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yeongyeon RAW novel - Chapter 349
690화 경도의 매미 울음소리 (1)
경력 7년 늦여름은 여느 해보다 훨씬 더웠다. 가을비가 내리지 않으면서 3개월 내내 민가와 거리에 쌓인 더위는 바람이 불어도 사라지지 않았다. 경도 전체가 지글지글 끓는 온돌방처럼 뜨거웠다.
경도 백성들은 매일 새벽마다 온몸이 땀에 절어 끈적끈적한 불쾌감 속에 일어나야 했고, 또 씻고 나온 뒤에는 뜨거운 햇살에 땀을 뻘뻘 흘려야 했다. 그래서 종일 찌는 듯한 더위와 끈적끈적한 불쾌감에 시달렸다.
무더위에 모두가 지켜 있는 와중에도 매미들만큼은 신이 난 모습이었다. 평소 늦여름과 초가을에는 힘없이 울며 처량하게 최후의 죽음을 맞이했지만, 이번에는 아직도 힘이 남았는지 울음소리가 당당하고 우렁찼다. 매미들은 경도성 안과 밖 푸른 나무들 속에 숨어 힘껏 울면서 더위에 괴로워하는 사람들을 비웃었다.
푸른 대나무 막대기가 갑자기 나타나더니 나무줄기의 어느 부분을 때렸다. 그곳에서 목청껏 울고 있던 매미는 갑자기 눈앞에 하얘지면서 무언가가 앞을 막을 듯한 기분이 들었다. 입을 열 수 없어진 매미가 급히 빠져나가려고 했지만 빠져나갈 수가 없었다. 득의양양하던 매미가 속으로 한숨을 쉬며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어린 태감이 히죽 웃으며 나뭇가지를 바라보았다. 그가 조심이 대나무 막대기를 거둬들이고는 아교에 붙은 매미를 떼어내서 옆에 놓인 자루 안에 넣었다. 그가 담장 옆 대나무 의자에 앉아 더위를 피하고 있는 어느 사람을 곁눈질로 바라보다가 엉덩이를 들썩이며 달려갔다. 그리고는 그 사람 귓가에 몇 마디 말을 하고는 전리품을 바치는 것처럼 자루를 건네주었다.
대나무 의자에 앉아 있는 사람은 홍죽으로 곁눈질로 자루를 힐끗 보고는 ‘응’하고 알겠다는 표시를 했다. 잠시 안에 있던 매미를 살펴보던 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몇 번을 말했지? 날개 쪽을 겨냥하라고 머리가 아니라······. 그리고 겨우 이거 잡은 거야? 황태후 마마께서 시끄러워 잠에서 깨시면 네가 곤장을 맞아야 할걸?”
어린 태감이 재빨리 용서를 빌자 나무 아래서 멍하니 서 있던 십여 명의 태감들이 재빨리 매미를 잡기 시작했다.
한가롭게 대나무 의자에 앉아 매미를 잡는 어린 태감들을 바라보고 있던 홍죽은 자신이 맨 처음 이곳 황궁에 들어왔을 때가 생각이 났다. 황궁 안에는 나무들이 아주 많았고, 그래서 매미들도 아주 많았다. 특히 올해에는 여름 더위가 늦게까지 계속되어 매미들의 울음이 그치지를 않아 황궁 안 귀인들이 무척이나 힘들어하고 있었다. 그래서 홍죽은 방법을 생각해 내서 어린 태감들을 시켜 매미를 잡게 했다.
황제와 황후가 그를 좋아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세심함 때문이었다.
홍죽이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이 방법은 작은 범 대인이 가르쳐준 것인데. 작은 범 대인은 지금쯤 대동산에 계시겠지? 폐하께서는 하늘에 제사를 잘 지내고 계시려나?’
경국 황제는 하늘에 제사를 올리러 경도를 비우면서 관례에 따라 황태자에게 나라를 감독을 맡기지 않고 황태후에게 수렴청정을 해달라 요청했다. 그 속에 담긴 정치적 의미가 매우 분명한 만큼 황궁 안 사람들은 마음을 졸이며 폐하가 경도로 돌아오는 날을 기다렸다. 모두들 사람들의 마음이 흉흉해서 그런지 경도 안에는 근거 없는 소문들이 떠돌았다. 황태후가 수렴청정하는 지금 동궁은 완전히 세력을 잃은 상황이었고, 다른 후궁 귀인들도 숨을 죽이고 있었다. 황궁은 겉으로는 조용했지만, 사실은 무척이나 뒤숭숭하고 혼란스러웠다.
그리고 홍죽은 이런 혼란 속에서도 특별한 경우였다. 그는 동궁에 남아 황후와 황태자 저하를 모시고 싶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황태후는 그를 함광전으로 보냈다. 반년 전에 동궁에 불이 난 날에 동궁과 광신궁에 있던 태감과 궁녀들은 모두 죽임을 당했었다. 비록 아무도 이 일을 입에 올리지 않았지만, 홍죽이 유일하게 살아남은 사람이라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고, 그래서 모두들 그를 경외하면서도 거리를 두며 피했다.
모든 사람이 죽임을 당하는 가운데 혼자 살아남은 작은 홍 내관은 분명 두려운 존재였다.
홍죽이 울적한 마음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다. 그는 노비이지만 정과 의리를 가진 노비였다. 그래서 그는 지금 황궁 안에서 자신이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고, 동궁의 처량한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팠다.
그가 함광전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허리가 살짝 굽은 것이 젊은 나이인데도 벌써부터 늙은 홍 태감처럼 죽은 사람의 냄새를 풍겼다.
* * *
13성문사 관리들은 더위와 싸우며 경도로 들어오는 사람들의 관문 문서를 자세히 검사했다. 경도 수비사의 원대 병영도 경계를 높였고, 황궁을 지키는 수천 명의 금군도 황궁 담자 높이 서서 경계하는 눈빛으로 발아래 모든 걸 주시했다.
경도의 방어는 군대 세 곳이 나누어 책임을 지고 있었기에 갑작스러운 사건으로 동요가 생긴다면 자칫 큰 혼란이 발생할 수 있었다.
그래서 13성문사와 경도 수비사, 그리고 금군은 조금도 마음을 놓을 수 없었고, 1 황자는 혹여나 사람들의 마음에서 반역심이 자라지 않을까 걱정하며 강력하게 통제했다.
반면 경도 백성들은 관리나 군대처럼 긴장해 있지 않았다. 비교적 풍요로운 생활을 영위하는 경국 백성들은 푹푹 찌는 더운 집 안에 머물기보다는 서늘한 찻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걸 좋아했다. 저렴한 냉차를 마시면서 황실 금고에서 생산한 줄을 당겨 작동시키는 커다란 부채 바람을 쐬면서 최근 조정에서 일어난 일이나 이웃의 자질구레한 일상을 이야기했다.
경도 백성들에게는 황궁에서 일어난 일이나 자기 이웃에게 일어난 일이나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찻집 밖 나무에서 시끄럽게 울어대던 매미가 찻집 청색 발 위에 크게 적힌 차(茶) 자 위에 앉았다. 매미가 올라앉은 바람에 차 자가 도(荼) 자로 보이기는 했지만, 덕분에 찻집 안에서 나누는 대화 소리가 매미 울음소리로 가려졌다.
안에서는 당연하게도 폐하가 하늘에 제사를 지내러 간 일에 대해서 열띤 토론이 벌어지고 있었다. 몇 달 동안 계속 소문이 돌아 폐하가 황태자를 폐위시키려고 하늘에 제사를 지내러 갔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었다. 다만 최근 2년 동안 황태자가 과거와는 달리 점잖게 행동해 왔기에 관리와 백성들 모두 폐하가 황태자를 폐위하려는 이유에 대해 말들이 많았다.
감히 직접 물어볼 엄두를 내지는 못하더라도 뒤에서 여러 가지 소문이 들끓었다. 경도 백성들이 동궁 황태자를 동정하고 불쌍해 여기는 이유는 아마도 황태자의 처량한 모습에 마음이 약해졌기 때문이거나 자신들의 보잘것없는 목숨을 유지할 수 있게 천하의 태평을 바라기 때문일 것이었다. 백성들은 황태자 폐위로 인해 초래될 풍파가 자신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게 싫었다.
물론 지금 조정 관리들을 포함한 경도 백성들은 경력 7년 늦여름과 초가을 사이에 일어난 풍파가 천둥처럼 휘몰아치듯이 경도 안에 있는 모든 사람과 모든 지역을 집어삼킬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갑자기 ‘휭’하는 소리와 함께 큰 바람이 평화롭기만 한 경도의 넓은 거리와 오밀조밀 모여 있는 민가들을 스치고 지나갔다. 갑자기 분 바람은 거리 과일 노점과 고개를 숙이고 졸고 있는 상인에게도 불어왔다. 쓰고 있던 여름 모자가 바람에 날아가자 상인이 아직 잠에서 깨지 못한 표정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거리 곳곳에 떨어져 있는 과일 껍질들이 바람에 여기저기로 나뒹굴었고, 찻집 청색 발 위에 앉아 있던 매미도 툭 소리를 내며 땅에 떨어졌다.
도(荼) 자가 다시 차(茶) 자로 변했다.
찻집 난간에 앉아 있던 손님들이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밖을 바라봤다. 모두들 속으로 3개월 내내 이어진 더위를 씻어줄 가을비가 내리지 않을까 기대하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을 바라보던 사람들의 눈에 동남쪽에서 비구름이 빠르게 몰려오는 게 보였다. 순간 누군가 경도 전체에 뚜껑을 씌운 것처럼 하늘이 어두워졌고, 음산하고 서늘한 먹구름이 성곽과 사람들의 머리에 드리웠다.
구름이 소용돌이치고 가끔 구름 사이에 실구름이 빠져나오는 모습은 마치 용 여러 마리가 뒤엉켜 움직이는 모습 같아서 공포스러웠다. 하늘에 두껍게 깔린 먹구름은 곧이어 폭우가 내릴 거라는 징조였다. 구름의 상태를 보니 엄청난 비가 쏟아질 모양이었다.
그런데도 찻집에 있는 손님들은 놀라기보다는 하늘이 마침내 비를 내려줬다는 사실에 기뻐했다. ‘뚝’하는 소리와 함께 마침내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거리에 있던 행인들이 재빨리 처마 밑으로 피했고, 찻집에 있던 손님들은 고개를 빼 들고 그토록 기다려온 비가 내리는 모습을 지켜봤다.
비는 거세지는 않았지만, 이상할 만큼 차가웠다. 한기를 느낀 찻집 손님들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보슬보슬 내리며 더위를 식혀주던 예년의 가을비와는 다르게 이번 비는 냉기가 가득했다.
이 시대 사람들의 지식으로는 십여 일 전에 동해 해상에서 올해 여름 가장 큰 태풍이 생겼다는 걸 알 수 없었다. 거대한 태풍은 대동산에 상륙해서 엄청난 바람으로 피해를 줬고, 해안을 기준으로 50여 리에 달하는 지역에 어마어마한 비를 퍼부었다. 그리고 해상의 더워진 공기와 습기를 잔뜩 머금고 경도까지 진격한 것이었다.
태풍의 상륙으로 엄청난 피해를 당하지는 않았지만 오래도록 더위에 시달린 경도의 기온을 급격하게 떨어뜨렸다.
방금 전까지 냉차를 마시며 더위를 식히던 손님들이 이제는 따뜻한 차를 주문해 마시고 있었다. 손님들이 원망 섞인 뾰로통한 표정으로 손을 비비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모두들 우산도 없었고, 비를 가려줄 겉옷도 없었다. 이에 어쩔 수 없이 냉기를 뿜어내는 비를 피해 찻집에 있을 수밖에 없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갑자기 누군가가 성문 방향을 바라보며 물었다.
이 말을 들은 사람들이 찻집 난간에 모여 성문이 있는 방향을 바라봤다. 자욱한 비안개 때문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볼 수는 없었지만, 소음과 군사들이 정신없이 움직이는 모습은 어렴풋하게 볼 수 있었다. 경도 성문들은 모두 13성문사가 엄격하게 지키고 있었기에, 성문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건 흔치 않은 일이었다. 찻집 손님들이 흥미진진해 하는 표정을 지었다.
모두들 군대가 성을 공격하는 건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일단 군대가 성을 공격하는 것 자체가 너무나도 터무니없는 일이기도 했고, 정말 군대가 쳐들어와 경도성을 공격하는 거라면 밖에 주둔해 있는 수비사 각루에서 제일 먼저 경보를 울렸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모두가 궁금해하며 성문을 주시하고 있는데 빗물을 해치며 달려오는 어떤 형체가 어렴풋하게 보였다. 조급한 말발굽 소리가 갈수록 가깝게 들렸다.
찻집에 손님들의 눈에 마침내 성문에서 말 한 마리가 급히 달려 들어오는 게 보였다. 말을 본 사람들은 급보가 들어온 거라 이해하고는 안도하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말은 지쳐서 입가에 하얀 거품을 물고 있었고, 말 위에 탄 사람도 온몸에 먼지를 뒤집어쓴 게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계속 달려온 모습이었다. 이에 사람들은 혹시 국경 관문에 문제가 생긴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긴장했다.
지킬 대로 지킨 말은 마지막 힘까지 모두 쥐어짜며 비바람을 뚫고 거리를 내달리고 있었다. 누더기가 된 옷을 입고 굳은 얼굴을 한 사람은 자신이 탄 말이 죽든 말든 상관없다는 듯이 사정없이 채찍을 휘두르며 말에게 가장 빠른 속도로 달리라 재촉했다. 찻집의 긴 거리를 지난 말이 황궁을 향해 빠른 속도로 달려갔다.
다행히도 비를 피해 거리 행인들과 노점 상인들이 처마 아래 모여 있어 미친 듯이 달리는 말에 치여 죽는 사람은 나오지 않았다.
찻집 손님들이 말과 그 위에 탄 사람이 빗속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조금 전 평온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모두들 긴장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며 나라에 무슨 일이 생긴 건지 생각했다.
“하얀 천을 묶고 있던데······.”
나이 든 손님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