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Kidding, I’m an Extra RAW novel - Chapter (78)
〈 78화 〉 무인도 서바이벌 # 3
* * *
“뱀이다! 뱀! 몸에 좋고 맛도 좋은 뱀이라고 씨발! 시후야!”
“꺄아아아아아앙!”
뱀에게 둘러싸인 시후가 패닉에 빠진 채 비명을 질러댔다! 아니, 저 새끼는 초인이면서 뱀을 무서워하냐! 근데 나도 존나 무서워서 뭐라고 할 수가 없네!
“시후야, 정신 차려! 뱀 때어내라고!”
내가 그리 소리쳤지만 시후는 옴짝달싹도 못한 채 비명만 질러댈 뿐이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뱀들은 혀를 날름거리면서 시후를 노리고 있었고…!
하필 밟은 곳이 뱀굴이었냐?!
“이런 씹!”
시후가 패닉에 빠진 이상 내가 뭐든 해야 한다!
ㅡ휘익!
바로 검을 휘두르면서 소리쳤다!
“쉬익! 쉭! 쉭쉭! 꺼져! 꺼지라고!”
이거 씨팔 괴수 잡는 법은 열심히 배웠는데 몸에 붙은 뱀 안전하게 떼어내는 법은 안 배웠다는 게 진짜 억울하다! 이 정도면 뱀도 괴수로 취급해야 하는 거 아니냐!
“쉭! 쉭! 씨발! 꺼지라고! 쉬이익! 쉿쉿!”
입으로 쉭쉭 소리를 내면서 훈련용 검을 들이밀어 어그로를 내 쪽으로 분산시킨다. 결과, 시후의 다리를 타고 올라가던 뱀의 대가리가 날 향했다.
“좋아! 쉭쉭! 여길 보라고!”
“그, 근철아?! 지금 뭐하는…!”
“정신 차렸으면 뱀부터 떼어내 임마!”
“그치만 그랬다간 뱀들이…!”
뱀들이 뭐?!
“야! 이 새끼 뭔 뱀 걱정을 하고 있어! 빨리 안 떼어, 으힉!”
순간 뱀 한 마리가 내 쪽으로 머리를 쏘아내서 백스텝을 밟았다!
그리고 그 순간.
ㅡ콰악!
다른 뱀이 시후의 허벅지를 물어버렸다!
“애미 씨발 뱀이 이시후 허벅지를 물었다!”
좆됐네, 씨발!
훈련이고 나발이고 뱀한테 물리면 끝장이다! 바로 헬기 타고 후송가지 않으면 불구가 되어버릴지도 몰라!
“비켜!”
이젠 이판사판이다! 바로 손을 뻗어서 뱀의 대가리를 잡아챘다. 놈이 물기 전에 손으로 잡아 누르면 되는 거 아니겠냐?
“아, 아니! 잠깐! 근철아! 기다려봐!”
“기다리긴 뭘 기다려, 이 새끼야! 니 뱀 물렸어! 이거 씨발 딱 봐도 독사구만!”
당장 해독제를 투여하지 않으면 초인이라고 해도 좆망이다! 코끼리조차도 독사에게 물려 죽는 사례가 있을 정도다! 초인이라고 멀쩡할 리 없어!
ㅡ화르륵!
팔뚝에 마력을 두른다. 그 상태로 극한의 집중력을 펼치면서 덤벼드는 뱀을 모조리 잡고 강하게 던져버렸다. 그렇게 위험 요소를 모조리 제거한 다음에는.
ㅡ콰앙!
“꺄악?!”
이시후를 밀어 넘어뜨린다.
일단 응급처치를 해야 해.
“근철아?!”
“가만히 있어 임마! 응급처치할 테니까! 닌 정신 있을 때 구조요청이나 해!”
“잠깐, 으응?!”
바로.
ㅡ촤학!
시후의 체육복 바지. 그것도 딱 뱀에게 물린 허벅지 부위를 손으로 잡아 뜯어버렸다.
“꺄아아아악?! 근철아아앗?!”
“조용히 해!”
뱀에게 물렸을 때 해야 할 일.
그것은 바로 피를 빨아내는 것이다. 독성을 조금이라도 빨아내야 환자의 부담이 줄어든다. 솔직히 친구 허벅지에 키스라니 좀 좆같긴 한데, 여기선 친구부터 살려야지!
허벅지 키스고 나발이고 다 좆까라고 해야 한다!
“지금 응급처치할 테니까, 흡!”
이제 해가 다 떨어졌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가 않는다. 하지만 허벅지를 물렸다는 것만큼은 명백.
ㅡ흡!
나는 주저 없이 시후의 허벅지에 입을 맞추고 힘차게 독액을 빨아냈다!
“꺄, 꺄아아아앙?! 근철아앗…! 근철아! 지금 뭐하느으으은…! 응앗!”
당황한 시후가 온갖 개소리를 지껄이면서 내 머리에 손을 얹었다. 지금 씨발 친구를 살리기 위해 남자의 허벅지에 키스하는 내 마음을 안다면 조용히 구조요청이나 좀 했으면 좋겠는데…!
아무튼.
“흡!”
시후의 허벅지에 입을 맞추고 힘차게 빨았지만, 뭔가 독이나 피 같은 게 쪽 빨려 들어오는 느낌이 없었다.
“흐읏, 아윽…! 이, 이거 뭐야앗…! 응읏!”
설마 여기가 아닌가? 어쩔 수 없다. 나는 바로 환부를 찾기 위해 입술을 움직이면서 시후의 허벅지를 스캔했다.
“갑자기 이런, 흐으응?!”
그러면서 독액을 빨아내기 위해 힘을 쓴다. 참자. 근철아, 조금만 참자! 전부 친구를 살리겠다고 하는 지랄이다! 끔찍해도 이 정도는 참아야지!
“흣, 흐읏, 시러엇…!”
근데.
“아니 뭐여 씨발?”
허벅지를 존나게 빨아댔는데 환부를 찾을 수가 없었다. 설마 반대쪽을 착각한 것인가? 관우 팔 수술도 아니고 이게 뭐냐!
팔을, 아니 다리를 착각하다니!
“이런!”
판단한 즉시 행동으로 옮긴다.
ㅡ화악.
바로 시후의 반대쪽 허벅지를 잡은 순간.
“읏… 그, 근철아!”
시후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야! 미안! 여기가 아니었나 봐! 이쪽에 한다!”
“이제 됐어! 멈춰줘!”
“멈추긴 뭘 멈춰 이 새끼야! 불구 되고 싶어! 닌 신고나 하라고!”
“난 괜찮으니까!”
“괜찮긴 뭐가… 어.”
근데 시후 이 새끼 힘이 아주 넘쳐 보이는데?
설마 안 물린 건가?
“좀 물려도 괜찮아, 근철아!”
“아니. 그게 괜찮을 리가…”
“피부에 실드 둘렀어! 괴수도 막는 실드인데 뱀이 어떻게 뚫어!”
그 순간.
“아.”
무언가 벼락이 쳤고.
ㅡ우르릉!
그것이 나의 뇌수를 강타하는 듯했다.
잠깐. 진정해. 오우, 이런. 이건 무언가 잘못된 게 틀림없어. 실드로 독사의 이빨을 막는다고? 그게 가능할 리가 없잖아.
그게 가능한 거였으면.
난 갑자기 광분해서, 동성 친구의 허벅지를 존나게 빨아댄.
미친 게이가 되고 마는데.
“우욱.”
갑자기 속이 불편해졌다. 머리가 혼란스럽다. 몸의 중심을 잡기 힘들어지기 시작하면서 시야가 어그러진다.
내가 착각으로 남자의 허벅지를 존나게 빨아댔다니…!
씨발!
넘 괴로워!
“아니 근철아?! 왜 그런 표정을 짓는 건데?!”
“그게 말이야…”
“지금 가장 당황스러운 건 나거든?!”
생각해보니 그렇긴 하다. 시후 입장에서는… 갑자기 나한테 허벅지를 빨린 거다.
상상해보니 이것도 끔찍한데?
미친 테러블이다.
“아니, 시후야.”
나는 현실을 부정했다.
“진짜 구라치지 말고 말해봐. 진짜로… 안 물린 거냐?”
“그, 그래. 맞아. 실드로 보호해서 안 물렸어.”
실드라니.
“뱀은 징그러워서 솔직히 좀 많이 놀라긴 했지만… 어차피 실드 때문에 물릴 일도 없고, 이런 일로 굳이 죄 없는 야생동물을 죽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서 그냥 가만히 있었던 거야. 나도 혼란스러웠으니까.”
아.
“그런데 근철이 네가 갑자기…!”
“…”
“내, 내 허벅지를 그렇게…!”
미치겠다.
“흐읏!”
ㅡ홰액!
돌연 시후가 몸을 돌리더니.
“시러어어어어어엇!”
그대로 질주해 숲속으로 도망쳐버렸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악!”
비명소리를 남기면서.
“미치겠네, 진짜.”
아니.
진짜로 미칠 것 같다.
“난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지?”
친구의 허벅지를 빨아댄 사람은 이제부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것이냐? 학교에서도 이런 건 가르쳐준 적이 없단 말이다.
“누군가 도와줘, 나를.”
제발 나를 도와줘.
* * *
그렇게 혼란을 진정시키면서 배회하고 있으니.
ㅡ스륵!
앞에 있던 수풀이 흔들렸고.
“드디어 찾았네요! 요요, 김근철이!”
돌연 레오나가 튀어나왔, 어?
“레오나씨?”
레오나의 몰골은 정말로 놀라웠다. 머리카락을 묶고 무슨 망으로 고정한 것도 모자라, 얼굴에는 위장크림을 빡세게 바른 상태였고, 옷에는 나뭇가지들을 꼽아 위장을 한 상태였다.
위장 이거 뭐냐?
대대장이 보면 존나 좋아할 것 같은데?
“생존 서바이벌이니까요. 최대한 진지하게 임해야 하죠. 어때요? 이 정도면 못 알아보겠죠?”
“너 무슨 훈련 받은 적 있니? 이건 뭐 나무인간인데?”
“후후후, 나무인간 이 지랄. 뭐어. 이런 서바이벌 훈련은 당연히 어렸을 때 받았죠. 위장은 중요하답니다? 아무튼! 김근철이 승점은!”
“1점 모았어.”
“좋아요! 그럼 미련 없이 죽으세요!”
만족스럽다는 듯이 미소를 지은 레오나가 자신만만하게 검을 겨누었다. 여기서 승부를 볼 생각인가 보다.
“자, 그럼 덤비세요! 김근철… 으응? 무슨 일이죠? 멘탈이 좀 깨진 것 같은데?”
역시 알아 차려주는구나!
“그, 그게 말이야.”
당장.
이 불편한 속마음을 털어내고 싶었다. 적어도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한다면 좀 편해질 것 같았으니까.
“아까 어떤 일이 있었는데, 그것 때문에 지금 제정신이 아니야.”
“대체 뭐죠? 무슨 일이길래. 잠깐. 여기 와서 앉아보세요.”
“어.”
이야기를 들어줄 생각인지 레오나가 나를 자리에 앉혔다. 정말 고마운 녀석이라니까. 그래서 나는 편해질 생각으로 아까 있던 일을 전부 말했다.
그렇게 죄다 털어놓으니.
“어, 음. 어. 그러니까.”
레오나가 곤혹스럽다는 듯이 턱을 쓸었다.
“그게 말이죠… 으음… 그건. 예. 김근철이? 잘못한 것은 없죠? 그냥 실수였을 뿐이니까. 친구를 살리려고, 어. 그러니까… 노력한 거잖아요?”
“…”
“이건… 후우. 그렇네요.”
숨을 내쉰 레오나가 일어났다.
“제가 봤을 때 그냥 한번 죽는게…”
“어서 죽여줘.”
ㅡ파앗!
내가 칼을 뽑은 그 순간.
“에잇.”
ㅡ콩.
레오나의 검이 내 헤드기어를 내리쳤다.
ㅡ삐빅!
ㅡ사망입니다.
그렇게 사망판정이 떴고, 나는 레오나의 배웅을 받으면서 해안가로 향했다. 솔직히 지금 멘탈 깨진 것 같아서 더 훈련을 받을 상태가 아니다.
* * *
안내받은 대로 무인 자동보트를 타고 탈락자 숙소로 왔다. 근데 숙소라기보단 강당 비슷한 공간이로군. 보니까 탈락자들이 제법 있는 편이다. 그중에는 문민도 있었는데, 놈은 자리에 누워서 자는 중이었다.
다들 뭐 대체적으로 쉬는 분위기로군. 뭐, 구태여 깨울 필요는 없다. 나도 좀 쉬도록 하자.
ㅡ스윽.
바로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누웠다.
“아.”
진짜.
내일부터 시후랑 뭐 어떻게 지내냐?
미칠 것 같네. 내가 시발 오해를 해서 남자 새끼 허벅지를 그 지랄로 물고 빨아댔다고? 물론 시후가 좀 남자답게 생긴 거랑은 좀 거리가 있는 녀석이긴 하지만, 그런 건 전혀 상관없다.
그냥 존나 쪽팔리고 괴로울 뿐이다…!
ㅡ끼익.
그러고 있으니 숙소의 문이 열렸다. 또 탈락자가 도착한 것이다. 누군지 얼굴을 확인해보니 익숙한 류씨가.
“여어, 류씨. 너 설마 ‘탈락자’가 되어버린 거냐?”
“…”
나를 본 류씨가 눈살을 찌푸리면서 다가왔다. 보자. 레오나랑 공동 수석인 류씨가 당할 정도라면 역시 레오나의 기습인가? 위장 빡세게 했으니 류씨가 당해도 이상할 건 없다.
“류씨. 누구한테 당했어?”
“…”
“레오나? 우유리?”
“…이시후.”
뭐랏.
“이시후에게 당했다! 제길! 다짜고짜 비명을 지르면서 공격을 해오다니!”
아.
“네게 배운 것이냐!”
그게요.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