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Kidding, I’m an Extra RAW novel - Chapter (526)
EP.570 류아라씨 # 5
“누나가 익수파 쪽에서 활동하는 건 전적으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함이야.”
“네…?”
류나가 운을 떼자 발광하며 날아다니던 애들이 착지했다.
“통령군주를 조사하기 위해선 그 방법 밖에 없으니까. 국가파 요원이 통령군주를 조사하는 게 가능할 리가 없잖니?”
“엇.”
“아.”
그런 거였나?
미친 군주를 신봉하는 익수파 요원인 게 아니라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내부로 침투했던 거였나?
“그렇다는 건 설마 누님은 대의를 위해 익수파인 척하는, 말하자면 스파이라는 겁니까…?”
혹시나 싶어서 물었다.
그런 거였어?
아니, 그렇다면 아귀가 들어맞는다. 생각할 것도 없이 류나는 세상에서 제일 수상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 누님이다. 진짜 누가 봐도 수상한 사람 아니냐?
“응. 맞아.”
“아!”
그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니!
그렇게나 수상한 누님이 심지어 익수파인 척하고 정보를 수집하는 스파이짓까지 하고 있었기에 초월적인 수상함이 느껴졌던 것이다!
“그런 거였군요!”
“아, 아하하! 방금은 정말로 익수파 요원인 줄 알았어요!”
“그, 그러니까요!”
류나의 대답에 애들이 어색하게 웃으면서 뒷머리를 긁적이며 자리에 앉았다.
“아 진짜. 놀랐잖아요, 누님. 순간 누님이 정말로 익수파 요원인 줄 알고 개깜짝 놀랐습니다.”
“후후후, 그러니? 아, 만약 누나가 진짜 익수파 요원이었다면 어떻게 됐을 거라고 생각해?”
“당연히 뭐.”
상식적으로 진실을 알게 되었으니 통령군주를 통수칠 가능성이 높지만, 아예 끝까지 통령군주와 함께하려 할 수도 있다.
“저희들 다 잡아다가 김익수한테 바치거나 그랬겠지요.”
“설마 그래서 누나를 경계했던 걸까?”
“그… 예.”
“하아. 누나 슬퍼. 항상 근철이에게 믿음직한 누나가 되려고 그렇게 돌봐줬는데… 근철이는 누나를 익수파 요원으로 착각하고 겁먹고 있었던 거구나.”
류나가 굉장히 슬픈 표정을 지으면서 자기 볼에 손을 얹었다.
“아이, 죄송합니다! 누님! 그런데 그, 반은 맞았잖아요! 스파이 아닙니까? 저희마저도 속인 거죠!”
“그래도 속상하네. 근철아. 누나는 위로가 필요할 것 같아.”
“무슨 위로…!”
슬픈 얼굴로 자신의 부푼 가슴을 쓸면서 날 응시하는 류나를 보고 있으니 어떻게 해야할 지 감이 안 잡힌다.
연상 누님이 놀리면 반응이 어렵다고!
“빨리 죄송하다고 빌어요, 김근철이!”
“빨리 해! 우리도 할 테니까! 수상하게 여겨서 죄송합니다!”
“네! 저도요!”
“앗! 저도 죄송합니다!”
그때 애들이 바로 고개를 숙여 사과하길래 나도 행렬에 동참했다.
“진짜 수상하다고 생각해서 죄송합니다, 누님!”
“응. 이제 괜찮아. 하아… 그래도 누나가 그렇게 수상했던 걸까? 항상 친절하게 대하려고 노력했는데.”
사실 류나는 그냥 착한 누나였던 것이다.
생각해보니 항상 나한테 웃어주고 무슨 일 있으면 말해달라고 하고 힘이 되어주겠다고 했는데.
김근철 이 사람 못 믿는 개병신새끼는 그런 말도 그냥 곡해해서 듣고.
하여간 사람이 덜된 새끼다.
진화가 덜 된 남자 김근철.
“아무튼. 그런 건 말이 안 돼. 만일 누나가 진짜 익수파 요원이고, 종말에 대한 진실을 알았다면 그 멸망할 미래에 배팅할 리가 없잖니?”
“그렇습니까?”
“응. 익수파 요원들은 김익수 개인에게 매료된 것도 있지만 그가 주는 권력 같은 것에도 매몰되어 있어. 종말이 찾아오는데 권력이 무슨 상관일까.”
사실 그렇긴 하다.
“누나가 진짜 익수파 요원이었어도 근철이가 준 USB를 본 시점에서 전향했을 거야.”
“…”
근데 누님.
자꾸 그렇게 말하시니까… 스파이는 구라고 사실 진짜 익수파 요원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갑자기 전향하고 원래 스파이였던 척을 하는 건 아닌지…
물론 그러지는 않겠지만 동료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수상하게 느껴지긴 한다.
미안해요, 누님!
“그러니까 근철아. 누나를 좀 더 믿어줘. 안 그러면 누나 슬퍼서 울지도 몰라.”
눈물을 닦는 시늉을 하는 류나를 보니 절로 죄악감이 솟구친다.
“울지 마세요, 제발!”
“후훗, 알았어. 안 울게.”
진짜 미안하다.
“대신 나중에 위로해줘야 해? 근철아.”
“아니 어떻게 위로를…”
뭔가 뱀 같은 시선이 나를 한번 옥죈 듯했다. 이거 분명 다음에 위로해달라고 불러낼 각인데,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거냐?
“하아… 긴장이 좀 풀리네요. 그보다 류아라 언니는 생각보다 장난끼가 많은 분이셨군요? 뭔가 친근해요.”
“응. 잘 몰랐는데 그런 것 같아요.”
레오나도 시후도 긴장이 풀렸는지 류나에게 그리 말했다.
“동생 친구들인데 장난 좀 칠 수도 있잖니. 아 천휘한테는 볼 때마다 장난친단다?”
“그거 버틸 수 있나… 야. 김근철이. 류씨 좀 그만 놀려라. 이런 언니한테 맨날 놀림 받는데 니까지 그러면 좀 너무하잖아.”
“생각해보니 내가 잘못한 것 같다.”
앞으론 열 번 놀릴 거 아홉 번만 놀려야겠다.
“앞으로 류씨를 좀 덜 놀리도록 하겠습니다.”
“더 놀려도 괜찮은데… 그럼 이야기를 돌려서. 근철아.”
“네.”
“누나가 위장 익수파 요원이라는 건 극소수만 아는 비밀이란다. 누나는 딱히 통령군주가 곧 국가라고 생각하지 않아. 그런 자리에 있어야 하는 건 자격이 있는 자뿐이지.”
자격이 있는 자.
“과거엔 통령군주에 대해 별다른 생각이 없었지만… 말했듯 누나는 요원으로 활동하면서 그의 수상한 정황을 발견했어.”
“수상한 점이 있다는 것 자체가 군주로서 자격이 없는. 뭐 그런 거라고 생각한 겁니까?”
“응. 누나는 그렇게 생각해. 이런 시대에 국가를 존속시키기 위해선 능력이 있는 동시에 악하지 않은 군주가 필요하니까.”
“아.”
그야말로 국가파 요원 같은 사고방식이다.
통령군주가 곧 국가라는 생각이 아닌, 국가의 존속을 위해 자격 있는 자가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
그야말로 우리의 생각과 일치한다.
“근철이와 친구들이 진실을 알려준 지금… 김익수에겐 군주의 자격이 없어.”
“저희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럼 누님. 통령군주를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타도해야 한다고 생각해.”
타도!
“오오!”
“바로 그거죠, 언니!”
누님 정도 되는 초인이 통령군주 타도의 뜻을 같이 품어주니 든든하기 짝이 없다.
“누님 최고입니다!”
“네!”
그리 감탄해서 칭송하고 있으니 류나가 손으로 입을 가리면서 웃었다.
“후후후, 사실 말이야. 누나는 야심이 좀 많이 커.”
“네? 야심이요?”
“김익수가 수상하다는 걸 알기에 조사하고 부정의 증거를 모아오고 있었어. 물론 너희가 가져온 자료에 비하면 미약한 것이지만… 그럼에도 언젠가 김익수를 실각시킨다면.”
어?
“설마?”
“그런 자리를 노려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아서.”
“아니 그럴 수가!”
그러니까 지금 본인이 통령군주가 되는 상황도 노리고 있다는 소리 아닌가!
이렇게 야망이 큰 누나였다니!
“세상에…! 과연 엄청난 언니셨군요! 그런 것까지 노리고 있었다니!”
“그야말로 여장부…!”
“누님! 감탄했습니다! 그 정도의 야망이 있다니요!”
류나를 다시 보게 되었다.
능력이 있지만 수상한 누나가 아니라 능력도 있고 수상하지만 야망이 큰 호걸 같은 누님이다!
“후훗, 아직 진지하게 노리는 건 아니니까 너무 그러지 말아주렴. 하지만 근철아. 우리가 통령군주의 타도를 노린다고 해도 이거 하나만큼은 부정할 수 없을 거야.”
“뭐가요?”
잠시 뜸을 들인 누님이.
“통령군주 김익수는 대한민국에서 제일 강해.”
조금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유일한 S랭크 각성자이고, 아주 초월적인 무력을 보유하고 있지. 비공식적인 분석이지만 강하기로 소문한 A 랭크 영웅 여럿이 협공한다고 해도 그를 꺾는 건 아주 어려워. 외국의 정상들과 맞붙는다고 해도 말이지.”
“…”
“게다가 그를 지지하는 초인도 아주 많아. 우리 초인들이 사회 지도층이 된 이유가 바로 김익수의 쿠데타 덕분이니까.”
그렇다.
“국가파 요원이라고 해도 통령군주보다 국가를 우선시할 뿐, 김익수라는 초인을 존경하는 자들도 제법 있는 편이야.”
“아, 그건.”
“누나처럼 통령군주의 부정을 눈치챈 자들만이 그를 경계할 뿐이지.”
우리가 상대해야 할 건 김익수 혼자가 아니다.
“우리가 상대해야 할 건… 대한민국을 기반으로 한 그의 권력 그 자체인 것이로군요.”
“응. 그렇기에 김익수를 타도하는 건 아주 어려운 일이란다.”
“…”
“설령 이런 증거물이 있다고 해도.”
함씨의 증거물. 그 용도는 무궁무진하지만 상대는 한 국가의 군주다. 어설프게 사용했다간 역으로 당할 것이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다 다 죽을 판인데 어려운 일이라고 해서 거르겠습니까? 누님. 저흰 이미 마음의 준비를 마쳤습니다. 누님이 그 요원의 능력으로 도와주신다면 분명 미래를 바꿀 수 있을 거에요.”
“네. 맞아요.”
“그렇죠.”
우리끼리만 하면 어설플 수밖에 없다.
하지만 유능한 요원인 류나가 낀다면 그 어설픔을 탈피할 수 있을 터.
류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야. 누나도 종말을 원치 않아. 너희들과 함께, 아니. 이젠 우리구나. 우리 함께 통령군주를 타도하자.”
“네!”
“사실 이게 반란 모의긴 한데… 앞으로는 주의하렴?”
“아이고, 안 그래도 주의하고 있는 중입니다!”
“후훗, 그래.”
천군만마를 얻은 듯한 기분.
“그럼 이제 동료가 되었으니 이제 누나도 알고 있는 정보 같은 걸 알려주도록 할게. 사실 그 USB에 담긴 정보에 비하면 그리 큰 건 아니지만, 여태까지 누나가 근철이에 대해서 생각했던 거랑. 누나가 찾아냈던 것들. 그걸 알려줄 거야.”
“감사합니다!”
그동안 날 의심하는 듯한 모습을 많이 보여줬는데, 이제 그 의문이 풀릴 것 같다.
“대신 근철아?”
“말씀하십시오.”
“누나가 이야기해주고 나면 보이드 프린세스에 대한 것도 알려주렴.”
“아… 예. 그래야죠.”
누님은 이제 우리의 동료다. 당연히 보이드 프린세스에 대해서 알려줘야 한다.
그리고 보이드 프린세스.
기록에 의하면 보프는 우리와 함께 마지막까지 칼레이도 아스타테에 저항했다. 이것이 의미하는 건 간단하다. 보프는 칼레이도 아스타테의 적이라는 것.
누님도 동료가 된 참인 만큼.
보이드 프린세스도 동료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