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Kidding, I’m an Extra RAW novel - Chapter (79)
〈 79화 〉 무인도 서바이벌 # 4
* * *
“흐흐흐, 그래. 내가 가르쳤다.”
“뭐랏!”
조금 놀려주고 싶어서 적당히 구라를 치니 민감하게 반응한 류씨가 눈을 부릅떴다.
이 녀석이 이거 대놓고 시후한테 라이벌 의식을 불태우고 있는데, 잠깐. 생도 배틀 때 누가 이겼던 거지? 그걸 안 물어봤네. 이건 뭐 다음에 시후한테 물어보도록 하자.
“이시후를 더 강하게 만들기 위해 내가 비장의 기술을 가르쳤단 말이다. 류천휘. 네가 그 스킬에 당하다니. 예상외의 상황이지만 충분히 그럴만해.”
“이놈…! 이시후한테 그딴 천박한 기술을!”
이 새끼가?
내 비장의 스킬인 워 크라이 보고 천박?
“하! 그래도 너 따위 비명맨 녀석에게 기대다니! 이시후의 한계도 명확한 것 같군!”
“어이고. 그래서 우리 류씨. 그런 주제에 근데 시후한테 지셨어? 낄낄낄.”
“닥쳐라! 다음엔 내가 이길 테니까!”
“어 그래. 기대하고 있으마. 이야. 이거 누가 이길지 기대가 되는데?”
“네놈 따위의 기대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ㅡ홱!
그리 소리친 류씨가 저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가더니 그곳에 자리를 잡고 누웠다. 진짜 종잡을 수 없는 녀석이란 말이지.
웃기는 녀석이다.
뭐 그러고 있으니.
ㅡ끼익.
“어?”
우유리도 왔네?
말을 걸려고 하니 유리 쪽에서 먼저 날 발견하고는 손을 흔들었다.
“오, 뭐냐? 김근철이? 너 언제 탈락했어?”
“한 30분 전에? 근데 우유리 니가 탈락했다고? 어쩌다가?”
“하, 그게 진짜. 레오나한테 당해버렸다. 아나, 이거.”
ㅡ스윽.
뒤통수를 긁적이면서 내 옆에 앉는 유리.
“뭐여. 레오나한테 당한 거냐?”
“아니, 레오나 걔 무슨 특수부대원처럼 위장을 하고 있더라? 그런 녀석이 갑자기 튀어나와서 기습을 하는데 선타를 뺐겨가지고, 아.”
유리가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면서 아쉽다는 듯이 소리를 냈다. 보니까 레오나랑 제대로 붙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 정도 경쟁심은 누구에게나 있으니까.
“그대로 털려버렸다. 아 진짜. 이거 존나 아쉽네. 레오나랑은 한번 제대로 붙고 싶었는데. 뭐 그렇게 빡세게 위장을 했다냐? 기운도 싹 다 숨겨가지고 읽지도 못하고. 어떻게 내가 몇 방만에…! 아으, 이거 자존심 좀 상하는데.”
이젠 아예 머리까지 긁적이면서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흐흐흐, 유리 이거 존나 아쉬웠나 보네.”
“그렇다니까. 참.”
“근데 사실 나도 레오나한테 당했다…”
“뭐? 너도냐?”
“어. 갑자기 뭔 수풀 속에서 특전사가 튀어나오더라.”
“그렇다니까, 진짜. 완전 본격적이었다고.”
어지간히도 충격이었는지 연신 감탄하는 유리.
“어렸을 때 훈련받았다는데. 진짜 FM이더라.”
“그럼 못 이기지. 나도 뭐 어렸을 때부터 싸우는 훈련을 좀 받긴 했는데, 아무래도 레오나 걔는 유럽 귀족가문 출신이잖아? 나보다 더 배웠을 거다. 아마.”
그렇게 유리랑 레오나 이야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근데 너 킬은 했냐?”
“어. 승점 1점은 땄다. 내가 시발 누구한테 배우는데.”
“오. 김근철이 이 새끼. 가르친 보람이 있는데?”
유리가 기특하다는 듯이 웃으면서 내 등짝을 두들겼다. 이 녀석 아직 본격적인 건 가르쳐주지도 않았으면서.
아, 근데 이번에 검술 실력이 좀 올라가긴 했다. 그거 보여주면서 평가받으면 좋을 듯.
“근데 누구 잡았냐?”
“문민.”
“아. 문민.”
“어.”
그 말에 유리가 좀 조심스럽게 반응했다. 문민이랑은 아까 싸우면서 화해 다 했다. 이젠 문제없지.
“그러고 보니 김근철이 너… 뭔가 몸에 힘이 좀 없어 보이는데. 왜. 막상 문민 때리고 나니까 좀 미안하냐?”
“아냐. 그건 아까 싸우면서 다시 화해했어.”
“오, 그래? 잘했네. 뭐, 그런 건 싸우면서 푸는 게 최고긴 하지. 근데 왜 그런 거냐? 힘없어 보이는 건?”
“아니 그게 말이야…”
다시 털어놓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유리에게 아까 있었던 일을 말해줬다. 이야기를 다 들은 유리는, 어. 그러니까.
“으, 으음. 야, 야! 사내새끼가 뭐 그딴 걸 신경 쓰냐! 친구 구하려다가 난 사고인데 그거면 된 거지!”
생각보다 쿨하게 날 응원해줬다!
ㅡ팡팡!
그것도 내 등을 쳐주면서!
“여, 역시 그런 건가?”
“뭐 다른 게 있냐? 애초에 뱀 물린 친구 보자마자 구하려고 그렇게까지 했을 정도면 오히려 좋은 친구란 거지. 비명맨 녀석이 뭐 그딴 걸로 고민을 하고 있냐. 참.”
그래!
오히려 잘한 일이지!
“고맙다, 유리야! 니 말 들으니까 마음이 좀 풀리는 것 같애!”
“아니 근데 어떻게 허벅지를…”
“시팔.”
“장난, 장난.”
“아, 맞다. 유리야. 나 아까 문민이랑 대결하면서 검술 실력이 좀 갑자기 팟 하고 올라간 것 같거든?”
“뭐? 구라치지 마. 칼 날아오는 거 보면서 소리부터 지르는 녀석이 뭔.”
“진짠데?”
“그럼 담에 한번 봐보지 뭐. 이 새끼… 실전 타입인가?”
그런 것 같더라고.
뭐 그렇게 유리랑 이야기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근데 여기 탈락자 숙소에 언제까지 있어야 되는 거냐?
* * *
다음날.
무인도 서바이벌의 최종 승리자는 레오나였다.
“후후후, 너무나 당연한 결과에요. 반장인 이상 최강일 필요가 있죠. 뭐, 그래도 다들 열심히 했어요!”
저거 진짜 개좋아하네. 말 그대로 순수하게 기뻐하고 있는 얼굴이라서 후광이 비쳐보일 지경이었다.
저게 바로 여신이지.
“정말 완벽한 전략이었다, 레오나. 철저한 위장으로 몸을 숨기고 기습으로 빌런들을 전부 처치하다니. 현역 영웅들이 쓸 법한 방식이다. 훌륭해.”
이소라 교관 역시 레오나를 칭찬했다.
“뭐, 이런 곳에서는 지형을 이용할 줄 알아야 하죠. 그래도 이시후는 강적이었어요.”
“으으… 기습에 당하다니.”
시후는… 그래. 막판에 레오나의 기습을 당해내지 못하고 쓰러졌다는 모양이다. 둘이 마지막까지 살아남았는데 레오나가 이긴 거지.
아무튼 뭐 이소라 교관의 수업이 시작되었다.
이런 숲 지대에서는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 또 어떤 식으로 생존을 해야 했는지. 교재는 레오나였으며, 앞으로 이런 일이 있으면 레오나처럼 위장을 하고 마력을 억누르라는 교육을 받았다.
뭐 그렇게 교육이 끝났고 쉬는 시간이 되었다.
오늘 하루는 휴식일이란다.
숙소로 돌아와서 씻고 침대에 멍하니 누워 있으니.
“저, 저기…?”
올 게 왔군.
말없이 티비를 응시하고 있던 시후가 말을 걸어왔다.
“그, 근철아?”
“어… 시후야.”
바로 자리에 앉았다.
아니.
아니 진짜 시발.
이거 왜 이렇게 어색하냐.
걍 존나 쪽팔리고 고통스러워서 참을 수가 없었다. 어제 유리한테 위로를 좀 받긴 했지만… 이미 나는 친구의 허벅지를 빤 놈이 되었다. 이 벅지빨이 새끼 같으니라고! 친구의 허벅지를 빨아댄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것이냐!
도저히 시후의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근철아…! 그렇게 얼굴 안 피해도 나도 고통스럽거든!”
시후가 시뻘게진 얼굴로 소리쳤다.
“그, 그게.”
“그래도! 어제 일은, 음. 그러니까.”
우물쭈물 말하던 시후가.
ㅡ저벅.
가까이 다가오더니 작게 말했다.
“서, 서로 잊을까?”
“잊자고?”
그걸 잊을 수가 있어?
그 고통스러운 기억은 날 영원히 따라올 것이다! 차라리 시후가 예쁜 여자였다면! 즐거운 추억이었겠지! 근데 아니잖아!
“근철이도 나 살려주려고 그런 거니까… 으, 으음. 솔직히 좀 그렇긴 해도. 넘어가도 된다고… 생각하는데. 우리만 잊으면 아무도 모르잖아. 어둠 속에 묻어버리자. 근철아.”
그게 말이야.
“시후야.”
“응?”
“나 지금 뒤질 것 같애. 솔직히 카운슬링이 필요하겠어.”
“아냐! 우리만 입 닫으면 돼!”
“사실 레오나랑 유리한테도 다 말했다. 이제 도망칠 수 없어.”
“그걸 왜 말해!!!”
“그치만! 누군가한테 털어놓고 싶었다고! 상담을 받고 싶었단 말이야!”
“아니이이잇! 근철이 너어어엇! 너무한 거 아니야!”
“아니 그게!”
“나는 괜찮으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근철이는 막 그러고 있잖아!”
“아, 미안!”
그렇다!
시후는 지금 고통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그런데 나는 극복은커녕 더 괴로워하고만 있어!
“생각해보니 그러네. 너는 극복하려고 하고 있는데, 나는 그냥 고통을 곱씹고만 있었다. 미안하다! 시후야! 나도 잊을 수 있도록 노력할게!”
“끄응… 뭐, 그렇게 해. 솔직히 사고였으니까. 마, 만약 나도 근철이가 뱀에 물렸다면 똑같이 했을 거고.”
그 말을 들으니 좀 마음이 가라앉는군.
“고맙다, 시후야.”
“아니 뭘. 근데 근철아? 그렇게 충격이야?”
“그럼 당연히 충격이지 임마.”
내 마음을 솔직하게 말한다.
“시후 네가 여자라면 몰라. 남자 허벅지를 그렇게 빨았는데 충격을 안 받으면 그게 사람이냐?”
“어, 어어? 근철아?”
“왜?”
“그, 그 말은 여자였으면 괜찮았다는 거야?!”
그럼 그나마 낫지.
“이 변태!”
“뭐 또 변태래! 그나마 나았다는 거지!”
“그게 더 위험하잖아! 착각이라고 해도 갑자기 여자 허벅지 빨면 범죄야!”
“그것도 그러네!”
진짜 혼란스럽다!
“진짜…! 하! 모르겠다, 근철아! 일단 좀 자야겠어!”
“나도 솔직히 피곤하다…”
“나 씻고 올게!”
“그래라.”
좀 제대로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질지도 모르겠군.
아악!
* * *
“후우!”
옷을 벗자 해방감이 느껴진다. 하지만 동시에, 자신의 허벅지 쪽으로 시선이 간다.
“근철이 진짜…!”
허벅지의 특정 부위가 붉게 올라온 상태다. 근철이가 빨아댄 탓에 내출혈이 일어난 것이다. 그것을 보고 있으니 극한의 부끄러움이 솟아오르더니, 이상한 생각마저 들기 시작한다. 근철이가 이곳에 그렇고 그런 짓을…!
“…!”
ㅡ쿵쾅쿵쾅!
심장이 터질 듯 뛰고 있다.
허벅지… 허벅지를!
허벅지를 그렇게나 빨아대다니! 다름이 아니라 근철이한테 그런 식으로 빨리고 말았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미칠 것만 같았다.
물론, 이것이 사고였다는 것은 이해한다.
아니…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기, 기분은 좋았어.”
이상한 의미가 아니라 정말로 기분이 좋았다.
우정.
우정이었으니까.
근철이는 자기가 뱀에 물렸다는 것을 인지하자마자 주저 없이 달려와서 피를 빨아줬다. 뭐, 실제로 물린 것은 아니었지만, 근철이는 자신을 살리기 위해서라면 주저 없이 행동할 수 있는 친구였다.
든든하기 짝이 없다. 그 사실이 정말로 기분이 좋았다. 근철이는 그런 친구구나 하면서 우정이 느껴진다.
그래.
남자라면 그런 부분이 있어야지.
“헉!”
그리 생각한 이시후는 바로 숨을 집어삼켰다. 내가 방금 남자 취향에 대한 것을 생각한 건가? 그래서는 안될 텐데.
“후우.”
역시.
근철이랑 같이 있으면 진짜로 이상해지는 것 같다.
“여자였으면 괜찮았다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진짜.”
자신은 왜 투덜거리고 있는 것일까.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