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a penny from the Golden Tiger RAW novel - Chapter 10
달라지기 시작하는 미래 (1)
사추도를 상대하며 느낀 것은 금호장으로 돌아가서 더 혹독하게 수련해야겠다는 거였다.
검을 검집에 넣고 반으로 갈라진 사추도의 시신으로 걸어갔다.
아직 온기가 남아있긴 하지만 저번 삶에서 이런 시신은 수도 없이 봐왔기에 토악질이 나오거나 그러진 않았다.
시신에서 추혼마공의 비급을 찾아 품속에 갈무리했다.
“가져가서 태우자.”
사추도와 싸움에서 지친 나머지 하산할 때는 올라올 때만큼의 신묘한 경공을 펼치지 못했다.
가까스로 땅을 밟으며 산에서 내려가는데 중심을 잃고 쓰러졌다.
턱.
땅에 코를 박기 전, 누군가가 나를 붙잡아줬고 고개를 돌리자 호법당주 이윤이 있었다.
“호법당주가 여긴 어떻게···.”
“저에게 구용에 오신다고 서찰을 보내시지 않으셨습니까. 왕세자 마마와 둘째 공자님을 찾았는데도 공자님이 객잔으로 돌아오시지 않아 걱정되어 공자님의 흔적을 따라왔습니다.”
“제가 무청산이 아닌 수산으로 온다는 걸 어찌 아셨습니까? 흔적으로만 찾을 수 없을 터인데.”
“암부가 공자님이 무청산에서 수산으로 가는 걸 봤습니다.”
그 귀신 같은 놈들 기척을 느끼지도 못했는데 어디서 날 보고 있었던 거야.
“일단 이곳에 앉으시지요.”
이윤은 나를 부축해 잠시 바위에 앉힌 다음 단약을 꺼내 내 입에 넣어주고 물을 건네줬다.
“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옷에 묻은 피는 뭐고···.”
“그럴 일이 있었습니다. 장주님은 제가 구용에 왔다는 거 아십니까?”
“…..”
호법당주의 입은 열리지 않았다.
그러면 그렇지.
알렸지만, 따로 답을 내린 게 없는 거다.
“장주께서는 항상 그러시네요.”
“하, 하지만 공자님이 저 사특한 무리의 대장을 죽였다는 걸 알면 장주님의 시선이 달라지실 겁니다!”
“됐습니다. 장주께는 비밀로 하세요. 이제껏 무시하다가 하루아침에 달라지는 모습? 그게 더 징그러워요.”
그렇게 수산을 내려와 구용으로 가는 길, 맞은 편에서 달려오는 사람이 보였다.
비틀거리면서 금방이라도 넘어질 것 같은 것이 경공술이 형편없었다.
멀리서는 누구인지 가늠이 안 갔지만, 거리가 좁혀지자 강 무사라는 걸 알아차렸다.
“공자님! 한 참 찾았습니다! 옷은 왜 이렇고! 이 상처들은 무엇입니까!”
강무사는 나의 몸을 살피며 다친 곳이 없는지 물어봤지만, 옆에서 살기를 내뿜는 호법당주는 보지 못했나 보다.
“강승유.”
노기 가득한 음성에 강 무사는 흠칫 놀랐다.
“공자님이 밤에 사라지셨는데도 그걸 몰랐단 말이냐! 이 일은 절대 묵과할 수 없다! 금호장으로 돌아가면 벌을 내릴 터이니 명심하거라!”
강 무사가 고개를 떨궜다.
“당주님.”
“네, 공자님. 말씀하시지요.”
“강 무사는 제 고집 때문에 이곳으로 왔습니다. 밤에 강 무사 몰래 사라진 것은 제 잘못이니 강 무사를 너무 나무라지 마셨으면 좋겠습니다.”
“…. 공자님이 그리 말씀하신다면 알겠습니다. 하오나 호위무사로서 본분을 망각한 것은 사실이기에 금호장으로 돌아가면 제가 교육하겠습니다.”
“그 부분은 호법당주의 뜻대로 하시지요.”
호법당주 이윤은 무사들 사이에서 호랑이라고 불릴 만큼 무서운 존재였다.
그런 존재가 직접 훈계를 한다는 것은 차라리 벌을 받게 해달라고 하는 게 더 나을 정도로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강 무사는 나를 애처롭게 봤지만, 이것은 호법당의 문제니 너무 깊게 개입하면 안 됐다.
[호법당주의 면도 있으니 나도 여기까지 밖에 도와주지 못한다.]
내 전음을 들은 강 무사는 오열했다.
“공자님!!!”
[부디 살아서 보자꾸나.]
*
흑사칠견 칠견의 사추도를 죽였지만, 아직 전쟁을 막은 것은 아니었다.
그 일부분을 막았을 뿐이지 거대한 적은 아직 남아 있었다.
난 그저 끝도 없는 길에 이제야 첫 발을 내디뎠을 뿐이었다.
하하하하!
웃음소리가 담을 넘어왔다.
금호장으로 돌아오자 진왕을 비롯해 모두가 와서 장원에서 잔치를 벌이고 있었다.
왕세자의 무사 귀환을 알리는 잔치였지만, 내가 낄 곳은 없었다.
송이현은 왕세자를 구출할 당시 스스로 독을 먹고 상처를 내며 구출에 공을 세워서 진왕이 직접 술을 하사했다.
“금호장 차남 송이현은 들으라. 그대의 희생으로 이 일은 무사히 끝맺음을 맺었다. 내 비록 너에게 줄 것이 이 술 한 잔이지만, 훗날 북경에 온다면 진왕부로 찾아오거라. 큰 연회를 베풀 것이니.”
“영광이옵니다! 전하!”
진왕이 직접 진왕부로 초대하는 건 엄청난 일이었고 모두의 부러움을 샀다.
송이현은 진왕이 하사하는 술을 두 손으로 받아 보물처럼 다루다가 문 너머에 있는 나와 눈이 마주쳤다.
마치 부럽지? 라는 표정으로 보기에 고개를 돌렸다. 괜히 갔다가 분위기만 망치지.
“그만 가자.”
“네, 공자님.”
청월각에 있는 내 방으로 들어갔다.
약당주에게 받아온 금창약을 꺼낸 뒤, 웃옷을 벗자 그곳엔 사추도의 구절편에 스쳐서 찢긴 상처가 있었다.
힘겹게 금창약을 바르려는데 방문을 열고 어머니가 들어오셨다.
“웬 상처냐.”
“그것이 무예 수련을 하다가 넘어지면서 찢겼습니다.”
스윽.
“무예 수련은 고되지 않고?”
“네. 서책보다는 무예가 더 적성에 맞나봐요.”
어머니는 내 상처 부위에 손수 약을 발라주셨고 손에 미세한 떨림이 느껴졌다.
“…. 상처가 많구나.”
몸에 새겨진 다른 상처들 때문이었다.
찢긴 상처는 진짜 실전을 하면서 생긴 상처지만, 회귀하고 수련을 하면서 생긴 상처들도 많았다.
처음에 보법을 수련하다가 발이 꼬여 넘어지면서 생기고, 목검이 부러지며 내 팔뚝을 스쳐 생긴 상처 등 다양한 상처들이 있었다.
“괜찮습니다!”
“네가 애쓴다는 건 소월이에게 들었다. 참으로···. 장하구나. 이리 힘들고 아팠으면서 이 어미에게 아무 말도 안 하고.”
“괜히 걱정을 끼쳐 드리고 싶지 않았습니다.”
황급히 옷을 챙겨입었고 어머니는 눈물을 삼키셨다.
아마 금호장의 아들이 귀한 대접을 받지 못하고 무예 수련으로 상처를 입으니 속이 상하신 거겠지.
“어머니, 그러지 마시고 저랑 같이 저자 구경이라도 가실래요? 곧 유등 축제라서 서역에서 온 상인들도 많답니다.”
“그래 그러자꾸나.”
어머니는 준비를 하시다며 방에서 나갔고 난 품속에 갈무리했던 비급서를 꺼냈다.
추혼마공, 훗날 중원을 피바다로 만드는 그 잔혹한 무공서가 지금 내 손에 있었다.
불이 활활 타오르는 화구에 비급서를 휙 던졌다.
‘이것으로 추혼마공으로 고통받는 이는 없을 것이다.’
화구에 들어간 비급서는 곧 흔적도 없이 재가 되어 사라졌다.
*
다음 날, 수산의 정상에 있는 사추도의 시신은 까마귀들에게 쥐어뜯기고 있었다.
쉬이이익!
그때 단도가 날아오더니 까마귀 한 마리를 관통했고 나머지 까마귀들은 놀라서 도망쳤다.
곧 흑의인 두 명이 다가왔다.
“…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란 말이냐! 막내야!”
그들은 흑사칠견의 이견과 오견이었다.
오견이 반으로 갈라진 동생의 시체를 보며 오열할 때, 이견은 끓어오르는 분노를 애써 누르며 침착하게 주위를 살폈다.
땅부터 시작되어 깔끔하게 잘린 바위를 보자 놀라움이 저절로 나왔다.
“절정 이상의 고수, 대체 누구와 싸운 것이냐. 막내야.”
바닥에는 구절편의 흔적과 상대가 사용한 검흔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모든 검흔은 이어지고 있다. 허나 마지막 막내를 벤 검흔은 기존의 초식과 다른 결을 띄고 있어.’
흑사칠견 중 이견은 흑사칠견의 머리를 담당하는 군사였다.
흑사칠견에게 의뢰가 들어오면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모든 걸 계획해 흑사회 쪽에서는 ‘흑지(黑智)’로 통했다.
다른 의뢰들 때문에 비교적 쉬운 이곳에 칠견을 혼자 보낸 것인데 그의 계산이 실패로 돌아갔다.
‘막내를 잃은 것도 모자라 왕세자를 납치하는 것을 실패하다니.’
이견은 주먹을 쥐고 부들부들 떨었다.
“이견 형님! 추혼마공서가 없습니다!”
“뭐라?”
“품속에 누군가가 빼어간 흔적이 있습니다.”
이견은 막내의 시신을 상세히 살폈다.
품속에서 뭔가에 쓸린 먼지가 있었고 그것은 딱 비급서 크기의 형태였다.
“…. 우리 말고 누군가가 추혼마공서의 행방을 알고 있었다?”
이견의 말에 오견이 깜짝 놀랐다.
“그럴 리가 없습니다! 천뇌(天腦)가 우리에게만 은밀하게 알려준 정보 아닙니까! 진법을 깰 부적까지 주고요!”
“아무래도 추혼마공서를 회수하는 건 실패한 듯하니 막내의 시신을 수습해서 돌아가자.”
“네, 형님.”
오견은 잔인하게 찢긴 시신을 수습하기 시작했고 이견은 땅부터 새겨진 검흔을 따라 반으로 갈라진 바위를 응시했다.
‘막내를 잃고 왕세자 납치도 실패하고 추혼마공서 회수까지 실패했다. 내 반드시 너를 찾아내 요절을 내버릴 것이다.’
*
모두가 잠자리에 든 늦은 시각, 송우태의 방에는 촛불이 켜져 있었다.
그의 앞에는 이윤이 앉아있었고 두 사람은 나란히 차를 마셨다.
“삼 공자가 구용에 와서 수산으로 갔다는 암부의 보고는 들었네. 수산에서 무슨 일이 있던 거지?”
“….”
“말해주시게. 이미 무청산에서 삼현이가 양동계를 펼친 자객 두 명을 죽인 보고를 들었네.”
“그게 사실입니까?”
“그렇다네. 나도 듣고 믿기지 않았지. 허나 모든 건 사실이네.”
이윤은 차를 한 모금 마신 후에 모든 걸 이야기했다.
직접 싸움을 본 것은 아니지만, 왕세자와 송이현을 납치한 세력의 대장인 인물이 수산으로 갔고 송삼현은 대장이 수산으로 간 흔적을 찾아 수산에서 그를 직접 처단했다는 걸.
“….”
송우태는 이야기를 듣고 아무 말도 잇지 못했다.
“이리 인 줄 알았는데 발톱을 숨긴 호랑이였다?”
“제가 본 삼 공자의 무위는 급격하게 성취를 이뤄 절정의 경지에 이르렀다 보입니다.”
절정의 경지.
송우태와 이윤은 나란히 초절정의 경지였고 일공자 송일현은 강호행 도중, 깨달음을 얻어 절정의 경지에 이르렀다.
그런데 반푼이인 삼 공자가 일 공자와 같은 경지에 이르렀다고? 그것도 이 짧은 새에?
“… 어떻게 그게 가능한 거지? 지난번에 내공이 반갑자를 넘긴 건 눈치챘지만, 믿을 수가 없군.”
“이러한 성취라면 능히 훗날 금호장을 대표할 무인으로 성장할 재목입니다. 부디 삼 공자에게 기회를 주어 뜻을 펼칠 수 있게 힘을 주십시오.”
호법당주 이윤은 간곡하게 요청했다.
어린 시절, 무능한 삼 공자가 아닌 장차 무림에 이름을 남길 재목이라는 걸 직접 느꼈고 앞으로 송삼현이 어떻게 성장할지 기대가 됐다.
송우태는 이윤의 말을 듣고 생각에 잠겼다.
“밖에 있느냐.”
“예, 하명하소서.”
송우태는 잠시 고민하더니 말했다.
“가서 삼 공자를 데리고 오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