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a penny from the Golden Tiger RAW novel - Chapter 108
땅이 아무리 넓어도 하늘에는 닿지 못하거늘 (7)
역현을 떠난 지 한 시진 후.
송삼현 일행은 북경 북쪽에 있는 연경 숲길을 지나갔다.
은밀하게 움직이는 터라 황룡대가 거리를 두며 주위를 경계했고 선무정은 오십 장을 먼저 앞서가 길에 매복이 없는지 살폈다.
“대협.”
“왜 그러십니까?”
“뒤에서 따라오는 자는 누구입니까?”
황룡대주 고태권의 경지라면 주변의 기척을 어느 정도 눈치챌 수 있었다. 그러니 천월궁귀가 따라오는 걸 느끼는 거겠지.
“내 벗이니 내쫓지만은 말아 주시오.”
“그리하겠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갔고 웅장한 폭포가 있는 곳에서 잠시 쉬었다가 가기로 했다.
스윽.
“대협, 잠시 멈춰주십시오.”
“예.”
왜 그런지 눈치를 챘다. 폭포 근처에서 매복하는 자들의 기척이 있었다. 정밀한 은신술이라 쉽게 눈치를 못 채는 데도 고태권은 단숨에 눈치를 채고 황룡대에게 수신호로 지시를 내렸다.
‘…. 확실히 산전수전을 다 겪은 자라 그런지 기척을 잘 느끼는군.’
곧 폭포 주위로 기척들이 점점 많아졌다. 그들은 당장 공격하지 않고 우리의 동태를 살피는 것으로 보였다.
“흑사회가 추적대를 많이도 배치했군요.”
“섣부르게 들어오지 않고 있습니다. 대협이 계시니 저들도 조심하는 거지요.”
추적대의 경지는 경공에 특화되어 공격조가 아니었다. 공격조에게 신호를 보내 오기를 기다리는 거였다.
“그렇다면.”
스릉.
“저희가 가야지요.”
“기다리십시오, 저희가 처리하겠습니다.”
얼추 느껴지는 기척만 해도 스무 명이었다. 황룡대는 고태권을 중심으로 진을 구축했고 고태권은 지시를 내렸다.
“왼쪽으로 둘! 오른쪽으로 셋! 정면은 내가 맡는다!”
“존명!”
그들이 선택한 것은 각개전투였다.
황룡대가 움직이자 폭포 안에서 신형들이 쇄도했다.
각종 무기를 다루는 흑의인들이 황룡대를 죽이려고 했으나 그들의 공격은 황룡대를 스쳐 지나갔다.
황룡대는 흑의인들을 상대로 적절하게 지형지물과 보법을 밟으며 수준이 높은 검술을 보여줬다.
간결하면서도 정확한 동작.
그들의 동작에 헛된 건 단 하나도 없었다.
스무 명의 흑의인은 반각도 되지 않아 황룡대의 손에 죽어갔다.
“주군, 굳이 저희가 나서지 않아도 되겠는 걸요?”
“… 그러게, 말이다.”
황룡대.
그리고.
촤아아아아아악!
“팽가의 무사들도 빼놓으면 안 되지.”
하북 팽가까지.
그들이 길을 열어줬으나 적들은 끊이지 않고 몰려왔다. 스무 명이었던 이들은 어느새 오십 명이 넘어갔다.
저벅.
저벅.
난 걸어서 내게 달려오는 흑의인에게 다가가 주먹을 뻗었다.
‘천무장.’
복부에 천무장을 날렸고 천무장은 복부를 뚫고 나가 흑의인의 뒤에 있던 무리에게까지 나아갔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땅이 갈라지고 폭포가 범람하며 주변에는 일순간 비가 내렸다.
조금 전까지 달려들던 흑의인들은 천무장에 휘말려 사방으로 날아가 의식을 잃었다. 그리고 아직까지 폭포 위에서 내려오지 않고 나를 내려다보는 흑의인들에게 손을 뻗었다.
“오거라.”
하지만 움직이는 흑의인들은 없었다.
탓.
어기충소로 단숨에 도약했고 두려움에 떠는 흑의인들이 있는 폭포 위로 올라섰다.
“너희들이 오지 않으면 내가 찾아가면 되지.”
스릉.
푸른 연기가 검 주위를 휘감았고 그대로 휘둘렀다.
‘천무 2식 일도양단.’
그 검격은 주변 일대를 횡으로 베어버렸고 흑의인들은 검격에 휘말려 죽임을 당하고 말았다.
*
그 시각.
흑사회 본산에 있는 흑검대 비무장, 커다란 규모를 자랑하는 그곳에선 흑검대 서른 명이 바닥에 누워서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양옆으로 흑매와 적매를 대동한 한충건은 그곳으로 걸어갔다.
“과연.”
쓰러진 흑검대 가운데 우두커니 서 있는 일인.
긴 머리는 산발이 되어 바람에 휘날렸고 기운이 흘러넘쳤다.
“화경에 오르신 걸 경축드립니다. 사휘도님.”
그는 소검마였다.
“아, 군사님이시군요. 감사합니다.”
“초절정 고수 두 명과 절정 무인 스무 명, 일류 무인 여덟을 한 번에 상대하시고 일각도 안 되어 이기시다니, 대단하십니다. 과연 검마님의 뒤를 이을 분이시군요.”
“흑검대 무사들이 봐준 거겠지요.”
사휘도는 검을 검집에 넣으며 말했다.
“스승님께서는 보름 후에 오실 겁니다.”
“그렇군요. 그러면 소검마만 가시는 겁니까?”
“굳이 스승님의 손까지 필요하지 않은 일입니다.”
사휘도는 이를 갈았다.
금선독룡을 회수할 때, 송삼현에게 당한 기억.
그 패배가 그를 더욱더 강하게 만들었다. 매일 검을 휘둘렀고 송삼현을 떠올리며 검을 갈고 닦았다.
“흑검대와 흑폭대를 데리고 가시지요.”
“흑검대는 알겠는데 흑폭대 뭡니까?”
“새로이 만든 부대입니다. 폭발 무기를 사용하는 이들이니 도움이 되실 겁니다.”
흑폭대는 개량된 벽력탄을 소지한 부대였다.
한충건이 한 달 전에 만든 부대로 그들은 뛰어난 경공과 은신술이 특기였다.
“백의검룡의 목을 꼭 베시길 바라겠습니다.”
“그 녀석에게 갚아주기 위해 검을 갈고 닦았습니다. 이번에야말로 백의검룡의 목을 벨 것이니, 돌아오면 백의검룡의 머리를 안주로 술 한잔하시지요.”
“하하하하! 그거 좋군요!”
소검마 사휘도.
원래 서른이 넘어서야 초절정의 경지에 오르는 검수였으나 송삼현을 만나고 미래가 달라졌다.
‘화경.’
사휘도는 죽기 전까지 초절정이었으나 송삼현에게 패배한 후로 경지를 뛰어넘었다.
*
흑사회가 천라지망을 펼치고 있어 송삼현 일행은 밤낮을 지새우며 전투를 거듭했다.
돌아가면서 번을 서며 잠을 잤고 식사는 간편한 식량으로 대체했다.
“대협, 요기하시지요.”
황룡대 무사 한 명이 주먹밥을 가져왔고 그것을 한 입 베어 물었다.
동, 서, 남, 북, 모든 방위에서 감시를 섰고 그 안에서 잠시 휴식을 했다.
주먹밥을 들고 팽 남매가 있는 곳으로 갔다.
“팽 소저, 고되지는 않습니까?”
“괜찮아요. 이런 일은 어릴 적에도 많이 겪어봐서요.”
하북 팽가는 기골이 장대한 것이 특징이었다.
어릴 때부터 도를 휘두르는 완력, 그래서 여러 전투를 경험한 그들에게 이러한 야영은 어릴 적에 많이 겪은 일이었다.
삐이이이이익.
멀리서 정찰하던 이들이 신호를 보냈다.
그 신호에 쉬고 있던 무사들 모두가 일어나 경계 태세를 갖췄고 무언가가 날아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코로 짙은 향이 맡아졌다.
‘이 냄새는 화약!’
데구르르르.
굴러온 것은 벽력탄이었다.
“벽력탄이다! 다들 피하시오!”
일제히 신형을 날리며 거리를 벌렸다.
우리가 땅에서 발을 떼는 것과 동시에 ‘콰아아아앙!’ 커다란 폭음이 들리며 사방에서 파편이 날아왔다.
‘암기가 들어있는 벽력탄, 흑천오방이 썼던 것보다 위력이 더 해졌다.’
날아오는 비도를 쳐 내자 비도에 묻어있던 독이 땅에 떨어졌다.
치이이이익.
‘지독한 놈들, 벽력탄 안에 담긴 암기에도 독을 발라놓은 건가.’
날아오는 암기를 검으로 쳐내며 땅에 착지했고 사방에서 접근하는 기척이 느껴졌다.
“그동안 오던 녀석들과 다릅니다. 보폭이 규칙적이면서 풍기는 기운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정면에서 오는 적들은 저희가 맡겠습니다. 좌는 황룡대가 우는 팽가가 맡아주십시오.”
“알겠습니다.”
“알겠다.”
차분하게 지시를 내린 뒤에 정면을 바라봤다.
정면의 연기가 걷히자 나타난 흑의인들, 그리고 위에서 검을 휘두르는 신형 하나 날아왔다.
“주군! 피하십시오!”
콰가가가가가각!
마훈이 검격을 날렸으나 그것을 튕겨내며 땅에 착지한 한 명.
익숙한 얼굴이었다.
“오랜만이다.”
앞을 가로막은 사람은 소검마 사휘도였다.
지난 금선독룡 때 만나고 긴 시간이 흘러 두 사람은 다시 재회했다.
“너에게 당한 뒤로 이날만을 기다렸다. 이번에야말로 그 목을 베어주마.”
“네가? 너의 스승이라도 데려와야 하지 않겠느냐?”
“너의 목은 나만으로도 충분하다!”
스르르르르륵.
사휘도의 검을 휘감은 붉은 기운.
‘화경?’
분명히 저번 삶에서 사휘도의 경지는 초절정이 마지막이었다.
죽기 직전까지 화경에 이르지 못한 녀석이 갑자기 화경이 되어 나타나다니.
‘너도 나로 하여금 바뀐 역사 중, 일부구나.’
*
쐐애애애액.
보법을 밟으며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송삼현의 목을 향하는 사휘도의 검.
파화신검의 4초식인 ‘선마참(先魔斬)’이었다.
오른쪽 상단에서 왼쪽 하단으로 베는 검격.
휙.
송삼현은 몸을 틀어 오른쪽으로 살짝 피하며 천무장으로 복부를 노렸는데 사휘도는 그 순간 검집에 검막을 두르며 막아냈다.
콰아아아아앙!
그러나 천무장의 기운을 온전히 다 막아내지 못해 뒤로 날아갔다. 사휘도는 바위에 부딪쳤고 바위가 산산조각이 났다.
“커헉.”
사휘도는 천무장에 내상을 입었는지 피를 토하며 무릎을 꿇었고 송삼현은 그곳으로 신형을 날렸다.
“… 윽, 네놈···. 무슨 무학을 배운 것이냐!”
사휘도는 입술을 깨물며 내공 운용을 했고 사특한 기운을 머금은 검이 쇄도하는 송삼현을 향했다.
‘천무신검과 파화신검.’
두 검의 형태는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몇 번의 검을 나눈 후에 사휘도는 송삼현이 밀리지 않자 경악했다. 오히려 송삼현이 봐주고 있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 같은 경지가 아니었나?’
지금 중원에서는 송삼현의 경지를 현경이 아닌 화경으로 아는 이들이 대다수였다.
사휘도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기에 송삼현을 죽일 각오를 했으나 사휘도의 검은 송삼현의 목에 닿을 듯하면서 닿지 않았다.
송삼현은 청월을 발도하며 검격을 날렸고 사휘도는 가까스로 피했다.
허나 다 피하진 못하고 허벅지가 살짝 베였다. 황급히 거리를 벌리며 송삼현을 살피던 사휘도는 거친 숨을 토해내며 차분히 몸 상태를 살폈다.
콰직.
그때, 송삼현이 진각을 한 발 주위로 푸른 연기가 퍼졌고 그 연기는 순식간에 사휘도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탓!
사휘도는 어기충소로 도약해 자신을 쫓아오는 푸른 연기를 향해 자세를 취했다.
‘기혈이 뒤틀린다.’
내공을 더 운용했다간 큰일이 날 수 있었다.
팟!
그러나 지금 그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푸른 연기를 타고 허공으로 쫓아온 송삼현을 상대하려면 억지로라도 운용해야 했고 그것이 결국, 사달을 냈다.
촤아아아악!
송삼현의 검이 사휘도의 오른쪽 쇄골을 베었다.
“끄아아아아악!”
그러나 사휘도는 쇄골이 베어져서 오는 고통보다 내장이 타들어 가는 고통이 더 컸다.
“끄으으으윽.”
복부를 부여잡으며 고통에 몸부림쳤다.
내공이 역행하는 데도 억지로 내공을 운용하는 바람에 내공이 단전을 깨트리고 몸 밖으로 스멀스멀 나오기 시작했다.
탓.
땅에 착지한 송삼현은 사휘도를 보고 어떤 상황인지 단숨에 알아차렸다.
“주화입마(走火入魔)!”
그건 주화입마였다.
몸속의 기가 날뛰며 스스로 통제하지 못해 기에 사로잡히는 상태였다.
“주군!”
놀란 마훈이 다가오려고 했으나 송삼현은 손을 뻗어 막았다.
“이곳으로 오지 마라! 주화입마에 빠져 이성을 잃은 괴물이 되었으니 거리를 벌리거라!”
이성을 잃은 사휘도는 강대한 기운을 내뿜었다. 주변의 모든 것을 압도할 만큼 가공할 기운이었다.
입마에 들어서면 무조건 죽지만, 죽기 전에는 잠시 본래의 경지보다 더 높은 힘을 쓸 수 있게 된다.
주르르르륵.
눈과 귀.
코와 입.
몸의 모든 구멍에서 피가 흘러내렸고 사휘도의 눈은 ‘적안(赤眼)’이 됐다.
완벽한 주화입마의 증상이었다.
“이성을 완전히 잃었군.”
사휘도는 피를 토하면서도 송삼현을 보며 자세를 취했다. 목이 기괴하게 꺾였고 더는 사람의 형상이라고 하기보단 악귀(惡鬼)라는 말이 더 어울렸다.
‘송삼현을 죽인다.’
사휘도의 본능은 지금 송삼현을 죽인다는 목적에만 사로잡혀 다른 것을 생각하지 않았다.
검붉은 연기가 사휘도 주위를 휘감으며 사방으로 퍼져나갔고 풀은 시들었고 바위는 잘게 부서졌다.
송삼현은 검을 고쳐잡고서 사휘도의 움직임을 세밀하게 살폈다.
근육의 움직임, 어디로 올 것인지 미리 파악하려고 했고 곧 사휘도의 근육이 움찔거렸다.
‘온다!’
악귀가 된 사휘도의 신형이 송삼현을 향해 날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