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Kidding, I’m an Extra RAW novel - Chapter (557)
EP.601 이소라 교관님 무서워요 # 4
교관님이 요리를 하다니 정말 의외다.
우리 장군님이 요리 같은 섬세한 일을 할 수 있을까? 근데 교관님은 뭐든 잘하시니 당연히 요리도 잘할 것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만능인 사람이 존재하다니. 어째서 세상은 날 낳고 교관님까지 낳은 것이지?
“…”
요리라.
지금 교관님의 복장은 검정색 스포츠 크롭 나시에 달라붙는 짧은 반바지다. 그 위에 하얀 셔츠를 두르고 있지. 따라서 요리를 한다면 앞치마를 두를 텐데… 그런 복장에 앞치마라.
구체적인 형상이 머릿속에서 그려진다.
“흠.”
요리하는 거 구경하러 가볼까.
아니, 이게 뭐 이상한 생각이 아니라 단순히 교관님이 날 먹여주려고 요리를 하는 상황인 만큼 도와드리는 게 도리가 아닐까 싶어서 그러는 거다.
그래서 바로 소리가 나고 있는 쪽으로 갔다.
“교관님?”
“으음?”
주방으로 가서 부르니 과연.
교관님은 내 상상 그대로의 차림을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뭔가 만족감이 들었다. 게다가 날 돌아보는 저 모습까지. 물론 교관님은 나의 이런 생각을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
“아직 다 안됐다만?”
“아니, 그. 아무리 그래도 제가 어떻게 그냥 얻어먹겠습니까. 도울 거 있으면 돕겠습니다.”
“그럴 거 없으니까 가서 티비나 보고 있어라. 혼자 요리하는 게 익숙한 사람이 갑자기 도움을 받으면 더 복잡해진다.”
“그런 겁니까?”
교관님의 차림을 보겠다는 목적은 달성했다.
돌아가도 된다.
“그럼 티비 보고 있겠습니다.”
“금방 끝나니 가만히 있어라.”
“네.”
바로 돌아가서 티비를 시청했다. 뉴스는 딱히 안 끌려서 그냥 채널을 돌려 적당한 드라마를 틀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아.”
이 냄새는.
“다 만들었다. 김근철이.”
“오오!”
교관님이 쟁반을 들고 오셨는데, 그 위에 무려 스파게티와 치킨및 샐러드 같은 것들이 접시와 함께 세팅되어 있었다!
“세상에! 뭘 만들어오신 겁니까!”
“파스타에 치킨이다. 파스타야 뭐 무난하겠고. 애니까 치킨은 당연히 좋아하겠지? 김근철이?”
“없어서 못 먹습니다, 없어서! 이야! 감사합니다!”
피식 웃은 교관님이 식탁에 음식을 세팅해주셨다.
“진짜 너무 맛있어 보입니다!”
“호들갑 좀 떨지 마라.”
“제가 지금 호들갑 안 떨게 생겼습니까? 교관님이 절 이렇게 만들었는데 무슨 말을 그렇게 하세요!”
“나참. 정말이지 당해낼 수가 없어서.”
아무리 교관님이 내 입을 틀어막는다고 해도 소용없다. 교관님을 향한 내 칭송은 결코 끊기지 않으니까.
“이 조용한 집이 이렇게 시끄러워진 건 처음이군.”
“흐흐흐, 원래 집이란 곳에는 사운드가 좀 있어야 됩니다. 너무 적막하면 기분이 이상해지니까요.”
“후… 확실히 그럴지도 모르겠어.”
그리 말한 교관님이 세팅을 마치고 내 맞은편에 앉았다.
“누군가에게 요리를 대접하는 건 또 처음인데. 입맛에 안 맞아도 그냥 먹어라. 김근철이.”
“교관님 요리가 입맛에 안 맞는다면 그 사람은 그냥 뒤지게 맞아야 합니다.”
“헛소리하지 말고 빨리 먹기나 해라.”
“잘 먹겠습니다!”
바로 포크를 이용해 파스타를 섭취했다.
“오오.”
딱 가정적인 파스타의 맛이다. 일반적인 학교 급식이나 군대 파스타. 그리고 피자집에서 만드는 치즈오븐 스파게티랑은 또 다른 가정적인 파스타의 맛.
아주 편안한 맛이로구나.
게다가 양도 충분하고 옆에는 잘 튀겨진 치킨에 찍어 먹는 양념까지 있다. 입가심할 샐러드도 있지. 그런 조합인데 ‘먹는다는 행위’를 멈출 수 있겠냐?
못 참아.
“캬! 너무 맛있습니다, 교관님!”
“밥 먹을 땐 제발 조용히 좀 해라… 정말이지 입이 닫히질 않는군.”
“네!”
거의 뭐 게눈감추듯이 먹어 치우면서 접시를 싹 다 비워버렸다.
“진짜 너무 맛있네요. 교관님 요리 너무 잘하시는 거 아닙니까? 이걸로 장사해도 될 것 같습니다.”
“장사고 나발이고 제발 진정 좀 해라, 김근철이. 맛있으면 얼마나 맛있다고 그러나.”
말은 그렇게 했지만 지금 상당히 기분이 좋아 보인다. 아까 류나 때문에 개빡친 것도 어느 정도 풀린 모양이지.
“교관님이 직접 요리를 만들어주셨는데 진정이 되겠습니까…!”
“설거지나 하러 가야겠군…”
“제가 하겠습니다!”
“됐다. 그런 걸 시킬 만큼 불성실하진 않으니까.”
“아이, 그럼 그릇이라도 제가 옮기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다니까…”
아무리 그래도 얻어먹었으면 상 정도는 치워야 한다. 즉시 접시를 착착 정리해서 주방으로 가져갔다.
“이거 김근철이와 결혼하는 여자는 편하겠군 그래?”
“아이고, 흐흐흐. 무슨 그런 쑥스러운 소리를 하십니까.”
“그런 줄 알면 제발 좀 가서 앉아 있어라. 정신 사나우니까.”
“네.”
그리 교관님이 설거지를 하기 시작했고 나는 다시 소파로 갔다.
“아, 배불러.”
진짜 든든하게 먹었네.
쌀밥과는 달리 스파게티 면에는 제법 많은 양의 단백질이 들어있지. 그 덕에 포만감이 아주 크다.
잠깐 쉬고 있으니 교관님이 들어오셨다.
“과일 먹어라. 김근철이.”
“아니, 과일까지! 진짜 교관님 너무 잘 챙겨주시는 거 아닙니까!”
“내가 누구한테 과일을 깎아주는 게 처음이라서 잘 모르겠는데, 이게 그렇게까지 감동할 일인가?”
“당연하죠!”
무려 교관님이 해주시는 건데!
“감사히 먹겠습니다!”
“하… 이거 무슨 남동생이나 아들놈이 생긴 것 같은 기분이로군. 먹기나 해라.”
솔직히 큰누나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네! 아니, 그런데.”
교관님의 손에는 과일 접시 말고 다른 것도 들려 있었다.
다름이 아니라 하이볼과 칵테일 도구인데, 설마 지금 음주를 할 생각이신가?
“근데 교관님? 하이볼 만들어 드시는 겁니까?”
“아니, 하이볼을 알고 있나?”
“보면 알죠.”
모를 수가 없지.
탁상에 술과 도구를 올려놓은 교관님이 능숙하게 위스키 하이볼을 만들었다. 가만 보니까 정말 바텐더 간지가 철철 넘쳐흐르신다.
교관님이 바텐더?
상상해보니 그냥 좆간지.
너무 잘어울린다.
“왜 이렇게 잘 만드십니까? 그냥 바텐더인데요?”
“자주 만들었으니까.”
이렇게 자주 혼술을 하는 건가.
“좋습니다! 그럼 저도 한잔 부탁드리게에에에엑?!”
“이 녀석이 지금 스승한테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지?”
“왁, 아악!”
한잔 부탁드리겠다는 말을 채 완성도 하지 못했는데 목을 잡혀 버리고 말았다!
“김근철이 뒤지게 맞고 싶나?”
“악! 켁켁! 교, 교관니임…!”
장난이라고요!
“스무 살도 안 먹은 게 감히 선생에게 술을 부탁하다니. 정말이지 산산조각이 나고 싶어서 환장을 했구나. 김근철이.”
“살려주세요오옷!”
“엄살 부리지 마라.”
그제서야 목을 풀어준 교관님이 과일 접시를 내밀었다.
“한잔 같은 소리 하지 말고 과일이나 먹어라. 내가 김근철이 네게 술을 줄 일은 없으니까.”
“아니 장난이었다구요…”
“어른한테 칠 장난이 있고 아닌 게 있다.”
“흐윽.”
과일이나 먹자.
ㅡ와삭.
사과 맛있다.
그렇게 나는 술을 마시고 있는 교관님과 티비를 보면서 과일을 먹어 치웠고, 얼마 지나지 않아 늦은 시간이 되었다.
“하아. 류아라 이 녀석은 이 시간이 되도록 연락이 안 되는군. 대체 뭐하자는 건지…”
여전히 연락이 안 닿는 모양.
“그러게요. 늦은 시간인데.”
“그러게 말이다… 아아,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집에서 누구랑 같이 있는 건 또 처음이군. 상당히 이상한 기분이다. 하여간 김근철이와 연관되면 이상한 일만 생긴다니까.”
“제가 이상한 게 아니라 세상이 이상한 겁니다…”
아.
근데 진짜 늦은 시간이네.
이러면 교관님네 집에서 하룻밤 자고 가야 하는데 그건 어쩌지? 방이 많으니 상관은 없는데, 교관님네 집에서 하룻밤 잔다고 생각하니 뭔가 기분이 이상하다.
ㅡ촤르륵.
교관님이 하이볼 한잔을 더 만들면서 말했다.
“이렇게 늦을 줄 알았으면 차라리 아까 수련을 시키는 거였는데… 여러모로 시간 배분이 안 좋았군.”
“교관님의 특별 수업입니까? 아, 이거 무조건 받고 싶은데요.”
“흠, 생각해보니 또 좀 아닌 것 같군. 아깐 화가 많이 난 상태였으니까.”
진심 분노한 교관님의 수업?
그거 좀 기대되는데.
“지금은 화가 좀 풀리셨습니까?”
“뭐, 김근철이 네가 호들갑 떠는 걸 보고 있으니 가라앉긴 했다. 정말 신기한 녀석이라니까.”
그리 말한 교관님이 날 보면서 피식 웃었다. 교관님은 한 번씩 이럴 때 웃을 때마다 참 치명적이라니까.
“그럼 교관님. 내일 류아라씨랑 이야기하면…”
“내 앞에서 류아라를 두둔하려 하지 마라. 김근철이.”
“…”
이런 부분에서 칼 같구나.
바로 교관님이 표정을 굳히면서 말했다.
“뭐가 됐든 녀석은 어른이고 요원이다. 무슨 이유가 됐든 그런 녀석이 스스로 해결하거나 동료들과 해결하지 않고, 아직 생도인 김근철이와 함께 그딴 짓을 했다는 것 자체가 아주 큰 문제란 거다.”
“…”
“대체 왜 그랬을까. 어째서 그쯤 되는 녀석이 김근철이 널 꼬드긴 거지?”
따지는 듯한 말투.
“내 생각엔 류아라 그 녀석에게 켕기는 점이 있기 때문이다. 뭔가 수상한 짓을 하고 있기에 동료들과 일을 할 수 없는 상태라 김근철이 널 불러낸 거겠지.”
아니, 너무 정확한데요.
“그런 겁니까?”
“류아라쯤 되는 요원이라면 혼자서 움직이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을 테니까. 김근철이 너와 나름 몰래 활동한 거겠지.”
근데 교관님은 그런 걸 어떻게 알아채신 거죠.
“후우.”
숨을 내쉰 교관님이 다시 류나에게 연락했으나.
류나는 받지 않았다.
“끝까지 이러는군.”
조금 풀린 듯했던 분노가 다시 상승하고 있는 게 느껴진다. 어차피 오늘 하루는 같이 있어야 할 텐데 이러는 건 좋지 않다.
화제를 돌려보자.
“어쩔 수 없군요. 교관님. 마침 티비도 있는데 영화나 한 편 봅시다.”
“영화라?”
“교관님네 집에서 같이 영화를 보다니 이거 두근두근 거립니다. 한 편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요.”
“후… 뭐, 알겠다. 김근철이 무슨 영화 좋아하나?”
교관님이 리모콘을 잡으면서 물었다.
“전 공포영화만 아니면 다 봅니다!”
“신작 공포영화가…”
“교관님 제발!”
“훗, 농담이다.”
“아이고!”
장난스럽게 웃은 교관님이 리모콘을 조작했다.
“진짜 식겁했습니다.”
“그럼 제일 무서운 걸로 보지.”
“제발!!! 교관님!!!”
이야기 괜히 꺼냈나!
“이게 괜찮아 보이는군.”
“아니 그건!”
딱 봐도 무서워 보이는 영화다!
게다가 평가를 보니 별도 다섯 개. 공포영화가 별 다섯 개 찍히는 일은 흔하지 않은데?
대체 얼마나 무서운 거냐? 나 벌써부터 다리가 후들거리기 시작한다.
ㅡ삑.
교관님은 기어이 공포영화를 틀었다.
“아니, 교관님! 이런 장난은 너무합니다! 다른 거 봐요!”
“이게 땡겨서 어쩔 수 없겠군.”
“그런!”
즐거워하는 듯한 표정.
직감했다.
막을 수 없다.
“그럼 저 손으로 눈 가리고 보겠습니다.”
“가만 보니 김근철이 이거 겁쟁이였나? 꼬맹이 같은 면이 있었군.”
“겁쟁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그런 소리를 들으면 못 참는다.
ㅡ파앗!
바로 들고 있던 손을 내려놨다.
“호오, 정말 감당할 수 있겠나?”
“까짓거 한번 봐보죠, 뭐. 교관님. 저도 남자인 만큼 가오가 있습니다. 교관님께 겁쟁이 소리를 듣고도 가만 있을 순 없죠.”
“남자의 가오라 이건가? 멋지군. 너는 정말 사나이다. 김근철이.”
교관님이 리모콘을 내려놨고.
공포영화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정확히 5분 뒤에 나는 비명을 질렀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악!”
“하아… 김근철이. 네 비명소리 밖에 안 들린다.”
“좀 어떻게 좀 해주세요, 제발!”
“손이라도 잡아주면 되나?”
“부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