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a penny from the Golden Tiger RAW novel - Chapter 111
발발(勃發) (2)
“흑폭대? 흑사회가 그런 부대를 만들었단 말이오?”
나와 명월루주는 연못을 바라보며 담소를 나눴다. 그러던 중 나온 흑폭대의 존재, 무조는 왜 그런 걸 나에게 보고를 안 한 거지?
“예, 개량된 벽력탄을 사용하는 부대라고 합니다. 흑사회 내부에서도 은밀하게 만든 부대라 알아내는 데 적잖은 시간이 들었지요.”
“…. 은밀하게 만든 부대라.”
“예, 그래서 무조도 알아내는 게 쉽지 않았을 거예요.”
무조라는 말이 나오자 명월루주를 바라봤고 명월루주는 방긋 웃었다.
“대협의 정보책이 무조라는 건 정보를 다루는 세력 중, 모르는 이들이 없습니다.”
“하긴 그렇겠군.”
무조의 정보를 이용해 여러 일을 했으니 그게 알려지는 게 이상한 건 아니었다.
“흑폭대는 이상한 물건까지 휴대했다고 해요.”
“이상한 물건?”
“새의 날개처럼 생긴 거로···. 이런 거예요.”
품에서 무언가 서신을 꺼냈다. 무슨 물건의 설계도로 보였다.
‘날개? 설마!’
“이것들이 비천의(飛天衣)를 만들었다는 건가!”
“비천의···? 이것의 이름이 비천의라는 겁니까?”
저번 삶의 기억을 뒤져봐도 흑폭대라는 부대는 따로 없었다.
벽력탄도 일반 흑사회 무인들이 다뤘지, 그것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부대는 존재하지 않았다. 더구나 비천의라니, 비천의는 전쟁의 끝자락에서 만들어진 흑사회의 신물이었다. 그게 벌써 만들어졌다고?
설마.
천뇌가 죽은 것 때문에 미래가 바뀌는 건가.
무조가 알려준 천뇌의 죽음, 처음에는 적잖이 놀랐다.
전쟁이 끝나기 전까지 흑사회를 이끌며 마교와 함께 정파를 궁지로 몰아넣은 천재 군사가 죽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허나.
지금까지 벌어진 일.
천뇌가 저번 삶에서 한 일과는 차원이 달랐다.
한충건이 흑사회의 새로운 군사가 되어서 처음 만든 게 흑폭대라면 내가 아는 미래와 완전히 달라진다.
“… 한충건, 천뇌와는 완전히 다른 성향이군요.”
“그렇습니다. 천뇌가 능구렁이라면 한충건은 독사처럼 일을 꾸미고 있습니다.”
내가 머리를 굴리는 사이, 명월루주가 차를 한 모금 마시더니 말했다.
“비천의라는 건 뭡니까? 하늘을 나는 것 같은 도구처럼 보이는데요?”
“말 그대로입니다. 하늘을 나는 옷이지요. 허나 허점도 있습니다. 바람이 불지 않으면 통제가 불가능합니다.”
“그렇군요. 대협은 이 정보를 어찌 아시는 거지요? 무조가 알려준 겁니까?”
“무조도 모릅니다. 그냥 어쩌다 보니 알게 됐습니다.”
내 애매한 대답에도 명월루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보다 비천의의 약점, 그걸 제갈귀호에게 서신을 보내야한다. 이것들이 갑자기 하늘에 나타나면 그보다 무서운 적은 없으니까.
“중요한 소식이 하나 더 있습니다.”
“그게 뭐요?”
“강호와는 상관이 없는 일이긴 하오나, 대협과 인연이 있는 진왕가에 변고가 생겼습니다.”
*
진왕(辰王).
현 황제에게 가장 총애받는 왕이었으나 지금은 쫓기는 신세가 됐다.
‘황제 병환.’
어릴 적부터 몸이 아파 후계자를 낳지 못한 황제가 병상에 누우면서 환관들이 정세를 어지럽혔고 그들은 올곧은 진왕보다 이익을 좇는 묵왕이 다음 황위를 이어주길 바랐다.
“강호에서 무림맹이 흑사회와 전쟁을 벌였다고 합니다.”
“흑사회? 묵왕이 뒤를 봐주는 곳이 아닌가.”
“이번 역적 누명도 흑사회가 뒤에서 공작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진왕은 환관들에게 눈엣가시였다. 환관들이 뒤에서 황제를 조종하려고 할 때면 늘 진왕이 그 앞을 막아 일을 방해했다. 그래서 그들은 묵왕이 진왕을 밀어내는 데 조금 도움을 줬고 그 시발점이 ‘성벽 공사’였다.
장부를 조작해 자재비를 빼돌려 착복하고 몰래 북쪽의 이민족들과 내통했다는 누명까지 씌워버렸다.
“황제가 계셨으면 얼토당토않은 일이긴 하지만 이 기회를 놓치면 진왕을 무너트리는 건 불가능하지요.”
“묵왕께서는 황성에 언제 도착하십니까?”
“어제 신시에 출발하셨다는 전갈이 왔으니 나흘 뒤면 도착하실 겁니다.”
“진왕은요?”
“가족들을 은밀히 빼돌렸다고 합니다. 현재 수색대를 꾸려 쫓고 있으니 곧 행적이 나올 겁니다.”
“하하하하하하! 천하의 진왕도 역적 누명은 어쩌지 못하는군요!”
환관들이 어지럽힌 정세.
환관들은 다음 황제가 즉위해도 권력을 손에 쥐고 싶어 묵왕의 편에 서서 유리한 정국을 만들었다.
“허나 한 가지 걱정인 게 있습니다.”
“걱정이요?”
“진왕의 사람들입니다.”
“상관없습니다. 누구라도 진왕을 도와주는 낌새만 있다면 바로 역적 은닉으로 몰아가면 되니까요.”
“하하하하! 이렇게 보니 강호에 변이 일어난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됐군요.”
“그게 무슨 말이오? 강호인들과는 불가침이니 상관없지 않소?”
“말이 불가침이지, 몰래 도움을 받기도 하지 않습니까.”
키가 작은 환관의 말대로였다.
‘강호와 관은 불가침이다.’
강호가 세워질 때, 많은 피를 흘렸고 시체가 산처럼 쌓여서 경계를 세운 것이 불가침이었다.
허나 그들의 도움을 받는 것은 은밀하게 행해지기도 했다.
“그건 그렇지, 진왕이라면 강호인들도 많이 알 터이니.”
“어쨌든 진왕이 빠져나갈 구멍이 없게 더 옥죄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아예 교지를 조작하든가 해서 말이지요.”
“교지를 말입니까?”
“어차피 황상께서 저리 누워계시는데 어찌 아시겠습니까? 조 승상을 꼬드겨 진행하시지요.”
오늘내일하는 황제는 그들에게 있어서 이용하기 좋은 꼭두각시에 불가했다.
*
‘진왕 전하가 장가구의 성벽 작업을 하던 중, 역적 누명이 씌워져서 쫓기고 있습니다.’
‘진왕께서는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인척들도 등을 돌리는 바람에 갈 곳이 없어. 지금 금호장의 보호를 받고 계십니다.’
‘… 다른 이들도 아오?’
‘아니요. 이 사실은 저밖에 몰라요. 아! 무조라면 알 수도 있겠네요.’
엊그제 명월루주의 말을 듣고서 그 말들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산에서 야영하는 중에도 계속해서 잡생각이 들었고 다른 이들이 모두 잘 때, 난 잠이 오지 않아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딜 가십니까?”
마훈이 자다가 일어나서 날 호위하려고 했지만, 난 손을 저었다.
“됐으니 잠시라도 눈을 붙이거라, 이틀 동안 못 자지 않았느냐.”
“… 하지만.”
“됐으니까. 자라, 명령이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조심하십시오.”
따라오겠다는 마훈을 다시 재운 뒤에 달이 잘 보이는 곳으로 나왔다.
스르르륵.
느껴지는 인기척.
황룡대가 펼친 수색망을 지나올 정도의 무림인은 얼마 되지 않았다.
“… 무조. 너에게 할 말이 있다.”
그는 무조였다.
“하명하십시오. 주인이시여.”
저벅.
“진왕 전하께 역적 누명이 씌워져 금호장에 몸을 의탁하고 계신다는 걸···. 알고 있었나?”
“예.”
무조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어째서 나에게 보고를 하지 않았느냐?”
“… 주인께서 저에게 명하신 건 천월신교와 흑사회의 동태지, 진왕의 동태가 아니지 않습니까?”
“흑사회가 흑폭대를 만들었다는 건?”
“알아냈으나 조금 더 정확하게 파악한 뒤에 보고하려고 했습니다.”
“비천의를 아느냐?”
“하늘을 나는 옷 말입니까? 얼마 전에 무림맹이 그것에 당했다는 보고를 들었습니다. 예상으론 흑폭대의 소행이 아닐까 싶습니다.”
무조는 내 눈치를 살폈다.
“혹여···. 진왕의 동태를 알리지 않아 신경 쓰이셨습니까?”
“아니다. 단지 내가 이리 화가 나는 건.”
탁.
“중원 제일의 정보조직을 두고서 왜 그런 정보를 다른 이에게 전해 듣게 하느냐는 거다.”
무조는 저번 삶에서도 중원 최고의 정보 조직이었다.
그런 조직이 어째서 명월루보다 나에게 보고하는 게 늦을까? 난 그게 의아했다.
“죄송합니다. 주인께 보고를 올릴 때는 확실한 정보로 보고를 올리려고 했습니다. 단순히 그들의 정체가 아닌 그들의 숫자, 그들이 입는 것과 먹는 것, 자는 시각과 일어난 시각, 근무를 선다면 어디에서? 흑사회가 그들을 움직이는 곳은 어디인가? 그 모든 경우의 수를 조사해서 보고하려 했습니다. 그래야 주인께서 길을 잘못 가시지 않을 테니까요.
그래.
이거였다.
무조가 명월루보다 높은 영향력의 정보조직으로 군림할 수 있었던 것, 그것은 바늘에 실을 꿰듯 적들의 옷 속까지 조사하는 집요함이 있기 때문이었다.
“…. 미안하다. 내가 신경이 곤두섰구나.”
“아닙니다. 주인이시여, 괜히 신경 쓰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스윽.
“그리고 조금 전에 말씀드린 흑폭대의 모든 정보입니다.”
전해준 서신 안에는 명월루주가 얘기해줬던 것보다 더 많은 정보가 담겨 있었다.
“이것도 받아주십시오.”
또 다른 서신이었다.
“이게 뭐지?”
“천라지망을 펼친 흑사회 방파들의 목록입니다. 인원과 그들이 사용하는 무공, 어떤 지점이 약한지, 조사를 끝냈습니다.”
“고생했다.”
“그러면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무조가 가려고 할 때.
“무조.”
“예, 주인이시여.”
“나를 선택해줘서 다시 한번 고맙다.”
스윽.
무조는 한쪽 무릎을 꿇었다.
“이리 훌륭한 주인을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주인계서 원하시는 바를 이룰 수 있도록 견마지로(犬馬之勞)를 다 하겠습니다.”
*
화르르르륵.
곤륜산에 있는 곤륜파의 전각이 화마에 휩싸였다.
마교에게 기습을 당해 큰 피해를 입었고 곤륜파 태허진인(太虛眞人) 학표운은 피를 토하며 한쪽 무릎을 꿇었다.
“태사부님!”
“장문인께서!”
“으으으으으으으! 이 악랄한 놈들! 커헉!”
곤륜파의 도사들은 대응하면서 마교도들을 죽였으나 독고룡의 압도적인 무공 앞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촤아아아아아악!
학표운은 태허도룡검법으로 앞을 막은 마교도의 허리춤을 베었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마교도를 죽여도 죽여도 계속해서 나타나니 서서히 힘에 부쳤고 사특한 기운을 뿜어내는 이들을 바라봤다.
‘사마장(四魔將)까지 대동하고 중원으로 나왔다니···. 이것들이 전쟁을 일으키려고 작정을 했구나.’
휘이이이잉.
산발이 된 학표운의 흰 머리가 허공에 휘날렸고 입가에서는 피가 흐르며 어딘가를 노려봤다.
사마장의 보호를 받으며 서 있는 사람은 천마 독고룡이었다.
“역시 우리와 매해 싸우는 곤륜 답소. 급습했으나 이리 신속히 대응하는 걸 보니.”
곤륜파와 마교.
그들은 서로의 경계에 접해있어 쉬지 않고 접촉했다.
그러면서 많은 사상자가 발생해 서로만 보면 으르렁거리는 견원지간(犬猿之間)이 됐다.
“… 하늘이 두렵지도 않소! 중원에 또 어떤 혈겁을 일으켜야 만족을 할 거요!”
“그대들이 우리를 핍박한 것을 그대로 갚아주는 거요. 그게 왜 잘못이라고 보오?”
“…. 천벌을 받을 거요.”
그 말에 독고룡은 하늘을 올려다봤다.
금방이라도 비가 올 듯 먹구름이 가득했고 달빛이 구름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스르르르르륵.
맨손으로 허공을 긋자 그의 손이 가는 대로 구름이 갈라졌다.
“이, 이게 무슨···.”
구름에 가려졌던 달이 갈라진 틈새로 밝게 빛났다.
“하늘이 뭐가 두렵소? 이리 베어버리면 그뿐이거늘.”
현경에 올라 신의 경지에 들어선 독고룡을 바라보는 학표운의 입은 허탈한 웃음을 머금었다.
“그 하늘이 그대의 걸음을 막을 거요.”
촤아아아아아악!
“얼마든지.”
독고룡의 손이 허공을 긋자 구름이 갈라진 것처럼 태허진인 학표운의 목도 갈라졌다.
뚝.
장문인의 머리가 떨어지자 곤륜파 도사들은 피눈물을 흘리며 울부짖었고 곧 곤륜파 장원에는 그 어떤 소리도 들려오지 않게 됐다.
그곳에서 일 리가 떨어진 거리.
무림맹의 첩보부대가 이 참극을 목격했다.
“…. 곤륜이 무너졌습니다.”
“속히 이 소식을 맹에 전해야 한다!”
서신을 적은 무림맹의 첩보원은 전서구를 띄웠다.
그 전서구는 곧 무림맹을 통해 중원 전역으로 퍼졌다.
[급보! 마교가 중원으로 침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