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a penny from the Golden Tiger RAW novel - Chapter 1
서장
하얀 눈 위에 붉은 피가 비처럼 흩뿌려졌다.
그 핏줄기를 따라 시체가 줄 지었고 산 정상에는 거센 눈보라가 불어 한 치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본좌를 이렇게 몰아세운 것은 전 무림을 통틀어 네가 처음이다. 검제여. 가히 제일이라 불릴 만하구나.”
눈보라를 뚫고 들여오는 음성.
봉우리에 서 있는 자는 혈겁(血劫)을 일으킨 고금 제일의 천마 독고룡이었다.
‘하늘이 내린 마귀’
눈처럼 새하얀 천마 독고룡의 머리는 바람을 따라 이리저리 휘날렸다.
누구도 손을 댈 수 없는 압도적인 모습에 천하제일 검 ‘검제(劍帝)’ 천유현은 피를 토하며 절망했다.
“절초로도 고작 팔 하나라니. 이 무슨 괴물이란 말인가.”
모든 내공을 쏟아부은 절초로도 검은 목에 닿지 못했고 천마의 오른팔만이 천유현의 앞에 떨어져 있었다.
“사흘 동안 즐겁게 해준 대가로 본좌의 팔은 저승길 선물로 주도록 하마.”
천마의 오만한 말투에 검을 들고 있는 손이 떨렸다.
사흘간 이어진 전투, 두 사람의 싸움으로 산의 나무는 모조리 베어져 그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 커헉.”
천유현의 입에서는 붉은 피가 쏟아져나왔다.
같이 싸우던 동료들은 천마의 손에 싸늘한 주검이 되어 눈 속으로 사라져갔다.
‘단주! 이것 보십시오. 제 아내에게 줄 돌입니다! 모양이 특이하지 않습니까?’
부인을 위한 선물을 준비하던 동료도.
‘이거 꽤 맛있군요. 단주, 그거 그만 드시고 이거 드시지요.’
같이 밥을 먹던 동료까지.
눈물은 바람을 타고 눈과 같이 허공으로 흩어졌다.
몸에 걸쳐진 옷은 난도질당한 것처럼 바람에 휘날렸고 피는 그 사이로 계속해서 흘러나왔다.
점점 희미해지는 시야에도 천유현은 자세를 잡고 천마를 향해 검을 겨누었다.
“한 가지만 묻겠소.”
“말하라.”
“어째서 죄가 없는 민초들까지 죽인 것이오. 적어도 무공을 익힌 자라면 민초를 지켜야지! 왜 죽였냔 말이오!”
마교의 간악한 짓으로 무림인을 비롯해 죄가 없는 민초들도 싸늘한 주검이 되며 중원은 피로 물들었다.
그것에 천유현은 분노했다.
무예라 함은 약탈하는 것이 아닌 지키는 것에 그 의를 두고 행해야 마땅하거늘.
그 말을 들은 천마는 크게 웃었다.
“그야 답은 하나다.”
“….”
“이 시대를 살고 있다는 것 자체가 그들이 죽는 이유다.”
그저 시대를 살고 있다는 이유가 죽음의 이유라는 것을 듣고 천유현은 허탈해하며 실소를 터트렸다.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어차피 역사는 승자로 인해 쓰이니 자신은 패자로서 역사에 기록될 뿐이니까.
“고작 그것이 이유란 말인가···. 과연 악귀(惡鬼)다운 말이군.”
마지막 호흡을 위해 검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그의 검 주위로 내공이 모이기 시작하자 천마도 허공답보를 하며 천유현에게 걸어갔다.
“검제 천유현.”
천마 독고룡이 천유현을 오시(傲視)했다.
“검을 다루는 이들 중, 그대가 천하제일임을 인정하노라.”
그 말을 끝으로 천마의 신형이 쏘아지며 순식간에 천유현의 앞으로 날아왔다.
곧 죽는다는 생각에 온갖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게으름을 부리지 않고 무공을 연마했다면 달라졌을까.
절실한 마음이 검에 담겼고 검의 호흡이 들렸다.
두근.
두근.
검의 호흡이 심장이 내는 소리와 같아지자 검은 푸른 빛에 휘감겨 허공에 떠 올랐다.
처음 느껴보는 감각,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검이 나요. 내가 곧 검일지니.]
허공에 뜬 검은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허공을 날아다니더니 천마의 등에 꽂혔다.
푹!
“하하하! 이 사이에 이기어검의 경지에 오른 것이더냐? 참으로 무서운 재능이구나! 내 팔이 하나도 아깝지 않아!”
급소를 노렸지만, 얕았다.
천마는 그대로 손을 뻗었고 천유현의 목을 그었다.
촤아아아아악!
더 강했더라면.
무학의 끝을 보았다면 미래는 달라졌을까.
아.
지금에서야 고민한들 그 무엇이 달라질까.
*
번쩍.
“커헉.”
숨을 토하며 눈이 떠졌다.
“아들아! 정신이 드느냐!”
처음 보는 여인의 입에서 나온 아들이라는 말.
분명히 설산에서 천마의 손에 목이 떨어져 죽었는데? 지금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뭐 하고 있소! 약당주!”
주변에 토한 피가 있었고 향이 맡아졌다.
그 향은 식물성 극독인.
‘학령초?’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원래 이 몸의 주인이 가졌던 기억이 마치 내 기억과 동화되려는 듯 통증이 몰려왔다.
방대한 기억에 나는 결국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