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a penny from the Golden Tiger RAW novel - Chapter 100
가서 전하거라, 내가 찾아가겠다고 (1)
이틀 후.
변고 때문에 혼례가 조금 미뤄졌다.
남궁세가에는 매일 같이 많은 이들이 찾아오며 객을 맞이하는 ‘우룡각(友龍閣)’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백의검룡께서 자객단을 모조리 죽였다는 게 사실인가? 혼자서?”
그들이 술을 마시며 나누는 이야기는 송삼현에 관련된 내용이었다.
“남궁세가 무사들이 떠드는 걸 지나가다가 들었네. 태상가주님과 금호장주님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백의검룡께서 자객들을 모두 죽인 후였다고 하더군.”
“자객들의 배후는 누구라던가? 남궁세가와 금호장을 노릴 정도라면 예사 세력이 아닐 것 같은데?”
“그게 모른다네.”
“몰라? 그게 정말인가?”
“가주님께서 조사하고 있긴 하지만 자객들이 모두 죽어버려서 배후를 찾기 어렵지.”
그 시각, 송삼현은 접객당의 제일 좋은 방에서 조용히 쉬고 있었다.
서책을 보며 생각을 정리하다가 지붕 위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마치 자신보고 나오라는 듯 창을 통해 기운이 스멀스멀 들어왔다.
저벅.
저벅.
저벅.
창가를 통해 지붕으로 올라갔다.
“언제부터 그곳에 계셨습니까?”
지붕 위에 있던 이는 다름 아닌 남궁상룡이었다.
“허허허, 달이 예뻐서 보고 있었다. 볼 일이 다 끝났으면 잠시 걷겠느냐?”
“지금이요?”
“할 이야기도 있고 말이다.”
“알겠습니다.”
두 사람은 지붕 위에서 내려와 산책로를 걸었다. 아직 늦은 시간이 아니라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은 남궁상룡과 송삼현이 같이 걸어가는 것을 보며 속닥거렸다.
“어? 태상가주님과 백의검룡님?”
“무림 최고의 고수분들은 어떤 대화를 나누는 걸까?”
남궁상룡과 송삼현은 가볍게 담소를 나누며 걷는 중이었다.
“흑영마는 어떻더냐? 탈만 하던?”
“그리 좋은 말은 평생 처음입니다. 마치 날아다니는 것 같이 가볍더군요.”
“앞으로 네가 할 일에 많은 도움이 될 아이니 소중히 대하거라.”
“예, 그리하겠습니다. 귀한 선물을 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그렇게 걸어서 간 곳은 인적이 드문 죽림이었다.
‘이곳이 남궁세가의 비무림(秘無林)이구나.’
외부인은 엄히 출입이 금하는 남궁세가의 성지 같은 곳이었다. 진법도 있어 이곳에서 하는 이야기는 외부로 새어나갈 일이 없기에 남궁상룡이 본론을 꺼냈다.
“흑사회를 공격하려는 것이냐?”
“…. 어찌 아셨습니까?”
“흑사회가 배후라는 걸 알았으니 네가 어떤 대응을 할 지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다. 허나 홀로 흑사회를 어찌하진 못할 것이다.”
“알고 있습니다.”
흑사회의 규모는 중원 전체에 뿌리를 뻗고 있었다.
본산을 없앤다고 해도 뿌리를 내린 다른 곳에서 다시 시작할 우려가 있으니 남궁상룡이 걱정하는 것이 바로 이거였다.
사파는 뿌리가 정파처럼 깊지 않으니 얼마든지 다른 곳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것.
그렇기에 괜한 벌집 쑤시기가 될 수 있었다.
“위험한 상황도 생길 테고 잃는 것이 많을 수 있습니다.”
남궁상룡은 가만히 송삼현이 하는 말을 경청했다.
“허나 저들 중 그 누구도 제 걸음을 막지 못할 겁니다.”
이 말이 젊은 무인의 오만한 말처럼 들릴지도 몰랐으나 남궁상룡은 그 말의 안에서 ‘진심’을 느꼈다.
“좋은 말이로구나. 허나 분노에만 사로잡혀선 안 된다. 그럴 때일수록 차분하게 적들이 어떻게 나올지 대비해야 당하지 않는 법이야.”
“명심하겠습니다.”
남궁상룡은 그 뒤로도 여러 가지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곤 무언가 할 말이 있는지 송삼현을 보며 헛기침을 했다.
“그리고 말이다.”
“말씀하시지요.”
“흠, 흠.”
헛기침을 한 번 하곤 말했다.
“검을 나눠보지 않겠느냐? 맹주께서 천하 십 대라고 인정한 너의 검을 한 번 견식 해보고 싶구나.”
그 말을 듣고 송삼현의 뇌리에 한 가지가 떠올랐다.
‘… 강호를 떠돌던 시절, 검에 미친 변태라고 불렸다고 했는데 그게 사실인가 보군.’
남궁상룡의 별호 ‘검황(劍皇)’.
중원에서 ‘皇’이라는 글자는 함부로 쓰면 안 되는 글자였다.
그러나 황궁에서만 쓰는 글자인데도 관에서도 트집을 잡지 않았다.
남궁세가의 천재.
현재 중원 제일 검이라고 불리는 자가 바로 이 남궁상룡이기 때문이었다.
“저야 중원 제일의 검인 남궁세가의 검을 견식 할 기회니 마다할 이유가 없지요.”
*
죽림 사이를 지나서 도착한 곳엔 연무장이 있었다.
“… 이곳에 연무장도 있습니까?”
“내가 어릴 적부터 수련하던 곳이다. 대대로 남궁세가의 가주들만 익히는 제왕검형 수련이 여기서 이뤄지지.”
청강석으로 된 바닥은 세월의 흔적이 있었다.
연무장으로 올라간 송삼현과 남궁상룡은 서로를 바라보며 마주섰다.
스릉.
스르르르륵.
남궁상룡의 검을 휘감은 기운은 여태 만난 이들 가운데 구창룡 다음으로 강맹했다.
“나 먼저 가마.”
“검황께서요? 현 중원 제일 검이신 분이 후학에게 삼 초만 양보해주시지요.”
“허허허! 내 아무리 검황이라는 과분한 별호로 불린다지만, 네가 나보다 경지가 높지 않으냐.”
“….”
“그러니 네가 삼 초를 양보해주는 것이 어떠냐?”
“농이 과하십니다.”
“하하하하! 그러면 동시에 가자꾸나.”
남궁상룡은 자세를 잡자 송삼현도 나란히 자세를 잡았다.
두 사람이 내뿜는 매서운 기세가 각자의 피부를 찔렀고 서로를 바라다보다가 곧 남궁상룡이 진각을 하며 순식간에 달려들었다.
삼 장의 거리.
그것이 단 한 번의 걸음으로 눈앞까지 도달했다.
‘이것이 무한보(無限步).’
채애애앵!
청월에 검막을 둘러 남궁상룡이 내뻗는 검을 정면으로 받아냈다.
“허어! 아무리 칠 할의 힘을 썼다곤 허나 이리 쉽게 튕겨낼 줄이야. 강호에 퍼진 소문대로 천하제일을 논할 그릇이구나.”
남궁상룡이 펼친 이 검은 저번 삶에서 봤던 검이었다.
“제왕검형입니까?”
전쟁 때, 사파의 고수들을 단칼에 베어 버린 남궁세가의 ‘제왕검형(帝王劍 形)’이었다.
“제법 보는 눈이 있구나.”
“이번에는 제가 가겠습니다.”
“오거라.”
검을 가로로 눕힌 다음 최소한의 내공을 불어넣으며 휘둘렀다.
십 할이 아닌 일 할의 내공.
그런데도 강대한 기운을 머금은 검강이 뻗어졌다.
‘천무 2식 일도양단.’
남궁상룡은 피하지 않고 검막을 펼치며 검격을 정면으로 받았다.
‘전력을 쏟지 않았을 터인데도 검을 잡은 손이 저릿할 정도의 위력이라니, 맹주님이 인정한 후기지수 답구나.’
탓.
송삼현은 일도양단의 초식이 막힐 것을 알고 다음 행동에 들어갔다.
단숨에 도약한 송삼현과 남궁상룡의 거리가 순식간에 좁혀졌다.
무한보에 뒤지지 않는 보법, 이러한 보법은 중원에서도 많지 않았다.
‘보법도 대단하구나. 이런 보법에 검이 곁들여진다면 웬만한 이들은 단칼에 당하겠지.’
휘이이이익!
검이 보이지 않는 속도로 왼쪽 상단으로 들어왔으나 남궁상룡은 허리를 활처럼 꺾으며 피했고 거리를 벌렸다.
‘날카롭다. 처음에 펼친 초식이 강에 집중되어 있다면 이번에는 반대로 환에 치우친 검로다.’
이어지는 비무에서 남궁상룡은 송삼현의 검을 유심히 살폈다.
챙!
변화가 있는 듯하면서.
챙!
변화가 없는 검.
‘유연하면서 강함이 깃든 검이라···.’
남궁상룡은 백여 합을 나눈 뒤, 털썩 누워선 씩 웃었다.
평생을 검에 바치며 살았으나 검을 나누면서 명확한 격차라는 게 보였다. 그것도 이제 막 열여섯이 된 아이에게서.
“그 나이에 이러한 무학이라니, 괴물 같은 놈이로구나. 검으로는 이 중원에서···. 아니 천하에서 너를 당할 자는 없을 것이다.”
남궁상룡이 누운 곳을 향해 송삼현은 포권지례를 올렸다.
*
닷새 뒤, 천하봉선의 보살핌을 받은 송연화의 몸은 완전히 회복됐고 전에 한 약조대로 송삼현과 같이 저자를 돌아다녔다.
남궁세가의 혼례연이 내일이라 저자에는 각 지역에서 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삼현아! 이거 어때?”
“괜찮습니다.”
“이건?”
“예쁩니다.”
“이것도?”
“그렇습니다.”
저자의 모든 장신구를 둘러봤으나 마음에 드는 것이 없는지 송연화는 이것저것 짚어봤다.
그러다가 한 곳에 꽂혔다.
청철로 만든 비녀.
송삼현이 준 비녀와 비슷한 물건이었다.
“이걸로 해도 될까?”
“… 정말 괜찮겠어요? 다른 화려한 것들도 많았는데.”
“이게 제일 마음에 든다.”
그것이 정말 마음에 드는지 두 손으로 꼭 쥔 걸 본 송삼현은 품에서 전낭을 꺼냈다.
“얼마요?”
“소가주님의 부인이 되실 분이시니 그냥 드리겠습니다.”
거리를 돌아다니며 유독 송연화에게 인사를 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들은 남궁세가의 보호를 받는 이들이라 새로운 남궁세가의 가족이 되는 송연화를 축하해준 거였다.
이 좌판의 주인도 그런 마음으로 이야기를 한 것이지만.
스윽.
송삼현은 전낭에서 은자 다섯 개를 꺼내 건네줬다.
“이것은 내가 누님께 드리는 선물이니 제대로 된 값을 받으시오.”
“이, 이건 너무 많습니다! 은자 한 개면 충분한데···.”
송삼현은 옆을 가리켰다.
장신구를 파는 곳 바로 옆에는 만두와 주전부리를 파는 좌판이 있었다.
“부인이요?”
“예!”
“내가 준 것에서 남는 값만큼 음식을 내어주시오.”
“아이고! 물론입니다!”
은자 세 개의 가치는 어마어마했다.
좌판의 모든 음식을 담아줬다.
“… 이것으로도 주신 값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면 앞으로 이곳을 지나는 굶주린 아이들에게 만두 하나씩 주시오.”
“아유! 물론이지요! 다음에 또 오십시오! 대협!”
“고맙소.”
음식을 받은 뒤에 거리를 걷자 송연화는 청철 비녀를 머리에 슬쩍 끼었다.
“예쁜 선물이다. 고맙구나.”
“… 더 좋은 걸로 사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아니다. 나에겐 무엇보다 값진 선물이다.”
“세가로 돌아가면 비녀는 빼서 제게 주십시오. 몇 가지 장치를 해두겠습니다.”
“알겠다. 그런데 음식은 왜 그리 많이 샀느냐? 세가에 가져가게?”
“아니요. 줄 곳은 따로 있습니다.”
송삼현이 음식을 들고 간 곳은 번화한 저자에서 살짝 떨어진 빈민촌이었다.
이곳에는 먹지 못해 마른 이들이 많았다. 특히 어린 아이들이 많았다.
“중원 어디에나 이런 곳이 있더군요. 먹지 못해서 죽어가는 게 무엇보다 슬프니 지역에 가면 꼭 이렇게 음식을 사 굶주린 이들에게 나눠주는 게 버릇이 됐습니다.”
저번 삶에서 개방에 있을 때, 먹지 못해 죽은 이들을 봐왔다.
정말 작은 주먹밥 하나도 행복하게 먹었던 시절의 기억이 잊히지 않고 남아 있어서 중원을 돌아다닐 때마다 송삼현은 늘 이렇게 빈민가들을 챙겨줬다.
그들에겐 이 작은 만두 하나가 세상 무엇보다 귀한 보물이니까.
“누님, 더 들어오시지 마시고 기다리세요. 이것만 나눠주고 바로 오겠습니다.”
“… 나도 같이 가마.”
“예? 하지만···.”
“괜찮다. 내 동생이 어떤 일을 하는지 더 보고 싶어서 그러는 것이니.”
송연화는 결국, 안까지 따라왔고 송삼현은 가져온 음식을 꺼내 한 명 한 명 챙겨줬다.
“먹거라.”
“가, 감사합니다! 나으리! 이 은혜는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눈치 보지 말고 오게.”
허겁지겁 먹는 이들에게 아무런 거리낌 없이 다가가는 송삼현을 보며 송연화는 웃음을 지었다.
그렇게 음식을 다 나눠주고 빈민가를 나와 다시 저자를 걸었다.
“이제 내일이면 정말 혼례식을 치르게 되는구나.”
“좋은 분의 짝이 되시는 거니 마음이 놓입니다.”
“너는 아직 짝이 없는 것이냐?”
“…..”
“강호를 돌아다니면서 많은 사람을 봤을 것인데 그 중 마음에 드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느냐?”
많은 여인을 봤으나 지금은 누군가를 만나거나 할 시기가 아니었다.
“아직 할 일이 많아서 그 일을 마친 뒤에 생각해보겠습니다.”
“그분은 어떠하더냐? 천하봉선님의 곁에 계셨던 분.”
사월향을 얘기하는 거였다. 이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아서 송삼현은 어딘가를 가리켰다.
“… 누님, 저기 객잔이 있습니다. 식사하고 가시지요.”
천아호가 보이는 객잔에 앉아 고기국수와 만두를 먹었다. 만두를 한 입 베어 문 송연화가 조용히 속삭였다.
“만두는 역시 소월이 만두가 제일이구나.”
“저도 강호행을 하면서 소월이 만두가 제일이라는 걸 느꼈습니다.”
담소를 나누면서 음식을 절반 정도 먹자 송연화가 송삼현을 보며 말했다.
“삼현아.”
“예.”
“너는 또다시 길을 떠날 것이지?”
“그래야지요. 아직 하지 못한 일들이 많습니다.”
“네가 하려는 일이 무엇인지 물어봐도 되느냐?”
송연화가 묻자 송삼현은 두리번거리더니 한 곳을 가리켰다.
객잔 밖, 그곳엔 어린아이들이 모여 웃으며 뛰어놀고 있었다.
“저 웃음을 지키는 일이요.”
송삼현의 말에 잠깐 멍해진 송연화는 이내 활짝 웃으며 말했다.
“…. 너다운 말이구나.”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혼례 당일 아침이 밝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