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Kidding, I’m an Extra RAW novel - Chapter (59)
EP.59 휴교 # 2
“꺄아아악! 근철이 너 뭘 보고 있는 거야!”
절로 비명이 터져 나온다!
“뭐, 뭐? 아니 시후 이 새끼?”
“빨리 꺼! 이런 채널을 왜 봐!”
이 미친 녀석이 성인 채널을 틀어?!
설마 일부러 알고 그러는 건가?!
아니. 그건 아닐 것이다. 김근철이에겐 그런 눈치도 없거니와 그런 행동을 해서 얻을 이득이 없으니까. 그냥 들어온 김에 튼 것이 분명하다.
그 나이대 남자애들이 할법한 행동.
“아니… 이런데 오면 이것부터 트는 게 국룰 아니냐고. 하, 새끼. 진짜 뭘 모르는구만. 알았어. 임마. 끌게.”
곧 김근철이 투덜거리면서 티비를 껐다.
“하아…!”
이시후는 얼굴에 다시금 열이 오르는 것을 느꼈다.
이런 상황인 만큼 자연스럽게 의식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저런 채널이라니. 심장에 좋지 않다.
ㅡ두근두근.
좋지 않은 것을 넘어서 심장이 터질 듯이 뛰고 있었다.
“아니, 야. 근데 성인 채널 튼 거 가지고 그러기냐? 왤케 놀라?”
“당연히 놀라지! 미성년자가 보면 안 되는 채널이잖아!”
“그게 맞는 말이긴 한데.. 하. 이거 반박을 못 하게 만드네. 야. 그럼 뉴스나 보자.”
ㅡ띡.
근철이가 다시 티비를 키고 채널을 돌렸다.
뉴스에 학교가 나오고 있었다. 던전 게이트가 나온 탓에 군인들이 통제를 하고 있었고, 영웅이며 헌터들이 모여든 상태였다.
-통령군주님 오신답니다!
-그럼 당연히 와야지! 학교가 이 지랄이 났는데!
-누가 이사장님 좀 말려봐! 이소라 선배님!
참 시끌벅적한 분위기다.
“이야. S 랭크 각성자가 온다네. 통령군주 정도면 던전이고 나발이고 개박살이지.”
“으, 으응.”
티비로 시선을 옮긴 근철이가 속 편하게 그런 말을 했다.
‘나는 이렇게나 긴장이 되는데.’
방금 성인 채널 사건 따위는 신경조차 쓰지 않는 태도다.
가만 보면 근철이는 배려심이 넘치는 녀석이지만, 이렇게 무신경한 면도 있었다.
검술 봐준다니까 괜히 유리한테 배우려고 하고. 레오나만 보면 헬렐레하고. 장점은 많지만 단점 역시 있는 녀석.
자신이 여자란 걸 알면 신경을 써줄까?
“후우.”
괜스레 그런 생각이 들었다.
“시후 임마 이거 아직도 그 성인채널 신경 쓰고 있냐? 빨리 눕기나 해 임마. 빨리 체력 회복해야지.”
진짜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네.
그래.
근철이에게 있어서 자신은 친한 동성 친구일 뿐이다. 이 나이대의 남자애들이라면 당연히 성인 채널을 좋아할 수밖에 없겠지. 그걸 친구랑 같이 보려고 하는 건… 평범한 일인가? 남자애들은 보통 같이 성인 채널을 보고 그러나? 잘 모르겠지만 근철이가 저렇게 거리낌 없이 하는 걸 보면 그런 모양이다.
이건 이해를 할 수밖에 없겠다.
“알았어. 이제 괜찮으니까 뭐라고 하지 마.”
“오냐.”
ㅡ스윽.
바로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정말 피곤하다. 그래도 이불속에 들어오니 마음이 안정되는 것 같았다. 몸이 가려진다는 게 가장 큰 이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따로 있다.
‘좋아.’
잘 들어왔다.
침대를 선점했다.
이렇게 먼저 침대를 차지하면, 근철이는 성격상 자기가 바닥에 이불 깔고 자겠다고 할 것이다. 오늘 싸울 때 고마웠다느니 뭐니 하면서 호들갑을 떨며 그리 말하겠지.
아니, 그런데 대체 왜 침대가 하나인 것이지? 물론 둘이서 쓸만큼 크긴 하지만… 둘이서?
괜스레 그런 생각이 든다.
‘으읏!’
이시후는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이성 친구와 같은 방에 같이 자게 되다니.
“이야. 근데 침대 존나 크네.”
“응?”
이게 무슨?
“하나라서 좀 불편하긴 할 것 같은데, 존나 커서 상관없을 듯? 나 옆에 눕는다.”
“아, 아니이잇?! 근철아?!”
“아니! 또 왜!”
“근철아! 남자끼리 같은 침대에서 둘이 같이 자는 건 좀 그렇잖아!”
갑자기 근철이가 옆에 누우려고 하길래 깜짝 놀랐지만, 이시후는 순발력을 발휘해 그런 말을 던졌다. 스스로 생각해도 괜찮은 말이다. 이거라면 근철이도 포기하겠지.
“아니, 뭐 그렇긴 한데. 지금은 방이 하나잖아.”
“그, 그래도!”
“야 임마. 군대 몰라? 군대?”
“군대?”
“군대에서는 바로 옆에 있는 선후임이랑 몸 딱 붙이고 같이 잔다고. 이 세상이 그런 세상인데 뭘 그리 유난을 떨어?”
“그게 무슨 소리야?”
이게 무슨?
“모르냐? 할튼간 이 군면제자 이거. 야. 훈련소만 가도 그 커다란 장정들 30명이 빽빽하게 한 침상 위에서 몸 딱 붙이고 줄줄이 누워서 잔다니까? 그런 상황에 비하면 이 넓은 침대는 천국이지 임마. 잔말 말고 더 옆으로 가. 반 나눠서 쓸 테니까.”
훈련소.
어차피 병역은 면제이기 때문에 딱히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이시후는 잠시 장정들 30명이 빽빽하게 한 침상 위에 누워서 자는 광경을 상상해 보았다.
“…”
그런 미래는 있을 수가 없다. 아니, 애초에 그런 말을 들어버린 이상 반박도 할 수가 없었다.
ㅡ스윽.
근철이가 아예 옆으로 와서 누워버렸다.
“…!”
큰일 났다.
진짜로 큰일 났다.
진짜 오늘부터 근철이랑 같은 침대에서 같이 자야 하는 것인가? 마치… 결혼을 한 부부처럼?
‘이래서야 마치 부부같잖아…!’
터무니없다! 근철이랑 결혼이라니!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이시후는 속으로 소리치면서 어쩔줄을 몰라하며 이불을 끌어안았다. 이러고 있는 사이에도 근철이와 ‘침대에서 같이 보내는 시간’이 1초씩 흘러가고 있었다…!
‘무슨 신혼여행 온 것도 아니고 이게 뭐야!’
이러고 있으니 자신이 여자라는 걸 계속해서 자각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 애초에 부정할 수 없는 일이다.
속마음까지 남자가 되었으면 몰라.
이시후의 마음은 단 한 번도 남자인 적이 없었다.
“아오, 야.”
순간.
김근철이 자신 쪽으로 몸을 돌렸다.
“흡…!”
비명이 터져 나올 뻔한 걸 가까스로 참아냈다. 몸이 너무 가까워서 버티기가 힘들었다. 당장 침대를 박차고 튀어 나가고 싶었다.
“근철아…?”
“야. 일어나. 생각해 보니까 눈 붙일 시간이 없네. 내려와서 앉아라.”
ㅡ훌렁.
그리 말한 김근철이 이불을 치우더니 침대 아래로 내려갔다.
이게 대체 무슨?
“근철아? 갑자기 왜?”
“도플갱어 슬라임 보고서 써야 할 거 아냐. 아깐 보고를 못 했잖아. 컴퓨터 있으니까 간단하게 작성한 다음에 이소라 교관님한테 보내자.”
아 맞다.
그게 있었지.
아까 봤던 도플갱어 슬라임은 굉장히 놀라웠지만, 이시후가 생각하기에 지금 이 순간만큼 중요한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서 잠시 잊고 말았다.
“내가 봤을 때 그 정도 조치는 취해 놔야 돼. 이건 아주 중요한 일이라고. 우리가 빨리 보고서를 올려야 어른들이 대처를 하겠지. 그렇지 않겠냐?”
“응. 그러네. 빨리 작성하자.”
ㅡ스윽.
이시후 역시 자리에서 일어났고, 바로 컴퓨터 앞으로 가서 앉았다. 그렇게 근철이와 함께 보고서를 작성했다.
‘얼마나 더 이렇게 지내야 할까.’
눈앞이 깜깜하다.
*
*
*
시후 이 새끼 이거 은근히 까탈스럽단 말이지. 아무래도 나중에 시후랑 어디 놀러 가는 건 좀 어렵지 싶다. 숙소 잡고 노는 거랑 잘 안 맞는 타입이야.
ㅡ타타탁.
아무튼 시후와 함께 도플갱어 슬라임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했다.
둘이 머리를 맞대고 기억을 돌이키면서 내용을 채운다. 우리가 본 것들을 전부 담아야 정부에서 대처할 수 있을 터였다.
“근데 시후야. 니 얼마나 강해진 거냐?”
“으응, 글쎄? 한번 측정을 해봐야 할 것 같은데, 지금은 피곤해서. 내일 해서 알려줄게.”
“그래. 아니, 근데 나도 실력이 좀 늘어난 것 같긴 해.”
“근철이가? 뭐 열심히 싸웠으니까. 다음에 훈련장에서 시험해볼까?”
“그러자고.”
뭐야.
갑자기 돌아왔네?
방금전까지만 해도 묘하게 진정을 못 하는 듯한 분위기였는데, 이제 좀 진정이 되었나 보다. 역시 도플갱어 슬라임 때문에 멘탈에 큰 상처를 입었던 것이 분명하다. 안정이 필요한 상태지.
지금은 조용히 있어야겠어.
ㅡ까똑.
그러고 있으니.
“어우, 시후야.”
레오나에게서 톡이 왔다.
“레오나 톡 왔다.”
“뭐래?”
“밥 먹게 나오래. 아싸! 밥 얻어먹는 시간이다!”
레오나가 사주는 밥인 만큼 극단적으로 맛있을 게 분명하다! 바로 함성을 내지르면서 일어나 현관으로 향했다.
“시후야. 챙길 거 없지?”
“응. 바로 내려가자.”
“그러자고.”
ㅡ스윽.
현관에 비치된 슬리퍼를 신고 문을 열자.
“어머, 가운차림이네요?”
문 앞에 레 오나씨가 서 있었다.
“흐흐흐, 어. 이거 좋더라.”
“생각해 보니까 급하게 납치해 온다고 옷을 안 챙겨왔네요.”
옷?
“가운 보니까 그 생각 딱 나네. 옷 가지러 갔다 올까요?”
“아니 뭐 그럴 필요는 없는데.”
“왜요? 그것만 입고 살 거 아니잖아요. 거부하지 말고 가지러 가죠?”
“아냐. 괜찮아. 가져오려고 해도 어차피 옷이 없거든.”
그동안은 이거 입으면서 지내면 된다.
애초에 난 옷이 없어.
“예? 뭐라구요?”
“가져올 옷이 없다고. 가운이면 충분해.”
“에? 에?”
“뭐가 에야?”
그 순간.
나는 멍해진 얼굴이 된 레오나를 보고 깨닫게 되었다.
“아니! 레오나 너 잠깐! 기다려! 지금 설마-”
“옷이…! 옷이 없다구요…?! 크흑!”
이거 또 이렇게 됐네!
레오나의 눈에서 눈물이 차오른다!
“옷이 왜 없어!!!”
“아니 그게!”
“그렇군요! 진짜 봉사가 필요한 사람은 바로 김근철이 당신이었어요!”
“기다려 제발! 내 이야기를 들어!”
“옷 좀 보내드릴게요…!”
이미 봉사 모드로 돌입한 레오나에겐 내 말이 닿지 않았다! 아니 뭐 내가 불쌍한 애인 줄 알아!
솔직히 조금 불쌍한 녀석이긴 한데, 그렇다고 진짜 막 그렇게 불쌍한 건 아니거든?!
“괜찮다니까 그러네! 보조금 나온다고! 내가 살게!”
“그걸로 밥 먹어야 된다매! 옷 보내줄 테니까 그것 좀 입으라구요! 어쩐지 맨날 교복만 입고 다니더라니! 이 단벌신사근철!”
“학교에서만 보는데 당연히 교복만 입고 있지!”
미치겠네!
“김근철이 조용히 안해요!!!”
이거 어쩔 수 없다…!
이렇게 된 이상 무슨 일이 있어도 내게 옷을 보낼 터다. 그러니 얌전히 받고 봉사스택 쌓아야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