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a penny from the Golden Tiger RAW novel - Chapter 112
흑사회 (1)
산서성 십언.
산서성 최고의 무림맹 지부가 있었고 전쟁을 위해 각 세가와 문파들이 집결하는 곳이었다. 지부의 안에서 잠시 차를 마시며 쉬고 있던 제갈귀호에게 비보가 전해졌다.
“곤륜파가 말이냐!”
지부장과 차를 마시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마교의 동태를 살피던 첩보 일대에서 보내온 정보입니다! 마교의 수는 오백 이상! 계속해서 그 세가 불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마교의 후발대가 있다는 것이냐?”
“예, 천산 산맥 근방에 보낸 첩보 삼대의 말에 따르면 후발대는 야밤을 틈타 중원의 경계를 넘는다고 전해왔습니다.”
“…. 태허진인께선? 무사하신 거냐? 다른 곤륜의 도사들은?”
마교에게 급습을 당했다면 큰 피해가 있을 것이 분명했다.
무엇보다 생사가 중요했다.
제갈귀호의 말을 들은 천인부는 쉽게 말을 잇지 못했고 그가 머뭇거리는 본 제갈귀호는 어느 정도 예상했다. 그리고 천인부의 입이 열렸다.
“곤륜의 도사들은 참혹하게 죽임을 당했고 태허진인께서도 피하지 않으시고 끝까지 항쟁하다 죽임을 당하셨다고···.”
천인부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제갈귀호는 태허진인 학표운이 죽었다는 것을 듣고 충격에 빠졌다.
‘태허진인께서? 말이 안 된다. 화경의 초입에 드신 분을 어찌!’
태허진인 학표운은 강호에서 십 대 고수의 반열에 들 만큼 귀중한 사람이었다.
화경 초입에 든 고수 중의 고수.
그런 자가 죽었다는 건 제갈귀호도 미처 생각하지 못한 일이었다.
“혹, 사마장이 움직였느냐?”
“사마장 모두가 곤륜에서 확인되었습니다.”
사마장(四魔將), 강호에서 악명이 자자한 네 명의 마귀들로 천월신교 최고의 고수들이었다.
‘그렇다면 태허진인의 죽음은 사마장의 짓인가.’
전쟁 때문에 사마장이 움직일 거라는 건 알았으나 네 명이 다 움직일 거라는 건 예상에서 벗어난 일이었다.
“그들은 어디를 향한다고 하더냐?”
“현재 마교도들은 빠른 속도로 이동 중, 다음 예상지는 서형산입니다!”
“서형산이라면···. 이것들이 사천당가로 향하는 거로군!”
“그렇게 파악됩니다! 그래서 보고 올리기 전, 사천당가에 서찰을 보내놨습니다!”
원래 제갈귀호가 예상하고 있던 건 흑사회와 천월신교의 합류였다. 그래서 송삼현이 흑사회를 처리할 때까지 천월신교의 발목을 잡아놓으려고 했다.
그런데 귀주성이 아닌 운남성과 사천성의 경계에 있는 사형산을 넘는다? 그러면 답은 하나뿐이었다.
“이것들이 흑사회가 몰린 상황에 다른 쪽에서 영역을 넓히려는 수작인 거구나.”
합류가 아닌 전쟁.
그들은 흑사회가 북서쪽에서 송삼현을 비롯해 다른 이들을 붙잡고 있는 동안, 다른 곳에서 빠르게 영역을 넓히려는 거였다.
“갑 계획은 폐쇄! 을 계획으로 변경한다!”
“을 계획이라면!”
보고하던 천인부는 깜짝 놀랐다. 갑 계획은 천월신교가 흑사회에 합류하는 것을 계획이었으나 을 계획은.
“수비 태세가 아닌 공격 태세를 갖춰라, 저들이 다른 생각을 품었다면 우리도 그것에 맞게 대응해야겠지.”
수비가 아닌 공격이었다.
*
그 시각, 북서쪽에선.
“대협께서 가져온 정보의 정확도가 대단하네요. 이 정보대로면 흑사회와 충돌을 최소화하며 준화까지 접근할 수 있을 겁니다.”
고태권은 송삼현이 건네준 정보를 보며 놀랐고 그건 팽도형도 마찬가지였다.
‘우리의 영역인 하북 지대라 우리가 가진 정보가 가장 우수하다고 여겼는데···.’
무조가 가져온 정보는 하북 팽가가 가진 정보보다도 정교했다.
“여기선 이쪽이군요.”
“아, 거기로 가면 흑사회와 마주칠 공산이 있으니, 돌산을 올라가야 합니다.”
“천라지망에서 제일 약한 지점은 이곳입니다! 황룡대가 앞에 서겠습니다.”
무조가 전해준 정보 덕분에 치밀한 그물망처럼 펼쳐진 흑사회의 천라지망을 미꾸라지처럼 빠져나와 예상보다 이틀은 빠르게 준화에 도착할 수 있었다.
준화는 예로부터 이민족의 침입이 많고 죽은 이들이 많아 폐허로 남겨진 곳이었다.
일반적인 마을보다 곱절은 되는 크기, 그러나 사람이 사는 흔적은 오래전에 끊겨 남아 있지 않았다.
스르르르륵.
마을은 짙은 악기(惡氣)를 품고 있었다.
‘흑사회 놈들이 저 근방으로 진을 쳤구나.’
잠시 준화를 바라보다가 발걸음을 돌렸다.
“여기서 다른 분들과 합류하는 거지요?”
준화에서 삼 리는 떨어진 곳, 그곳엔 예전 한 문파가 지냈던 폐허가 있었다.
“그렇습니다. 무림맹의 전갈을 받은 이들이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아! 저기 계시네요.”
그곳에는 송삼현을 기다리는 이들이 있었다.
폐허가 되어 엉망인 장원에서 손에 음식을 묻혀가며 허겁지겁 먹는 거지들, 그리고 가장 상석에서 술을 마시던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굼벵이들이 이제야 오는구나.”
그는 개방주 취하걸이었다.
악취를 풍기는 옷에 떡을 진 머리, 수염에는 술이 묻어 있었다.
개방주의 신물인 타구봉을 질질 끌며 다가온 취하걸을 향해 고태권은 포권지례를 올렸다.
“황룡대주 고태권이 개방주님을 뵙습니다.”
고태권이 공손하게 예를 갖추자 송삼현을 비롯해 남은 이들도 예를 갖췄다.
“거지 놈한테 예는 무슨! 따라오거라.”
개방주의 뒤를 따라서 간 곳은 건물 안이었다. 그곳엔 개방의 정예, ‘십인걸(十人傑)’ 이 있었다.
누워서 자는 사람, 술을 마시며 농땡이를 부리는 사람, 밥을 먹는 사람, 그들은 남들의 시선 따위는 신경 쓰지 않은 채, 자유롭게 행동하고 있었다.
“거지새끼들아! 농땡이 부리지 말라고 했지!”
취하걸의 입에서 거친 말이 나오자 뒹굴거리던 열 명의 십인걸 고수들은 하품하며 불만을 토로했다.
“아! 방주! 어젯밤에도 잠도 못 자고 흑사회 동태를 살피지 않았수! 좀 쉬면서 합시다!”
“이러다 거지가 굶어 죽는 것보다 일하다 과로로 죽겠소. 거지의 명예는 굶어죽는 거지! 과로로 죽는 게 아니지 않소!”
“… 거지의 명예? 그게 무슨 참신한 개소리더냐, 네놈 어제 개 한 마리 주워오더니, 그걸 삶아 먹었느냐?”
멍!
십인걸 한 명은 자기 팔뚝만 한 개를 품에 꼭 끌어안으며 말했다.
“우리 복슬이를 잡아먹다니! 아무리 배를 곯아도 자식은 안 먹소! 누굴 거지로 아나!”
“네놈은 거지다! 거지가 가릴 게 무엇이냐!”
딱!
타구봉으로 머리를 때리자 맞은 이는 머리를 부여잡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아니! 타구봉을 그리 험하게 다루는 사람이 어디 있소! 전대 방주님이 오시면 방주 머리부터 후려갈길 거요!”
“그 전에 내가 네 머리를 갈겨주마. 이리 오거라.”
“아악! 살려주시오! 방주!”
개방의 높고 낮음은 분명했으나 자유로움이 있었다.
일개 방원들이 방주에게 이리 대하지는 못했으나 장로급들은 방주와 농담도 주고받을 만큼 편히 지냈다.
그렇게 농담을 하던 십인걸 고수들의 시선은 개방주를 따라서 온 이들을 향했고 송삼현을 본 십인걸의 필두 묵휘가 말했다.
“오! 저자가 백의검룡이군! 이 사태의 원흉!”
“원흉이라는 표현은 좀 격한 거 아니야?”
“그런가? 아! 기분이 상했다면 사과하겠네.”
“왜 나한테 사과를 해? 당사자한테 해야지?”
그들이 자기들끼리 웃고 떠드는 사이, 송삼현은 개방주의 뒤를 따라 담소를 나눌 수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방으로 들어온 사람은 송삼현, 고태권, 팽도형이었다.
개방주는 문이 닫히자 곧바로 본론부터 말했다.
“이 근방은 무림맹 영역이 아니라 흑사회의 영역이라는 건 알고 있겠지?”
취하걸의 물음에 송삼현이 대답했다.
“예. 더구나 준화는 오래전부터 폐허로 있던 곳이라 지역을 잘 아는 흑사회가 함정을 파놓고 기다릴 공산이 큽니다.”
“젊은 녀석이 보는 눈이 있구나, 강호에 떠도는 소문이 과장 된 게 아니었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너의 말대로다. 흑사회 놈들이 도처에 벌레처럼 깔렸으니 그냥 지나가는 건 어렵다.”
개방주는 그동안 얻은 정보를 공유했다.
준화에 관한 상세한 정보였다. 그리고 송삼현도 무조에게 받은 정보를 내놓았고 그렇게 여러 가지 방책을 세우기 시작했다.
한 시진 후.
그제서야 회의는 끝이 났다.
“이 길로 개방의 늙은이들도 너에게 합류할 것이니 그리 알거라.”
“… 감사합니다.”
“감사는 개뿔, 어차피 할 일 없이 밥만 축내는 녀석들 밥값 하는 거니 신경 쓸 거 없다.”
개방주가 손을 휘적거리며 밖으로 나가다 말고 무언가 생각났는지 발을 멈췄다.
“아, 그리고 또 하나.”
개방주의 말에 걸음이 멈췄다.
“용천회주, 그 늙은이가 준화에 왔다는구나.”
*
준화, 폐허가 된 마을에 있는 흑사회 지부.
낡아서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한 나무 기둥이 받치고 있는 커다란 회의장 안은 흑도들로 북적였다.
워낙 간악한 이들이라 그들은 묘한 신경전을 벌였고 서로를 바라보며 으르렁거렸다.
“아무리 내가 매력적이게 생겼더라도 그만 좀 보지? 그 눈을 뽑아버리기 전에?”
“그 주둥이는 아직 교육을 덜 받은 모양이구나. 이리 와보거라, 입을 잘라내 불에 구워주마.”
“이래서 창악문 녀석들을 상종해서는 안 되는 건데.”
“너희 검악문은 어떻고! 제대로 된 놈들은 흑검대로 가고 지금은 제대로 된 녀석들도 없잖아!”
금방이라도 서로를 죽일 기세를 분출했지만, 곧 각 방파의 우두머리들이 들어오자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해졌다.
‘흑사오룡방(黑死五龍房).’
다섯 개의 방이 연합한 곳으로 송삼현에게 멸문당한 지룡방이 여기 소속이었다.
“지룡방이 백의검룡에게 사라졌으니, 수룡방이 회의를 주도해야겠군.”
수룡방주 도태구가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을 보는 이들에게 포권지례를 올렸다.
“수룡방주 도태구입니다. 흑사오룡방을 비롯해 다른 방파에서 온 분들도 환영합니다.”
이 자리에는 흑사오룡방만 있지 않았다. 흑사회의 전서구를 통해 준화로 온 고수들도 많았기에 수룡방주는 최대한 예를 갖췄다. 살짝 고개를 돌려본 곳에는.
‘사파 백대 고수들도 있구나.’
흑사회를 대표하는 이들이 대거 있었다.
인사를 마친 수룡방주는 커다란 책상에 준화 근방의 지도를 펼치고 이곳저곳에 돌을 두었다.
“제일 중요한 백의검룡의 행적이 이곳 계주에서 사라졌습니다.”
“계주라면···. 황야관장성(黄崖关长城)이 있는 곳이 아닌가.”
“그곳 너머부터 흑사회의 영역이니 기척을 숨긴 거로군.”
황야관장성은 거대한 만리장성 일부분이었다.
그 밖은 온전한 흑사회의 영역.
그렇기에 송삼현의 행적을 놓친 것은 큰 불찰이었다.
“현재 수색조 천 명을 풀어 행적을 쫓고 있으나 백의검룡의 행선지는 이곳 준화가 될 거라는 것이 한 군사님의 생각이십니다.”
가만히 앉아 있던 노인이 손을 들었다. 그는 사파 백대 고수 중 일인인 흑백노귀 하채선이었다.
등이 굽은 곱추처럼 보였으나 여기 있는 누구도 함부로 할 수 없는 기운을 머금은 자였다.
“말씀하십지요, 흑백노귀 하채선님.”
“… 의아하군, 절정에 이른 이들이 전방위(全方位)로 천라지망을 펼치고 있지 않았는가? 그런데도 빠져나갔다고?”
“예, 천라지망의 가장 약한 부분을 돌파해 흔적을 감췄습니다.”
“귀신 같은 자로군, 흑사회의 천라지망을 아무렇지 않게 돌파하다니.”
“계속해서 회의를 진행해도 될까요?”
“아, 그러게.”
수룡방주는 얻은 정보를 계속해서 말했고 하나같이 송삼현에게 피해만 본 내용이라 흑사회 무인들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저희가 주의해야 할 것은 이곳입니다. 준화와 난하강, 특히 이 난하강을 건너면 바로 흑사회 본산으로 이어지니 흑사회 입장에선 반드시 막아야 하는 길목이지요.”
“백의검룡의 무위는 회주님도 능가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막을 방도는?”
“한 군사님께서 계책을 일러주셨습니다.”
“계책?”
그 계책을 말하려고 할 때, 회의장 문이 열리며 거구가 들어왔다.
쿵.
“내가 늦었군.”
구척이 넘는 커다란 체구.
왼쪽 팔이 없지만, 그가 내뿜는 기운은 주변의 모두를 압도하고도 남았다.
흑백노귀 하채선도 그저 바라만 볼 뿐 섣부르게 말을 하지 못했고 패기 넘치는 몇몇 젊은 무인들이 화들짝 놀랐다.
“용천회주님!”
“계책이라는 게 설마!”
그는 일전에 송삼현에게 패배하며 왼쪽 팔을 잃은 용천회주 혁련서권이었다.
“내가 무림맹을 떠날 때, 두고 온 팔 값을 받을 일이 있어서 왔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