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yeongyeon RAW novel - Chapter 155
496화 오주의 사위 (1)
낚시터에 10년 동안 가지 않았는데 갈매기들은 내가 그곳에 갔다고 생각하는구나.
흰 구름 창산 위를 떠다니고 나는 맛있는 술을 마음껏 마신다.
비록 은나라 명신 이윤(伊尹)이나 주나라의 기틀을 다진 주공과 같은 재능은 없지만, 술에 대한 기호는 유영(劉伶)이나 완적(阮籍)과 같은 죽림칠현을 넘어선다.
시를 읊는 걸 좋아하는 마음도 시선이란 일컬어지는 이백(李白) 시성이라 불리는 두보(杜甫)에 뒤지지 않는다.
관운석(貫雲石)은 나를 비웃고 나는 관운석을 흠모하는구나.
서호의 외로운 산 위에서 끊임없이 들리는 원숭이 울음소리는 나보고 빨리 고향으로 돌아가라 외치는 듯하네.
20년 동안 얼마나 많은 뛰어난 인물이 있었는가.
비바람에 꽃은 떨어지고 피어나는구나.
고개를 들어 높이 솟은 하늘 바라보니 중흥 명장의 배장대이네.
소매에는 하늘의 별을 가득 감추고 마음속에는 천하를 평안하게 할 묘책을 품고 봄빛 경치로 사람의 마음을 현혹시키는 방책을 무찌른다.
관운석이 장가구(張可久)를 조롱하고 장가구도 관운석을 비웃는다.
-중국 원나라 시대 산곡가 장가구의 전전환(殿前歡) 차산재운(次酸齋韻) 2수
* * *
오주성 안의 날씨는 정말 더웠다. 길가 구석에서 핀 작은 야생화도 꽃을 피울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아는 것인지 온 힘을 다해 마지막 발악을 하고 있었다. 야생화의 노란 꽃잎이 잿빛 성벽과 어우러져서 더욱 사람의 눈을 끌었다.
곧게 뻗은 길 오른쪽에는 호수 옆에 수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술집이 있었는데, 가장 조용하면서도 시끌벅적한 곳이었다. 조용하면서 시끌벅적하다는 것은 서로 어울리지 않는 말이었지만 이곳 술집의 상황을 이보다 더 잘 설명할 표현은 없었다. 풍경은 조용히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냈고, 사람들은 시끌벅적하게 계속 몰려들었다.
막 정오가 되어 햇빛이 눈이 부실 정도로 강렬해지고 바닥은 지글지글 끓기 시작하자 할 일 없는 사람들이 모두 술집에 들어와 앉았다. 술집 뒤쪽에는 만든 지 얼마 안 된 작은 호수가 있어 호수가 식혀 준 바람이 들어와 황실 금고에서 생산하는 수동식 선풍기처럼 술집 전체를 시원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호수 수면 위를 두껍게 덮고 있는 부평초는 뜨거운 햇볕을 막아줘 물속에 있는 물고기를 보호해 주고 있었다.
경도에서 포월루가 인기를 끌자 천하에 있는 술집들은 모두 건물 뒤에 호수를 만들기 시작했다.
사실 오주성 안에 있는 이 술집과 호수는 한 사람이 모두 소유하고 있었다.
그 사람은 오주 사람들에게는 술집의 고요한 풍경이나 호수 위를 덮어 안에 있는 물고기에게 그늘을 만들어 주는 부평초나 어디에나 있는 시원한 바람처럼 항상 자신들을 보호해 주는 존재였다.
오주에는 거상이 없었고, 큰 호족 가문도 없었으며, 군대도 주둔해 있지 않았다. 그저······ 단 한 사람이 이곳을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원래 가난한 집안 출신이었던 그는 20여 년 전에 벼슬길에 오른 뒤로 오주의 상징이 되었다. 오주 사람들은 이 사람만 있다면 자신들의 편안한 삶도 보장된다고 생각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향에 대한 정을 마음속에 품고 있는 법이다. 비록 천하 사람들이 그를 천고에 제일가는 간사한 재상이라 말하지만 오주 사람들에게는······ 그는 오주 그 자체였다.
그는 바로 경국 전직 재상이자 지금 오주에서 노년 생활을 보내고 있는 임약보였다.
관직에서 물러난 뒤 고향에 돌아온 임약보는 밖에 나가 오주 사람들을 만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심지어 항상 손자처럼 깍듯하게 공경하는 지주 대인이나 제자처럼 예를 다하는 총독 대인도 그의 얼굴을 볼 기회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데도 오주성 안에서 그의 영향력의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게다가 영향력도 영향력이지만 오주성 안의 산업 중 최소한 절반이 임씨 집안 것이었다.
오주성이 지금처럼 번성할 수 있었던 것은 천하를 탐하는 그의 탐욕 덕분이었다. 그래서 오주 사람이라면 그 누구도 임약보에 대한 험담을 하지 않았는데, 그건 가장 혈기 왕성한 젊은 서생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물론 외지에서 온 사람은 그렇지 않았지만 말이다.
“내가 명씨 집안을 위해서 한마디 해야겠네!”
술집에서 서른 살쯤 되어 보이는 남자가 잔뜩 화난 표정으로 씩씩대며 소리쳤다.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목소리가 악에 박친 것이 마음속에 불만이 가득한 모양이었다.
“어떻게 사람이 핍박을 견디지 못해 죽었는데, 조정에서 녹봉 삭감 처벌만 내릴 수 있단 말인가?”
강남에서 명씨 집안 큰 노마님이 사망한 사건이 어찌나 충격적이었던지 그 파장이 강북 지역인 오주에까지 미쳤다. 사실 지금 천하에서 가장 큰 이야깃거리가 바로 강남 사건이었다. 천하가 온통 강남 사건에 관한 이야기들로 시끌벅적했다. 경국은 언론을 강하게 통제하는 나라가 아니었고, 감찰원 8처가 경도 밖 모든 지역을 감독할 역량을 갖춘 것도 아니었기에 사람들은 아무 눈치도 보지 않고 서슴없이 자기 생각을 이야기 했다.
명씨 집안 노부인의 수상한 죽음은 순강남로 흠차 범한의 명성에 심한 타격을 주었다. 더구나 잇따라 계속된 조치로 인해 명씨 집안이 풍전등화의 상태에 놓인 상황에서 이런 일이 터지자 사람들은 범한이 피도 눈물도 없는 잔혹한 사람이라 생각하게 되었다.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약자를 더 동정하는 법이었기에 강남 사건에 대한 여론은 관아에 대한 멸시로 이어졌다.
하지만 범한은 감찰원의 어둠으로도 가리지 못할 정도로 눈이 부신 광채를 지닌 사람이었다. 그러니 모든 사람이 명씨 집안을 안타깝게 여기며 범한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건 아니었다. 더욱이 젊은 서생들은 어디서 무슨 정보를 들은 것인지 서생들의 본보기인 작은 범 대인을 다시 따르기 시작했다.
문예에 뛰어난 작은 범 대인이 명씨 집안의 구린내 나는 은전을 탐냈다는 걸 믿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명씨 집안을 위해서 한마디 하겠다고요? 명씨 집안이 뭐가 그리 억울하단 말입니까?”
스무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청년이 멸시하는 표정을 지으며 반박했다.
“해적과 결탁해 사람들을 죽이고 재물을 빼앗은 악당일 뿐이지 않습니까. 작은 범 대인이 그놈들의 범죄를 알아내시고 처단하신 것은 조정으로서는 행운이고 만백성들에게는 복입니다. 그쪽처럼 멍청한 사람이야 그 사실을 알 턱이 없겠지만.”
반박당한 중년 남자의 얼굴을 벌겋게 달아오르더니 화를 이기지 못하고 앞에 있는 탁자를 힘껏 쳤다.
“해적은 무슨 해적이야! 없는 사실 가지고 중상모략하지 말게. 나는 소주인이라서 명씨 집안 노부인이 얼마나 자애로운 분이신지 똑똑히 알고 있다고······. 젖내도 다 가시지 않은 네 놈이 함부로 말할 그런 분이 아니란 말이야!”
중년 사내와 입씨름을 벌이고 있는 젊은 청년은 오주성에서 과거를 준비하고 있는 서생이었다. 상대가 소주에서 온 사람이란 사실을 알게 된 서생이 가소롭다는 미소를 지으며 부채를 펼쳐 흔들었다.
“우리 사림에서는 모두가 알고 있는 일입니다. 그러는 그쪽은 명씨 집안이 정말 결백하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리고 작은 범 대인이 어떤 사람입니까? 작은 범 대인이 그동안 한 일 중에서 더러운 일이 있었습니까?”
소주 상인이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작은 범 대인이 경도에서 몇 년간 해온 일들은 모두 조정을 위한 일이었지 사사로운 이익에 악행을 저질렀다고 말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소주 상인이 눈만 껌뻑일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하자 오주 서생이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생각 안 나시지요? 작은 범 대인은 천부적인 능력을 타고나셨을 뿐만 아니라 청렴하신 분입니다. 춘시 폐단을 폭로하고 북제에서 경국의 위엄을 알리신 분이 돈밖에 모르는 소주 상인 집안의 재산을 탐했겠습니까? 명씨 집안이······ 암암리에 그런 악행을 저지르지 않았다면 작은 범 대인께서도 움직이지 않으셨겠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사실 근거 없는 주장이었지만 순간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은 소주 상인이 씩씩대며 말했다.
“명씨 집안이 해적과 결탁했다고? 강남 사람도 모르는 일을 오주 사람이 어떻게 안단 말이야······ 그럼, 그 결탁한 해적은 어디 있는데? 조정에서는 왜 잡아가지 않는 건데? 만약 명씨 집안이 정말 잘못을 저질렀다면 어째서 조정에서 공정하게 재판을 하지 않고 핍박받도록 놔두는 건가?”
양측의 입씨름은 더욱더 거칠어졌고 목소리로 높아졌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은 소주 상인은 말에서 지지 않고 있었음에도 얼굴이 홍당무처럼 벌게져서는 벌떡 일어났다. 화를 참지 못한 그가 거친 숨을 내쉬며 소매를 걷어붙이더니 다짜고짜 오주 서생을 향해 달려들었다.
다행히도 옆에 있던 사람들이 막아서서 연약한 서생이 피를 보는 일은 피할 수 있었다.
그런데 싸움을 말리는 과정에서 아무도 모르게 몇몇 사람들이 소주 상인을 걷어차기 시작했고, 바닥에 쓰러진 소주 상인이 앓는 소리를 냈다.
그 광경을 본 술집에 있던 사람들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놀란 건 오주를 지나는 여행객들이었다. 이들은 작은 범 대인을 험담한 소주 상인을 오주 사람들이 때리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다. 상황을 갈수록 악화해 술집 종업원까지 나와서 발길질을 하기 시작했다. 외지 여행객들은 자신도 얻어맞을까 겁에 질려 눈동자만 굴리며 주변 분위기를 살폈다.
그때 구석 탁자에 앉아 있던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모두 그만두시게!”
목소리의 주인은 여자였다. 몸의 곡선이 충분히 드러나는 꼭 맞는 연노랑 색 홑옷을 입은 그녀는 허리춤에 장검을 차고 있는 것이 강호에 있는 인물로 보였지만 외모는 상당한 미인이었다.
그녀와 한 탁자에 앉아 있던 사람들은 큰일 났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떨궜다.
‘아무래도 사매가 또 소란을 일으키려는 모양이다.’
그들이 재빨리 탁자에 앉아 있는 스승의 안색을 살피고는 사매에게 돌아오라고 말하려 했지만, 발이 빠른 사매는 이미 중앙까지 걸어간 상태였다.
탁자에 앉아 있는 스승의 얼굴에서는 아무런 감정도 보이지 않았다. 중년에 가까운 나이인 그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에서 정기가 함축되어 있어 그 깊이가 어느 정도인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는 혈기 왕성한 제자를 어떻게 단속해야 할지 모르겠는지 골치가 아프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녀가 다가오자 팔꿈치와 주먹으로 구타하고 있던 사람들은 모두 뿔뿔이 흩어졌고, 울상을 짓고 있는 소주 상인만 남게 되었다. 평범한 백성인 오주 사람들은 검을 차고 있는 그녀와 갈등을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
“저들이 왜 이 사람을 때린 건가?”
여자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술집에 있는 오주 시민들이 서로 웃기만 할 뿐 대답하지 않는 가운데 처음 말씨름을 벌였던 서생이 냉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공개적인 장소에서 조정이 임명한 관리를 모욕하니 아무리 마음이 넓은 사람이라도 때리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조정에서 임명한 관리를 모욕했다는 이유로 때렸단 말인가?”
젊은 여자가 기가 막힌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럼 작은 범 대인이란 작자는 뭐가 그렇게 대단한데?”
순간 술집 안에 있던 사람들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범한을 험담한 소주 상인에 이어 젊은 여자까지도 범한을 욕하자 모두들 경악하는 표정을 지었다.
‘작은 범 대인이 어떤 분인 줄 모르는 건가? 지금 젊은이 중에서 작은 범 대인만큼 권세를 누리는 사람이 있는가? 저 낭자는 어떻게 감히 저런 말을 할 수 있지?’
오주 서생이 비웃으며 대답했다.
“작은 범 대인이 확실히 대단한 사람은 아니지요. 다만 세상에서 작은 범 대인보다 더 뛰어난 사람을 찾기 어렵다는 것도 사실이지요.”
그녀가 아름다운 얼굴을 구기며 반박할 말을 찾다가 대뜸 물었다.
“도대체 작은 범 대인이 자네들과 무슨 관계가 있다고 이렇게 두둔하는 건가?”
오주 서생이 살짝 입꼬리를 올리며 당당하게 말했다.
“모르십니까? 작은 범 대인은 우리 오주의 사위입니다. 저 사람이 감히 오주성 안 술집에서 오주 사위에 관한 험담을 했으니 어찌 때리지 않고 가만히 있을 수 있겠습니까?”
오주의 사위.
범한은 그동안 한 번도 오주에 와본 적이 없었지만 임약보의 딸과 결혼했다는 이유로 오주 사람들에게는 누구보다도 친근한 존재가 되어 있었다. 더구나 임약보가 자리에서 물러나 오주성 출신 관리가 경도에 없게 되어 분개하던 오주 사람들에게 범한은 많은 위로가 되어주었다.
이에 오주성 사람들은 대담하고 유능한 범한의 모습에 자부심을 품고 있었고, 그래서 외지에서 온 사람이 범한에 대해 험담하는 걸 받아들일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