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a penny from the Golden Tiger RAW novel - Chapter 110
발발(勃發) (1)
사휘도의 목이 떨어지자 시신은 불에 태워진 것처럼 검게 그을렸다.
흑검대는 사휘도가 죽자 동요했지만, 장평하가 그들을 진정시켰다.
“감히 적에게 등을 돌리느냐! 죽더라도 맞서는 것이 흑검대의 정신인 것을 잊었느냐!”
흑검대주 ‘흑랑검(黑狼劍)’ 장평하.
초절정의 끝자락에 있는 고수로 현 흑검대의 대주로 흑검대원들이 존경하는 자였다. 그는 운철로 만든 검인 흑도를 꺼내며 말했다.
스릉.
“강하야!”
“예! 대주님.”
“넌 속히 이 소식을 군사님께 전해라!”
“존명!”
신형 하나가 빠져나가려고 했으나 신형이 일렁이며 마훈이 그의 앞에 나타났다.
촤아아아아악!
단 한 번의 일격에 도주하려던 흑검대원의 목이 뎅겅 썰렸다.
“누가 가도 좋다고 했느냐?”
괴물 같던 사휘도를 쓰러트린 송삼현이 앞에 있고 화경에 오른 마훈이 뒤에서 나타나니 흑검대는 고립된 형국이었다.
상황을 살피던 장평하는 빠르게 결정을 내렸다.
“전원 산(散)! 누구라도 살아남아 이 소식을 흑사회에 전해라!”
장평하의 말에 흑검대의 신형들이 일제히 쏘아졌다.
무림맹, 하북 팽가의 무사들도 흑검대들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길목을 막으려고 했으나 장평하가 방해를 해 몇 명을 놓치고 말았다.
‘됐다! 소식만 알리면 된다! 비록 우리가 여기서 죽더라도!’
장평하가 도망가는 이들을 보며 안도를 할 때, 그의 눈앞에 순간 빛이 일렁였다.
‘…. 검?’
그들을 쫓아가는 건 사람이 아닌 검이었다.
이기어검.
송삼현은 자리에 가만히 서서 검을 날려 도망치는 이들의 뒤를 노렸다.
푹!
등을 관통하고.
푹!
가슴을 관통하며 빠져나가려는 이들을 모조리 쓰러트렸다.
“젠장!”
빠져나갈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장평하의 검은 포위망을 좁혀오던 하북 팽가 무인 한 명의 팔을 베었다.
그러나 검상이 깊진 않았다.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초절정 끝자락에 이른 무인의 검, 그 검에 하북 팽가와 무림맹 무사들은 쉽사리 접근하지 못했고 고태권이 상대하려고 할 찰나에 마훈이 검을 잡은 장평하의 오른손을 벤 뒤에 목에 검을 겨눴다.
스르르르륵.
검강이 연기처럼 통제되는 형태, 송삼현의 푸른 연기와 흡사했다. 그것을 본 장평하는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화경이라, 난 노력해도 닿지 못한 곳을 이들은 쉽게도 넘는구나.’
다른 흑검대원들도 모두 제압되자 그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 눈을 감았다.
“베시오.”
장평하는 더 이상 저항하지 않았다.
이미 자신이 어떤 짓을 해도 이길 수 없는 상대라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죽기 전에 백의검룡께 한 가지 여쭙고 싶은 게 있습니다.”
“뭐요?”
“강하다는 건 대체 무엇입니까?”
송삼현은 가만히 그를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나도 잘 모르오.”
“그토록 강해도 모른단 말입니까?”
“나도 전에는 그런 생각을 했었소. 강하다는 게 무엇일까? 진짜 내가 강한 걸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지만, 강하다는 것에는 딱히 정해진 답은 없는 것 같소.”
저번 삶에서도 이번 삶에서도 끊임없이 추구했던 강함, 허나 그 강함의 본질은 딱히 정해진 답은 없었다.
“다만 한 가지 깨달은 것을 이야기 해주자면.”
송삼현의 입에 모두가 집중했다.
“강하다는 건 무언가를 지킬 수 있는 힘이오.”
“… 지킬 수 있는 힘?”
“그게 목숨이 될 수도 있고 가족이 될 수도 있고 벗이 될 수 있소.”
“그러면 백의검룡께서는 무엇을 지키려고 이런 일을 벌였습니까?”
흑검대주의 말에 송삼현은 웃었다.
“웃음이오.”
“웃음···?”
“갓난아이부터 죽기 직전의 노부까지. 난 그들이 우는 날보다 웃는 날이 더 많았으면 좋겠소.”
흑도 무리가 들끓는 지금, 사람들은 서서히 웃음을 잃어갔다.
흑검대주 장평하는 송삼현의 말을 듣고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이해를 하곤 피식 웃음을 흘렸다.
“왜 우리가 당신을 이기지 못하는 것인지 알겠군요. 그럼 이제 베시오, 궁금증은 해소되었으니.”
“잘 가시오.”
촤아아아아아아악!
흑검대주 장평하의 목도 사휘도와 마찬가지로 땅에 떨어졌다.
*
하북 북동쪽의 홍릉현, 이곳에는 작은 마을이 하나 있었다.
그 마을로 송삼현 일행이 들어왔고 객잔에서 하루를 묵고 가기로 했다. 늦은 저녁을 먹은 뒤에 각자 방으로 올라가서 쉬었고 송삼현은 고태권, 팽도형과 앉아 앞으로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상의를 했다.
“난하 산맥까지는 이레 정도 남았습니다. 그 전에 난하강을 건너야 하는데 준화에서 격전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스윽.
고태권의 말을 듣고 송삼현은 품에서 서신을 하나 꺼냈다.
“오늘 진시까지의 흑사회 동태가 적힌 서신입니다. 이것을 보며 계획을 세우면 될 것 같습니다.”
무조는 매 시각 흑사회에 대한 정보를 보내줬다.
고태권은 그 서신을 보더니 적잖이 놀란 기색이었다.
“… 정보를 알아주는 분이 대단하시네요. 어디로 병력이 이동하고 어느 관문은 몇 명의 무인들이 지키고 있는지···. 상세하게 적혀있습니다.”
옆에서 서신을 보던 팽도형이 말했다.
“흐음, 난하강을 넘어가는 게 고비일 것 같습니다. 흑사회 녀석들이 거기를 필사적으로 사수하려고 할 거니까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준화를 넘어 난하강을 건너기 전에 흑사회가 어떻게 나올지···.”
“개방에서도 계속해서 정보를 보내주고 있으니 신중히 결정해야겠군요.”
이야기를 나눈 뒤에 각자 방으로 돌아가서 쉬려는데 객잔 밖에서 기척이 느껴졌다.
마치 자신을 부르는 것처럼 기운을 미세하게 뿜는 걸 느낀 송삼현은 창가에서 뛰어내려 숲길 안으로 들어갔다. 기운이 느껴지는 곳으로 가자 연못에 비친 달을 바라보며 홀로 서 있는 여인이 보였다.
“오랜만이네요.”
반갑게 인사를 하며 다가오는 여인, 백의에 면사포를 쓰며 얼굴 가린 여인은 명월루주였다.
“오랜만이오. 루주.”
*
“… 군사 어른, 어째서 그런 명령을 내리셨습니까.”
흑사회 본산도 바빴다. 한충건은 매일 올라오는 서신을 읽으며 정세를 살폈고 그런 그의 옆에서 흑매가 묻자 한충건은 서신에 답신을 쓰며 대답했다.
“흑염방주가 화계를 저질렀으니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그러면 답이 무엇이라고 보느냐?”
“….”
“선제공격이다. 저들이 방심한 순간 큰 피해를 입히는 거지.”
한충건은 무림맹과 충돌은 피할 수 없기에 비밀리에 만들었던 흑폭대에게 한 가지 지시를 내렸다.
‘무림맹 부대를 습격해라.’
무림맹의 명으로 오대세가와 구파일방, 명문 정파에서도 무사들이 모이기 시작했으나 아직 모두 모이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들이 모여 진격을 하기 전, 무림맹의 심장을 타격하겠다는 의미였다.
“전쟁을 이렇게 시작할 생각은 없었다. 보다 완벽하게 계획이 수립됐을 때, 실행하려고 했으나 화계로 인해 발발이 되었으니 그동안 준비한 것들을 사용해야 하지 않겠느냐?”
흑매는 한충건을 바라보며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천뇌께서 살아계셨다면 더 신중히 계획을 세우셨을 텐데···. 한 군사님은 감정적으로 일을 진행하시는구나.’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포권지례를 올리며 방에서 나왔다.
.
.
.
무림맹 부대가 지나는 운하산(雲河山).
깊은 산세에 신비한 강을 머금은 명산이었다.
늦은 밤, 무림맹은 이곳에서 야영을 하기로 결정하고 천막을 치며 야영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외곽에는 기감이 뛰어난 절정 이상의 무인들이 경계를 섰다.
“벌써 교대할 시간인가?”
“잠이 잘 안 와서 말이네. 들어가서 쉬게나.”
“하하하하! 나야 좋지! 그러면 뒷일은 잘 부탁하네.”
교대를 한 무인은 어딘가를 바라봤다.
그곳은 숲이었고 나무 위에 은신을 하고 있는 신형 하나와 눈이 마주쳤다.
끄덕.
그들은 인적이 없는 나무 근처로 모였다. 일곱 명의 흑사회 간자들이었다.
“어떻게 됐나? 제갈귀호가 묵고 있는 천막은 알아냈나?”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제갈귀호는 측근들을 제외한 이들에겐 철저하게 자신이 묵는 처소를 알리지 않았다.
“묵호대가 지내는 옆 천막으로 생각되네. 제갈귀호가 그곳으로 들어가는 걸 봤어.”
“… 그게 함정일 공산도 있지 않은가.”
“그러기엔 경계심이 전혀 없던 걸? 식사도 아무 의심없이 먹었고.”
“의심되는 처소는 총 세 곳이니 두 명, 두 명, 세 명 이렇게 가세나.”
그들은 은신술을 쓰며 천막으로 은밀히 접근했다. 그리고 품속에는 벽력탄을 하나씩 품었다.
스르르륵.
풀 위를 걸으며 제갈귀호가 묵는 것으로 예상되는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
어둠이 짙어 확실히 확인은 되지 않았으나 침상이 불룩 튀어나온 걸 보니 누군가가 자는 게 확실했다.
‘… 저건!’
흑의인 한 명이 제갈귀호가 늘 손에 쥐고 있는 백선을 발견했다.
‘여기가 맞다!’
그리곤 은밀히 접근해 침상에 검을 꽂았다.
푹!
“.. 어?”
하지만 감촉이 이상했다. 황급히 모포를 걷어보지만, 안에는 몇 겹으로 겹쳐진 모포만 있을 뿐, 아무도 없었다.
“하, 함정이다!”
이것이 제갈귀호가 판 함정이라는 것을 알았으나 그때는 이미 늦었다.
무림맹 군사들이 천막 주위를 포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무사들 사이에서 제갈귀호는 뒷짐을 지고 걸어 나왔다.
“…. 어찌 우리가 움직일 거라는 걸 알았지?”
“너희들만 간자를 심어놓은 줄 아느냐? 우리도 흑사회의 소식을 전해주는 간자들이 있다.”
무림맹도 오년 전부터 흑사회에 간자를 심어두고 그들의 정보를 빼냈다.
이렇게 간자가 존재한다는 것도 흑사회에 심은 간자들이 알려준 정보였고 제갈귀호는 간자들을 잡아내기 위해 일부러 산에서 야영을 하며 함정을 판 거였다.
“천하의 지혜를 품고 있다는 그대도 하나만 알고 둘을 모르는 모양이오. 모두 꺼내라!”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품에서 벽력탄을 꺼냈다.
“저승에서 봅시다.”
콰아아아아아아앙!
이곳만이 아니었다. 다른 곳에서도 모두 망설임 없이 자폭한 탓에 무림맹 군막은 엉망이 됐고 흑의인들은 모두가 죽임을 당했다.
다행인 것은 벽력탄의 여파로 다친 이들은 있었으나 죽은 이는 없었다.
“의원들은 부상자들을 속히 치료하라!”
“존명!”
삐이이이이익!
그때였다.
멀리서 감시조의 피리 소리가 들렸고 묵호대주와 창룡대주, 용호대주가 일제히 제갈귀호를 보호했다.
“… 저 새들은 대체 뭐란 말이냐.”
상공에 나타난 것들은 일반적인 무인들의 모습이 아니었다.
마치 새처럼 날개를 단 물체를 달고 있는 이들.
그들은 거친 바람을 타며 무림맹 천막이 쳐진 상공으로 날아왔다.
“궁수대는 무엇을 하느냐! 저것들을 떨어트려라!”
그 새들의 정체는 흑폭대였다.
한충건이 특별히 만든 부대, 그들은 새처럼 하늘을 나는 신기에 가까운 물체를 타고 상공에서 벽력탄을 떨어트렸다.
콰아아아아아아앙!
일반적인 벽력탄이 아닌 암기가 들어있는 개량형 벽력탄, 아무리 거리를 벌린다고 해도 폭발력때문에 멀리 있는 무인들에게까지 암기가 날아가 피해를 입혔다.
푹!
챙!
푹!
챙!
“벽력탄 안에 암기가 숨겨져 있다! 모두 거리를 벌리고 하늘에 있는 녀석들을 떨어트려라!”
창룡대주는 검풍을 날려 암기들을 땅에 떨어트렸다. 그리고 하늘을 나는 흑폭대에게 궁수대가 반격을 가했고 그들 중 몇몇은 화살에 맞고 땅으로 떨어져 그대로 죽었다.
“적들이 도망친다! 궁수대는 백 장의 거리까지만 추격하라!”
하늘을 나는 흑폭대는 오래 있지 못했다.
날개옷을 다루는 게 아직 완전히 숙달되지 않아 조작이 미흡했고 무게가 무거우면 날지 못하니 벽력탄도 한 개씩밖에 들지 못했다. 그들은 기습공격을 마친 뒤에 서쪽으로 날아갔고 무림맹 천막은 갑작스런 습격으로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
스윽
제갈귀호는 흑폭대가 사라진 곳을 보며 말했다.
“귀신같은 자들이로구나.”
전쟁은 그렇게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