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Kidding, I’m an Extra RAW novel - Chapter (514)
EP.558 청와대 지하 # 5
함웅철씨의 유언이자 수기를 쭉 읽어 내려갔다.
그는 멸망에 저항했고, 세상이 멸망한 뒤에도 어떻게든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분투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최후에 이르러 통령군주의 음모를 알아내는 것에는 성공했지만 그걸로 끝이었다.
[모든 것이 끝났다. 의미 따윈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누군가 이걸 본다면 다음의 진실을 알아주길 바란다.]“…”
[통령군주는 시간의 힘을 손에 넣고 싶어했다.]함웅철씨가 알아낸 모든 정보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글.
그것을 스캔하듯 읽었다.
[이곳에서 자행된 모든 실험은 그를 위한 것이다. 통령군주는 실험과 칼레이도 아스타테의 힘을 이용해 시간의 힘을 완성하려고 했다.]“시간의 힘! 역시 그건가요!”
“타임머신…!”
그래.
역시 통령군주는 시간의 힘을 손에 넣고 싶어 했던 것이다. 그것을 확인하니 머릿속에서 노이즈가 울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시간.
시간의 힘이라는 게 실재한다면, 나에겐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대체 어떤 힘으로 내가.
[실험은 일부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통령군주는 실패했다.] [세상이 붕괴한 그때 통령군주는 강림한 칼레이도 아스타테의 앞에서 자신의 힘을 사용했으나, 의도한 바를 행하진 못한 것 같았다. 시간의 힘이란 것에 집착한 것을 보면 그는 분명 과거로 시간여행을 하려고 했을 가능성이 높지만 통령군주는 사라지지 않았으니까.] [분명 실패했기 때문에 이 세상에 남아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이후 통령군주는 극소수의 측근과 함께 도피했지만.] [이후 영웅 이시후에게 제거되었다.]“어어?!”
“잠깐만! 여기 내 이름이 나오는데?!”
“그, 그러게요?! 이건 대체!”
갑자기 여기서 시후가 활약을!
“잘했다, 시후야! 아주 잘했어!”
“으, 으응! 칭찬 고마워! 그런데 내가 한 게 아닌데…!”
“아무튼 했다는 거 아닌가요! 복수를 이뤘다니 긍정적인 부분이 있긴 하네요!”
그 말에 시후가 볼을 긁적였다.
“그렇구나. 여기선 복수를 한 거구나.”
“뭔가 느껴져?”
“음… 아니. 딱히 느껴지진 않아. 복수를 했다고 해서 세상이 원래대로 돌아온 건 아닌 것 같아서.”
“시기가 좀 늦긴 했어.”
“응. 그러네. 물론 이런 미래를 안다면…”
결과는 달라질 것이다.
“그런데 이시후? 대체 어떻게 했을까요? 그 강력한 초인군주를 작살내다니. 어떤 방법으로 했는지 궁금하군요.”
“맞어. 어떻게 한 거냐?”
“아니 나한테 물어도 몰라. 이게 나긴 한데, 그래도 미래시점이잖아… 근데 진짜 어떻게 했지? 이거 목적이 실패했다고 나와 있는데 약화가 된 걸까?”
아니면 단순히 시후가 존나 쎄졌을 수도 있다.
“아무튼 이 세계의 이시후는 통령군주를 죽였다 이건데. 그럼 시점이 대체 언제인 거냐? 문서 보니까 나도 활약하고 있었잖아. 뭐 김근철이랑 레오나 이름은 없나.”
“그게 아쉽네요. 근데 진짜 시점이 대체 언제일까요.”
“하필이면 시간 언급이 없네. 아.”
근데 뭐 이것도 찾다 보면 나올 것 같다.
“그럼 더 읽어 보죠. 아직 통령군주의 진정한 목적이 무엇인지는 안 나왔으니까요.”
“보자고.”
다시 함웅철씨의 수기를 확인했다.
[통령군주는 어째서 시간의 힘을 갈망했나. 적어도 익수파 요원 중 극소수는 통령군주의 목표를 알고 있었고, 그것을 대의라고 여겼다.] [세상이 멸망해감에 따라 익수파 요원들도 광신이 깨어지고 하나둘씩 전향했다. 그런 와중에도 마지막까지 통령군주와 함께한 요원들이 있다.] [명단.]익수파 요원들의 이름이 나열되어 있다. 아는 이름은 없었다. 아, 하나 있긴 한데 이건 그 장관 이름이다.
“류아라씨의 이름은 없군요.”
“응. 안 보이는 거 보니까 역시 익수파 요원은 아닌 것 같아.”
역시 국가파 요원인 건가.
[시간의 힘이라는 것에서 떠올릴 수 있는 건 시간여행뿐이다. 시간여행으로 무엇을 이루려고 했기에 마지막까지 거기에 집착한 건지는 알 수 없다.]“흠, 진정한 목적이 나오진 않았네요. 뭐, 이건 통령군주가 개인적으로 품고 있는 비원일 가능성이 높아 보여요.”
“대체 뭐냐? 시간여행으로 뭘 하려고 이 지랄 쳐놓은 걸 대의로 여겨?”
유리가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게 말이다. 대의로 여길 정도라면 뭔가 중요한 목적이 있기는 한 것 같은데.”
세상이 좆망하는 와중에도 그 대의를 지지한 요원들이 있다라.
단순한 광신일까?
아니면 그럴 가치가 있다고 믿는 걸까?
이 건에 대해선 더 자세한 정보가 없었다. 함웅철씨는 국가파 요원이었던 만큼 이들의 비원과 대의에 대해선 알아낼 수 없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가장 쓸만해 보이는 대목이 나왔다.
[칼레이도 아스타테.]우리의 진정한 적에 대한 정보.
김익수도 적이지만, 가장 큰 위협이 바로 이것이다.
“가장 중요해 보이는 대목이로군요. 그런데 칼레이도 아스타테? 이 명칭을 쓰는 건 보이드 프린세스랑 우리 말고 없을 텐데요?”
“어? 그러게? 이거 뭐냐?”
이 명칭을 함씨가 알고 있다고?
조금 걸리긴 했지만 부연 설명 따윈 없었다. 함씨는 담담하게 칼레이도 아스타테에 대한 정보를 적었다.
[칼레이도 아스타테는 외계의 어딘가에서 온 아주 강력한 존재다.] [특성은 침식과 소환.] [지성이 있는지에 대한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이것은 지구를 침식하려고 한다. 분석에 의하면 칼레이도 아스타테는 수많은 차원을 거쳐 오면서 이런 ‘침식행위’를 해온 것으로 추측된다.] [칼레이도 아스타테가 소환하는 하얀색 괴수들의 정체는 전부 흡수된 타 차원의 존재들이다.] [녀석은 지구를 침식하고, 생명체를 전부 흡수하려고 한다.]“그, 그런 거였냐!”
“이럴 수가!”
애들이 입을 떡 벌리면서 경악했다!
“괴물!”
예언자의 정신 공격. 그때 느꼈던 공포감이 다시금 느껴지는 듯했다. 외차원의 어딘가에서 온 불길한 마물…!
자신의 배를 불리기 위해 생명체를 흡수하고 사역하는 터무니 없는 존재!
그것이 바로 칼레이도 아스타테의 정체였던 것이다!
인류는 그러한 마물과 맞서야 하는 것이었나!
“그렇다면! 그 천사 같은 괴물! 그것도 칼레이도 아스타테에게 흡수된 어떤 존재라는 건가요?! 그래서 소환해 사역할 수 있는 거고! 미친…! 너무 강력하잖아욧!”
혼란 상태에 빠진 레오나가 날 보면서 강하게 소리쳤다.
“씁… 이걸 안다고 해도 이길 수 있나…? 통령군주가 협조했어도 어려울 거 같은데…”
유리 역시 초조함을 드러내면서 손톱을 깨물었다.
“일단 더 보자. 뭐가 더 나올지도 모르니까. 그리고 레오나. 설령 뭐가 나와도 어떻게든 다 죽일 방법이 있다고. 그렇지 않냐?”
“그건 그렇지만요… 근데 이게 생각보다 엄청나서…”
“방법은 있을 거야. 반드시. 난 믿어.”
그때 시후가 아주 굳건한 얼굴로 레오나의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
“읏… 네. 그래요. 저도 믿어요. 가장 힘들 이시후도 이렇게 마음을 강하게 먹었는데 제가 이러면 안 되겠죠.”
“뭐, 그래. 정신 차려야지. 다시 보자.”
이어서 칼레이도 아스타테의 정체에 대한 것을 더 읽어봤다.
지구의 기술과 지식으로는 제대로 파악할 수 없는 어떤 초월적인 존재에 가까워 보이는 무언가다.
이것이 있기 때문에 통령군주도 시간의 힘을 얻겠다고 지랄할 수 있었던 거다.
[강림한 칼레이도 아스타테는 권속이라고 할 수 있는 하얀 괴수들을 대량으로 소환하기 시작했고, 그것이 지구를 덮쳤다. 처음엔 버텼지만 패배는 예정된 것이었고, 결국 지구상 모든 국가가 붕괴되었다.] [살아남은 영웅들은 분투했지만 현상을 유지하는 것조차 버거워했다. 그럼에도 이름난 영웅들이 강력한 소환체들을 제거하며 인간의 땅을 수호하려고 했지만 무리였다.] [현시점에선 한국 최강이자 최후의 공격대 역시 패배했다.] [결사대조차도 사태를 해결할 수는 없었다.]“…”
공기가 가라앉는다.
멸망해가는 지구. 의로운 영웅들이 분투했지만 결국엔 모조리 실패해버리고 이 꼴이 된 것인가.
“정말… 참영웅들이네요. 마지막까지 분투하다니.”
“최강이자 최후의 공격대라… 누굴까.”
“궁금하네요. 페이지 넘겨요. 이분들은 반드시 기억해야 해요.”
“그래.”
스크롤를 내려 페이지를 내린 순간.
“뭣.”
우리는 얼어붙었다.
[김근철, 레오나, 우유리, 이시후, 보이드 프린세스.] [최후의 다섯 전사에게 경의를.]터무니없을 정도로 익숙한 이름들이 나열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ㅡ쫘아악.
순간 전신에 소름이 돋았다.
“뭐, 뭐죠…? 이건? 최후의 전사? 우리가요?”
“진짜냐…?”
애들의 얼떨떨한 목소리.
“그, 근철아? 이거 근철이가 수정한 거 아니지?”
“내가 이걸 왜 수정해!”
아니, 그보다 이렇게 놀라운-
“칵?!”
순간 기억이 휘몰아치면서 압도적인 두통과 함께 시야에 노이즈가 꼈다. 동시에 무언가 환영 같은 것들이 내 눈앞을 스치고 지나가기 시작한다.
“그렇다는 건 그 여기 있는 우리들이 그 최후의 공격대였다는 건가요?! 위 아 라스트 히어로?!”
“씨, 씨바아아알! 믿고 있었다고오오!”
아니 근데 유리 이 녀석이!
“야! 믿긴 뭘 믿어 임마! 지금 다 졌다는데!”
“그럼 씨발아! 지금 우리가, 어! 마지막 인류의 희망이라는데 지금 그 말이 안 나오게 생겼어!”
“그게 그렇게 되냐?”
“당연하지, 이 새끼야!”
레오나도 유리도 완전히 흥분해선 눈을 크게 뜬 채 격한 움직임을 보였다.
“최후의 공격대…! 인류의 희망! 마지막까지 분투! 역시 그런 거였군요!”
ㅡ처억!
레오나가 주먹을 치켜들었다.
“솔직히 말해서 전 어떤 거대한 운명을 느끼고 있었어요! 이것이 바로 그 원인이었던 게 분명해요! 최후의 전사 레오나…! 크, 크으으으으! 이런 상황이지만 솔직히 뽕이 안 찰 수가 없네요!”
“아, 아하하…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좀 그런 기분이 든 달까…”
“야! 안 찰 수가 없는 게 아니라 당연히 차는 거지! 아, 시발 맞다! 그러고 보니까, 어? 이게 운명 아니겠냐? 우리가 저런 포테션을 지니고 있었으니까 이 미래 세계에도 오고! 그런 거 아냐!”
“역시 그랬던 건가요!”
방금 전까지만 해도 완전히 가라앉아 있었던 분위기가 묘한 열기로 달아올랐다.
그 높아진 텐션에 두통이 사라졌다.
그래.
지금 말한 대로 진짜 우리가 인류 최후의 희망이자 마지막 공격대였다?
그러면 뭐.
“크하하하하하하하하!”
씨발 개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