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Kidding, I’m an Extra RAW novel - Chapter (87)
〈 88화 〉 시험기간 # 9
* * *
들어보니 키티는 피시방에 가본 적이 없다고 했다. 요즘 세상에 피방도 안 가본 사람이 있다니. 이건 문화적 바바리안이라는 말 밖에 안 나온다.
그럼 바로 피방으로 가야지.
근처에 있는 피시방으로 들어가서 커플석에 앉았다.
“오빠. 여긴 커플 전용 자리 아니야?”
“그냥 편한 2인석이야.”
“흐응, 그래?”
이름을 시발 커플석이라고 해놔서 그렇지 그냥 2인석에 불과하다. 친구들끼리 피방 오면 가장 먼저 찾는 자리가 바로 커플석이니까. 아무튼 컴퓨터를 키고 회원가입을 실시했다.
“주소는 그냥 대충 쳐.”
“응.”
“이름도 적당히 가명 쓰고.”
그리 키티와 회원가입을 마친 다음에 돈을 넣고 왔다.
“키티야. 컴퓨터가 뭔지는 알지?”
“아니, 근철이 오빠? 아무리 그래도 내가 그걸 모르진 않아.”
“아. 그럼 단순히 피방이 처음인 건가?”
“응. 올 일이 없었으니까. 이렇게 컴퓨터 많은 거 보니까 신기하네.”
“신기하긴 하지.”
나도 꼬꼬마였을 때는 피방이 참 신기했었다.
흡연석의 구분 따위는 없는 추억의 인외마경. 그때는 시간을 충전한다는 개념이 없어서 시간이 다 되면 아저씨가 와서 끄라고 그랬었지. 당시엔 아저씨 이판만 끝내고 끌게요! 라는 정이 있었다. 물론 나한테만 있는 정이었고, 호통을 듣고 꺼야만 했다.
좋은 추억이지.
참 어질어질한 추억. 간접흡연을 한 시간쯤 하다 보면 천하의 날고 기는 꼬꼬마 새끼들이라고 해도 어지럼증을 호소하게 된다.
“키티야. 하던 게임은 없고?”
“응. 게임은 딱히 해본 적 없어.”
“이야. 이거 요즘 세상에 진짜 신기한 아이로구만? 평소엔 대체 뭐하고 사냐?”
“마법수련? 아니면 언니랑 논다던가?”
언니랑 놀면서 마법을 수련해?
“언니는 뭐 하는데?”
“언니도 마법 해. 나랑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한 마법사야.”
“그런 사람이랑 내가 왜 비슷하다는 거냐? 성격?”
“아니야. 성격도 생긴 것도 안 닮았어. 그냥 느낌이 그래.”
닮은 껀덕지가 없다는 건데 느낌이 비슷하다라?
사람 특유의 기운이나 그런 게 닮았다는 건가?
사이비 같은 소리다.
“근철이 오빠. 나도 게임 알려줘.”
키티가 기대된다는 듯한 시선을 보내면서 말했다.
“그래. 내가 알려줄게. 관심은 있었냐?”
“뭔지는 알아. 안 해 봤을 뿐이지.”
애랑 할만한 게임은 레포데나 카트 말곤 없지. 나도 어렸을 때 친척 동생들 내려오면 줄줄이 피방으로 끌고 가서 레포데를 즐기곤 했었다.
애들이 좀비 달려들 때마다 소리 질러서 달랜다고 애를 먹었었지. 그럼에도 다들 엄청 좋아했다.
그래도 일단 키티는 여자애니까 카트부터 해볼까?
근데 있을지 모르겠네.
ㅡ탁탁탁.
바로 게임 사이트에 들어갔다.
“있네.”
게임 사이트의 이름은 그대로였다.
로고도 그대로. 서비스하는 게임 목록이 내가 아는 거랑 좀 다르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비슷하다. 이야. 근데 처음 보는 것도 있고 막 그러네.
로그인은 될까?
ㅡ탁탁탁.
이쪽 세계에 온 뒤로 게임을 킨 적은 없다. 거기에 고아 출신이라면… 아니지. 아이디 정도는 있긴 할 텐데.
“되네.”
로그인이 된다.
그것도 내가 쓰는 아이디 그대로다. 비밀번호 역시 마찬가지다. 어떻게 된 게 뭐 죄다 나랑 똑같을 수가 있냐? 아이디랑 비밀번호까지 똑같게 설정하다니.
놀랍다.
아무리 봐도 본인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아이디 파워폭력123에 비밀번호 매머드싸이코123.
내가 맨날 쓰는 아이디랑 비밀번호가 그대로다.
“…”
이 녀석 대체 뭐 하는 놈이길래… 나랑 아이디 만드는 구조가 똑같은 거냐.
“으응, 아이디 만들기 어려워.”
“잠깐. 내 다른 아이디로… 아.”
항상 쓰는 부모님 아이디. 그게 안 된다. 고아라서 어쩔 수 없군. 깔끔히 포기하고 로그인이 필요 없는 레포데로 갈아타도록 하자.
“아, 이거 아이디 때문에 막히네. 키티야. 레포데라고 알아?”
“그게 뭐야?”
“좀비 쏴 죽이는 게임 있어.”
이건 그대로 있군. 바로 게임을 틀고 방을 만들었다. 그리고 키티를 접속시키고 게임을 시작했다.
“뭔가 기대돼, 오빠.”
“흐흐흐, 그렇지? 원래 게임이란 게 그래. 자, 그럼. 이거 키보드로 움직이고. 마우스 클릭하면 총을 쏘거든? 그걸로 적들 공격하면 돼.”
“이해했어. 아, 시작했다.”
그렇게 게임이 시작되었다.
* * *
“꺄악! 꺄아아아악!”
ㅡ투두두두두두!
“키티야, 키티야! 조용! 너무 크게 소리 지르면 안돼!”
“그, 그치마아아안!”
좀비들이 달려들자 키티가 비명을 지르면서 혼란스러워했다. 총을 막 쏘기도 하고, 눈을 질끈 감고는 뒤통수를 의자 목받이에 딱 붙인 채 고개를 옆으로 둘린다.
이 게임은 미친 듯이 몰려오는 좀비들을 쏴 죽이는 단순한 게임이다. 비주얼이 제법 무서워서 꼬마애들한테 인기가 많지.
“와악!”
그리고 돌진 잡기 스킬을 지닌 특수 좀비가 키티를 붙잡은 순간, 키티가 마우스를 놓고 손으로 입을 가렸다.
“흐흐흐! 아니, 키티야! 각성자가 이걸 무서워하면 어떡해!”
“그치만 여기선 제대로 저항을 할 수가 없어! 이건 현실이 아니야!”
“현실이 아닌데 왜 이렇게 무서워해?”
“그, 그건…!”
말을 잇질 못한다.
“근철이 오빠 너무해! 이런 걸 시키다니!”
“아, 그래서 안 할 거야?”
“얕보지 마!”
키티가 다시 마우스를 잡고는 좀비들을 쏘기 시작했다. 무서운 게임 특. 무섭지만 계속하고 싶음.
“이익!”
그렇게 키티는 열심히 총을 쏘면서 공포를 가라앉혔다. 역시 꼬꼬마들이 제일 좋아하는 게임답다.
“가자!”
이야, 이거 근데 올만에 게임 하니까 재밌긴 하다.
역시 시험기간에 하는 게임이 제일 재밌는 법이지. 뭐, 일주일 동안 열심히 했으니 오늘 하루는 쉬어도 될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키티와 게임을 즐겼다.
* * *
“아아, 근철이 오빠. 오늘 재밌었어. 이상한 게임도 하고 햄버거도 먹었네. 응. 좋아.”
기지개를 켠 키티가 기분 좋다는 듯이 웃었다.
“그래. 나도 간만에 게임 해서 재밌었다.”
오늘은 즐길 만큼 즐겼다. 훈련이고 공부고 아무것도 안 하고 속 편하게 놀면서 게임이나 하다니. 빠져나갔던 몸의 에너지가 재충전되는 기분이었다.
자, 이 기세를 몰아서 월요일부터 또 빡세게 굴러보도록 하자. 역시 쉬는 날 재충전을 해야 제대로 노력할 수가 있다니까.
“그럼 키티야. 밥이나 먹자. 저녁 시간이야.”
“벌써 그렇게 됐어?”
“어. 저녁은 뭐 먹을래?”
“근철이 오빠가 정해줘.”
“그럼 뭐 짱깨나 먹지.”
피방 끝났으면 짱깨가 개념이지. 바로 키티가 아주 자연스럽게 내게 팔짱을 껴왔고, 그렇게 나는 키티와 거리를 걷게 되었다.
“오빠. 다음에도 내가 부르면 또 나와 줄 거야?”
이 녀석.
완전히 내게 푹 빠졌군.
“어. 시간 되면. 가끔 만나서 게임이나 하자.”
“응.”
그리 이야기를 하면서 걷고 있으니.
“음?”
저 앞에 있는 커다란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건물 중앙에는 광고용으로 쓰이는 대형 스크린이 장착되어 있었는데, 보니까 뉴스가 한창이었다.
그러니까 요즘 전조 없이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게이트의 빈도수가 늘었다는 것입니까?
예. 그렇습니다. 일주일에 한 건 정도는 보고가 되는 모양입니다. 뒤늦게 사이렌이 울려서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나온다는군요.
전조 없이 갑자기 나타나는 게이트라… 이거 정말 위험할 것 같습니다. 말이 됩니까, 이게?
예. 그래서 원인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갑자기 나타나는 게이트에 대한 이야기다.
저건 벌써 두 번이나 경험했다.
“키티야. 저거 아냐?”
“응… 글쎄? 뭘까?”
키티가 모른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했다.
애라서 모르는 건가?
“저거. 게이트가 전조 없이 갑자기 나타난데. 원래 게이트가 나타날 때는 전조가 있어서 대비할 수가 있거든? 근데 저건 전조가 없어서 갑자기 뿅 하고 나타나. 그러면 사람들이 도망칠 시간이 줄어들겠지? 그래서 아주 위험해.”
“흐응, 그래?”
내 설명에 키티가 흥미를 보이면서 뉴스 스크린을 쳐다보았다.
“저거 때문에 고생 좀 했다, 나도. 아. 그러고 보니 키티 너 처음 만났을 때가 바로 저거 때문이었는데.”
“아, 그런 거였어? 어쩐지. 이상하긴 했어. 사이렌도 안 울렸는데 괴수가 나타났거든.”
키티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다니까. 진짜 위험하다고.”
“응. 정말로 위험하겠네.”
“키티도 조심해라.”
“조심할게.”
키티가 빙그레 웃으면서 그리 말했다.
“후후, 그런데 근철이 오빠 너무 걱정만 하는 것 같아.”
“니는 좀 종잡을 수 없어서 그래. 아무튼 조심하고.”
뉴스를 다시 훑어보았다.
일각에서는 S 랭크 괴인인 보이드 프린세스가 다시 활동을 시작한 것이 아니냐 하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만.
모습을 감춘지 좀 오래되지 않았습니까?
예. 뭐 그런 말이 나오고 있다는 겁니다. 보이드 프린세스는 게이트를 만들어서 괴수를 소환하곤 했었습니다. 그 탓에 나오는 말이겠지요.
보이드 프린세스라.
괴수들을 막 소환하는 타입의 괴인이라고 했지. 아무튼 위험한 존재다. 뭐, 그래도 우리 이사장님이 있다면 걱정은 없지.
“근철이 오빠. 빨리 그 짱깨? 먹으러 가자.”
“그래.”
다시 키티랑 걸었다.
“여기로 들어가자.”
가장 가까운 곳에 있던 짱깨집에 들어가서 짜장 두 개에 탕수육 소짜 하나짜리 세트를 시켰다. 짬뽕을 먹을까 했는데… 윽, 이건 대체 무슨 기억이지? 아수라…? 난 모른다. 나는 짬뽕을 모르오.
중국집답게 세트는 금방 나왔다.
“먹어라. 오늘은 내가 다 사줄게.”
“근철이 오빠 너무 착하네. 다음엔 내가 사줄게.”
“돈은 있냐?”
“언니한테 받으면 돼.”
코 묻은 용돈을 뺐는 건 좀 그래.
아무튼.
ㅡ후루룩.
면을 먹는다… 아, 이거. 딱 평범한 짜장면 맛이다. 부족한 것도 없고 특출난 것도 없는 평범한 맛. 무난해서 한 끼 해결하기 딱 좋은 맛이다. 그때 그 짬뽕이랑은 차원이 다르군.
“아, 오빠. 이거 맛있어.”
“마음에 들었다니 다행이네.”
“오늘 신기한 거 많이 먹네.”
“탕수육도 무라.”
탕수육을 집어 먹으면서 물었다.
“근데 키티야. 너 평소에는 뭐 먹고 사냐?”
“으응, 글쎄? 평범하게 먹는 편인데. 바깥에선 잘 안 먹어서 그래.”
“그러냐?”
애가 맛있는 걸 못 먹고 자랐나? 햄버거랑 짜장면을 참 좋아하는 것 같았다. 이런 모습 보면 더 사주고 싶어지잖아…! 역시 가난한 것이냐!
레오나의 마음이 바로 이런 것이었구나!
“많이 먹어라.”
“응.”
맛있게 먹는 키티의 모습을 보니 레오나의 마음을 이해할 수가 있었다. 그렇게 다 먹고 바깥으로 나왔다.
“오빠. 오늘 재밌었어. 다 고마워.”
“그래.”
“그럼 들어갈게. 오빠도 잘 들어가?”
“오냐. 아. 근데 혼자 갈 수 있겠냐? 위험하지 않아?”
“후후후, 나 각성자야. 뭘 그렇게 걱정해? 역시 내가 애라서?”
“뭐 그런 셈이지. 그럼 빨리 들어가라.”
각성자라도 애는 애다.
“응.”
키티가 웃으면서 손을 흔들었다. 나도 마주 손을 흔들어주고 몸을 돌렸다. 이제 돌아가자. 내일부터는 또 공부 훈련. 그리고 대련 연습까지 해야 한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