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Kidding, I’m an Extra RAW novel - Chapter (9)
EP.9 학교생활 존나 스펙타클 하네 # 4
“으아아아아아아악!”
“깜짝이야…! 진정하세요!”
“뭐?”
눈앞에 있는 것은 그 기괴하고 끔찍한 환상의 괴인, 이 아니라… 레오나? 수석 생도로 유명한 그 레오나였다.
뭐지?
이것도 환상에 포함되는 거냐?
유명한 속담 중에 올렸다 떨어뜨리기라는 말이 있다. 의도적으로 좋은 것을 줘서 기분을 좋게 만든 뒤에 갑자기 끔찍한 무언가를 줘 기분을 급격하게 나락으로 보내버리는 것.
누군가를 악의적으로 괴롭힐 때 쓰는 전형적인 수법이라고 할 수 있다.
만일 이게 환상의 연속이라면 카와르 교관은 근철공인 진짜배기 개시팔럼이다. 천인공노할 싸이코패스.
근데 진짜 같은데?
“…”
이 생생한 아름다움.
눈앞에서 본 레오나는 구라 안치고 존나 이뻤다. 은발이 예술이로군. 아름답다는 말이 절로 어울릴 정도의 미모다. 날카로운 눈빛 역시 그 미모를 더한다. 어딘가의 공주라고 하면 딱 맞는 표현이겠지.
“뭘 그렇게 빤히 보시는 거죠?”
한쪽 눈살을 찌푸리며 말을 함과 동시에 상념이 깨졌다. 근데 여긴 어디? 일단 현실이라는 건 알겠는데.
“여, 여긴?”
“보건실.”
“뭐? 보건실?”
“김근철이? 당신 기절했어요.”
기절?
“내가 기절?”
이 내가 기절을 했다고?
“아주 화려하게 기절을 했지요.”
“그게 무슨…”
“갑자기 무슨 천둥이 치는 것처럼 비명을 토해내더니, 그대로 살려달라고 아우성을 치면서 추하게 바닥을 기었죠. 기가 막혀서 보고 있는데 그러고 있다가 또 깨꼬닥 하면서 기절하더군요.”
“…”
“참나, 어이가 없어서. 아니. 사내애가 겁이 왜 그렇게 많나요? 웃겨서 진짜. 별로 무섭지도 않더만.”
목소리는 나긋나긋 했지만 속에 뼈가 있다. 레오나가 명백히 날 질타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거 어째 꾸중을 받는 듯한 느낌인데… 아니. 아무리 그래도 동갑내기를 넘어 실제로는 연하인 여자애한테 꾸중을 당하는 건 내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는다.
“저기, 레오나씨.”
“뭐죠?”
그래서 말했다.
“지금 레오나씨가 나랑 다른 환상을 봐서 그런 것 같은데, 내가 본건 정말로 초월적으로 두렵고 끔찍하고 최악인…”
“그 내장에 구멍 뚫린 목 긴 괴물이죠? 눈 없고. 막 다가오고. 스스로 배 갈라서 내장 꺼내서 보여주고.”
어.
그거 맞는데.
“놀라긴 했지만 그 정도로 비명 지를 일은 아닌 것 같네요. 혐오스러워서 흠칫하긴 했지만, 영웅생도라면 당연히 웃어넘길 수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아니 그게.”
“그리고 시작 전에는 환상인 거 알면 찔빱이라고 도발하더니만…”
안돼! 내 흑역사를 들추지 마!
그땐 진짜로 환상이면 개좆밥일 줄 알았다! 좋다! 사나이 김근철! 인정하겠다! 환상이란 걸 알아도 무서운 건 무서운 거다! 좋은 교훈을 얻었어! 난 이 교훈을 가슴에 안고 살아갈 테니 더 이상 파헤치지 말아줘!
“하여튼 어제도 그렇고-”
이대로 가다간 계속 혼나겠군!
“알았어, 알았어! 아, 그거 뭐 내가 겁쟁이라서 그럴 수도 있는 거지!”
솔직히 개쪽팔리고 놀라서 반박할 말도 없다!
이미지 전환 개같이 실패!
어머나 씨발에서 미친 겁쟁이로 격하!
“솔직히 존나 무서워서 살아야겠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서 그런 거다. 아니. 근데 생각해 보니까 레오나 네가 더 이상한 것 같은데?”
내가 봤을 땐 내가 정상이고 얘가 비정상 같은데… 아니. 비정상이 맞다. 레오나는 그 환상괴수를 보고도 전혀 쫄지 않은 것도 모자라 실제로 싸우기까지 했으니까.
“그게 무슨 소리죠?”
“어떻게 그걸 보고도 침착할 수가 있는 거냐? 말이 안 되는데.”
어떤 좋은 가문 출신이라고 했으니 분명 전투 교육을 받아온 것이리라. 나 같은 일반인이랑 차원이 다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침착한 거겠지.
“김근철이는 공포영화도 안 보나요?”
“무서워서 못 봐. 한편만 봐도 밤새도록 이불 뒤집어쓰고 질질 짜거든. 밖에 나와 있는 상태면 집에도 못 들어간다, 진짜. 밤 되면 무서워서.”
구체적으로 계단이든 엘리베이터든 다 무서워진다. 공포영화 한 편 보면 약 일주일 동안 집에서 샤워할 때마다 쎄한 기분이 들기도 해. 후유증이 제법 오래 가는 편이다.
“푸흡!”
“웃어?”
“아, 아니. 갑자기 이상한 소리를 하네요. 그게 뭔 터무니 없는…”
화제를 돌려야겠군.
“아무튼. 근데 네가 왜 여기에?”
“슬슬 깨어날까 싶어서.”
그러니까 왜 있냐고.
눈빛으로 묻자 레오나가 말을 이었다.
“오늘부터 제가 반장이거든요.”
“뭐? 반장?”
“그러니까 조금 뒤떨어지는 급우는 제가 챙겨야죠. 앞으로 그렇게 아세요.”
아니 잠깐만.
“반장이라니? 뭐 힘순으로 정한 거냐? 언제 정했대?”
“시계.”
“음?”
바로 핸드폰을 꺼내서 시간을 보았다.
“아.”
이거 시간이.
“벌써 5시네.”
분명 수업 시작이 8시 30분이었는데.
“이미 수업 다 끝내고 피드백까지 받았답니다. 그리고 다음 시간에 이소라 교관님 들어와서 투표로 반장 뽑고 간단하게 이론 수업했네요. 그리고 밥 먹고 오후 수업까지 다 마쳤어요.”
이 새끼들 민주주의를 모르는 거냐? 내가 없는데 반장을 뽑으면 어쩌란 것이지? 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고 싶었단 말이다.
근데 일과 개꿀로 보냈으니 상관없다.
카와르 교관님 감사합니다.
“그동안 김근철이 당신은 기절해 있었고요. 수업도 마쳤겠다, 슬슬 깨어날까 싶어서 온 거죠.”
그래도 이야기를 들어보니 반장으로서 날 챙겨주겠답시고 찾아온 거였다. 이런 고마운 녀석을 봤나? 아무래도 미모만큼 심성이 고운 아이인가 보다.
“그래. 고맙다.”
“고맙긴요. 자, 이건 카와르 교관님이 써준 편지. 사실 이거 전해주려고 온 게 제일 컸죠.”
“편지라고?”
바로 레오나가 내게 편지를 건네줬다.
읽어 봐야지.
「김근철이에게.」
「카와르 교관이.」
-우리 김근철이 많이 놀랐나 보네요! 설마 단말마와 함께 기절을 할 줄이야! 그래도 너무 걱정 마세요! 기절하는 생도는 3년에 한 명씩은 꼭 나오니까! 누구나 기절할 수 있으니 너무 부끄러워하거나 부담가질 필요는 없답니다!
3년에 한 명이면 시발 존나 특이 케이스란 거잖아…! 잠들어 있던 심각한 쪽팔림이 몰려온다. 나는 얼굴에 열이 오르는 것을 느끼면서 편지를 계속 읽어 내려갔다.
-아무튼 평가 시작이에요.
-일단은 빵점!
-괴인들은 이것보다도 더욱 치명적이고 심각한 환상을 구사하면서 협공을 해옵니다! 시야를 가리고 혼란을 줌과 동시에 행해지는 공격에 대처하려면 누구보다도 빨리 환상을 간파할 필요가 있어요!
-김근철이는 담력을 기를 필요가 있겠죠? 패닉에 빠지면 절대로 대처할 수 없습니다! 실전이었다면 쪽도 못 쓰고 죽었을 거라구요?
-그러니까 심한 환상을 보여줬다고 탓하진 말아주세요! 이것도 당연한 교과과정이니! 대충 괴인들의 환상 공격이라는 게 어떤지 맛보기라고 생각하시고, 앞으로 김근철이가 어떻게 발전해 나갈지 기대하도록 하겠습니다!
읽어 보니 뭐.
“흠.”
정확하고 당연한 평가였다. 만일 괴인이 진짜 그렇게 공격해오면… 나로선 쪽도 못 쓰고 뒤질 테니까.
확실히 담력을 기를 필요는 있겠구만.
근데 이거 뭐 설마 특훈 같은 걸 하자는 건 아니겠지?
-추신. 뽀뽀를 받은 생도는 아무도 없었답니다!
이건 필요 없고.
-추신2. 향후 성적에 따라 방과후 보충수업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네요!
이건 안돼…!
“후우!”
그래, 뭐. 대충 알겠다. 앞으로는 이런 수업이 맨날 있다는 거지. 그런 수업을 따라가려면 담력을 기르는 것만으로는 모자랄 것이다.
힘도 키워야겠지.
말하자면 수련이 필요하다.
“아, 그리고.”
“음?”
편지를 보면서 생각하고 있으니 레오나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반장이 된 이상, 어지간하면 반 생도들을 전부 끌고 가도록 할 테니까. 김근철이는 앞으로 열심히 해주세요.”
“뭐 열심히 하긴 할 건데… 날 끌고 가겠다고?”
“본인이 생각하기에도 조금 뒤처진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일어난 레오나가 아주 당당하고 도도하게 날 내려다보면서 말했다.
“그렇긴 한데.”
“그럼 당연히 반장으로서 끌고 가야지요. 그게 바로 리더십 아니겠어요?”
정말 서구적인 마인드로군.
그래도 챙겨주겠다는 사람이니 고맙긴 하다.
“그래. 고맙다. 궁금한 거 있으면 물어보러 갈게. 뭐 나도 계속 그럴 생각은 없으니까. 근데, 야. 니가 날 좀 오해하는 것 같은데. 내가 뭐 그런 이상한 애가 아니야. 그냥 조금 긴장해가지고 그런 거지.”
“훗.”
내 말이 마음에 들었는지 레오나가 살짝 웃었다.
“새삼 소개하는 건 조금 부끄럽지만, 제 이름은 레오나 카이너스라고 해요. 제 아버지는 미스터 도미네이터즈의 일원이지요. 그럼.”
“어. 난 김근철이다. ‘김근철이’말고. 잘 가라.”
ㅡ스륵.
그렇게 등을 돌린 레오나가 보건실 바깥으로 나갔다.
“왤케 착해?”
워프 스파이더란 괴수랑 싸우려고 하는 걸 봤을 땐 그냥 전투에 목마른 전쟁광 미친년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맘씨 착한 여자애였다.
훈훈해지는군.
“아오.”
나 역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가 됐든 제대로 된 첫날 수업인데 기절로 날려먹었구만. 이걸로 진도 못 따라잡게 되면 곤란할 것 같은데. 그래도 도와주겠다는 애가 있으니 안심이다. 일단 이시후랑 안면 텄고. 레오나는 반장으로서 도움을 주겠다고 했지.
“근데 학교 끝났네.”
이제 뭐 기숙사로 돌아가면 되는 건가?
ㅡ꼬르륵.
“아 존나 배고파.”
비명 존나 지른 것도 모자라 존나 처 굶기까지 해서 그런지 배가 요동을 친다. 좋다. 매점 위치 좀 알아볼 겸 학교 탐사를 좀 해보도록 하자.
돈갑내기 있을라나?
없으면 매점 아줌마 나한테 뒤진다, 진짜.
*
*
*
그렇게 보건실을 나와서 매점을 찾기 위해 들개처럼 학교부지를 탐색하고 있을 때였다.
ㅡ띠링.
익숙한 알림음과 함께 눈앞에 푸른 창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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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스트 발생」
「아카데미 생도 훈련장에 입장하세요」
「보상 : 100 Coin」
「보상 : 상점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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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뭐라고?!”
상점개방?!
이거 설마 내가 모은 코인 같은 걸 사용할 수 있는 상점인 거냐?! 그럼 씨발 좆대박이지, 이 개새끼들아! 그래! 드디어 나한테도 이런 게 생기는구나!
상점만 쓸 수 있다면 환상이고 뭐고 개좆밥이다!
내가 원하던 게 바로 이런 거였어!
“그야말로 원술이 꿀물을 얻은 격이로다!!!!!!!!”
ㅡ크아아아아아아아!!!!!!
넘치는 환희와 함께 나는 함성을 내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