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yeongyeon RAW novel - Chapter 420
761화 대동산 사건의 원인과 결과 (2)
왕계년이 산 정상을 빠져나갈 준비를 하고 있을 때 고달은 이미 도망치고 있었다.
범한의 심복들은 모두 범한에게 감화되어 이 세상의 사람들과는 생각하는 게 달랐다. 이들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생명을 황제의 생명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황제의 권력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사회에서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은 대역무도한 짓이었고, 이에 범한도 자기 생각을 명확하게 드러낸 적은 없었다.
하지만 그는 조정에서 일을 처리하는 방식이나 주변 사람을 대하는 방식을 통해 은근히 이 점을 알려주었다.
먹을 가까이하면 검어진다는 말처럼 범한에게 감화된 고달은 산 아래로 도망을 치면서도 이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그는 왕계년처럼 사고검과 고하가 중상을 입은 모습을 보지는 못했지만, 산기슭에 이르렀을 때 진실을 알 수 있었다.
사실을 알게 된 그는 두렵고 무서웠다. 왜냐하면, 그는 왕계년과는 신분이 달랐기 때문이다. 감찰원 관리는 폐하의 신하였지만 호위는······ 폐하의 종이었다.
호위는 최후의 순간까지도 황제를 지키는 호위병이었다. 그래서 왕계년은 도망갈 수 있었지만, 호위는 그럴 수 없었다. 더욱이 황제의 목숨이 위험한 때는 더더욱 도망쳐서는 안 됐다.
싸움터에서 꽁무니를 빼고 도망치는 건 호위에게는 치욕스러운 일이자 저질러서는 안 될 대죄였다. 비록 고달이 치욕감을 느끼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대죄까지 피할 수는 없었다.
돌계단에는 호위의 시체와 산산이 부서진 칼날 파편으로 가득했다. 그의 동료들 전부가 대동산에서 목숨을 잃었다. 산 정상에서 벌어진 싸움의 결과를 어렴풋하게 이해한 고달은 분노하고 상심하고 두려워했다.
1백 명의 호위기 처참하게 죽었지만, 폐하가 언제 그들의 목숨을 신경 쓴 적이 있었던가?
고달은 마음이 서늘해지면서 자신이 더는 폐하의 곁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그가 살아 있다는 게 알려진다면 경국 법률과 황궁의 규정에 따라 자신이 죽는 건 말할 것도 없고 가족들까지도 연루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계속 도망치기로 했다. 그는 범한을 믿고 따랐지만, 지금은 범한에게 돌아갈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는 작은 범 대인이 자신 때문에 곤란해지는 걸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깊이를 알 수 없는 황궁과 폐하를 피해 아주 멀리 도망쳐 남은 생애를 편안하게 살 생각이었다.
이처럼 대동산 사건에서 범한의 두 심복은 각자의 자신만의 길을 선택했지만, 당시 많은 사람이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고 심지어 아무도 이 점을 알아채지 못했다.
하지만 인생이라는 게 마음먹은 대로 흘러가는 것이던가? 운명이라는 건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오늘 뿌린 씨앗이 훗날 자신에게 쓰디쓴 열매로 다가올 수도 있었다.
고달과 왕계년이 도망치는 길을 대동산 아래 수천 명의 반란군과 동이성 9품 자객들도 도망치고 있었다. 그리고 바다 위에 있는 교주 수군은 사주에서 동원된 배들에 의해서 도망갈 방향이 막혀버린 상태였다.
두 로에서 모인 주군의 전투력은 연소을의 친위 장궁 대대보다는 훨씬 못 미쳤지만, 군대의 교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사기였다.
고하와 사고검은 일반 병사들에게는 신과 같은 존재였다. 그런 존재가 처참한 모습으로 떠나는 모습을 지켜봤으니 황제에게 등을 돌린 반란군의 마음이 어떠했겠는가?
밝은 용포를 입은 황제 폐하와 경국을 수십 년 동안 수호해 온 섭류운이 산문에서 나와 반란군의 눈앞에 나타나는 순간 이번 반란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사기가 무너진 군대는 패배할 수밖에 없었다.
대동산 아래서 수천 명의 반란군이 겁에 질려 허둥대는 동안 명령을 받은 주군들이 사방을 포위하기 시작했다. 반란군은 자신이 살아서 나갈 길은 없다는 걸 알면서도 삶의 마지막 전투를 용맹하게 치를 의욕도 낼 수 없었다.
왜냐하면, 황제 폐하가 한마디 말로 그들의 마음을 무너트렸기 때문이다.
“짐이 너희의 죄를 사하노라.”
믿든 믿지 않든 거부할 수 없는 달콤한 유혹에 반란군들이 연이어 무기를 던지고 투항했다. 앞으로 2년 동안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조금씩 숙청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생각 따위는 하지 못했다.
주군의 포위가 시작되었을 때 경제는 아직 산 아래 나타나지 않고 있었고, 운지란 등 동이성 자객들은 산을 공격한 뒤에도 십여 명이 남아 있었다.
그들은 용감히 산 위로 올라간 왕 십삼랑이 사고검을 업고 내려오자 비로소 산 정상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파악했고, 곧바로 반란군 대열에서 벗어나 북쪽 숲 방향으로 돌진하기 시작했다. 엄청난 전투력으로 포위를 뚫는 데 성공한 이들은 은밀한 오솔길을 따라 숲 안으로 사라졌다.
경제는 사람이지 신이 아니었다. 모든 걸 계산해 뒀다고 하지만 장 공주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서 대세를 위해서 모든 방면을 빈틈없이 고려할 수는 없었다.
경국 내부에 큰 균열이 일어난 상황에서 천하의 모든 세력을 일망타진한다는 건 이룰 수 없는 헛된 망상이었다. 이에 경제는 동이성 자객들이 포위를 돌파하는 걸 알면서도 묵인했다.
하지만 반란군을 이끄는 검은색 옷을 입은 장군에 대해서는 달랐다. 경제는 검은색 옷을 입은 장군에게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기에 장군을 생포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시도해 보고 싶었다.
한편 안색이 죽은 사람처럼 누리끼리하게 변한 고하 대사는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의 뒤에 앉아 때때로 포위를 돌파하려 하고 있었다. 한 시대를 풍미한 대종사의 처량한 모습에 검은 옷 입은 사람의 눈에 슬픈 기색이 비쳤다.
경제의 명령으로 주군은 검은 옷을 입은 장군을 추격하는 데 가장 많은 병력이 동원했다. 비록 주군들의 실력이 강하지 못했고, 호위들은 이미 모두 죽어버렸지만, 경제의 대오는 마침내 검은 옷 입은 장군의 길목을 막는 데 성공했다.
막다른 골목에 몰린 상대방의 앞을 최소한 3백여 명의 군사들이 포위하고 있었고, 뒤에서도 추격하러 오는 병사들의 발소리가 끊이질 않고 들렸다.
경제는 생포를 요구했지만 불가능하다면 죽여도 되지 않을까?
검은 옷을 입은 장군은 자신의 친위병은 두 명만 데리고 온 채 정북군을 진두지휘하며 산을 포위했다. 직접 훈련한 부하들이 아니었음에도 그는 금군의 포위를 뚫지 못하도록 신에 가까운 뛰어난 용병술을 보였다.
하지만 마지막 전투에서는 철저하게 패배하고 말았다. 그가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연소을의 병사들이 황제 폐하와 섭류운을 보고 느끼는 두려움과 공포심까지 극복하게 할 수는 없었고, 이에 패배하게 된 것이었다.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은 산을 포위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침착하고 온화한 눈빛으로 앞에서 수백 명의 병사를 바라보았다. 그가 천천히 몸을 일으켜 뒤에 있는 고사 대사를 자신의 등 위에 묶었다.
그가 옆에 있는 두 명의 친위병들은 각자 천으로 싸맨 무언가를 들고 있었는데, 밖에 층층이 감싼 천을 벗기자 안에서 팔뚝 길이의 금속 막대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양쪽에서 친위병들이 건네주는 물건을 건네받아 ‘끼익’ 소리를 내며 끼웠다. 순간 살기가 솟구치는 검은색의 강철로 만든 창이 모습을 드러냈다.
창을 쥐자 잔잔한 호수 같았던 그의 눈이 갑자기 강렬한 전의로 일렁였고, 그의 몸은 엄청난 살기를 발산하기 시작했다. 마치 전쟁의 신이 강림한 것 같았다.
말 위에서 고하를 등에 꽉 묶어 고정한 그가 3백 명의 병사들을 뚫고 나갔다. 천둥과 같은 기세에 아무도 그를 막을 수 없었다. 마치 상경성 그날 밤으로 돌아간 듯 비가 거세게 땅을 때렸다.
“친위병 두 명은 죽었지만, 그는 고하와 함께 도망쳤습니다.”
경제 앞에서 무릎을 꿇고 앉은 주군 장군이 떨리는 목소리로 상황을 보고했다.
오늘 고하와 사고검은 모두 다른 사람의 등에 업혀서 도망을 쳤다. 보고를 가만히 듣고 있던 경제는 순간 색다른 감정이 솟구쳤다. 겁에 질려 있는 장군을 바라본 그가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짐에게 그리 쉽게 잡힌다면 천하의 상삼호라고 할 수 있겠는가?”
* * *
대동산에서 내려온 사람들은 단 하룻밤 만에 모든 일을 완벽하게 처리했다. 경국 역사에서 처음으로 백주대낮에 이뤄진 반역은 처량하게 막을 내렸다.
황제를 시해하고자 했던 의도는 완벽하게 실패했고, 정해진 대세는 어떤 거센 파도로도 뒤집을 수 없었다.
황제를 포함한 모든 사람이 약간은 긴장된 상태로 십여 일 뒤에 있을 경도의 변화를 냉정하게 주시했다.
게다가 황제는 상당히 피곤한 상태였다. 두 대종사인 고하와 사고검을 쓰러뜨리면서 그의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을 맞이했지만, 힘과 정신력의 소모도 상당히 컸다.
더욱이 그동안 오랜 시간 준비해온 계획을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는 중압감에 시달려 더 지친 상태였다. 한마디로 사실 그는 지금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강하지 못했다.
그의 일생 중에서 지금이 바로 가장 약해진 순간이었고, 공격을 받으면 치명적인 패배를 할 수밖에 없는 순간이었지만, 사람들은 그 점을 알아차리지 못했고 감히 시도해 보려는 사람도 없었다.
왜냐하면, 대동산 포위를 뚫고 소식을 전하지 못하도록 수만 명의 주군이 모든 길을 봉쇄했을 뿐만 아니라 국경을 침입한 동이성과 북제 세력들까지 끝까지 추격해 죽였기 때문이었다.
늙은 호랑이는 졸고 있었지만, 이따금 억지로 눈을 뜨면 여전히 차가운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이에 잡아 보겠다고 달려든 사람들은 그의 살기등등한 기세에 놀라 도망가기 바빴다.
말 위에서 상삼호는 등에 고하를 업은 채 북쪽으로 향하고 있었기에 무언가를 시도할 여력이 없었다. 한편 현재 임시로 동이성 사무를 책임지고 있는 운지란의 경우 검술의 대가이기는 했지만, 병법의 대가는 아니었다.
그래서 그는 지금 돌아가 반격하면 세상을 뒤엎을 만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이건 용기와는 무관한 것이었다.
감찰원도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다. 미리 선발한 3로 순찰사 사람들을 동산로에서 경도로 가는 모든 통로에 배치했다.
경도 외곽에 있는 진평평의 진두지휘 아래서 그의 부하들은 감찰원의 전설적인 능력을 발휘해 정보가 밖에 새 나가지 못하도록 봉쇄했다.
상삼호든 동이성이든 설사 정보를 멀리 경도에 있는 장 공주에게 알리려 한다고 하더라도 수일 안에는 도착하는 건 불가능했다. 게다가 추격을 피해 정보를 전하려면 먼 길을 돌아가야 했으니 대동산에서의 진실이 경도에 알려지는 건 평상시보다 십여 일은 늦을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정보 전달이 원활하지 못한 건 황제와 진평평에게는 이로운 일이었다.
한편 이때 범한은 깊은 산속에서 연소을과 최후의 결투를 치르고 있었기에 대동산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연소을을 죽이는 데 성공한 그가 송나라로 건너가 연경을 통해 남쪽으로 내려왔을 때 대동산에서 도망친 사람들은 비로소 산들을 돌파해 동이성 세력 범위에 진입할 수 있었다.
그러니 범한은 운이 좋지 못한 셈이었다. 그는 며칠 일찍 송나라를 떠나는 바람에 대동산 소식을 들을 기회를 놓쳤고, 그가 경국 국경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밀지를 받은 연경 대영의 주사가 이미 암암리에 수장을 잃은 정북 진영을 접수해 세 나라의 국경을 단절시켰다.
게다가 더욱 기묘했던 게 북제든 동이성이든 돌아온 사람들이 약속이나 한 듯 입을 다물어 버렸다는 것이다.
북제 젊은 황제가 소식을 알았을 때는 돌이키기에는 이미 너무 늦어 있었고, 이에 설사 남쪽 장 공주에게 소식을 전하는 데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상황을 바꿀 수는 없었다.
그리고 동이성의 중상을 입어 죽음을 앞둔 광인 사고검은 무슨 생각인지 경도에 있는 이운예에게 사실을 알릴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사실 그가 입을 다문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일단 황제가 죽지 않았다는 소식이 경도로 전해지면 경도에 내란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니, 경국 국력이 손실을 보지도 않게 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사고검은 이런 상황이 발생하는 걸 보고 싶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