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Kidding, I’m an Extra RAW novel - Chapter (91)
〈 92화 〉 시험기간 # 13
* * *
지옥에 내가 있었다.
알쏭달쏭한, 그러나 전력을 다하면 쓰러뜨릴 수 있는 악마들이 내게 덤벼든다. 강하다. 지금의 내 수준으로 모조리 처리하는 것은 무리인가?
터무니없이 강력한 놈들은 회피하고, 이길 수 있는 놈들만 골라서 팬다. 그렇게 나는 한놈한놈을 전력으로 상대하면서 싸워나갔다.
그럼에도 힘이 딸린다.
“아아.”
잔혹한 주마등이 눈을 스치고 지나간다. 보일듯 말듯한 주마등을 향해 손을 뻗으면, 나의 정신은 현실로 돌아온다.
“레오나.”
지옥의 한복판에서 그녀의 이름을 부른다.
“레오나…!”
내게 힘을 보태줘!
“내게 힘을 보태줘, 레오나!”
레오나의 미소. 그리고 슬픔으로 가득 찬 얼굴. 그 모든 것들이 나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다. 하지만 레오나는 내게서 고개를 돌렸지. 직후 든 생각은 다급함. 잡아야 한다. 레오나를 잡아야 해.
부르려고 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타들어 가는 가슴. 좁아지는 식도. 숨조차 쉴 수 없는 고통에 시달려 비명을 지르려던 그때, 나는 비명을 지르려는 대신 마음속으로 레오나의 이름을 불렀다.
그리고.
“이, 이건…!”
기적이 일어났다.
“같이 풀어주고 있어?!”
영체화 된 레오나가 내 뒤에 섰다. 뒤에 선 레오나가 내 손목을 잡고, 문제를 푸는 것을 도와준다.
ㅡ고스트 공부왕.
아아, 그래. 이건 레오나랑 공부했던 것과 똑같은 문제다. 동일한 공식을 사용한다면 풀 수 있어. 못 풀면 그게 병신이다. 시험 본다고 내내 이것만 공부하지 않았는가.
내가 풀 수 있는 문제야.
ㅡ쓰윽!
자신감 있게 공식을 적어 내리고 OMR 카드에 마킹을 실시한다. 마지막으로 내가 실수한 부분이 있는지 확인한다.
실수한 부분은.
없다.
“완벽해.”
자신감이 넘쳐흐른다.
이 시험.
내가 박살낼 확률.
100%
* * *
“평균 68점. 합격이다. 김근철이.”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앜!!!!”
“나, 날아가지 마라! 당장 착륙해!”
나는 날아가다 말고 착륙했다.
“이야! 교관님! 제가 그동안 얼마나 열심히 공부했는지 아십니까! 이걸 한 번에 합격을 해버리네! 와! 진짜 개열심히 했다, 와!”
시험이 끝나고 단 20분 만에 결과가 나왔다! 결과는 합격! 65점 밑으로 떨어진 과목은 단 한 개도 없이, 무려 평균 68점으로 통과를 해버렸다!
그야말로 무혈입성!
정면돌파!
만인지적 만부부당!
“와! 진짜 와!”
극한의 희열과 맹목적인 기쁨이 나의 심장을 사로잡았다. 이렇게 기쁠 수가 있나? 평균 68점이라니! 엄마! 내가 시험에 붙었어요!
“크흑!”
눈물마저 흘러나올 지경이다.
고맙다, 레오나. 레오나가 아니었다면 아마 이런 점수는 결코 획득하지 못했겠지. 무한한 감사의 마음이 들면서 감동이 치밀어올랐다.
“기, 김근철이… 고작 68점 가지고 그렇게 기뻐하는 학생은 네가 최초일 것이다. 정신 차려라! 이 정도 점수에 만족해서야 다음 시험을 어떻게 보려고 그러지!”
이소라 교관님이 소리쳤지만.
“맞는 말입니다, 교관님! 하지만 지금은 지금의 기쁨을 만끽하게 해주세요!”
지금은 기쁨을 만끽하고 싶을뿐이다.
“돌아버리겠군… 뭐, 통과 축하한다. 물론 이게 마지막은 아니지. 다음 시험도 잘 준비하도록. 다음에도 주말 출근을 시킨다면.”
ㅡ꽈악.
순간 교관님이 주먹을 쥐어 보였다.
“교, 교관님?”
“암시만 하도록 하지. 이만 돌아가라.”
“네!”
물론 걱정하지 않는다.
이 김근철이는 레벨업을 하는 존재. 이번에 68점이 나왔으면, 다음엔 70점 나온다. 그것은 필연이고 확정된 미래. 미래시로 그것을 확인하여 나의 미래를 고정시켰다.
이 미래는 변화하지 않아.
“흐흐흐!”
아, 이거 진짜 고딩 시절로 돌아온 보람이 있다. 벌써부터 이렇게 공부를 잘하게 되다니. 내 재능이 두려워질 지경이다.
아무튼 레오나에게 이 기쁜 소식을 알리도록 하자.
ㅡ뚜루루.
바로 레오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렇게 레오나가 전화를 받은 순간, 나는 내면의 기쁨을 모조리 터트려 그 신성한 이름을 불렀다.
“레오나! 레오나아아!”
“김근철이…!”
스마트폰 너머로 기대감 어린 레오나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결과는! 결과는 어떻게 됐나요!”
그 말에.
“합격했어!”
강렬하게 소리친다!
“역씨! 크흑! 보세요! 제가 가르쳤는데 떨어질 리가 없죠! 우리 김근철이 장하다! 잘했어요!”
“흐흐흐! 아, 진짜 그렇다고! 진짜 너무 좋고 기쁘다, 레오나! 다 네 덕분이야!”
“후후후! 저도 가르친 보람이 느껴지네요. 오늘 짬뽕형은 봐주도록 할게요.”
“살았다!”
솔직히 짬뽕은 개오바다.
그 운명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하니 그야말로 구사일생.
살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그래서 김근철이?”
“어 왜.”
“평균 점수는 몇 점이죠? 아무리 그래도 100점은 아닐 테고. 90점? 80점?”
“듣고 놀라지나 마시라!”
“어떡해! 저 지금 너무 놀랄 것 같아요! 대체 몇 점인 거죠! 너무 기대되네요!”
아주 그냥 기대를 하고 있다. 물론 그런 고득점은 아니다. 아무리 그래도 한 번에 잘할 수는 없으니까. 그래도 칭찬을 받고 싶은 마음은 있지.
내 성과를 공개하겠다.
“어! 평균 68점이야!”
“니 뒤졌어!!!”
뭐, 뭐?
“자, 잠깐? 레오나?”
“딱 거기 서 있어!!! 당장 찾아갈 테니까!!!”
“아니! 왜!”
레오나의 목소리에 장대한 분노가 서렸다!
“김근철이 당신 진짜 뒤지고 싶은 건가요! 아니! 내가 그렇게 열심히 가르쳤는데 무슨 68점 이 지랄! 너 거기 가만히 있어! 내가 가르쳐준 걸 대체 어디로 배운 거죳!”
“아니아니! 레오나! 진정해! 68점이라니까?! 평균 25점에서 40점 이상 올렸다고!”
“지금 누구 놀려욧! 아무튼 뒤질 준비 하고 있어요! 하물며 70점도 아니고 68저엄?! 각오해!”
이게 무슨 일이야!
“제길…!”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나는 분명 시험에 통과했고, 그리하여 레오나를 기쁘게 해줄 것이었는데?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알 수가 없다. 음모인가? 나는 어떤 음모의 휘말린 것인가? 어쩌면 이건 악몽일지도 모라.
그런 비현실적인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 확실한 것은 하나다.
“도망쳐야 해!”
당장 도망쳐야 한다!
분노한 레오나한테 잡히면 무슨 짓을 당할지 몰라…!
ㅡ파앗!
그래서 즉시 땅을 박차고 어디론가 도망치려고 한 순간.
ㅡ부우우웅!
하늘에서 기이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는, 내가 아주 많이 들어왔던 소리였다. 나는 절망감에 차서 고개를 들었다.
“플라잉 리무진…!”
비행 자가용이 마치 나를 노리는 맹수처럼 날아오고 있었다. 이런 미친. 이미 포착된 것인가? 하지만 저 비행물체로는 시가지에 숨어든 나를 추적할 수 없을 터!
그러니 착륙을 해서 날 잡으러 올 텐데, 저게 적절한 곳에 착륙할 때까지는 시간이 있을 것이었다.
“어?”
그러나, 나의 그 낙관적인 예상은 시작부터 아작이 나 버리고 말았다. 나는 숨을 집어삼키면서 리무진을 보았다.
ㅡ쿠웅!
리무진의 문이 난폭하게 열렸다.
그것도 공중에서.
ㅡ파앗!
그리고 그 안에서.
“김근철이!!!”
귀신, 아니.
공수부대가.
떨
어
졌
다.
“아니! 아니 레오나! 잠깐만!”
어째서 레오나가 마치 메테오처럼 나를 향해 자유낙하를 하는 것이지?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가 힘들어. 대체 언제부터 잘못된 거냐? 이 세상은?
“으아아아!”
나는 어린아이처럼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고 있었다. 오늘 레오나는 오직 나만을 잡기 위한 강하병이다. 도망쳐야 해. 무슨 일이 있어도 도망 쳐야 한다.
“어딜 도망가! 너 당장 이리 안 와!”
하지만… 도망칠 수 있을 리가 없다.
ㅡ꽈악!
“흐아아악!”
순식간에 날 따라잡은 레오나가 내 어깨를 잡은 것이다!
“흐아아악 이 지랄! 김근철이 너 점수 다시 말해봐! 68점 맞아!”
“아니, 그게! 통과점에서 3점 더 먹었다니까!”
“진짜 개소리 좀 하지 말라고 해요! 김근철이 당신 미쳤어요! 아오!”
답답하다는 듯이 소리친 레오나가 손바닥을 쫙 펼치더니 내 등짝을 강타했다!
ㅡ팡! 팡! 팡!
“악! 아앆! 레오나! 잠깐!”
“내가! 그렇게! 열심히! 가르쳤는데!”
“으아아악!”
“정신 안 차려요! 그 점수로 다음 시험까지 비빌 수 있을 것 같나요! 진짜 공부 똑바로 안 해!”
“나 진짜 열심히 했단 말이야!”
진짜 살면서 이렇게 공부를 열심히 한 적이 없는데!
“열심히 하긴 뭘 열심히 해! 안 되겠어! 김근철이 너 따라와! 너 같은 건 아주 그냥 짬뽕형에 처해야 해!”
“뭐? 안돼!”
“흥! 빌어도 소용없답니다! 얌전히 제 축하를 받아들이도록 하세요!”
“안돼애애애애애!”
그렇게 나는 레오나에게 귀를 잡힌 채 질질 끌려갔다…
* * *
“풉…! 근철아. 오리 입술 뭔데! 립스틱도 발랐어?”
“마도마하.”
“말도마라?”
알고 보니 아수라짬뽕에는 등급이 있었다. 내가 저번에 먹은 건 1급이었고 이번에 먹은 건 2급이다. 급수가 높아질수록 매워진다는데, 그 탓에 지금 입술이 무슨 미운오리새끼마냥 부풀어 오르고 말았다.
“근철아 사진. 사진 찍어도 돼?”
“찍지하.”
“찍으라고?”
아니!
“찍지하!”
“응. 찍을게.”
“크합! 찍지할라거!”
지금 친구가 험한 꼴을 당하고 왔는데 시후 임마는 좋아 죽으려고 하면서 내 얼굴 사진을 찍으려고 지랄을 하고 있었다!
“푸흐흐흡! 그게 무슨 소리야, 근철아!”
“카학!”
아니! 레오나의 잔소리를 들으면서 매운 짬뽕을 들이키는 내 심정! 대체 왜 몰라주는 거냐! 시험도 통과했는데 괴로워서 죽는 줄 알았단 말이다!
“그러니까 근철아. 공부를 더 열심히 했어야지. 응? 머리를 쓰라고. 머리를. 68점이 뭐야? 진짜 바보도 아니고.”
“진짜 죽이고 싶다…!”
“근철아 입술. 입술 한 번만 찔러봐도 돼? 응?”
“너 죽었어!”
ㅡ파앗!
시후를 잡기 위해 몸을 날렸으나, 시후는 아주 민첩하게 내 잡기를 회피했다. 진짜 날다람쥐도 아니고 존나 날랬어 그냥.
“응, 근철이 나 못 잡아.”
아오!
* * *
뭐 그렇게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이 찾아왔다.
등교를 하고 마침 앉아있던 레오나에게 인사를 하려고 했는데, 레오나는 아직도 화가 난 상태인지 팔짱을 낀 상태로 날 노려볼 뿐이었다.
“저기. 레, 레오나…?”
“흥! 말 걸지 마세요! 김근철이 이 바보!”
“아니… 짬뽕도 같이 먹었잖아…”
“그러니까 아는 척이라도 하는 거죳!”
괴롭다.
상냥하지 않은 레오나를 보는 게 괴로워…!
“절망.”
그렇게 슬픔에 잠긴 채 자리에 앉은 순간이었다.
“네놈…!”
뒤에 있던 류씨가 날 불렀다.
“음? 뭐여? 우리 드래곤 스카이씨 나한테 할 말 있어?”
“드래곤…! 지랄은 집어치우고 대답이나 해라!”
아주 심각한 얼굴.
“뭘?”
“우리 집에 언제 올 거냐!!!”
뭐, 뭐라고?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