅을 하는 게 좀.”
“후후후, 네. 바로 그거죠. 초보자들은 보통 그래요. 방출은 할 수 있어도 그걸로 신체를 코팅하는 건 어렵죠. 방출이랑 코팅은 완전히 다른 개념이니까요.”
그 말에 급우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맨날 날 부르는 건 좀 그래도 이렇게 참여시키면서 수업하는 건 참 잘한다니까.
“자, 그럼! 김근철이! 지금부터 실드 발현을 돕기 위해 자그마한 자극을 좀 줄까 하는데!”
“뭐, 뭐요?! 자극!”
잠깐!
“기다려! 기다리세요! 교관님이 뭐 자극 준다고 했을 때 제대로 굴러간 적이 없어! 무슨 짓을 할 생각입니까!”
“아니. 제가 뭐 공격이라도 한대요? 자극을 좀 준다니까. 가만히 있으세요!”
“아니! 잠깐만! 기다리시라니까!”
또 무슨 짓을 하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