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yeongyeon RAW novel - Chapter 408
749화 정주군의 결정 (1)
‘설마 장인어른이 황궁 문이 열린 걸 보고 이 틈을 타 태자를 제거하고 나를 보위에 올리려 하는 건가?’
2 황자는 이런 식으로 자신을 다독였다. 하지만 정주군이 자신의 측근을 위협해 말에서 내리게 하고 묶으려는 걸 보고는 심장이 오싹해졌다. 그리고 그제야······ 자신과 태자가 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생겼음을 알게 되었다.
군령이 나가자마자 정주군의 일반 병사들이 재빨리 진씨 가문 부대를 향해 공격에 나섰다. 어쩌면 일부는 이 군령을 믿고 따랐을 것이었다.
태자의 황제 시해 사실이 드디어 폭로되어 2 황자가 자기 결정을 뼈아프게 반성하고 선황을 위해 복수할 결정을 내렸다고 말이다.
그런데 더 많은 병사들은 자기가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했다. 분명 2 황자가 이번 기회에 태자를 공격하는 거라고 말이다.
그런데 아마 일반인들도 후자와 같이 생각했을 것이다.
모든 정주군이 출격했다. 전쟁터에서 배신하기 직전에 제일 관건이 되는 군심(軍心) 문제를 해결한 때문이었다. 이에 정주군은 당당하게 진씨 가문을 향한 공격을 개시했다.
물론 다급히 이루어진 배신과 반격으로 정주군은 제대로 된 실력발휘를 할 수 없었다. 한데 다행히 진씨 가문의 군인은 여전히 수가 많기는 했지만 오합지졸로 전락한 상태였다.
진 영감님이 죽고, 진항도 형과의 창에 죽고, 몇몇 장군은 뒤쪽 군영으로 가는 태자를 호위하느라 없었으며, 전선에서는 범한에 의해 장군 여덟 중 다섯이 죽고 셋은 중상을 입어서였다.
다시 말해, 군심이 조금이라도 안정화된 군대가 장수가 없는 군대를 공격하는 것이니, 승패는 쉬이 예측할 수 있었다.
* * *
소란스러운 전쟁터에서 섭씨 가문 소속 장수의 군령을 들은 이는 정주 본군을 빼면 몇 안 되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계속해서 열심히 싸웠다. 적을 죽이지 않더라도 자기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온에 피를 뒤집어쓴 1 황자가 춤을 추듯 장도를 휘둘러 핏빛의 길을 열었다. 비록 반군 중앙 군영에 다다를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남아 있는 흑기와 성공적으로 합류할 수는 있었다.
하지만 격전을 치르느라 1 황자는 범한과 섭중, 궁전이 함께 싸우는 장면을 보지 못했고, 이에 자신이 사지에 몰렸다고 생각했다.
선혈이 손을 타고 똑똑 떨어지는데도 1 황자의 표정은 엄숙 그 자체였다. 경국의 황자로 그는 황궁을 위해 지금까지 열심히 싸웠다. 내면 깊은 곳에서도 후회는 단 한 점도 없었다.
우레와 같은 말발굽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줄곧 쉬며 체력비축에 나섰던 정주 기마병이 드디어 돌격에 나선 것이었다.
1 황자가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이미 지칠 대로 지친 형과를 쓱 보았다. 그런 후 칼자루를 단단히 쥐고 정주 기마병 소속 장수를 내려치려 했다.
그런데······ 정주 기마병이 그냥 지나가는 게 아닌가. 공격은커녕 오히려 진씨 가문의 군대를 향해 사납게 질주했다.
“죽여라!”
황궁 앞 광장에서 ‘죽여라!’라는 함성이 하늘을 뒤흔들 듯 울리기 시작하자 모두들 눈이 휘둥그레져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반군의 대오 변경으로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게 된 정주군이 갑자기 미친 것처럼 자기편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이미 수 시간 동안 싸우느라 지칠 대로 지쳐 싸울 준비가 안 되어 있던 진씨 가문 병사들을 공격했다.
하늘을 찌를 듯 전투를 벌이는 소리가 아무런 징조도 없이 갑자기 터져 나왔다. 정주에서 전투 실력을 갈고닦은 수많은 기마병들이 광장 각 방향에서 진씨 가문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약 천 명에 달하는 기마병은 예리한 낫처럼 황성 아래쪽을 소탕하고 지나갔다. 그러자 높은 성벽을 향해 우뚝 솟아 있던 구름사다리는 논의 다 익은 벼처럼 ‘훅!’, 하는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일제히 다리가 잘려나갔다.
한데 벼 이삭은 무게가 나가지 않던가. 적지 않은 반군이 용감하게 사다리를 타고 위쪽으로 올라가는 중이었다.
그리고 우군이 공격해 올 거는 생각을 못한 터라 구름사다리 아래쪽은 그 점에 있어서는 방비가 허술했다. 결국 3단 구름사다리가 양측에서 중앙을 향해 처참하게 무너져 내렸다. 위쪽에 있는 반군은 비명을 지르며 높은 곳에서 추락해 벼가 잘릴 때 떨어지는 이삭처럼 바닥으로 흩뿌려졌다.
많은 사람들이 바닥으로 추락했고 피를 뿌리고 내장을 쏟았다. 그리고 잘려진 볏짚이 대충 겹쳐지듯 넘어진 구름사다리가 서로 겹쳐지며 아래쪽에 있는 사다리를 눌렀다. 한편 이미 황성 성벽 위로 올라간 반군 병사들은 갑자기 이상 조짐을 느끼고 너무 놀라버렸다.
그런데 마지막 살길을 찾은 건 성벽 꼭대기에 일부 남아 있던 금군과 감찰원 부하들이었다. 아래쪽에서 갑자기 정세 변화가 일었음을 감지한 이들은 용감하게 반군 병사들의 가슴을 향해 돌진했다. 그러고는 성벽 위로 올라온 반군들을 에워싸고 퇴로를 차단해 그들이 옴짝달싹 못하게 만들었다.
황궁 정문으로 들어온 반군은 적을 처리하는 중이라 뒤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전혀 몰랐다. 섭씨 가문의 기마병은 서쪽 방향에서 태평방 방향으로 접근했다가 구름사다리 쪽을 소탕한 후, 속도를 줄이지 않고 곧장 어두컴컴한 동굴 같은 황궁 정문으로 내달렸다. 그리고 문으로 들어간 정주 기마병은 뒤쪽에서 반군에게 공격을 퍼부었다.
광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한 정주군은 일찌감치 진씨 가문을 향한 반격에 나서서 우위를 점해가고 있었다. 오늘 진씨 가문 소속의 고위 장수 중 죽거나 중상을 당한 사람이 너무 많았고, 더군다나 공격이 너무 돌발적으로 이루어진 바람에 진씨 가문 군대가 즉각적으로 효과적인 방어와 반격에 나설 수 없어서였다.
이번 전투에서의 승부는 사실은 공격을 시작하는 그 순간에 결정이 되었다. 우수한 정주군 장수들이 경도성으로 들어가기 전 총지휘자가 내린 비밀 명령을 모두 제대로 이행해서였다.
이들은 우레와 같은 기세로 돌진해 진씨 가문 군대를 속수무책으로 만들어버렸다. 이에 반군은 순식간에 죽고 다치는 참상을 겪어야 했고, 승패의 저울은 정주군에게로 기울게 되었다.
저울추가 어찌 기울게 되었는지 모두 제대로 알지 못해서였을까?
광장 정 중앙에서 두 시진 동안 목숨을 건 싸움을 한 이들은 피로가 극에 달해 있었다. 그래서 곧 픽 쓰러질 것만 같은 금군과 흑기는 오히려 눈과 입을 더 동그랗게 벌리고, 누가 봐도 멍하니 지금의 광경을 보고 있었다.
온통 피를 뒤집어쓴 1 황자는 고개를 숙이고 있는 형과와 함께 서 있었다. 그리고 주변에서 일어나는 비명, 살육, 검은 연기, 번쩍이는 칼날, 검의 움직임을 많이 놀란 사람처럼 보고 있었다.
또 그는 광장에서 들려오는 낮게 신음하는 소리, 처참한 외침, 비명을 듣고 있다가 문득 자신이 들고 있는 장도가 무겁다는 생각을 했다.
반군 내부에서 갑자기 공격이 시작되자 진씨 가문 소속들은 자기 목숨을 제때 챙기지 못했다. 그리고 정주군이 일부러 광장 정중앙의 그 구역을 잘못 여는 바람에 1 황자 일행은 텅 빈 공터에 얼떨떨하게 서서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제대로 상황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1 황자 쪽 사람들과 흑기는 적과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었다. 한데 지금 이들은······ 마치 순수한 방관자가 되어 버린 듯 했다. 경도에서 일어난 일이 자신들과 아무 관련도 없어 보였다.
1 황자가 상처투성이인 형과를 잠시 바라보고는 잠깐 이맛살을 찌푸렸다. 서정군을 이끌었던 사람으로서 반군 내부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한 지와 상관없이, 그는 전쟁터에서 반응을 빨리하는가가 얼마나 중요한지 당연히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지금 이 기회를 이용하려면 반드시 명령을 내리고 황궁 안팎에 있는 2천에 달하는 군사력을 집결시켜야 했다.
하지만 그의 눈에는 살짝 막연함 같은 게 있었다. 황궁성 안팎, 상하로 이미 전투 구역이 몇 개로 나뉘어 있어서였다.
그래서 금군은 똘똘 뭉치는 게 아예 불가능했다. 더군다나 1 황자는 힘을 모두 소진한 부하들을 지금의 이 귀한 안전한 상황에서 벗어나 전투의 화마 속에 뛰어드는 걸 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1 황자는 정주군이 갑자기 반기를 든 게 무슨 의미인지 제대로 파악해야 했다.
‘둘째가 이번 기회에 태자를 제거하고 스스로 황제로 등극하기 위해서인가? 그렇다면 정주군이 왜 일부러 금군을 멀리한 상태에서 열심히 황궁 보호에 나선 거지?’
1 황자는 갑자기 오늘 새벽에 범한이 했던 일들이 모두 생각나 순간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은 기분이었다.
설마 범한은 섭씨 가문에서 나설 걸 알고 있었던 걸까? 그래서 이런 지령을 내렸던 거야? 상대방에게 좋은 계기를 만들어 주려고?
이때 금군 하나가 1 황자 곁으로 달려와 그에게 귓속말로 무언가 전했다. 앞서 반군 중앙 군영에서 발생한 일에 대해 간략히 말을 해준 것이다.
1 황자의 눈이 미세하게 반짝이기 시작했다. 그는 주변에서 빠르게 지나가고 있는 정주군, 저 멀리에서 계속 패해 후퇴하는 진씨 가문의 부대, 그리고 태자가 있는 곳의 용 깃발을 차례대로 보고는 드디어 마음을 조금 놓았다. 그리고 범한의 지략에 더 감탄하게 되었다.
* * *
사방에서 급박한 군령이 도착했다. 먼지가 뽀얗게 이는 가운데 각 측이 모두 군사력을 집결해 공격에 나섰다. 1 황자는 겨우 2백 남은 군사들을 이끌고 가다가 태평방에서 돌아온 금군과 운 좋게 한 곳에서 만나게 되자, 이들을 데리고 천천히 황성을 향해 압박해 나갔다.
한데 저 멀리 먼지에 가려져 가물거리는 곳에서는 밝은 황색의 용 깃발이 보일 듯 말 듯 하게 광장에서 철수하고 있었다.
광장은 이미 온통 생지옥으로 변해 있었다. 진씨 가문의 반군은 사상자가 많기는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정주군 보다 수적으로 우세했다.
군령이 순조롭게 전달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경국 군인 자체가 지닌 순수한 능력 때문에 정주군도 큰 대가를 치러야만 했다.
전장은 혼란 그 자체였다. 경국 병사들은 어느새 무수히 많은 작은 단위로 쪼개져 뒤엉켜 싸우고 있었다.
이런 국면이 일어나게 된 건 정주군이 태자의 명에 따라 진씨 가문과 대오 변경을 할 때 혼란이 생겨서였다.
황성을 따라 사방으로 전투가 일었고, 전투가 있는 곳마다 사람이 죽고, 참담한 비명 소리가 났다. 가을 해가 하늘 높이 걸려 황궁 주변을 덮었던 연무를 뚫고 모든 걸 똑똑히 비추어 주었다.
바닥에는 피가 가득 고여 있었고, 특히 황성 해자 안에는 잔뜩 흘러 들어간 핏물뿐만 아니라 죽거나 다친 병사들도 적지 않게 있었다. 그중 일부 죽지 않은 병사들은 해자 속 차가운 물에 정신을 차린 후 허우적대며 땅 위로 올라오려 했다.
한데 이들은 처참할 정도로 무력하게 몸부림치며 계속 물 아래로 가라앉기만 했다. 해자 안에 무수히 많은 물귀신이 있어 그들의 발뒤꿈치를 잡고 끌고 들어가고 있는 것만 같았다.
정주군의 갑작스러운 공격에 진씨 가문 군인들은 한동안 겨우 버티다가 결국에는 후퇴했다. 몇몇 장수들은 태자를 호위하는 동시에 불러들인 대오를 이끌고 광장에서 철수했다.
이들은 경도 거리를 따라 여전히 자신들의 통제를 받고 있는 성문사로 철수했다.
용 깃발이 물러남으로써 상대방이 군세(軍勢)에서마저 패하자, 정주군이 일제히 함성을 내지르며 용감하게 앞으로 돌진했다.
그러자 황성으로부터 약 3리 떨어진 범위 내에 있는 경도성 곳곳에서 쫓고 쫓기고, 죽이고 죽는 상황이 다시 한 차례 벌어졌다. 화살이 어지럽게 날아가고, 칼과 창이 사납게 오가 경도 곳곳이 떨기 시작했다. 오늘 16년 만에 처음으로 동란과 피로 얼룩진 날이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