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a penny from the Golden Tiger RAW novel - Chapter 114
흑사회 (3)
그 시각.
독고룡이 이끄는 천월신교는 사천당가를 급습했다.
허나.
그곳엔 사람이 없었다. 멀리서 사람으로 보이던 것들은 짚으로 만든 허수아비들이었다.
“… 비었군.”
“이것들이 꽁무니를 뺀 것 같습니다.”
“사천당가의 동태를 살피던 녀석들은?”
독고룡의 말에 다섯 명의 마교도들은 황급히 다가와 무릎을 꿇었다.
“여기 있습니다!”
다섯 명의 마교도들은 감히 고개를 들지 못하고 이마를 땅에 박았다.
주르르르륵.
이마에서 피가 나왔으나 그들은 목이 찢어질 듯 소리쳤다.
“죄송합니다! 이것들이 허수아비를 세워놓을 줄은!”
사마장 중, 성격이 제일 괴팍한 독마장 천신후가 그들에게 다가갔다.
“사천당가가 빠져나가는 것을 보지 못했느냐?”
“그, 그것이.”
“이것들이 발이 빨라 추적조로 뒀더니! 이런 실책을 범하는구나! 너희들은 이것들이 사람으로 보이느냐!”
허수아비 하나를 거칠게 바닥에 던지며 말하자 마교도들은 이마를 더 세게 찧었다.
“죽여주십시오!”
바들바들 떠는 마교도들은 고개도 들지 못했다.
촤아아아아악!
독고룡은 가장 오른쪽에 있는 자의 목을 사정없이 베어버렸다.
“죽여달라면 죽여줘야겠지.”
사람을 죽이는 데 아무런 감정이 없는 눈이었다. 한겨울 눈보라 길을 걷는 것처럼 서늘한 눈빛이었다.
“너희들은 신교가 중원에 나와 전쟁을 일으킨 연유를 뭐라고 생각하느냐?”
“시, 신교의 사람들이 더 넓고 쾌적한 환경에서 살기 위해서입니다!”
천월신교는 중원에서 배척당한 이들이 모여든 곳이었다. 그래서 그들에겐 자연스레 중원에 복수하고 싶은 심리가 가득했다.
[ 척박한 땅 ]
[ 굶주린 사람들 ]
[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 ]
이것이 복수심리에 사로잡힌 그들이 내세운 명분이었다.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알 터인데도 이런 실수를 범하다니, 죽어도 상관이 없겠지?”
독고룡은 남은 이들의 목도 가차 없이 베었다.
잠시 후, 사천당가의 장원이 불타는 것을 본 독고룡을 발걸음을 돌렸다.
그리고 그때, 검은 매 한 마리가 날아왔다.
“암운뇌마께서 보내신 전갈입니다.”
매는 곧 낮게 날며 독고룡 곁에 있던 참모의 팔에 앉았다.
“독고룡님께 보내는 소식입니다. 무림맹의 선발대가 이곳으로 오는 중이라고 합니다.”
“… 무림맹 선발대라. 그 수는?”
“여기 적힌 수는 사백육십 명 정도입니다.”
“사백육십이라.”
“예, 어찌하시겠습니까?”
독고룡을 불타는 사천당가의 전각을 바라보며 웃음을 지었다.
“모조리 죽여버려야지. 신교의 꿈을 위해서.”
신교의 꿈?
아니다. 이건 단지 그들의 사사로운 욕심이었다.
하지만 어쩌겠나.
결국, 이긴 자의 욕심이 명분이 되는 것이니까.
*
눈앞에 나타난 혁력서권은 마지막에 봤을 때보다 조금 야위어 보였으나 눈빛은 여전했다.
‘맹수 같군.’
먹잇감을 노리는 맹수의 눈이었다.
“아직 서문가후님 곁으로 안 가셨습니까?”
혁력서권은 신경을 긁는 내 물음에도 화를 내지 않았다. 오히려 침착하게 대응했다.
“입도 검만큼 거칠구나.”
“원래 이렇게 생겨 먹은 입이지요.”
“하하하! 여전히 오만하고!”
“회주님만 하겠습니까.”
“이놈아! 너 혼자서 여기에 모인 흑사회 무리를 모조리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주변을 가리키는 혁력서권의 손을 따라 시선이 따라갔다.
땅 위는 물론 건물 안, 지붕 위, 흑사회의 천라지망이 물 샐 틈도 없이 치밀하게 짜여 있었다.
‘사파 백대 고수들의 면면도 보이는군. 그리고 수는 천 오백이 조금 넘는 숫자인가.’
죄다 저번 삶에서 무고한 이들을 도륙하고 정파에 피해를 준 악귀들이었다.
흑백노귀.
창안도귀.
풍천대검.
흑사권마.
.
.
.
.
말해도 말해도 끝도 없는 자들이었다.
특히 흑백노귀는 어린아이들을 잡아먹으며 내공을 익히는 사특한 마공을 익힌 자였다.
사, 살려주세요.
한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그 아이들의 양기를 빨아 죽게 한 자.
아직도 그때 아이들이 말라비틀어져 죽어간 것이 선했다.
그 밖에도 처녀들의 피가 무공 상승에 도움을 준다고 처녀들을 잡아다가 죽여버린 ‘여혈귀(女血鬼)’.
사람들의 심장이 무공 상승에 도움을 준다고 하여 산 채로 심장을 뜯어버린 ‘혈수광견(血手狂犬)’.
그 외에도 수두룩했다.
‘그래.’
스릉.
‘어차피 죽었어야 할 놈들, 이 자리에서 모조리 죽여주마.’
청월에 감기는 푸른 연기, 혁련서권이 있는 곳으로 순식간에 검을 휘둘렀다.
촤아아아아악!
떨어진 거리는 열 장, 허나 검강이 길어지며 거리는 가까워졌고 검격을 느낀 혁력서권은 황급히 뒤로 물러났으나 오른쪽 팔뚝이 살짝 베여 피가 나왔다.
“몸놀림이 그새 빨라지셨습니다?”
“언제까지 그 입을 놀리는지 두고 보자꾸나!”
나에게 신형을 날린 혁련서권의 외투는 벗겨졌다.
그러자 드러나는 몸, 오른팔에는 여전히 화려한 금색 권갑을 차고 있었으나 떨어져 나간 왼팔 부분이 이상했다.
‘저건 뭐지?’
무언가가 돌돌 말려져 있었다. 허나 그게 무엇인지 파악하기 전에 혁련서권의 오른팔에서 매서운 권격이 뻗어 나왔다.
‘태룡신권.’
그를 ‘천하제일권’으로 만든 권법이었다.
쩌억!
혁련서권의 권격을 검 등으로 받아냈다.
내공과 내공의 충돌.
“쿨럭.”
혁련서권은 내공 싸움에서 밀려 내상을 입었으나 손을 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내공 운용을 더 하더니 무식하게 권격을 내질렀다.
스륵.
검으로 권격을 살짝 흘리며 그대로 목을 베기 위해 검을 뻗었다.
유운검법의 묘리, 부드러움, 그것으로 목을 취하려고 했으나.
카가가가가가가각.
검이 막혔다.
“요상한 귀물을 얻으셨습니다.”
왼팔에 감긴 게 풀리며 혁력서권을 보호한 거였다.
언뜻 보면 구절편처럼 보이지만, 그보다 가늘고 길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단단했다.
촤르르르르륵.
수비만이 아니라 공격도 가능했다.
구절편보다 공격 범위가 길었다.
일장, 이장···. 오장까지? 아니, 내공을 주입하면 그 이상으로 늘어난다.
쐐애애애애액!
내 왼쪽 허벅지를 뚫을 기세로 날아왔다.
콰가가각!
검강을 둘러서 베려고 했으나 베이지도 않았다. 튕겨내는 게 고작이었다.
‘구절편처럼 생겼지만, 가늘고 길다. 그리고 검강에도 베이지 않는다. 설마! 귀혼편(鬼渾鞭)?’
거리를 벌린 뒤에 혁련서권에게 물었다.
“팔에 뱀처럼 감고 있는 건 귀혼편입니까?”
“… 네 놈의 눈썰미는 참으로 대단하구나. 이 귀물을 단번에 알아보다니.”
“흑사회주에게 받으셨습니까?”
“그걸 알아서 무엇을 하겠느냐! 지금이다! 수룡방주!”
혁련서권이 외치자 수룡방주는 손에 든 철선을 허공으로 올리더니 휙 하고 내렸다.
그러자 사방에서 불이 붙은 벽력탄이 굴러왔다.
스르르르륵.
“크크크크크크큭.”
귀혼편은 혁련서권을 휘감았다. 귀혼편이 다 감기기 전에 나를 바라보며 비릿한 미소를 머금은 그에게 나도 마찬가지로 웃어줬다.
그렇게 흑도들의 손을 떠난 열 개의 벽력탄은 내 근방에 와선.
퍼어어어어어엉!
커다란 폭발음을 내며 터졌다.
*
“하하하하하! 제 아무리 백의검룡이라도 벽력탄 열 개가 동시에 터진 곳에선 살아남지 못하겠지!”
벽력탄은 극독이 발라진 암기가 들어있는 개량형이 대부분이었고 송삼현은 폭발에 휘말렸으나 멀쩡했다.
“자, 잠깐.”
옷이 긁힌 것말곤 아무런 피해도 없자 흑도들은 놀라서 말을 잇지 못했다.
채애애앵!
송삼현은 검으로 바람을 만들어 자신을 향한 암기들을 모조리 튕겨냈다.
챙!
챙!
챙!
비처럼 쏟아지는 암기를 쳐내면서도 혁련서권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흑사회로 가고 나선 비겁한 수만 늘었군.’
혁련서권은 암기를 튕겨내는 송삼현의 사각으로 바람처럼 신형을 날렸다.
‘이런 건 통하지 않을 거라는 건 알았다!’
호랑이가 한 마리의 먹이를 노리는 것처럼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선 오른팔을 가차 없이 휘둘렀다.
스르르르륵.
광오한 기운을 머금은 권, 그 권은 송삼현의 오른쪽 허리춤으로 날아왔으나.
퍼어어어억!
금룡신갑이 그 충격을 흡수했다.
그러나 그 위력에 밀리면서 오 장 정도 거리가 떨어졌다.
송삼현이 검을 바닥에 꽂으며 버티자 혁련서권은 호탕하게 웃었다.
“잠시 잊고 있었구나, 네놈도 신물의 보호를 받는 존재라는 걸.”
권격의 충격은 금룡신갑이 흡수했고 송삼현은 검을 고쳐잡았다.
“비겁한 수만 느셨습니다. 벽력탄도 이용하고.”
“과연 그것만 늘었을까?”
다시 뱀처럼 풀리며 채찍처럼 휘둘러지는 귀혼편을 피해 허공으로 도약했다.
‘… 저 귀혼편을 어떻게 하지 않으면 치명상을 입히는 건 힘들지도 모르겠군.’
마구잡이로 휘둘러지는 귀혼편.
그 귀혼편에 닿는 것들은 모조리 베어졌다.
‘그렇다면.’
혁련서권의 권격을 피하고 이어서 날아오는 귀혼편을 향해 장법을 날렸다.
‘천멸장(千滅掌)’
쿠구구구구구구구궁!
지진처럼 땅이 울렸다.
천무장보다 더 강대한 기운을 머금은 천멸장은 귀혼편을 깨트릴 기세였으나 귀혼편은 깨지지 않았다.
“인간이 귀혼편을 깨트릴 수 있다고 생각했느냐!”
콰직!
혁련서권이 진각을 밟자 주위가 울렸다. 엄청난 내공이 땅을 진동시켰고 혁력서권의 주먹은 송삼현이 있던 곳을 습격했다.
콰아아아아아앙!
권풍으로만 건물 다섯 채를 부쉈고 혁련서권은 그 잔해를 구름처럼 밟으며 허공으로 신형을 날린 송삼현에게 가까이 접근했다.
탓.
탓.
탓.
송삼현은 혁련서권과의 거리를 재다가 단번에 벨 기세로 검을 출수했다.
촤아아아악!
혁련서권은 몸을 비틀어 피했으나 검은 혁련서권의 뺨을 스쳐 지나가며 뒤에 있던 건물을 반듯하게 반으로 갈라버렸다.
일각.
한 식경.
단번에 끝낼 기세로 밀어붙였지만, 귀혼편이 계속해서 혁련서권을 보호하며 치명상을 피하게 했다.
권격을 피하곤 천무신검으로 왼쪽 사각을 노렸으나 귀혼편은 뱀처럼 혁련서권의 몸을 휘감으며 보호했다. 결국, 천무신검의 초식은 귀혼편과 부딪치며 불꽃만 내는 데 그쳤다.
콰가가가가각!
‘주인을 지킨는 신물이라, 백 년 전에 저것을 둘러싸고 전쟁이 벌어졌다고 들었는데 그게 거짓이 아니고 진실이었구나.’
스스로 의지를 지니며 주인을 지키는 신물은 나라를 준다고 해도 바꾸지 않을 만큼 귀했다.
‘천무 6식 검뢰.’
여러 방향에서 벼락처럼 검격을 날려도 귀혼편은 뱀처럼 똬리를 틀며 혁련서권을 보호했다. 두 사람이 싸우면 싸울수록 주변 일대는 계속해서 지형이 달라졌다.
“이게···.”
지켜보는 흑도들은 감히 끼어들 엄두를 내지 못했다.
이미 두 사람의 싸움의 여파로 잔해에 깔려 죽거나 초식에 휘말려 죽은 이들이 속출했다.
“거리를 더 벌려라! 휘말리지 마!”
수룡방주가 그렇게 말했지만.
콰가가가가가가가가강!
송삼현의 검격이 다시 한번 땅을 가르며 마을을 베어버리자 그 검격에 휘말린 희생자들이 산처럼 쌓여갔다.
건물은 이미 남아있지 않았다.
성벽도 부숴지고.
준화를 감싸던 쌍룡골로 그 여파로 산사태가 벌어졌다.
주변 풍광(風光)이 달라짐에도 둘의 싸움은 계속해서 지속됐고 백여 합이 넘어갔다.
귀혼편이 채찍처럼 뻗어진 순간에 송삼현은 신묘한 신법을 펼치며 귀혼편을 피해 혁련서권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까가가각.
그러나 귀혼편은 그것도 막아냈다.
만약 귀혼편이 아니었다면 열 합 안에 승부가 갈렸겠지만, 신물의 힘은 인간의 생각을 아득히 뛰어넘었다.
‘전에 싸웠을 때와는 많은 게 달라졌다.’
싸우는 방식부터 몸에 품은 내공량까지.
싸우면서 혁련서권의 경지를 가늠한 결과 송삼현은 잠시 거리를 벌리고 말했다.
“내공의 상태는 물론이고···. 전보다 위력이 강해졌습니다.”
“대단하지 않으냐! 이것이 흑사회가 만든 특제 독수비단의 효능이다!”
“특제 독수비단?”
“정순한 내공을 익혔더라도 그것을 복용하는 것이 가능하게 개량했지!”
흑사회가 독수비단을 모조리 사들였다곤 들었다. 천뇌가 죽고 한충건이 군사가 되면서 그게 개량을 끝내는 시기도 앞당겨진 거였다.
“… 독수비단을 복용한 거로군요.”
그게 아니고선 이 상황이 설명이 되지 않았다.
혁련서권의 경지는 화경의 끝자락, 아무리 신물의 보호를 받고 있다곤 하지만 호각으로 겨루기는 힘들었다.
콰과과과광!
진각을 하자 혁련서권의 주위에 돌들이 움찔거리며 허공에 떠 올랐다.
스르르르륵.
혁련서권의 거대한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내공.
그 내공은 뜨거운 화기까지 있어 지열로 돌을 녹였다.
“화경의 끝자락에만 있었다. 평생을 위를 바라봤지만, 하늘은 나에게 그 길을 허락하지 않았지.”
저벅.
“하늘이 허락하지 않았다면 내가 열면 되는 것이 아니냐! 오거라! 네놈에게 현경의 경지가 어떤 건지 제대로 가르쳐 주마!”
화경의 끝자락에 있던 혁력서권은 독수비단을 먹고 신물의 능력으로 현경의 경지에 발을 걸쳤다.
쿠구구구구구구궁!
혁련서권은 몸 밖으로 광오한 기운을 내뿜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