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Kidding, I’m an Extra RAW novel - Chapter (572)
EP.616 스페이스 시스터 # 1
생각하다 보니 더욱 큰 고민이 되었다.
큰 고민을 넘어서 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난제나 다름없다.
‘까다로워.’
류아라는 만약의 사태, 즉 치정문제로 근철이와 다른 모두의 의가 상하면서 단결이 깨져버리는 참사를 대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걸 어떻게 해야 대비할 수 있을지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는다.
‘근철이와 세 여자친구들이라… 다들 근철이를 원하고 있으니 갈등이 생기는 것은 필연이라고 봐도 되겠지. 응. 나한테도 큰 경계심을 보이고 있을 정도니까.’
그걸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둔하진 않다.
‘레오나도 유리도 전부 경계하고 있어. 질투심? 레오나 쪽이 더 심한가? 시후가 여자라는 걸 알게 된 건 최근이라 잘 모르겠지만… 근철이를 크게 신경 쓰고 있는 건 사실이지.’
특히나 레오나가 큰 질투심과 경계를 보내오고 있다. 우유리 역시 자신의 행동을 은근히 견제하고 있다.
‘후후, 지금대로라면 귀여울 뿐인데.’
큰 언니인 입장에서 그런 것은 귀엽게만 보일 뿐이다. 귀여운 근철이와 그 귀여운 여자친구들이라니. 보기 좋다.
지금처럼 귀엽기만 하면 좋겠지만 사람인 이상 자신의 마음을 참지 못할 때가 올 것이다.
‘모든 사태가 일단락되고 나면 치정극도 재미있을 텐데… 하나된 마음으로 위기를 극복해야할 지금은 절대로 그래선 안돼.’
그렇게 몇 가지 방도를 떠올리던 류아라의 머릿속에 순간 어떤 단어가 스치고 지나갔다.
‘…중혼?’
중혼.
그러니까 일부다처제?
그것이 불가능한 건 아니다. 실제로 영웅들 중 몇몇은 다수의 배우자를 지니고 있기도 하니까.
‘으, 으음…’
하지만 가능하다고 해서 사회적 인식까지 좋은 건 아니다… 중혼이 금지된 건 아니지만 안 좋게 보는 건 사실.
게다가 영웅이 다수의 일반인 배우자를 두는 경우는 있어도 영웅이 다수의 영웅 배우자를 둔다? 그런 일은 극도로 희귀하다. 영웅들은 자존심이 강하니까.
‘그러니까 셋이서 함께 근철이랑 사귄다…? 최악의 사태는 면할 것 같지만, 그게 가능할 지는.’
확실히 치정극으로 모두가 깨어지는 것보단 이런 형식으로라도 함께인 편이 낫기는 할 것이다.
실현 가능성은 낮을 것 같지만 말이다.
‘아니. 그래도 당장 떠오르는 방법은 없어. 최악을 면하려면 차악을 선택해야 해. 대비를 한다면 이쪽을 좋을 것 같기도 하네. 그래도 역시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
요원으로서 다양한 임무를 수행해온 류아라였지만 이런 쪽 문제는 너무 어렵다.
그래도 차근차근 생각하니 뭔가가 떠오르긴 한다.
‘그렇다면 셋을 하나로 만든다. 그렇게 되려면? 외부의 적이 필요할 텐데.’
하나의 집단을 가장 끈끈하게 만드는 것은 역시 외부의 적이다.
그 애들은 하나의 집단이라고 봐도 좋다. 우정을 쌓아온 아이들이 함께 싸웠다면 그 관계는 전우보다도 끈끈할 테니까.
‘거기에 들어갈 외부의 적은… 연적?’
연적.
‘그 애들에게 연적이라?’
무엇하나 빠지는 게 없는 아이들이다.
모두 집안. 외모. 능력. 전부 꿇리지 않는다.
‘음, 시후의 집안은 조금 다른 의미로 꿇리지 않는 거지만.’
그런 아이들의 연적이 될만한 나쁜 존재가 필요한데.
“아.”
생각하던 류아라의 입이 살짝 벌어졌다.
‘음… 좋은 사람이 하나 있긴 하네.’
생각해보니 좋은 상대가 있다.
바로 자신이다.
‘내가 근철이에게 나쁜 짓을 해버린다면?’
묘한 떨림.
‘적어도 셋은 단결하겠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류아라는 이상한 기분이 들기 시작한다는 것을 느꼈다. 그러니까. 자신이 여자로서 근철이에게 접근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성적인 호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고, 집안에서 결혼 문제도 꺼내고 있기에 제법 신경이 쓰이기도 했다. 만약 결혼을 한다면 근철이 같은 남자가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지금까지는 귀여운 남자애를 놀려주겠다는 생각이었다. 연상의 매력으로 유혹하듯 장난치고 있으니 즐거웠기에 멈출 수가 없었던 것뿐.
하지만 장난이 아니라 진심으로 대한다면… 충분히 상대가 되지 않을까.
‘음, 어쩐지 미안해지네. 그 아이들의 것을 빼앗으려고 하는 것 같아서.’
어른스럽지 못한 생각인 건 알지만.
마음 한구석이 달아오르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최악의 사태를 대비해야 하는 것도 사실이니까. 그 애들의 단결을 위해 외부의 적이 되어야 한다면, 나쁜 역할을 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지도.’
마치 변명을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해야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 순간, 요원의 노련한 머리가 팽팽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김근철이라는 젊은 남자에 대한 것이 떠오른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매력적이다. 아마 이 대한민국에서 그보다 나은 남자를 찾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근철이에게 책임감이라는 걸 알려주는 것도 나쁘진 않아. 책임감이 남자를 강하게 만드는 것은 사실이니까… 그렇다면 책임질 것이 많다면?’
어느 순간.
“후후후, 정말.”
류아라는 자기도 모르는 새에 웃고 있었다.
“나쁜 생각이네.”
*
*
*
계속해서 암살 활동을 실행한 결과 국내에서 활동하는 빌런들의 수가 확연하게 줄어들었다.
경사 났네 경사 났어.
즉시 풍요를 기원하는 춤을 추니 교관님이 내 구렛나루를 잡아당겼, 이럴 수가!
“끄아아악!”
“그렇게 흥겹다는 듯이 춤을 추지 마라. 이건 단순히 빌런들이 정비를 하는 것뿐이니까.”
“정비!”
구렛나루를 놔준 교관님이 설명했다.
“그래. 정비다. 대비를 마친 뒤에 다시 침투를 시도하겠지. 하지만 언제까지 당하고 있을 수는 없다. 그런 만큼 이번에는 의심 가는 지역을 직접 수색해보는 쪽으로 활동을 해보려 한다.”
이번엔 이쪽에서 빌런들의 본거지를 찾으러 가자는 말!
“오오, 드디어!”
아주 효과적인 방법이다!
“맡겨만 주십시오, 교관님! 당장이라도 쳐들어갈 의지가 저희에겐 있습니다!”
“네! 제 검이 우는군요!”
레오나가 내 말에 화답하면서 투지를 내비쳤다.
솔직히 당하고만 있는 걸 누가 좋아하겠냐? 빌런들 쪽으로 직접 쳐들어가는 게 더 시원하고 좋다.
이 새끼들 내가 그동안 벼르고 있었는데, 이 천견의 힘으로 모조리 다 파악해서 찾아내 버릴 거다.
뒤지게 맞을 준비 해라.
“광전사들이 따로 없군. 원래라면 류아라와 둘이 갈 생각이었지만… 동료가 되었으면 함께 싸워야겠지.”
계획을 정리하고 작전을 세웠다.
요즘은 이렇게 방과후나 주말에 모여서 회의를 하고 방침을 결정하곤 한다.
이 빌런 본진 수색 작전은 교관님이 들어온 뒤로 처음 하는 공식적인 활동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상당히 기대가 된다.
“물론 수색할 시간이 많지는 않다. 보이드 프린세스의 게이트를 타고 간다고 해도 무한정 있을 수는 없으니까. 게다가 범위도 넓고 안전에도 유의해야 한다. 알겠나?”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가 그 미래에서도 한 몸 건사해서 돌아왔는데요 뭘.”
“네. 몸을 지키는 건 자신 있어요.”
유리랑 시후도 강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흐흐흐, 이거 피가 끓어오르는구만.”
작전 결행일은 이번 주말이다. 일방적인 방어섬멸전이 아니라 직접 가서 빌런들을 찾아낸다니. 이거 당연히 피가 끓어오를 수밖에 없다.
이 새끼들 가서 죄다 때려 부수면 칼레이도 아스타테의 강림을 크게 늦출 수 있을 거다.
김익수 이 새끼 애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구나.
가서 박살을 내버리자!
*
*
*
마침내 당일이 되었다.
시간에 맞춰 은밀하게 모인 우리들은 각자의 장비와 컨디션을 점검했고, 류나가 오길 기다렸다.
“다 왔니?”
“네, 누님!”
“언니 오셨어요!”
“후후후, 다들 군기가 바짝 들었네?”
“실전을 앞뒀으니까요. 그런데 누님? 그 캐리어는?”
“응. 이거. 챙겨갈 장비들.”
ㅡ덜컥.
류나가 캐리어를 내려놓자 갑자기 캐리어가 덜컥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스스로 펼쳐졌다.
“오오!”
미친 간지다.
이렇게 척척 펴지는 특수 캐리어라니? 감탄해서 보고 있으니 캐리어가 다 펴졌고, 안에 있는 물품들이 드러났는데… 이거 너무 많은 거 아니냐?
뭔가 멋지고 간지나는 것들이 빼곡하게 들어있다.
“뭐가 이렇게 많아? 아니 누님? 빡세게 준비하는 게 좋긴 한데, 이런 전문 장비를 막 반출해도 되는 겁니까?”
안 들키나?
“응. 괜찮아. 누나는 이런 걸 아주 잘한단다?”
“그, 쌔비기 말입니까?”
“후후후,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걸.”
이 누님이 지금 얼굴색 하나 안 바꾸고 그런 말을…!
“누님은 진짜 존경스러운 요원입니다! 정말!”
누님이 그렇다면 그런 거다!
아무튼 누님이 가져온 도구를 죄다 꺼내서 늘어놓았다. 조금 구경하고 있으니 누님이 바로 설명을 해줬다.
“이건 감시장비와 카메라 등을 교란하는 장치야. 옷에 부착하기만 하면 돼.”
“오오, 굉장하네요. 이게 한국의 기술력?”
이 작고 네모난 걸 옷에 부착하기만 해도 교란이 된다고 한다. 카메라가 우리 모습을 찍어도 소용이 없게 되는 장치.
뿐만이 아니라 요원이 쓸법한 감탄스러운 장비를 여러 개 챙겼고, 다른 준비 역시 제대로 했다.
“크크크, 이거 기대되는데? 빌런 새끼들 잡아 족치러 간다니. 내가 시팔 가서 다 죽여버린다.”
“저도 의욕이 폭발할 지경이네요. 약탈을 앞둔 바이킹이 된 기분… 귀찮은 모기 같은 녀석들을 마침내!”
“흐흫, 그래도 아직 수색단계잖아. 일단 진정해.”
다들 사기가 드높다.
교관님 말마따나 다들 광전사 같은 기세를 흩뿌리는 중. 나도 거기에 안광을 보탰다.
“좋다. 그럼 준비도 완료됐고. 출발하도록 하지. 다시 말하지만 이건 실전이다. 내가 너희를 지휘할 거고, 보호할 거긴 하지만 결코 방심하는 일이 없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그럼 키티를 불러라.”
바로 류나가 키티를 불렀다.
“중국으로 가는 거지? 보내줄게.”
키티가 게이트를 만들어줬다.
“키티야. 다음엔 게이트 만들 때는 나팔이라도 좀 불어줘라. 뭔가 브금이 있어야 기분이 날 것 같으니까.”
“음, 그렇게 말한다면 어쩔 수 없네. 다음을 기대해줘.”
“흐흐흐, 그래.”
슬슬 가볼까.
ㅡ파앗!
그렇게 우리들은 다 같이 빡세게 준비한 채 각 잡고 빌런들의 본진을 수색하기 위해 구 중국으로 향했다.
여기에 뭐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우리의 전력이라면 뭐랑 마주쳐도 죄다 분쇄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랑 교관님에 류나까지 있는데 빌런 나부랭이들이 뭘 할 수 있을까?
그랬을 터였는데.
“이런 씨발!”
또 사고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