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Kidding, I’m an Extra RAW novel - Chapter (555)
EP.598 이소라 교관님 무서워요 # 1
기다리고 있으니 사무치게 그립고 또 그리워 보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뿜어져 나올듯한 함웅철 요원이 왔다.
“미스터 함…!”
단단한 근육으로 이루어진 강인한 육체. 멋진 요원의 양복. 그리고 씹간지나는 선글라스까지.
내가 알고 있는 강인한 함웅철 요원의 모습 그 자체다.
아아, 드디어 오셨습니까.
“왔어? 함웅철 요원.”
“선배님.”
멀쩡한 함씨를 보니 미래세계에서 봤던 미라 같은 함씨의 모습이 떠올랐다. 근육과 수분이 쪽 빠진 채 쓸쓸하게 최후를 맞이했던 모습.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아파지는 모습이었다.
이런 참영웅이 그런 최루를 맞이해선 안 돼.
결코 당신이 그런 꼴을 당하게 두지 않겠습니다.
“다른 애들이 있군요… 애들한테 이런 짓을 시킨 겁니까. 선배님.”
근데 반갑게 인사하려고 했는데 뭔가 분위기가 좋지 않다. 함씨가 굳은 얼굴로 류나를 바라보면서 따지듯 말한 것이다.
“인력이 부족한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생도들까지 끌어들일 건 없잖습니까. 이게 말이 되는 일입니까.”
“…”
이야기를 들어보니 타당하다. 하지만 이건 진실을 모르기에 할 수 있는 말이다.
보아하니 류나가 이야기를 잘 안 해준 모양이지.
“김근철이. 지금은 설명을…”
“기다려. 여기선 누님에게 맡기자.”
우리가 있는 곳에 함씨를 부른 건 누님이다.
그러니 알아서 교통정리를 해줄 것이다.
“알겠어요.”
우리는 자리를 잡고 서서 가만히 기다렸다. 류나는 함씨의 항의를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고는 입을 열었다.
“맞는 말이야. 사실 나도 이런 상황이 아니었다면 이 아이들에게 도와달라고 하지 않았겠지.”
“그렇다곤 해도.”
“같이 들어줘. 이 아이들은 전부 알고 있어. 통령군주의 음모부터 시작해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이상 사태에 대한 일까지 전부.”
“그게 무슨…?”
“우리보다 먼저 알아차린 거야. 이 아이들은. 물론 그 정보에 닿은 것에는 우연이 조금 가미되어 있었지만, 결국 다 알아내고 말았지. 그런 상황인 만큼 힘을 합칠 수밖에 없었어.”
“…요즘 선배님의 분위기가 이상하더니. 많은 것을 알아냈나 보군요.”
“맞아. 아주 엄청난 것들을 알게 되었지. 그 정보를 이용하기 어려울 만큼.”
“…”
함씨는 굳은 표정으로 가만히 서서 턱을 쓸었다.
“알겠습니다. 선배님이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역시 뭔가 있다는 뜻이겠지요. 지금은 따로 항의하지 않고 협조하겠습니다. 대신… 다음에 제게도 자세히 알려주십시오.”
“그렇게 할게.”
탐탁치 않지만 알겠다는 태도.
역시 미스터 함이다.
존경스러운 성품을 지니고 있지.
아무튼 이야기가 끝남 김에 류나에게 물었다.
“미스터 함도 위장 익수파 요원인 겁니까?”
“원래는 아니었어. 국가파 요원이었지. 하지만 중간에 누나가 빼왔단다. 그만한 일을 감당할 정신을 지니고 있으니까.”
“호오, 역시 그렇군요. 하긴. 함씨라면 믿을 수 있습니다.”
“미래에서 본 것 때문에 그러니?”
“그렇죠. 애초에 뭐, 첫인상이 안 좋았을 뿐. 괜찮은 사람이란 걸 알고 있었으니.”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다.
“아, 근데 국가파 요원들 중에 우릴 도와줄 만한 사람들이 있습니까?”
“글쎄… 어려운 문제야. 지금은 이 일에 집중하자.”
“네.”
이야기를 마친 누님이 함씨에게 명령했다.
“함웅철. 이곳을 정리해줘. 증거가 남지 않도록.”
“알겠습니다.”
이런 뒷처리를 하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했던가. 숙련된 요원이니 당연히 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 정리를 하려던 함씨가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네.”
“항상 조심하고 또 조심해라. 김근철. 알고 있다고 하니 하는 말이지만 지금의 통령군주는 정상이 아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막으려는 것이지요.”
“…”
내 말에 잠시 가만히 있던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일련의 이계 구조물 사태와 통령군주. 그리고 이 광신도 빌런들은 무관하지 않은 건가.”
나는 그 말에 대답하지 않고 류나를 봤다.
이건 류나가 말해줄 테니까.
“너희들은 이만 돌아가렴. 이쪽 포인트로 가도록 해.”
“알겠습니다.”
“이런 일. 앞으로 자주 하게 될 거야.”
“언제든지 가능합니다. 그럼.”
그렇게 인사를 하고 누님이 알려준 위치를 향해 이동했다. 이것으로 간밤에 벌어진 빌런 습격 작전은 대성공이다.
부정적인 미래를 막아내는 것에 기여했다고 생각하니 마음속에 충만감이 가득 찬다.
“일이 잘 풀렸네요. 그리고 미스터 함… 아니, 김근철이 당신 때문에 미스터 함이란 말 이 입에 붙어버렸잖아요.”
“레오나 넌 영어권 사람이라 그편이 더 익숙하지 않냐?”
“어어? 그런가요? 아무튼. 가만 보니 미스터 함도 우리의 조력자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류나가 설득만 한다면 잘 넘어오겠죠.”
맞는 말이다.
“야. 그럼 류나 그 언니가 그 말도 할까? 미래의 함웅철이 죽었다는 걸? 본인이 죽었다는 이야기는 좀 그럴 텐데.”
“음, 따지고 보면 그쪽 세계의 우리도 다 죽은 거 아니야? 괜찮을 거야. 요원의 정신이 있으니까.”
시후 말이 맞다.
“미스터 함이 동료가 될 수 있도록 기도하자고.”
그렇게 지정된 위치로 이동하니 키티가 대기하고 있었다.
“아, 키티야!”
“일 끝났구나. 한꺼번에 보내줄게.”
인사할 틈도 없이 키티가 게이트를 열었고, 우리는 자연스럽게 그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 도착한 곳은 어떤 숲속 같은 곳이다.
“여긴?”
“류아라 언니가 지정해둔 이동 위치야. 도로 바깥쪽에 있는 숲이래.”
“으음.”
지도를 확인해보니 우리가 사는 곳에서 그다지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여기면 집까지 걸어갈 수 있지.
적당하네.
이런 곳이면 사람도 없고 어떻게든 돌아갈 수 있다.
“그럼 근철이 오빠. 그리고 모두들. 다음에 봐.”
“벌써 가냐?”
“키티 바빠.”
뭔가 밥이라도 먹여주고 싶었는데 시간이 없는 건가. 그리 키티를 보내고 우리도 움직였다.
“야. 돌아가자. 존나 피곤한데 좀 쉬어야겠어.”
“으으, 그러죠. 전투하니까 역시 피곤하네요.”
“그러게 말이야.”
들어가서 쉬자.
“아, 근데 근철아.”
“왜.”
“그 모텔이었구나?”
“그래. 그 모텔이지. 아마 자주 가게 될 것 같은데.”
“그럼 다 같이 가보잔 이야기는 이걸로 끝인가?”
그렇지 않나?
이걸로 또 괴롭힘당할 수도 있기 때문에 빠르게 화제를 전환했다. 사실 오늘은 다 같이 힘을 빼서 저항할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애초에 안 그러는 게 상책이니까.
*
*
*
그날 이후로 우리는 평범한 일상을 보냈다. 학교 수업과 수련에 충실한 나날이다. 근데 뭐 그것만 있는 건 아니다. 평범하단 건 일종의 반어법이었으니까.
류나랑 키티.
학교가 끝난 뒤엔 모두와 함께 게이트를 타고 넘어가 광신도 빌런들을 처치하는 일을 자주 수행했다.
학교생활이라는 일상과 빌런 사냥이라는 일상의 병행.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와! 쪼꼬렛!”
“이거 비싼 거다.”
“고마워!”
“새끼… 잘 먹네.”
자주 얼굴을 봐서 그런지 슬슬 유리도 키티를 편하게 대하기 시작했다. 저번에 쪼꼬렛 준다는 약속을 아주 거하게 지켰는데, 무슨 외국에서 수입해온 고급 쪼꼬렛을 줘서 키티의 환심을 산 것이다.
“맛있어!”
달콤한 쪼꼬렛을 먹은 키티가 환하게 웃었다.
이거 키티도 유리한테 편하게 대하기 시작한 거 같은데… 이러다 우리 키티 유리한테도 나팔 불어주는 거 아니냐?
불안한데.
“고마워, 우유리. 보답으로 나팔 불어줄게.”
아니 내 키티가!
“나팔? 아, 그 잘 분다고 했던가.”
“뿌뿌뿌.”
“오. 잘 불러. 잘 불러.”
못 참아!
“키티야! 그건 오빠한테만 들려줘야지!”
“이젠 아니야.”
“커헉!”
더 이상 키티의 나팔을 독점할 수는 없는 건가? 역시 애들은 쑥쑥 커버린다니까… 뭐 그런 느낌으로 시간이 날 때마다 다 같이 키티랑 놀아주게 되었다.
약속한 대로 같이 스테이크를 먹으러 가기도 했고.
“근철이 오빠. 이거 너무 맛있어.”
“그래. 우리가 애호해줄 때 많이 먹어라.”
“아니, 꼭 나중엔 갑자기 애호 안 해준다는 것처럼 말하네요. 자요, 키티. 제가 썰어줄게요.”
“고마워!”
“후후후, 귀엽다니까요.”
어째서지?
키티한테 레오나를 빼앗긴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레오나 나도 썰어줘…!”
슬퍼진 나는 아가리에 주먹을 밀어 넣으면서 요청했다.
“아니 김근철이 당신 아가리에서 주먹 안 빼요?! 썰어줄 테니까 울지 마세요!”
“고마웡.”
“이 새낀 고기도 썰어줘야 먹냐? 아주 그냥 상전 나셨어, 상전. 응? 자, 내가 썬 것도 먹어라.”
“굿.”
스테이크 정말 맛있게 먹었다.
무엇보다 애들이 키티랑 잘 지내는 모습을 보니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키티도 많이 기뻐하고 있는 중이고.
처음엔 괴인의 하수인 취급이었지만, 이젠 그냥 우릴 워프시켜주는 귀여운 꼬맹이가 되었다.
다음에 다 같이 게임이나 하러 갈까?
아, 애들은 PC 게임 별로 안 좋아하니 보드게임을 하러 가도 될 것이다. 수가 다섯이라 좀 애매하긴 한데 키티는 깍두기 시켜주면 되겠지.
뭐 그런 식으로.
우리들은 더욱 돈독한 관계를 구축하면서 빌런들을 섬멸했다. 동시에 그간 빌런을 섬멸하면서 모아둔 바디캠 영상을 편집하면서 이 사건을 터트릴 준비도 했다.
류나 및 보프와 함께 행동하니 상당히 순조롭다.
이대로만 갔으면 좋겠는데.
*
*
*
그러던 어느 날.
이론 수업을 하고 있던 도중에 이소라 교관님이 나를 불렀다.
뭔가 싶어서 상담실로 가니.
“김근철이 왔나. 잠깐 나가지.”
“네? 교관님?”
“따라와라.”
뭔진 몰라도 교관님이랑 같이 나가게 되었다.
그것도 교관님 차를 타고 학교 바깥으로.
“이게 무슨. 뭐 진로상담 같은 거 하는 거 아니었습니까? 나갈 필요가 있어요?”
“진로상담 같은 소리나 하고 자빠져 있을 때가 아니다, 김근철이.”
“그럼 뭔데요?”
“일단 조용히 있어라.”
대체 뭐냐?
근데 좀 분위기가 이상한 것 같은데… 그래서 일단 입을 닫고 얌전히 있었다. 교관님도 별다른 말 없이 운전만 하고 있을 뿐이고.
ㅡ끼익.
차가 멈췄다.
어디 한산한 공원의 운동장 같은 곳이다.
“내려라.”
“넹.”
“잠깐 담배 좀 피지.”
“공포 분위기 조성하지 말아주세요.”
“웃기는 소리 좀 하지 마라, 김근철이.”
아니 웃기는 소리가 아니라 교관님이 담배 피고 있으면 진짜 무섭다. 뭐 그리 좀 떨어진 곳에서 담배를 태우고 온 교관님이 특유의 무표정한 얼굴로 물었다.
“김근철이. 요즘 이 교관님에게 들키면 안 되는 일 같은 걸 하고 있지 않나?”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