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Kidding, I’m an Extra RAW novel - Chapter (562)
EP.606 욕구불만 # 1
“감사합니다, 교관님!”
감사를 담아 큰절을 올렸다.
오늘부터 교관님은 우리의 동료다. 동료가 뭐냐? 즐거우나 슬프나 같이 울고 웃으며 함께 나아가는 진정한 소울 파트너다. 나는 교관님과 그런 관계가 된 것이다.
“뭘 절까지 하고 있나, 김근철이.”
“교관님이 동료가 되었는데 당연히 큰절 올려야죠!”
“동료라…”
동료란 말에 교관님이 마치 과거를 보는 것처럼 턱을 쓸면서 눈빛을 바꿨다.
그 두 눈에 우울함이 차오르고 있음을 모르지 않는다. 우울한 과거에 사로잡혀 있으니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렇게 좋은 날 교관님을 우울하게 만들 수는 없지.
“누님!”
바로 류나를 부르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그럼 교관님이 동료가 되었으니 의식을 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의식이라니?”
좀 풀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무거운 분위기다.
교관님의 트라우마가 터진 것도 있고, 또 엄청난 정보로 충격을 받은 것도 있지.
이럴 때 내가 뭘 해야겠냐?
당연히 초신성 스타인 김근철이가 압도적인 카리스마로 화려하게 분위기를 풀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내 장기이자 지도력일지니.
“자, 다들! 이쪽으로! 누님이랑 교관님도 오세요!”
“아, 응.”
“김근철이…?”
바로 두 여자의 손목을 잡고 거실의 중앙으로 갔다.
“빨리! 서로 손을 잡아 원을 만듭시다!”
“이렇게?”
“…”
교관님과 누님의 손을 마주 잡고 원을 만들었다. 둘 다 손이 아주 부드럽다. 전사의 손이라고는 전혀 생각할 수 없는 느낌이지만, 그 속에 담긴 힘은 용사 수준이지.
그럼 시작해볼까.
“외치면서! 오른쪽으로 도세요! 둥글게 둥글게! 아, 빨리요! 동료가 되었으면 이 정도는 해줘야지!”
“후후후, 알았어. 근철이 말대로 할게. 선배님. 같이 오른쪽으로 돌아요.”
“으, 으음. 원래 의식을 하나?”
류나야 뭐 처음부터 나한테 잘 맞춰줬고, 교관님도 어색해하면서 내 손을 꼭 잡고는 오른쪽으로 돌아주기 시작했다.
ㅡ빙글빙글.
그렇게 두 명의 누님들과 손을 잡은 채 둥글게 둥글게 돌았다.
“둥글게 둥글게! 자, 교관님이랑 누님도 외쳐주세요!”
“둥글게 둥글게. 근철아. 이거 너무 재밌어.”
“난 안 하며 안되나?”
“빨리요! 이제 세상의 비밀을 알게 된 동료잖아요!”
“이런… 두, 둥글게. 둥글게.”
부끄러워진 건지 고개를 푹 숙인 채 작게 말했으나 그런 소심한 태도를 두고 볼 내가 아니다.
“부끄러워하지 말고요! 교관님! 고개 들고 크게 외쳐주세요!”
“제발 그만 좀 깝쳐라, 김근철이…!”
“아! 빨리요! 좀 해주세요! 제가 이렇게 빌잖아요!”
“두, 둥글게 둥글게!”
“좋아!”
빙글빙글 돌아가며 춤을 춥시다!
그리 노래를 부르면서 스무 바퀴쯤 돌고 난 뒤에 의식을 끝냈다.
“하아… 진짜 사람 부끄럽게 만드는 재주가 있군. 김근철이. 대체 이런 의식은 어떻게 떠올린 건지 원.”
사실 교관님의 우울함을 날려주기 위해 즉석으로 만든 의식이다.
실제로 이건 효과가 있는 요법이다.
인간은 친밀한 사람들끼리 다 같이 노래를 부르면서 춤을 추는 것만으로 우울함을 풀 수 있는 유전자를 지니고 있으니까.
“더 돈독해질 수 있잖아요. 그렇지 않습니까? 솔직히 어제 이상으로 교관님이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그렇다고 해도 뭘 봐주는 일은 없을 테니 그리 알아라.”
“물론이죠! 철권 같은 지도! 언제나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훗… 도저히 혼낼 수가 없는 녀석이로군.”
확실히 기분이 나아진 건지 교관님이 옅게 웃으면서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어른만 아이를 이끌어줄 수 있는 게 아니다.
가끔은 아이도 어른을 이끌어줄 수 있지.
“근철아 너무 재밌었어.”
“그렇죠?”
“다음에 둘이서 같이 할래?”
“아니 뭐 둘이서 같이 해요!”
대체 어디서 이 누나랑 둘이서 둥글게 둥글게 춤을 춘다는 거냐?
“농담이야. 선배님 기분 풀어주려고 한 거지?”
“흐흐흐, 제가 다 깊은 생각이 있는 남자입니다.”
“근철이 멋있네. 선배님. 그렇다고 하네요. 근철이가 선배님의 우울함을 좀 풀어주고 싶었나 봐요.”
“…”
그 말에 교관님의 얼굴이 붉어졌다.
진짜 우리 교관님이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다 보는구나.
“얼굴이 붉어지고 있습니다. 교관님.”
“조용히 해라. 아무튼 배려 고맙다. 으흠.”
내게 고맙다고 한 교관님이 헛기침을 한번 하곤 류나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류아라.”
“네?”
“미안했다. 나는 네가 김익수의 개인 줄 알았다. 그런 보고도 많이 들었고, 알아본 것도 있으니까.”
와…!
그걸 사과하는 건가!
“위장일 뿐이지만요.”
“그래… 그간 안 좋게 생각해서 미안하다.”
“후후후, 괜찮아요. 선배님. 그만큼 위장이 잘 되었다는 거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이렇게 동료가 되었잖아요?”
류나가 교관님의 손을 잡았다.
“선배님이 있다면 걱정할 건 없겠죠. 이렇게 든든할 수가 없네요. 앞으로 함께 이 위기를 극복해보도록 해요.”
“알겠다.”
이걸로 교관님과 누님 사이에 있던 감정도 전부 해소된 것 같다. 그래. 아주 좋다. 이 모습을 보고 있으니 점점 더 희망이 차오른다.
돈독한 동료들과 함께라면 두려울 건 없어.
“그럼 김근철이. 보충 설명을 듣도록 하지.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뭐. 밥은 해줄 테니까.”
“알겠습니다!”
더 자세한 이야기를 해주도록 하자.
*
*
*
거의 저녁까지.
교관님이 궁금해하는 모든 것들을 설명해주면서 우리가 아는 걸 알려줬다. 교관님은 처음부터 오픈 마인드로 내 이야기를 경청해줬기 때문에 전부 다 납득을 해주셨다.
“하아. 그동안 아주 위험한 일을 해왔군.”
“그렇습니다. 근데 그건.”
“알고 있다. 전부 누군가를 구하기 위해서 그런 것이지. 비단 세계같이 거창한 게 아니라… 주변 사람과 사람들을 위해서.”
“바로 그겁니다.”
세계를 구하려면 주변부터 구해야 한다.
“교관으로선 너무 위험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하지만… 내게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을지는 모르겠군.”
“있습니다! 자격은! 교관님께 없으면 누구한테 있다는 겁니까!”
다운되려는 교관님의 손을 붙잡고 용기를 불어넣어 줬다.
“읏.”
트라우마를 전부 치료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근데 이젠 이 슈퍼 긍정맨 김근철이가 옆에 있다. 아무리 부정걸이라고 해도 나한테 걸리면 그냥 공중분해 끝장이야.
교관님의 트라우마가 치료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고맙다. 그렇게 이야기해줘서.”
“흐흐흐, 당연한 겁니다. 아무튼 앞으로 저를 좀 어른으로 봐주십시오. 이런 무거운 운명을 짊어지고 있는 제게 미성년자라는 족쇄는 가혹합니다.”
“…마음에 들진 않지만. 어차피 내가 지켜주기로 했고. 보호자도 두 명이나 있으니까. 허용하겠다.”
됐다.
“그나저나 레오나와 우유리. 그리고 이시후까지 함께 하고 있었다니.”
“전부 어쩌다 보니 같이 말려들었죠. 하지만 그건.”
“그래… 어떤 운명이겠지. 미래에서도 같이 그랬다고 하지 않았나.”
“네.”
“피할 수 없는 운명이로군.”
그런 식으로 교관님과 진솔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런데 김근철이. 종말을 앞둔 것 치곤 너희들은 아직 크게 하고 있는 일이 없다. 조금 급한 상황 같은데 말이지.”
“아, 그건 선배님.”
류나가 말했다.
“종말, 이 국가적 위기를 단시간에 극복하기에는 저희들의 수가 너무 적어서요. 게다가 김익수의 시선을 끌어선 안 되니, 아직은 적극적인 활동이 불가능하죠.”
“그런가. 알겠다. 그 부분에 대한 건 내가 최대한 힘을 써보도록 하지. 김근철이. 이건 요원인 류아라와 상의한 뒤에 알려주겠다.”
“네!”
김익수와 국가적 권력에 도전할 방법.
우리는 몰라도 교관님이라면 어떻게든 알아낼 것이다.
“그런데 선배님. 이번 일은 어떤 루트로 알게 된 건가요?”
“국가파 요원 후배들 중에 류아라 네 움직임에 크게 신경 쓰는 녀석이 있다. 그 녀석이 알려줬지.”
“흐응. 그런가요.”
“어려웠다곤 했지만 이번엔 김근철이까지 함께 움직였으니까. 그 사이에 꼬리를 밟은 거겠지.”
“알겠어요. 그건 잘 이야기해주세요.”
“그래.”
맞다.
교관님이 우리 편이 되었다는 건 다시 말해 교관님을 따르는 국가파 요원들도 우리 편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소리다.
이거 아주 좋은데.
이 정도 전력이라면 충분히 해볼만 하다.
“아무튼. 지금 내가 가장 신경 쓰이는 건 다름이 아니라 보이드 프린세스와의 동맹이다. 그 S 랭크 괴인과 한배를 탔을 줄이야. 이 건에 대한 건 나도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역시 그렇죠.”
“그러니 오늘은 돌아가라. 이만 풀어주마.”
“와!”
드디어 집에 가는 건가!
뭐 갇혀 있었다는 느낌도 없었고 지루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내 집처럼 편했다고 해야 하나.
“가기 전에. 김근철이.”
“네?”
갈 준비를 하니 교관님이 내 어깨를 잡으면서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앞으로 위험한 일이 생기면 반드시 나와 류아라에게 알려라. 알겠나? 동료고 보호자니까.”
“알겠습니다! 반드시 알릴게요!”
“그래… 앞으로 바빠지겠군.”
“그러게 말입니다.”
이제 할 수 있는 게 더 많다.
“그럼 안녕히 계십시오! 돌아가겠습니다!”
“근철아 잘 가.”
“누님도 잘 들어가세요!”
류나는 아직 교관님이랑 할 이야기가 많아 보인다. 둘은 놔두고 신발 신고 돌아가도록 하자.
근데.
ㅡ스윽.
신발을 신으려 하니 교관님이 내게 다가왔다.
“교관님?”
“…”
뭔가 할 말이 있으신가?
잠시 기다리니.
“요 손버릇 나쁜 녀석.”
“네? 아악!”
내 머리에 아이언 클로가!!!
“푸, 풀어주세요!”
“됐다.”
“으응? 손버릇…?”
아니 머리 터지는 줄 알았네.
“근철아? 교관님한테 무슨 짓 했니?”
“아, 아니 그런 게 아니라요.”
“흐응, 근철이의 손버릇. 궁금한걸.”
이런…!
“그럼 잘 가렴. 다음에 누나한테도 손버릇 좀 알려줘?”
“알려주긴 뭘 알려줘요!”
“류아라… 지금 내 앞에서 제자한테 추파를 던지는 건가? 너는 따로 이야기할 필요가 있겠군.”
“앗, 선배님!”
그렇게 신발을 신고 밖으로 나왔다.
“하아.”
아무리 그래도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교관님에 류나까지. 두 명의 연상 누님들과 함께 그러고 있다는 게 좀 어려운 일이긴 했으니까.
빨리 친구들에게 가보자.
“어, 레오나.”
-김근철이 지금 어디죠!!!
깜짝이야.
이사장님 닮아가나?
“흐흐흐, 어디긴. 교관님네 집 앞이지. 걱정마라. 다 잘 끝났으니까.”
-차 보낼 테니 딱 기다려!!!
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