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a penny from the Golden Tiger RAW novel - Chapter 117
혈전(血戰) (1)
“맹주님을 뵙습니다!”
제갈귀호는 제일 앞에서 구창룡을 맞이했고 구창룡은 말에서 내리며 말했다.
“군사가 고생이 많소.”
“아닙니다.”
“준비는 다 됐소?”
구창룡의 말에 제갈귀호가 안쪽 천막을 가리키며 안내했다.
“다 끝났습니다. 마교는 남충에서 움직이지 않은 상태고 현재로선 후발대를 기다리는 것으로 보입니다.”
“마교의 후발대라···. 그 규모는 대략 어느 정도 된다고 보오?”
“천산 산맥 인근에 심어놓은 천인부의 말에 따르면 적어도 사백 이상의 사람들이 지나간 흔적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제 소견으로는 선발대와 같은 규모로 예상됩니다.”
“그렇다면 적어도 천이라는 소리군.”
“예, 반 각마다 각지에 심어놓은 세작들에게서 정보가 오고 있으니 즉각적인 대처가 가능합니다.”
“백의검룡 쪽 상황은?”
“준화에서 격전을 벌인다는 정보 이후로 아직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한 식경 뒤에 보고가 올라올 것이니 조금만 기다려주시지요.”
구창룡은 무림맹 무사들의 인사를 받으며 천막으로 걸어갔다.
“군사의 뜻은 마교의 행렬을 정면으로 막겠다는 거요?”
“… 정면으로는 큰 피해가 생길 겁니다. 마교의 숫자는 맹 보다 적지만, 수괴의 무학이 원체 뛰어난지라.”
“그러면?”
“진법으로 발걸음을 늦추는 방도를 쓸 생각입니다. 그러면서 서서히 그들의 힘을 빼놓는 방안을 생각해뒀습니다. 우선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자세한 이야기는 안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천막 안에는 여러 문파의 장문인들도 있었다.
“아미타불, 맹주께서 오셨군요.”
소림파 충원대사(忠遠大師) 공우.
“오셨소.”
무당파 청엽진인(靑葉眞人) 장유봉.
“맹주를 뵙습니다.”
“옥화사태께서는 몸이 편찮다고 들었는데 괜찮소?”
“예, 맹주님께서 보내주신 탕약을 먹고 기력을 회복했습니다.”
아미파 옥화사태(玉花師太) 정화.
“사월에 보고 이제야 뵙는군요. 건강해 보이셔서 다행입니다.”
점창파 철혈거사(鐵血居士) 조일심.
“속히 마교도들을 도륙하시지요. 곤륜의 복수를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청성파 일성군자(一性君子) 벽해호.
이들 말고도 다른 문파들의 장문인들도 자리했다.
“맹주께서 입회하시어 회의를 이어가겠습니다. 먼저 마교도들이 제일 먼저 들어올 곳을 중점적으로···.”
제갈귀호가 회의를 주도해 치밀하게 전략을 짰다.
각 문파의 배치, 전투가 벌어지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논의를 했고 회의가 거의 끝나갈 무렵 천막이 걷히며 먼지투성이가 된 전령이 들어왔다.
“개방주께서 보내신 급보입니다!”
“고하라.”
전령이 들어와서 포권지례를 올린 후, 말했다.
“백의검룡이 홀로 준화에 모인 흑사회를 전멸시킨 뒤, 난하강까지 나아갔다고 합니다!”
“… 백의검룡이 홀로? 다른 이들은?”
“백의검룡께서 싸움에 휘말릴 수 있다며 개입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천 오백이 넘는 흑의인을 비롯해 용천회주 혁련서권도 백의검룡의 검에 무참히 죽었습니다!”
보고를 듣는 이들은 모두가 놀랐다.
한 명이 그런 공적을 올린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그들이 놀란 부분은.
“용천회주가 죽었다?”
용천회주 혁련서권의 죽음이었다. 그가 어떤 사람이었나, 정도 무림에서 맹주보다 더 권세를 누렸던 자였다.
이런 말이 있을 정도로 구창룡과 대척점에 있던 사람이 죽었다는 소식에 웅성거리는 소리는 점점 커졌다.
“그렇습니다! 제 눈으로 똑똑히 봤습니다. 백의검룡의 검격이 용천회주의 허리를 베면서 몸이 갈라져 죽었습니다.”
전령의 말에 다들 쉽게 말을 잇지 못할 때, 구창룡이 말했다.
“다음 행선지는 어디라고 하더냐?”
“준화를 지나 난하강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
준화를 지나 무명산 정상에 오르고선 잠시 휴식을 취했다.
“힘드셨지요?”
팽유화가 옆으로 다가와 단약 하나를 건네줬다.
“팽가의 단약인 하심단이에요. 기력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거예요.”
“귀한 것을···. 감사합니다.”
털썩.
그리곤 옆에 앉았다.
“대협.”
“예?”
“대협은 모두가 웃는 세상을 위해 싸운다고 하셨잖아요?”
“그렇지요.”
“…. 그걸 아무도 몰라준다고 해도 상관없습니까?”
팽유화의 말에.
“예.”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바로 대답하시네요.”
“굳이 고민할 필요도 없어서요. 애초에 그런 건 생각도 하지 않았던 거라.”
처음부터 목표했던 일인데 누가 알아주지 않는다고 멈추는 건 말도 안 됐다.
스윽.
팽유화는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을 올려다봤다.
“내심 기대가 되네요. 대협께서 원하는 세상은 어떤 세상인지.”
“거창한 것도 없어서요. 그냥 지금이랑 크게 달라질 것 없는 평범한 세상이에요.”
그렇게 담소를 나누고선 돌에 앉아 먼 곳을 보는 취하걸의 곁으로 다가갔다.
“뭘 그리 보십니까?”
“난하강 유역을 본다. 이 이후로는 평야뿐이라 높은 곳에서 미리 관찰한 후에 움직이려고 한다.”
무명산 정상에서 난하강 유역 너머까지는 삼십 리나 떨어져 거리가 멀었다.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지만, 한 가지는 정확하게 보였다.
‘숫자.’
흑사회 무리들은 푸른 난하강 일대를 검게 물들였다.
“어마어마한 숫자네요. 개미 떼처럼.”
“아직도 저런 숫자가 남다니, 흑사회 뿌리가 중원에 깊긴 깊었구나.”
취하걸이 놀란 표정으로 말하자 난 저번 삶을 떠올렸다.
그때도 그랬다.
흑사회 무리들을 죽여도 죽여도 계속해서 기어 나와 길을 막았다.
물량 공세.
그것 때문에 여러 번 곤욕을 치렀던 기억이 떠올랐다.
“오는군요.”
느껴지는 기척, 많은 이들이 무명산 정상에 올랐고 난 그들의 필두에 선 자에게 포권지례를 올렸다.
“오셨습니까, 태상가주님.”
“건강해 보여서 보기 좋구나.”
남궁세가 태상가주 남궁상룡과 남궁효우가 이끄는 검 一 대, 二 대, 三 대의 무인들도 보였다.
“매형도 오셨습니까.”
“처남이 고군분투하는데 집에서 가만히 앉아있기 뭐해서 말이다. 그리고 이것 받거라.”
“이게 무엇입니까?”
“너를 도우러 간다니까 부인이 적어준 서신이다. 시간이 나면 읽어보거라.”
서신은 품에 갈무리했다.
그 뒤로도 산동 악가, 진주 언가, 황보 세가, 신창 양가 등 중원 굴지의 세가들도 합류했다.
“대협.”
그리고 그들의 행렬에 뜻밖의 사람도 있었다.
“어? 천하봉선님과 사 소저? 두 분도 오셨습니까?”
“전쟁터에 의원이 없는 게 말이 됩니까?”
인연은 이렇게 이어졌다.
*
스스스스슥.
어두운 밤, 숲길을 헤치며 신형을 날리는 마교도들이 있었다. 그들은 은밀하게 침투해 무림맹 진영을 살피려고 했지만.
푹!!!
“어딜 쥐새끼처럼 숨어드느냐.”
무림맹 흑무대(黑無隊).
첩보에 특화된 부대였고 은신술의 대가들만 모인 부대였다. 그래서 마교도들은 그들의 정체를 파악할 틈도 없이 파고들다가 죽임을 당했다.
“대주.”
어둠 속에서 신형 하나가 나왔다.
“무슨 일이냐.”
“마교가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곳이 어디더냐.”
그 말을 듣고 곧장 지점으로 이동했다. 그러자 마교가 어둠을 틈타 이동하는 게 보였다.
“군사님께 보고했느냐?”
“예, 보자마자 서령이를 보냈습니다.”
“잘했다.”
그들은 차분히 마교의 움직임을 보는 데 대주 옆에 있던 흑무대원 한 명의 목이 순식간에 베였다.
“이게 무···. 억!”
곧 대주의 목도 베였다. 그들의 목을 벤 것은 독고룡이었다.
스윽.
그리고선 무언가를 느꼈는지 고개를 들어 숲 안쪽을 바라봤다.
보고를 들은 무림맹 무사들이 즉각적으로 대응한 거였다. 제갈귀호는 더 다가가지 않고 먼 곳에서 진법을 발동시켰다.
“매서운 기운이다. 정면으로 맞붙었다간 피해가 클 것이니 사전에 말한 대로 위치를 사수해라.”
“존명!”
스르르르르륵.
제갈귀호는 내공을 뿜어내며 미리 설치해둔 진법을 발동시켰다.
‘천문암영진(天門暗影陳)’
하늘의 문이 열리며 세상이 어둠으로 뒤덮였다. 마교도들의 시야는 차단됐고 앞을 제대로 보질 못했다.
끄덕.
제갈귀호가 신호를 내리자 대기하고 있던 천인부들이 일제히 수신호를 전달했다.
콰과과과과과광!
파놓은 함정들을 발동시켜 마교도들을 땅속으로 매장시켰다.
푹!
허공에선 죽창들이 날아들며 마교도들의 가슴께를 뚫었다. 그러나 무학이 뛰어난 이들은 기척을 감지하고 검기를 날리며 함정을 베어나갔다.
스으으으윽.
제갈귀호는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진법에 진법을 더하는 거였다.
‘됐다.’
상급의 진법인 천문암영진에 또 다른 상급의 진법인 ‘화수명월진(火水明月陳)’까지 덧댔다.
“이, 이게 뭐야!”
천문암영진의 어둠 속에서, 화수명월진의 화마와 수해를 만나는 것은 절망 그 자체였다.
상대에게 절망을 안겨주는 최대의 진법, 제갈귀호는 두 가지의 진법을 동시에 발동시키면서도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일각.
한 식경.
반 시진이 지날 동안 마교도들은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진법 속을 헤집고 다녔고 그사이, 설치한 함정에 걸려 죽어가는 이들도 여럿 있었다.
주르르륵.
제갈귀호의 뺨에는 땀이 흘러 땅에 뚝 하고 떨어졌다.
“군사 어른.”
“난 괜찮으니, 속히 기관을 움직여라!”
마교도들의 발은 붙잡히고 함정으로 큰 피해도 입혔다. 그러나 그것은 잠깐의 일이었다.
쩌억!
진법을 반으로 갈라버리는 압도적인 기운.
‘말도 안 된다.’
상급의 진법은 쉬이 기운으로 절개할 수 없었다. 그런데 종이를 자르듯 잘라버리는 압도적인 기운에 제갈귀호는 진법을 뚫고 나오는 이를 봤다.
“꽤 재미있는 술수를 부렸구나. 진법의 약점을 찾는 게 반각이라도 늦었다면 꼼짝없이 당할 뻔했어.”
천마 독고룡이었다.
“.. 신호를 보내라!”
제갈귀호는 이렇게 쉽게 진법이 무너질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곧바로 신호를 보내라고 했고 옆에 있던 천인부는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삐이이이이익.
천지를 진동시키는 소리.
신호가 떨어지자 숲에 신형들이 날아들었다.
정도 무림을 지탱하는 고수들이 속속들이 모여들었다.
앞으로 걸어가던 독고룡이 걸음을 멈추자 뒤를 따르던 이들도 걸음을 멈춰 숲을 채워가는 정파 고수들을 바라봤다.
“시야가 잘 안 보이는군.”
스르르르르륵.
독고룡의 오른손에 강기가 둘렸고 그것을 휘둘러 나무들을 통째로 베었다.
뎅겅.
숲의 나무들이 모조리 베어지고 나서야 달빛이 닿지 못한 곳까지 닿아 밝아졌다. 강기를 피한 정도 무림 무사들은 제갈귀호 곁으로 모였고 독고룡은 그들을 보며 태연하게 말했다.
“이제야 좀 보이네.”
엄청난 광경에 정도 무림 고수들은 섣부르게 나서지 못했다.
“말이 돼?”
말로는 설명하기 힘든 경지.
천마에 오른 독고룡이 내뿜는 기운에 압도된 이들이 겁먹기 시작하자.
콰직!
어느새 나타난 구창룡이 선두에 서서 진각을 하며 자신의 기운으로 떠는 무사들을 진정시켰다.
구창룡은 대열 제일 앞에서 자신의 상징과도 같은 눈처럼 새하얀 백검(白劍)을 하늘 높이 들며 소리쳤다.
“정도 무림을 지탱하는 자들이여! 더는 마교도들이 중원을 피로 물들이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다! 이 자리에서 마교도를 몰아내고 정의를 바로 세우자!”
정도 무림 모두에게 존경받는 존재.
구창룡이 선두에 서서 물러서지 않자 그 뒤를 따르는 무사들은 떠는 것을 멈추고 각자 무기를 꺼내 들었다.
“죄송합니다. 맹주님, 조금 더 붙잡을 수 있었는데···.”
제갈귀호는 구창룡에게 사죄를 했으나 구창룡은 웃음으로 화답했다.
“아니요, 오히려 군사 덕분에 이렇게 모두 늦지 않게 도착할 수 있던 것이 아니요. 그러니 미안해할 필요 없소.”
스르르르르륵.
“뒤에서 지휘하시오, 난 선두에 서서 싸우겠소.”
“하지만···. 맹주께서 다치시면.”
“군사.”
“예, 맹주님.”
“한 무리의 수장이 되는 자가 뒤에 숨어있다면 따르는 자들의 사기는 어떻겠소?”
“…..”
“죽더라도 해야 할 일이 있소, 지금 이게 그런 일이고···. 그러니 뒷일을 부탁하오.”
보고에 따르면 독고룡의 경지는 현경.
그렇기에 상대가 되지 않을 게 분명했다.
꽉.
그러나 구창룡은 물러나지 않았다. 오히려 손에 쥔 검에 둘린 강기가 매서운 기운을 품으며 청아한 공명음을 냈다. 그 공명음은 전체로 퍼지며 정도 무림의 모두를 감쌌다.
“물러서지 마라! 바로 여기서 무림의 존패(存廢)가 걸려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나아가자! ”
구창룡은 여기서 죽고자 하는 각오로 가장 앞에서 다른 이들을 이끌었다.
무림맹 vs 천월신교.
개전(開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