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a penny from the Golden Tiger RAW novel - Chapter 102
땅이 아무리 넓어도 하늘에는 닿지 못하거늘 (1)
소궁산 초입에는 산길을 오가는 이들이 잠깐 머무는 객잔이 있었다.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았으나 늘 소궁산을 넘으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어젯밤에 소궁산에서 일어난 불길 봤나?”
그들이 하는 말은 어제 일어난 소궁산의 화재였다.
“아! 야영하다가 봤는데 대체 무슨 불이었어?”
“관군이 가서 살폈는데 산영파가 몰살당했다지 뭔가.”
“그 악독한 산영파가?”
“관군에 아는 사람이 있어서 들었네, 산악검객은 목이 떨어져서 죽었다고 하더군.”
산영파의 멸문.
하북성 형태 인근에선 그것이 의미하는 바가 컸다.
“사실이라면 정말 다행이군, 안 그래도 그놈들이 또 통행세를 곱절로 부를까 봐 한서골로 돌아갈까 생각했거든.”
“이제 돌아갈 필요가 없을 거네.”
“그나저나 누가 그랬다던가? 산영파에는 산안검객이라는 무시무시한 악귀가 있지 않은가.”
“푸른 구름을 타고 검을 휘두른다고 하던걸?”
“산신령님이 그놈들의 악독한 짓들을 더 두고 볼 수 없어서 천벌을 내리신 게 분명해!”
그들이 산신령이라고 착각하는 송삼현은.
“쩝쩝.”
“그리도 맛있느냐?”
“이곳은 고기만두보다 채소 만두가 더 맛있네요.”
다른 곳에 있는 객잔에서 식사를 하는 중이었다.
음식을 거의 다 먹을 때, 마훈이 눈치를 보다가 말을 꺼냈다.
“주군, 산영파를 습격했다면 흑사회가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겁니다···. 혹여 주군을 막기 위해 천월신교에 도움을 청하면 낭패가 아닙니까.”
마훈은 살짝 걱정이 앞섰다.
흑사회 멸문은 자신도 바라는 일이긴 했으나 그들이 천월신교와 손을 잡는다면 흑사회 멸문은 불가능한 일이 될 수 있었다.
“걱정하지 말거라.”
허나 송삼현은 아무런 걱정이 없었다.
“… 무슨 방책이 있으신 거군요.”
“굳이 내가 나서지 않아도 된다.”
“예?”
“이 시기에 천월신교는 섣불리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니.”
흑사회를 멸문시키고자 마음을 먹을 때, 알게 된 사실.
저번 삶의 기억을 통해 이 시기에 천월신교에서 일어나는 일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적어도 한 달, 그 안에 천월신교가 흑사회에 관여할 일은 없다. 그러니 그 안에 흑사회 멸문을 완수해야 한다.”
*
흑사회 대연각.
정기적인 회의가 있을 때만 개방되는 커다란 전각으로 흑사회 고수 백 명이 안에 모였다.
그들은 양쪽으로 나뉘어 섰고 흑사회주 철패흉이 오기를 기다렸다.
철컥.
커다란 철문이 열리더니 철패흉이 위용을 풍기며 걸어 들어왔다.
그러자 모인 흑사회 무인들 모두가 한쪽 무릎을 꿇고 철패흉을 향해 포권지례를 올렸다.
“회주님을 뵙습니다!”
철패흉은 호랑이 가죽이 걸린 상석으로 가 앉았다.
그저 자리에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산에 군림하는 산군처럼 매서운 기세를 내뿜는 철패흉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는 이는 없었다.
“다들 그만하고 일어나거라.”
명령이 떨어지고 나서야 다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철패흉은 옆에 있던 한충건에게 고개를 까닥였고 한충건이 포권을 올린 뒤, 앞으로 나섰다.
“이리 모두 참석해주어 고맙소. 그러면 지금부터 대회의를 시작하도록 하겠소. 첫 번째 안건은···.”
회의가 진행됐다.
그렇게 한 식경이 지나자 문이 열리며 흑매가 급히 들어왔다.
대회의가 시작될 때는 출입이 엄히 금해지는 곳이 대연각이었다.
그런 곳에 허락도 받지 않고 들어왔으니 따가운 눈초리가 흑매를 향했다.
“… 무슨 일이냐, 회의하는 것을 몰랐느냐!”
한충건이 큰 소리로 묻자 흑매는 급히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그것이 회주님께 급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흑매의 말에 한충건이 고개를 돌려 철패흉을 봤고 철패흉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말해보거라.”
“산영파에서 온 이가 직접 뵙고 말씀을 드린다고 해서···. 안으로 들여도 되겠습니까?”
“직접 말이냐?”
“그렇습니다.”
“좋다, 허나 중요한 내용이 아니라면 목이 떨어진다는 걸 일러주거라.”
곧이어 흑매가 나가서 한 사람을 데려왔다.
그는 산영파의 마지막 생존자였다.
바닥에 넙죽 엎드린 그는 감히 얼굴을 들어 철패흉을 보지도 못했다.
“무슨 연유로 나를 직접 보자고 한 것이냐? 시답지 않은 말이라면 당장 자결하거라.”
“저는 산영파의 말단 무사 대창이라 하옵니다!”
“누가 네놈의 이름을 알고 싶다고 했느냐? 무슨 일인지 고하라고 하지 않았느냐!”
“사, 산영파가 습격당했습니다!”
산영파가 습격당했다는 말에 대연각 안은 소란스러워졌다.
놀란 한충건은 산영파 생존자에게 다가와 물었다.
“그곳은 벽력탄 운반을 담당하는 곳이다. 그래서 초절정 경지에 이른 산악검객이 맡고 있었는데···. 산악검객은 무엇을 했기에 습격을 당했느냐!”
흑사회의 중요한 일 중 하나는 벽력탄 운반이었다.
그렇기에 천뇌시절에 그것을 맡을 세 군데에 초절정 고수를 보내놓은 거였다.
바들바들.
생존자는 몸을 떨더니 이마를 땅에 박으며 말했다.
“그것이···. 죽었습니다!”
초절정 고수 산악검객 조호숭.
그가 죽었다고 하자 웅성거리는 소리가 더욱 커졌다.
‘산악검객은 초절정의 끝자락에 있는 인물이다. 그런 인물이 죽었다고?’
한충건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산영파의 전각은 모두 불탔고 이번 달 말일에 운반하기로 되어 있던 벽력탄의 재료 또한 관군이 모두 회수해갔습니다!”
“… 그 말이 사실이냐? 대체 누가 산영파를 습격해 산악검객을 죽이고 산영파를 불태웠단 말이냐!”
“백의검룡 송삼현! 그자가 한 짓입니다!”
이어서 나오는 이름에 한충건은 무언가로 크게 맞은 것처럼 머리가 멍해졌다.
‘백의검룡 송삼현.’
그 이름은 매일 들려 지겨울 정도였다.
“제길.”
한충건은 송삼현이 왜 나선 것인지 눈치챘다.
‘금호장의 장녀를 노린 흑살단의 정체를 파악했다는 건가? 그것을 어찌?’
흑살단은 철저하게 정체가 숨겨진 이들이었다. 아무리 배후를 찾으려고 해도 흑사회로 연결되는 고리는 없었다. 그런데도 흑사회가 배후에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면 답은 하나였다.
‘무조, 그놈들이구나.’
무조의 정보력.
그것이 아니고선 이 상황이 설명되지 않았다.
한충건이 생각에 잠겨 말을 하지 않자 산영파 생존자는 눈치를 보며 말했다.
“저, 저기 그것이···. 백의검룡이 회주님께 드릴 말이 있다고 하여 소인에게 전하라 하였습니다.”
“나에게?”
“그렇습니다!”
“고해보거라.”
고개를 들고선 주위 눈치를 봤다.
다들 중원에서 악명을 떨치는 고수들이라 풍기는 기운이 예사롭지 않았다.
까닥 잘못하면 정신을 잃을 상황에 그는 두 눈을 질끈 감으며 말했다.
“너희들이 오지 않아도 내가 곧 찾아가겠다. 그러니 너희들의 모든 것을 걸고서 어디 한번 막아보라···.”
말을 다 끝마치기도 전에 철패흉의 호조수로 목이 몸에서 뜯겨졌다.
콰아아아아앙!
그리곤 철패흉은 의자 손잡이를 부수며 일어났다.
“건방진!”
엄청난 살기, 철패흉이 내뿜는 살기는 숨을 조일 만큼 농도가 높았다.
“흑사회의 모든 이들은 들어라!”
“예!”
철패흉의 목소리는 대연각을 가득 채웠다.
“그 누구라도 좋다! 제일 먼저 백의검룡 송삼현을 척살한 이에게 금자 백 냥과 보검을 내리겠다!”
*
며칠 후, 운남 백색 아문현.
마을의 모든 것이 불에 타 사는 사람이 없었고 사람의 흔적이 끊긴 오래된 전각이 하나 있었다.
한충건의 지시를 받은 흑매가 그곳에서 은밀히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저벅.
발소리가 들리자 그곳을 향해 포권지례를 올렸다.
“오셨습니까.”
흑매가 인사를 하자 반대쪽에서 신형이 하나 나타났다.
천월신교 암운뇌마 심우경의 심복이었다.
“급히 전갈을 보내서 왔습니다만, 그대들이 원하는 답을 드리지 못합니다.”
“예?”
“암운뇌마께서 이리 전하라 하셨습니다. 미안하지만, 내부적인 사정이 생겨 당분간 흑사회를 돕지 못합니다.”
그 말을 들은 흑매는 발끈했다.
“어째서입니까? 흑사회가 무너지면 천월신교가 중원으로 진출할 시기는 영영 놓쳐버리고 말 것입니다!”
흑매의 말에도 소식을 전하는 이는 고개를 저었다.
“지금 교주님께서 돌아가시는 바람에 천월신교에선 내란이 벌어졌습니다. 소교주님의 즉위를 원치 않는 부교주 세력이 들고일어났습니다.”
천마의 죽음으로 발발한 천월신교의 내란.
부교주가 교주의 자리를 노리고 다른 이들과 연합하여 들고 일어난 거였다.
“어, 어찌 그런 일이.”
“그래서 지금 외부적인 상황을 신경 쓸 여력이 되지 못합니다.”
“…..”
이것은 고집을 부린다고 되는 일이 아니었다.
내란이 일어났다면 그것을 정리하는 것이 먼저였으니까.
“미안합니다.”
그 말을 들은 흑매는 한숨을 쉬었다.
“어쩔 수 없지요. 그쪽도 사정이 있으니.”
“한 달만 버티십시오. 지금 소교주님을 중심으로 뭉친 신진 세력이 부교주 세력을 밀어내고 있습니다. 암운뇌마님의 말씀에 따르면 한 달 뒤에는 밖으로 나설 수 있으니 그때까지만 버티라고 하셨습니다.”
“한 달이요?”
“예, 천월신교의 새 교주로 소교주님이 오르시면 가장 먼저 흑사회의 일을 도우러 마군급을 보내겠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흑사회의 전력이라면 충분히 버틸 수 있었다.
‘수십 년 전부터 뿌리를 내린 흑사회가 한 달 안에 뿌리가 뽑힐 일은 없을 터, 한 달이면 충분하다.’
*
흑사회의 영향력에 있는 모든 곳에 흑사회주의 말이 전해지며 각 세력은 모여서 송삼현을 어떻게 잡을지 고민을 했다.
“백의검룡의 무위는 회주님께도 밀리지 않을 만큼 강대하니 혼자서는 안 됩니다. 연합을 꾸려서 단 순간에 처리해야 합니다.”
“귀하의 말에 용검문(龍劍門)은 동의하오.”
“철룡문(鐵龍門)도 동의하오.”
“마호도문(魔虎刀門)도 동의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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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염방(黑炎房)도 동의하오.”
이 자리에 모인 조직만 해도 스물일곱 개에 육박했다.
인원수를 따지면 적어도 천 명이었고 말단을 포함하면 그 이상도 됐다.
금자 백 냥.
이것은 일을 하지 않아도 평생 먹고 살 만큼 어마어마한 금액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나눠 가지기로 약조하며 합을 짰으나 속마음은.
‘저놈들이 백의검룡의 검에 죽으면 그것은 모두 내 것이 된다.’
‘이것들은 어떻게 죽인다.’
‘금자 백 냥을 다른 녀석들과 나눠 가지기에는 아깝지.’
혼자서 독식하기 위해 배신할 생각을 했다.
애초에 사파라는 자들은 자기 잇속 챙기기에 급급했으니 이런 생각은 그들에겐 당연했다.
*
하북성 임구.
숲이 많기로 유명한 곳으로 녹림채들의 성지로 불리는 곳이었다.
그래서 표물을 운반하는 상단들은 이곳으로 지나지 않고 밖으로 돌아서 가는 행렬이 많았다.
그런 곳에 송삼현은 선무정, 마훈, 세 명이서 들어갔다.
숲속 안.
하늘로 뻗을 만큼 커다란 나무가 빼곡하게 있어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언제 오는 거야?”
“흑염방의 척호귀에 따르면 반 시진 안에 이곳으로 들어선다고 소식이 왔어.”
“그런데 백의검룡 한 명 잡자고 이게 뭔 꼴이야? 삼백 명? 그것도 모두 일류 이상으로만?”
“백의검룡의 경지가 회주님께 필적하니 이 숫자는 당연하지.”
흑사회의 무리들은 나뭇가지에 올라가 송삼현을 습격하기 위해 기다렸다.
숨소리까지 죽이고 완벽하게 은폐했으나 송삼현의 기감을 피하진 못했다. 적정거리에 들어오자 가장 선두에 있던 자가 공격 신호를 위해 손을 올렸으나 곧 앞에 나타난 신형을 보며 경악했다.
스윽.
“숨을 거라면 숨소리가 아니라 심장소리를 죽였어야지.”
촤아아아아악!
발도술로 단숨에 복부를 베었고 이어서 검에 내공을 흘려보내 검강을 만들었다.
그것을 본 흑의인들은 다급하게 소리쳤다.
“소탄을 꺼내라! 2선으로 물러나 재정비한다!”
소탄은 작은 벽력탄같은 거였다.
그것은 살상용이 아닌 도망치기 위해 시간을 버는 용도였다. 소탄을 터트리며 도망치려고 했으나 송삼현은 사방에서 날아오는 소탄을 향해 검격을 날렸다.
콰아아앙!
소탄이 터지며 무수히 많은 연기가 피어올라 시야를 방해했으나 송삼현은 당황하지 않고 내공을 발로 흘려보냈다.
오른쪽 다리에 집중된 내공.
그것을 진각처럼 땅에 꽂았다.
‘천무각(千武脚).’
쿠구구구구구구구궁!
땅이 갈라지면서 커다란 소음이 들리더니 주변 지형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송삼현의 발부터 시작된 갈라진 틈새로 나무들이 하나둘씩 쓰러졌고 흑사회가 몸을 숨길 나무는 순식간에 모두 쓰러졌다.
“어서 거리를 벌려라!”
탓.
탓.
탓.
그들은 숨을 헐떡이며 간신히 몸을 날려 피했고 곧 사방으로 착지했다.
삼백 명.
천무각의 여풍(餘風)으로 흑의인 몇몇은 나무에 깔리긴 했으나 대부분이 살아있었다. 그러나 누구도 달려들지 못했다.
‘… 저게 사람인가.’
흑의인 한 명이 슬쩍 주위를 둘러보니 소탄의 연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시야를 가릴 정도로 빼곡했던 나무들이 죄다 쓰러져 있었다.
저벅.
송삼현은 그들에게 한 걸음 다가갔다.
“어디 또 쥐새끼처럼 숨어보거라.”
촤아아아악!
“숨을 수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