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a penny from the Golden Tiger RAW novel - Chapter 103
땅이 아무리 넓어도 하늘에는 닿지 못하거늘 (2)
“지룡방주! 2선까지 물러나기 전에 모두 당하겠소! 속히 전갈을 보내 흑염방을 불러야 하오!”
고르고 골라 선별한 삼백 명의 무인.
그리고 그들을 이끌며 이 연합군의 머리 역할을 맡은 ‘지룡방(智龍房)’ 방주 성태혈은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 이, 이게 무슨.”
지형지물을 이용해 송삼현을 잡으려고 한 것이 오히려 악수가 되고 말았다.
도망을 치려고 해도 넘어진 나무에 걸려 넘어지는 이들이 많았다.
“지룡방주!”
옆에서 들리는 고함에 지룡방주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거리를 유지하고! 탄을 이용해 이곳을 벗어나라! 전면전으로 백의검룡을 이길 수 없으니! 속히 흑염방과 합류한다!”
지룡방주의 말에 다른 이들은 소탄을 터트려 벗어나려고 했으나 연기를 뚫고 들어오는 송삼현의 매서운 검날을 피하지 못했다.
스르르르륵.
송삼현이 반검으로 쥔 검 주위로 푸른 연기가 일렁이자 지룡방주는 경악했다.
‘대체 뭘 하려고.’
이어지는 검격.
‘천무 1식 개벽.’
아래에서 위로 휘둘렀다.
검에서 뻗어 나오는 위력적인 검격에 땅이 갈라지고 바위가 베이며 마침내 하늘까지 도달했다.
“….”
구름까지 베어진 거대한 검격이 지나간 곳에는 무수히 많은 무인의 시신이 쌓였다.
인간을 벗어난 무.
그것이 현경에 이른 자들이었다.
“저게 진정···.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란 말이냐.”
이제는 서 있는 자보다 누워있는 자들이 더 많아졌다.
“사, 살려 주시오. 제발!‘
다리가 잘려 바닥을 질질 기어 다니는 무사 한 명이 울부짖으며 살려달라고 하지만 송삼현의 검은 가차 없이 그의 심장을 꿰뚫었다.
“난 말이다. 너희들은 모조리 죽이기 위해 검을 빼 들었다. 그러니 살려둘 수가 없구나.”
300 vs 1.
그 격차는 1이 우세했다.
사각에서 협공을 펼치려고 하지만 송삼현의 기감이 그걸 놓칠 리 없었다.
독이 발라진 비도와 은침이 날아왔으나 허공에서 몸을 회전시켜 검풍으로 그것을 떨어트렸다. 그리고 그 뒤는 마훈이 처리했다.
촤아아아아악!
마훈도 초절정의 끝자락에 오른 무인이었으니 이곳에서 일 대 일로 그를 막을 자는 없었다.
“주군! 이곳은 저에게 맡기고 앞으로 가십시오!”
북검 마훈, 그를 보자 지룡방주의 두 눈이 커졌다.
“마훈을 수하로 부린다는 소문이 정녕 사실이었구나.”
“나를 상대할 생각이라면 오합지졸이 아닌 흑사회 정예들을 데리고 와야 할 것이 아닌가.”
삼백 명이라곤 하지만 그 중, 초절정 무인은 단 한 명밖에 되지 않았다.
나머지는 절정과 일류, 그런 자들이 현경에 오른 송삼현의 옷깃을 스치는 것이 가능할 리가 없었다.
“네놈이 정녕 흑사회를 멸문시킬 수 있다고 여기느냐! 흑사회는 이 중원에 오십 년은 뿌리를 내린 곳이다!”
촤아아아아악!
단칼에 지룡방주의 목을 베었다.
“죽어서 지켜보거라, 내가 할 수 있는지 없는지.”
지룡방주의 목까지 떨어지자 옆에서 다리가 베여 쓰러진 이가 소리쳤다. 그는 강하방(剛河房) 방주 여산해였다.
곧 숨이 끊어져도 이상하지 않았지만, 마지막으로 힘을 쥐어짜 말했다.
“정도를 걷는다는 분이 어찌 이리 살육을 하시는 게요!”
주위에는 삼백 명의 시신이 있었다.
송삼현은 호흡이 조금 올라오긴 했으나 금방 진정시키며 그에게 걸어갔다.
“내가 원하는 세상이 오려면 흑사회는 없어져야 한다.”
“쿨럭! 이 살겁은 한 문파를 없앤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일이오···. 수백 명! 그들을 죽인 ‘살명(殺名)’은 백의검룡께서 평생 지고 살아가야 할 거요.”
검을 쥐었다면 능히 그 업을 짊어져야 했다. 한 명을 죽이든 백 명을 죽이든 살생은 같은 것이니까.
“그러한 길은 이미 각오했다.”
그자의 목을 긋자 습격했던 삼백 명 가운데 움직이는 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옆에서 ‘푸르릉’ 소리를 내며 흑영마가 다가왔다.
그리곤 위로해주는 것처럼 머리로 송삼현을 쓰다듬었다.
*
삼백 명.
오백 명.
칠백 명.
흑사회의 방파들은 연합을 꾸려 대응했으나 고작 몇 걸음을 늦추는 데 그치고 말았다.
“뭐? 강하방(剛河房) 방주 여산해가 죽었다고?!”
“강하방은 하구구에서 빈민들에게 창고를 풀어 먹을 거를 주고 일도 도와주는 곳이잖아!”
“백의검룡이 흑사회로 가는 길을 막으려다가 그리됐다더군.”
“허어, 사파라고 다 나쁜 이들만 있는 것도 아닌데···. 그리 좋은 분까지 죽였단 말인가.”
이러한 백의검룡 송삼현의 행보는 며칠 사이, 중원 곳곳으로 퍼져 많은 이들의 시선을 끌었다.
악행을 저지른 흑도들을 처단하는 일을 통쾌하다고 보는 이들이 있었으나 다른 시선도 있었다.
“백의검룡이 살육을 좋아한다는 게 정녕 사실인가?”
“그렇다니까! 무려 천 명이나 되는 흑도들을 가차 없이 죽였다고!”
“… 흑도라면 응당 죽어야 하는 자들 아닌가?”
“그들 중에는 분명히 억지로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네, 그런데 그것도 상관하지 않고 모조리 죽였지. 그게 정녕 정도를 걷는 사람이 할 짓인가?”
정도를 걷는 이들이라면 무릇 손속에 자비를 두는 것이 마땅했다.
허나 송삼현이 하는 일에는 손속에 자비란 찾아볼 수 없었다.
“살려달라는 이들도 죽였다더군.”
“… 허어, 아직 나이가 어려서 그런가? 감정적인 분이 신가 보구나.”
그동안 했던 협행은 흐려지고 부정적인 것들만 강조됐다.
“아! 북검이라는 자도 같이 다닌다던데?”
“그자는 무림 공적이잖아. 왜 무림 공적과 같이 다니는 거지?”
무림 공적과도 같이 다닌다는 사실에 다들 놀랐다.
무림 공적이라면 죽어야 마땅한 존재들이었다. 평생 무림의 고수들에게 쫓기는 삶을 살아야 하는데 그런 자가 협을 대표하는 사람의 곁에 있다?
이건 큰 문제가 될 수밖에 없었다.
허나.
말을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보다 더 큰 일이 있네.”
“그게 뭔가?”
“금호장의 청월 부인이 죽은 것은 알고 있지?”
“당연하지 워낙 유명한 일이지 않은가. 그게 왜? 백의검룡과 무슨 연관이 있는 건가?”
“청월 부인을 죽인 것이 정화 부인의 짓이잖아. 정화 부인이 피를 토하며 죽은 게 알고 보니 송삼현이 사약에 독을 탔다더군.”
“이런! 그러면 어머니에게 독을 먹였다고? 그건 살모의 죄가 아닌가!”
부정적인 일들 중에서도 최악의 꼬리표까지.
이러한 소문을 도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어찌 됐나?”
“다 퍼트렸습니다.”
“수고했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중원 전역에 퍼트려야 한다.”
“예! 따르겠습니다.”
이건 한충건이 낸 꼼수였다.
민심을 흔들어 송삼현이 하는 일에 정당함이 없는 감정만 앞선 일이라며 민심을 무기로 송삼현의 발목을 붙잡으려는 거였다.
“한데 한 가지만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말해보거라.”
“이렇게 한다고 해도 백의검룡이 발을 멈출까요?”
“한 달이다. 한 달만 시간을 끌면 되니 우리는 최대한 송삼현의 심기를 건드리는 거다.”
“예!”
어차피 시일이 지나면 천월신교가 개입할 것이고 그리되면 송삼현에게 맞설 힘이 생기게 된다.
“그리고 내가 적매에게 부탁한 일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알겠다. 가서 일을 보도록.”
“존명!”
보고하던 흑의인은 신형을 날리며 사라졌다.
‘양민을 위해 검을 휘두르는 자가 양민들이 등을 돌리면 어찌 될 것인지 한 번 두고 보자.’
*
하북성 박두 남피현.
이곳은 하북의 해안길을 통해 다른 나라에서 들어온 물건들이 중원 각지로 가기 전에 거치는 곳이었다.
“어? 백의검룡 아닌가?”
“그러게. 옆에 있는 자는 무림 공적인 북검이고.”
“쯧쯧, 어찌 협을 대표하시는 분이 무림 공적과 같이 다니시는 건지.”
안 들리게 자기들끼리 속닥거리지만, 무공을 익힌 이들에게는 너무나도 잘 들렸다.
“… 주군.”
마훈은 역시 표정이 좋지 않았다. 무림 공적의 신분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니 나에게 미안한 거였다.
“됐으니 객잔으로 가자꾸나.”
흑영마의 고삐를 잡고 거리를 걸어 객잔으로 가려는데.
퍽!
돌 하나가 날아와 내 등을 쳤다.
피할 수 있었으나 피하지 않았다. 그 돌은 생채기 하나도 남기지 못할 만큼 약했으니까.
“우리 아버지 살려내···. 살려내라고!”
아이였다.
울부짖으며 나에게 돌을 던진 아이에게 그 아이의 어머니가 달려와 품에 안았다.
“그만하거라! 그만해!”
아이를 품에 안았으나 두려움에 떨었다.
“그래도! 아버지가···. 저랑 같이 배를 타고 놀러 가기로 했던 아버지가 저 사람 때문에 죽었단 말이에요!”
아이의 울음은 효과가 컸다.
웅성거리는 소리가 더욱 커졌다.
“저자가 글쎄.”
“전부터 그런 이야기가 꾸준히 있지 않았나?”
“금호장에서 부인도 있었잖아. 자기 어머니마저 죽였다던데?”
“청월 부인을 죽인 건 정화 부인이잖아.”
“그 정화 부인이 사약에 탄 독을 먹고 죽었다잖아. 그 독을 탄 게 백의검룡이고.”
사람들이 선을 넘으며 하는 말이 들렸다.
선무정이 발끈했으나 나는 손을 뻗어 막았다.
“주군!”
“저런 말에 휘둘릴 거라면 애초에 검을 잡지도 않았을 거다.”
사람을 죽인다면 그만한 책임이 따른다.
그자의 가족들이 평생 원망할 것이고 그것이 부당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늘어날 것이다.
저번 삶에서도 그런 것은 끔찍할 만큼 겪었으니까.
스윽.
쓰러진 아이에게 다가가 떨어진 돌을 주워 손에 쥐여줬다.
“이름이 무엇이냐?”
“……”
아이는 울면서 나를 노려봤다.
“난 저기 앞에 보이는 객잔에 머물 것이다. 그러니 너의 분이 이것으로 풀린다면 계속해서 던지거라.”
아이는 내 말에 더욱 펑펑 울었고 자리에서 일어나 흑영마의 고삐를 쥐었다.
“… 그만하고 가자.”
이들의 웃음을 지키고자 했던 일이 도리어 나에게 손가락질을 하게 될 일이 된다니 마음이 씁쓸했다.
저벅.
그렇다고 멈출 순 없었다.
내게는 이루고자 하는 명확한 목표가 있으니까.
*
그 후로도 가는 곳마다 말은 급속도로 퍼지며 사람들의 말은 더 거칠어졌고 죽은 이들의 가족들의 분노는 그 농도가 더 짙어졌다.
돌은 기본이고 주먹질을 하려는 사람들까지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을 피하고자 마을이 아닌 산에서 야영할 때는 흑사회의 방해가 끊이지 않았다.
마을 안에서는 양민들이, 마을 밖에서는 흑사회가 방해하니 발이 점점 무거워졌다.
챙!
챙!
챙!
흑사회는 천라지망을 펼쳐 내 걸음을 한 시라도 막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계속해서 몰려왔다.
잠을 자지도 못하고 밥도 먹지 못한 채, 매일 밤을 지새웠으나 흑사회의 무분별한 죽음만 많아졌다.
“커헉!”
달이 어두운 밤하늘을 비추고 있는 늦은 밤, 숲속에선 내 검에 베여 피를 토하며 흑의인 한 명이 쓰러졌다. 그리고 죽은 이의 뒤에는 각자의 무기를 꺼내 들며 나에게 달려드는 흑의인들이 있었다.
‘각오한 거군.’
그들의 표정에는 죽음에 대한 공포가 있었다.
그런데도 달려든다는 것은 죽기를 각오한 거였다.
‘내가 죽어야 가족들이 산다.’
금선독룡 때, 끝까지 나를 막았던 흑사회 수색대의 말이 떠올랐다.
이들도 아마 그런 마음일 거다.
여기서 도망쳤다간 가족들이 모두 죽임을 당할 터이니 가족들을 위해서 자신만 죽기로.
스르르르르르륵.
너희들이 그렇게 각오를 굳혔다면.
촤아아아아악!
나도 그에 맞게 대우해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