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a penny from the Golden Tiger RAW novel - Chapter 115
흑사회 (4)
쿠구구구구구궁.
이 리나 떨어진 취하걸 일행이 있는 곳까지 땅이 울렸다. 멀리서 송삼현이 싸우는 것을 지켜보는 이들은 손에 땀이 맺혔다.
“주군···.”
선무정과 마훈은 당장이라도 개입하고 싶어 몸이 근질거렸다.
“진정 저희가 할 게 없는 겁니까?”
인간의 영역을 벗어난 싸움, 섣부르게 개입했다간 오히려 방해될 수 있으니 신중하게 행동해야 했다.
“기다리거라.”
“예?”
“너희들이 나설 자리도 곧 생길 터이니.”
개방주 취하걸은 송삼현이 싸우는 곳을 지켜보며 술병에 든 술을 비워나갔다.
삐이이이이익.
일각이 지나자 피리 소리가 들렸고 취하걸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백의검룡이 앞에서 나선다면 너희는 뒤로 나서야 하지 않겠느냐.”
“대체 무엇을?”
취하걸은 활짝 웃었고 술병에 든 술을 다 마신 뒤에 걸음을 옮겼다.
“가자, 저놈들이 하는 더러운 짓거리를 멈추러.”
흑도들이 송삼현에게 집중한 사이, 취하걸과 일행들은 미리 알아둔 쥐구멍으로 은밀히 준화 안으로 잠입했다.
“수고했다.”
안에서는 미리 잠입한 이들이 길을 안내해줬다.
“그건 어디 있느냐?”
“이쪽입니다. 이것들이 본산에서 벽력탄을 엄청나게 가져왔더군요.”
“그 정도까지?”
“하북에서만이 아니라 중원 전역에서 벽력탄 재료를 공급하니, 생산량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 그렇다면 그 말이 사실이겠구나.”
“예. 흑도 녀석들이 떠드는 얘기로는 사람들을 붙잡아다가 강제로 노역을 시키는 일까지 한다고 합니다.”
흑사회는 벽력탄의 빠른 생산을 위해 비인도적인 일까지 스스럼없이 강행했다.
이건 묵왕의 도움이 있기에 가능했다.
그렇게 간 곳은 석벽으로 만들어진 창고였다. 창고 주위는 흑도들이 삼중으로 경계를 서고 있었다.
“경계를 서는 인원은 스물셋입니다.”
잠입했던 이들이 정보를 알려줬고 취하걸은 뒤를 쳐다봤다.
“어떠냐? 처리가 가능하겠느냐?”
선무정과 마훈을 바라봤고 그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저도 주군께 검술을 배워서 가능합니다.”
“가거라.”
마훈은 오른쪽, 선무정은 왼쪽으로 뛰었다.
“그러면 저도.”
고태권과 팽 남매도 가세하려고 했지만, 취하걸이 손을 뻗어 막았다.
“저들에게만 맡긴다.”
“하지만.”
“보거라, 저놈들이 어떻게 싸우는지. 너희들에게도 공부가 될 거다.”
마훈의 태산검법은 흑도들을 가차 없이 베었고 선무정은 송삼현에게 검을 배우긴 했지만, 사람을 죽이는 것에 거부감이 있어 몰래 접근해 기절시키는 방식으로 처리했다.
촤아아아아악!
숲처럼 고요하지만 커다란 기운을 머금은 마훈의 태산검법.
퍽!
사람을 죽이는 것이 싫어 은밀하게 뒤로 접근해 기절시키는 선무정의 신법.
두 사람은 호위를 서는 흑도들을 순식간에 정리했고 취하걸은 창고 입구로 걸어갔다. 그리고 안에 있는 물건들을 보자 미소를 지었다.
“전쟁의 기본은 뭔지 아느냐?”
취하걸의 물음에 고태권이 대답했다.
“… 적의 보급을 끊는 거지요.”
전쟁에서 중요한 것은 싸워서 이기는 것이지만, 그보다 중요한 게 적의 보급을 끊어 고립시키는 거였다.
음식.
폭약.
무기.
이런 보급품이 없다면 사기는 땅을 치는 것이 이치였다.
“정답이다. 잠입한 녀석들이 이 위치를 알아내기까지 얼마나 고생했는지.”
“아, 미리 잠입시켜놓으신 이유가···.”
“몰래 빠져나가는 것과 적의 보급창고가 있는 곳의 확보다.”
개방주 취하걸은 단순히 준화를 빠져나가는 것만 생각한 게 아니었다. 그들에게 큰 피해를 주기 위해 보급창고를 없앨 생각도 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정말 많이도 모아놨구나.”
개량된 벽력탄 말고도 각종 암기, 그리고 식량까지 있었다.
화르르르륵.
휙.
취하걸은 불에 타는 횃불을 화기가 모여있는 곳에 휙 하고 던졌다.
그러자 순식간에 불이 번졌다. 취하걸과 일행들은 창고에서 멀리서 벗어났다.
그리고 잠시 후.
콰아아아아아아아앙!
창고는 화마에 휩싸였다.
“정면에서 돕는다는 게 능사는 아니다. 때론 뒤에서 도움을 주는 것도 상책이라는 걸 명심하거라.”
*
콰과아아아아아아앙!
커다란 폭발은 송삼현과 혁련서권이 있는 곳이 아닌 전혀 다른 뒤쪽에서 났다.
불길이 하늘 위로 치솟아 올랐다. 수룡방주는 불길이 올라온 곳을 보며 깜짝 놀랐다.
“저, 저곳은!”
흑의인 한 명이 신형을 날리며 다가왔다.
“창고가 급습당했습니다!”
“지키는 호위들은!”
“지키던 녀석들은 모조리 당했고 안에 있던 물건들도 죄다 화마에 삼켜졌습니다!”
경계를 이중 삼중으로 세운 중요한 곳이었다.
“쥐새끼들이 숨어든 거로구나.”
“수룡방주!”
혁련서권은 수룡방주에게 소리쳤다. 그리곤 전음을 보냈다.
[무슨 소란인지는 모르겠으나 백의검룡의 시선을 빼앗아라, 그 틈에 내 귀혼편으로 저놈의 심장을 꿰뚫어주마.]
혁련서권의 말을 들은 수룡방주는 즉시 흑도들의 위치를 조정했다. 그러나 그것을 가만히 두고 볼 송삼현이 아니었다.
휘리리리리릭.
귀혼편을 피하며 도약하곤 검을 휘둘렀다.
‘천무 2식 일도양단.’
흑의인 절반은 그대로 검격에 베어졌다.
사람을 두부처럼 썰어버리는 두려운 위력에 수룡방주는 손을 들어 흑도들이 난입하려는 걸 막았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용천회주님을 상대하면서도 이런 검격이라니···. 섣부르게 들어갔다간 저 싸움에 몰살당하겠군.’
수룡방주는 자기 생각을 웃도는 송삼현의 무공을 보고 말을 잇지 못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자신이 생각한 계책은 저 사람에겐 통하지 않을 거라는 걸.
*
‘개량된 독수비단, 이 내공은 그래서 나오는 거였구나.’
정순한 기운과 독수비단의 탁기가 오묘한 조화를 이뤘다. 음침하면서도 치명적인 기운, 혁련서권은 그 기운에 사로잡혔다.
콰아아아앙!
“드디어 이곳까지 도달했다!”
콰아아아앙!
“네놈을 죽이기 위해서!”
콰아아아앙!
혁련서권의 권격은 마치 벽력탄처럼 닿으면 폭발했다. 권격을 피해 허공으로 도약하면 귀혼편은 귀신같이 심장을 뚫으려고 날아왔다.
휙.
몸을 비틀어 피했고 귀혼편은 그대로 날아가 쌍룡골의 돌산을 베어버렸다.
‘엄청나군.’
귀혼편은 살아있는 생물이었다. 혁련서권의 의지가 없어도 자신이 스스로 적을 없애려고 움직이기 때문에 송삼현은 공격을 한 번이 아닌 두 번을 피해야 했다.
카가가가가가가각!
기회를 잡고 공격을 해도 귀혼편이 혁련서권을 감싸며 피해를 입히지 못했다.
‘독수비단으로 나와 같은 경지에 귀물까지 있다라.’
상대하는 게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었다.
두 사람의 싸움에 휘말린 흑의인들의 시신은 산처럼 쌓여갔다.
준화의 폐가들은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그곳에는 거대한 운석이 떨어진 것처럼 웅덩이가 파였다.
“허억···. 헉···. 쥐새끼처럼 잘도 도망치는구나. 허나! 언제까지 도망칠 수 있을 거라고 보느냐!”
반 식경 가량 지속된 싸움, 혁련서권은 점차 숨이 차올랐다.
아무리 독수비단을 먹었어도 송삼현에게 내공량에서 밀리는 거였다.
“네놈은 나에게서 천하를 빼앗아 갔다!”
“전 아무것도 빼앗지 않았습니다. 회주의 욕심이 일을 그르친 거지요.”
“이놈이! 끝까지!”
권격을 피하며 혁련서권의 오른쪽 어깻죽지를 노렸다.
팔을 떨어트리려는 심산이었다.
카가가가가가각!
그러나 또다시 귀혼편이 방해를 했다.
“네놈이 이 귀혼편을 뚫을 수 있다고 보는 것이냐!”
“그것만 아니었으면 진즉에 승부가 갈렸을 겁니다.”
귀혼편의 움직임은 자유로웠다.
그렇기에 파악하기가 힘들었으나 싸우면서 한 가지 파악했다.
‘귀혼편이 아무리 귀물이라곤 하지만···. 사각을 동시에 노린다면?’
귀혼편이 보호하지 못하는 틈을 노린다. 이것이 송삼현이 내린 결론이었다.
쐐애애애애액.
생각을 마친 사이, 태룡신권의 오의가 담긴 권격이 날아왔고 송삼현은 그것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받아냈다.
‘천무장.’
콰아아아아아앙!
권과 권의 대결이라면 태룡신권이 앞서는 게 당연했으나 연기가 걷히고 나타나는 모습은 전혀 달랐다.
서로의 주먹이 맞닿아 있는 모습.
“어···. 어떻게!”
송삼현이 혁련서권의 권격을 정면으로 받아내며 버틴 거였다.
스르르르륵.
내공이 기해혈부터 시작되어 푸른 연기가 되어 몸 밖으로 나왔다. 그 기운을 오른손에 모아 폭발시켰다.
‘될지는 잘 모르겠다.’
태룡신권을 상대하면서 그 움직임을 뇌리에 새겨넣었다.
내공의 흐름.
그것들을 파악한 송삼현은 이 상황에서도 새로운 무학을 창안해냈다.
‘천무신권(千武新拳)!’
맞닿은 주먹으로 기운이 뿜어졌고 혁련서권의 오른팔을 감고 있는 화려한 금빛 권갑이 산산조각이 났다.
“끄으으으윽!”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권갑을 부순 내공은 그대로 혁련서권을 집어삼킬 기세로 나아갔고 혁련서권은 황급히 오른손을 빼냈다.
‘이대로는!’
휘리리릭.
귀혼편이 송삼현의 심장 쪽으로 날아왔고 송삼현은 그걸 검날로 흘리면서 혁련서권의 품에 신형을 날렸다.
스르르르르륵.
중심을 잃고 쓰러지던 혁련서권의 권은 정확하게 송삼현의 얼굴 한복판을 향했다.
휙.
타아아앗!
뺨이 권기에 긁혔으나 송삼현은 몸을 틀며 검을 휘둘렀다.
‘운룡회천.’
혁련서권의 몸을 휘감은 검풍.
검강이 소용돌이처럼 그가 빠져나올 곳을 차단했고 송삼현은 계속해서 신형을 날리며 검격을 날렸다.
챙!
챙!
챙!
귀혼편이 어떻게든 혁련서권을 보호하려고 했고 송삼현은 차분히 계속해서 검격을 날렸다.
막히면 한 번 더.
그래도 막혀도 한 번 더.
검강을 품은 소용돌이는 점차 커지며 준화의 전체를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집부터 시작해 부서진 잔해까지 모조리 바람에 빨려들었다. 그 안으로 휩쓸린 흑의인들은 벼락같은 검강에 절명했다.
[재해(災害)]
이 단어 말곤 표현할 수 없었다.
“피해라!”
“으악! 사, 살려줘!”
“젠장! 이럴 줄 알았어! 백의검룡을 막는 것부터가 그냥 죽겠다는 거잖아!”
겁먹은 흑도들이 도망치려고 했으나 커지는 소용돌이에 삼켜졌다. 그리고 구름의 형태까지 바꾸는 무공.
쿠구구구구구궁.
벼락처럼 검격이 떨어졌다.
그렇게 수십 차례의 검격을 날리고 나서야 귀혼편이 보호하는 속도가 점차 느려졌다.
이제는 혁련서권이 아닌 귀혼편과 싸우는 형국이 됐다.
왼쪽으로.
동시에 오른쪽에서.
귀혼편이 미처 보호할 틈도 없이 몰아쳤다.
‘조금 더.’
‘이거 가지곤 모자란다.’
귀혼편은 애초에 보호보다는 공격에 특화된 신물이었다. 이것과 짝이 되는 귀혼갑이 절대 뚫을 수 없는 신물이었고 귀혼편은 그게 아니었다.
일 각.
무수히 많은 검격을 몰아치고 나서야 귀혼편의 움직임이 살짝 느려졌다.
‘됐다.’
촤아아아아악!
귀혼편이 목을 노리고 들어가는 검격을 막으려고 오른쪽을 보호하는 틈에 왼쪽 아래로 검격을 날리며 혁련서권의 왼쪽 허벅지를 베어버렸다.
간발의 차였다.
그제야 혁련서권의 뻣뻣했던 무릎이 땅으로 떨어졌다.
스멀스멀.
땅을 뱀처럼 기어서 혁련서권에게 가는 귀혼편, 그것을 본 송삼현은 지체하지 않고 혁련서권에게 검을 날렸다.
‘해무천뢰(海霧天雷)’
혁련서권의 왼쪽 팔을 베어버린 초식이었다.
카가가각!
귀혼편은 땅에서 튀어 오르며 혁련서권의 목을 베려는 검을 튕겨냈으나 살짝 궤도만 틀어졌다.
촤아아아악!
목이 아닌 오른팔이 바닥에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