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a penny from the Golden Tiger RAW novel - Chapter 118
혈전(血戰) (2)
촤아아아아악!
사천성의 산천초목(山川草木)은 피로 물들기 시작했다. 구창룡이 일선에서 무림맹을 전체를 이끌었고 각 진영에서는 대주들이 이끌며 마교도들을 한 명 한 명 처리해나갔다.
“물러서지 마라! 우리가 물러나면 중원은 마교도들이 짓밟을 것이다! 맹주님의 뒤를 따라 마교들을 멸하라!”
마교도들은 살육에 미쳐있었다. 죽인 상대의 시신을 마구잡이로 훼손하고 살점을 으적으적 씹는 이들도 있었다.
“웩, 이 자식은 맛이 없네.”
“크크크크큭, 그만 좀 해라, 저놈들 지리겠다.”
“어! 벌써 축축해졌는데? 크크크!”
그런 것을 보며 무사들은 두려웠으나 도망치지 않았다. 죽더라도 동귀어진을 할 각오로 마교도들을 몰아세웠다.
“이 악귀들아!”
자신이 여기서 아무것도 안 하고 죽으면 저 악귀들이 자신들의 가족들을 헤칠 거라는 알았기에 그들은 망설이지 않았다.
“절대 마교도들을 보내면 안 된다! 우리가 죽으면 이다음은 우리의 가족들이 될 게 분명하다! 목숨을 걸고 막아!”
마교도들이 쓰는 사특한 마공의 위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비록 무공에서는 밀리지만, 근성에서는 밀리지 않았다.
이가 안 되면 잇몸으로.
꽉.
가슴께가 깊게 베이며 가망이 없었으나 다리를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이 노···. 억!”
그 사이, 다른 정파인이 달려들어 마교도의 심장에 검을 꽂았다.
마교도의 가슴이 뚫리며 절명하는 것을 보고서야 다리를 잡은 손을 놓고 조용히 숨을 거뒀다.
한 식경.
그 시간이 지나고 둘러본 풍경은 지옥도를 연상케 했다.
쿠구구구구구구궁.
독고룡은 인간 외의 영역을 보여주며 정파 고수들을 죽여갔고 구창룡이 검을 휘두를 때마다 마교도들은 무참히 죽어갔다.
‘설풍신검(雪風神劍)’
어느 문파의 제자가 아닌 강호행을 하며 하나하나 쌓아 올린 그의 검은 자유로움을 담고 있었다.
촤아아아아악!
바람이 매섭게 부는 것처럼.
촤아아아아악!
때론 머리카락을 쓰다듬는 가벼운 바람처럼.
자유자재로 변하는 검에 마교도들은 맥을 못 췄다.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갔으나 마교의 저항도 예사롭지 않았다.
미치광이인 마교도들에게 정파 무인들도 큰 피해를 봤고 부상자들이 속출했다.
촤아아아아아악!
“저자는.”
“마교의 교주입니다. 예사롭지 않은 자니 맹주께서는 잠시 뒤로 물러나 계시지요.”
스릉.
“내가 뒤에 숨어있으려고 온 줄 아시오?”
“맹주···.”
“앞장서서 싸우기 위해 온 것이니, 내 걱정은 넣어두시고 군사의 몸을 신경 쓰시오.”
구창룡은 독고룡의 앞으로 신형을 날렸다.
“마교의 수괴가 여기 있었구려.”
“… 그대는 무림맹주인가?”
“오만한 걸 보니 마교의 수괴가 맞구려.”
채애애앵!
보이지 않는 장법이 날아오자 구창룡은 검막을 두르며 막아냈다.
‘기운이 강맹하구나.’
단 한 합을 받은 것뿐인데 격의 차이가 느껴졌다.
화경의 끝자락인 무림 맹주, 독고룡은 현경의 중반을 넘어가고 있었기에 애초에 수준이 달랐다.
그렇다고 물러날 수 없었다. 구창룡은 검을 고쳐잡은 뒤, 독고룡에게 신형을 날렸다.
챙!
챙!
챙!
구창룡은 독고룡의 공격을 흘리며 다리를 베려고 검격을 뻗었다.
‘쳇.’
그러나 닿지 못했다. 독고룡은 강대한 기운을 머금은 장법을 구창룡에게 날렸고 구창룡은 가까스로 몸을 틀며 피했다.
콰과과과과광!
장법이 지나간 곳은 태풍에 휩쓸린 것처럼 모든 것이 사라졌다.
촤아아아악!
회피하며 뻗은 검은 독고룡의 옷깃을 베었다.
“빠른 검이군.”
“…. 주변을 감싼 호신강기가 튼튼하오.”
구창룡은 검을 낮게 잡곤 왼발을 뒤로 빼며 천천히 기운을 발산했다.
설풍신검의 차가운 냉기가 주변의 땅을 얼려갔다.
‘설룡무참(雪龍武斬).’
흘러나오던 차가운 냉기가 검에 휘감겼고 그것을 휘두르자 하얀 용의 형상을 한 검격이 독고룡을 습격했다.
콰가가가가가각!
독고룡은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공격을 받아냈다. 하지만 거기서 멈출 구창룡이 아니었다.
‘설중사우(雪中四友)’
‘풍상설우(風霜雪雨)’
설풍신검의 초식들을 계속해서 시도했다. 구창룡의 내뻗은 검의 한기는 주변 일대를 얼려버릴 만큼 농도가 짙었고 거기에 휩쓸린 마교도들이 속출했다.
“… 맹주.”
제갈귀호는 뒤에서 지휘를 내리며 구창룡이 싸우는 것을 지켜봤다.
‘만약 맹주께서 독고룡을 잡아두지 않으셨다면 더 많은 피해가 생겼을 거다.’
쿠구구구구구궁.
구창룡의 검을 막던 독고룡의 발은 점점 땅에 구덩이를 파기 시작했다.
내공과 내공의 충돌, 독고룡의 사특한 내공과 구창룡의 내공이 열 장 간격의 구덩이를 만들었다.
“후우···.”
잠시 거리를 벌린 구창룡은 심호흡을 하며 흐트러진 내공을 안정시켰다.
‘내 초식은 통하지 않는다. 풍상설우까지 시도했지만, 고작 옷깃을 베는 것이 전부구나.’
매서운 눈보라에 독고룡이 입은 옷은 넝마가 되어 있었다. 그러나 신체에 피해는 전혀 없었다.
그를 둘러싼 호신강기, 그것은 여타 다른 호신강기와는 달랐다.
‘온다.’
독고룡이 허공에 손을 휘젓자 무형의 강기가 구창룡을 매섭게 습격해왔다.
콰아아아아아앙!
검막을 두르며 간신히 막았지만, 무형의 기운이 계속해서 허공을 맴돌며 날아왔다.
검으로 튕겨내며 거리를 좁혀갔고 구창룡은 오른쪽 허리춤으로 들어오는 기운을 피했으나 이어서 들어오는 강기에 반응하는 게 늦었다.
‘이런.’
목을 노리고 들어오는 강기에 호신강기를 두르며 막으려고 했지만, 호신강기는 깨지고 말았다. 그렇게 꼼짝없이 당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하얀 강기가 눈앞에 떨어졌다.
콰가가가가가각!
그 강기에 독고룡의 기운은 구창룡의 숨통을 잡아내지 못했다.
“… 자네는.”
구창룡은 한쪽 무릎을 꿇고선 자신의 앞에 선 자의 얼굴을 보며 웃음을 지었다.
“맹주가 됐다더니, 많이 약해졌구려. 십년 전이 훨씬 강했던 것 같은데.”
“항상 소리소문없이 나타나는 건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군.”
“그게 내 매력 아니겠나. 어서 일어나시게, 그러다가 무릎에 골병들어.”
천하제일 검 유천이 나타났다.
*
“유천님이시구나.”
제갈귀호는 구창룡을 구해준 유천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다른 쪽에 집중했다. 진법을 펼치며 후방에서 일선에 선 무사들을 지원했다. 제갈귀호의 진법에 갇힌 마교도들은 정파 무인들의 검에 무참히 죽어갔다.
“자네가 여긴 어떻게 왔는가?”
“사천 근방에 마기가 진동을 해서 말일세, 어서 일어나게.”
유천은 독고룡에게 검을 겨누면서 구창룡을 일으켰다. 자리에서 일어난 구창룡은 다른 곳에서 매섭게 검을 휘두르는 천유현을 봤다.
“저 아이는?”
“제자네, 나이는 어려도 검술 하나는 잘 가르쳤으니 자기 몫을 할 것이네. 그나저나.”
스윽.
“참으로 악한 기운을 머금은 자로다. 어찌 사람이 저런 기운을 가지고 있는 거지?”
독고룡 주위를 휘감은 마기, 그것은 일반적인 마기와는 차원이 달랐다.
정신력이 약한 사람이라면 금방이라도 기절할 만큼 농도가 짙은 마기였다.
‘저런 마기를 몸에 두르고 있는 저자가 마교의 수괴로구나.’
탓!
두 사람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독고룡은 장법을 날렸다.
유천은 움직임을 읽고선 빠르게 검막을 두르며 막아냈다.
콰아아아아앙!
허나 그 위력은 어마어마했다.
유천은 장법을 막았으나 오 장 정도 밀려났다.
현경에 오른 독고룡의 천마신공은 이미 전대 교주를 뛰어넘은 수준이었다.
‘마치 삼현이를 보는 것 같군.’
어린 나이에 수준 높은 경지에 오른 존재, 송삼현과 독고룡은 같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다고는 하나 물러설 순 없었다.
‘천무 1식 개벽.’
카가가가가각.
강대한 기운을 베려고 검을 휘둘렀으나 밀렸다. 독고룡을 감싼 호신강기 때문에 검격이 빗나갔으나 유천은 독고룡의 움직임을 살피며 어떤 식으로 싸울지 머릿속으로 떠올렸다.
‘시야가 보이는 모든 곳에 반응할 수 있다. 그렇다면 사각으로?’
천황보를 펼치며 뒤쪽으로 신형을 날렸다. 순식간에 발도하며 독고룡의 목을 베려고 했으나 독고룡은 검을 아슬아슬하게 피해냈다.
“걸렸군.”
애초에 독고룡은 유천이 자신의 간격에 들어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렇게 찾아온 기회를 놓칠 독고룡이 아니었다.
‘천마참(天魔斬).’
유천이 뻗은 팔을 베려고 했다. 황급히 검을 거두며 피했으나 온전하게 피하지 못했다.
촤아아아아아악.
‘제길.’
깊게 베였지만, 팔은 떨어지지 않았다.
검의 기운도 사라지지 않았다. 팔 하나를 잃을 각오로 검을 다시 휘둘렀다.
‘천무 3식 만경창파(萬頃蒼波).’
검격은 그대로 쭉 뻗어가며 독고룡의 목이 아닌 뺨을 베었다.
“….”
독고룡은 자기 뺨에서 나오는 피를 스윽 닦고선 웃음을 지었다.
‘천마회격(天魔回激).’
손 주위로 소용돌이치던 기운이 창처럼 변했고 그것이 유천의 심장으로 매섭게 날아갔다.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속도.
그러나 유천은 기감을 극한으로 발휘해 가까스로 피해냈다.
“… 빌어먹을.”
중심을 잃었으나 단숨에 중심을 잡고 독고룡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단 세 걸음, 오십 장이 벌어진 거리가 좁혀진 건 세 걸음이 전부였다.
휘이이이익!
눈으로 쫓지 못할 속도로 오른쪽 상단을 노리며 들어간 검격은 무형의 기운에 막혀 튕겨 나오고 말았다.
그러나 유천은 물 흐르듯 계속해서 몰아쳤다.
‘천무신검.’
초식들을 쏟아부었다. 그 검로를 보던 독고룡은 유천이 거리를 벌린 사이, 한 가지를 물었다.
“… 이 검이 낯이 익는구나, 넌 백의검룡과 어떤 관계지?”
전에 깊은 인상을 남았던 검과 비슷해 독고룡은 송삼현과 싸웠던 그때가 떠올랐다. 유일하게 자신을 끝까지 몰아붙였던 검, 그 검의 냄새가 유천의 검에서 맡아지자 감정이 없던 눈빛이 흥미로운 것을 발견한 눈빛으로 변했다.
뚝.
깊게 베인 오른팔에서 피가 뚝뚝 땅에 떨어지던 유천은 검에 내공을 흘려 강기를 만들었다.
“그걸 알아서 뭘 할 거지?”
“뭘 할 거는 아니다. 어차피 그놈도 언젠가 내 손에 죽을 녀석이니까.”
‘천무 7식 승풍파랑.’
독고룡을 감싼 무형의 기운을 날려버리기 위해 초식을 펼쳤으나 역시나 통하지 않았다.
“내 제자다.”
“그렇군, 그러니! 이런 기운이 느껴진 거겠지!”
독고룡이 미친 듯이 웃기 시작하자 유천은 검을 잡고 자세를 잡았다.
‘어.’
하지만 순간적으로 독고룡을 놓치고 말았다. 연기처럼 사라진 신형은 어느새 유천의 뒤에서 나타났다.
“근데 어째서 스승이라는 녀석이 제자보다 약하지?”
독고룡의 손이 유천의 목을 움켜쥐려는 그때, 구창룡이 유천의 허리를 차면서 구해냈다.
“혼자서는 안 된다! 협공으로 가자!”
“어쩔 수 없지.”
독고룡은 혼자서 감당할 고수가 아니었다. 화경의 끝자락에 오른 고수가 두 명, 그들로도 패배할 공산이 너무 컸다.
‘이 녀석을 붙잡고 있는 동안, 다른 녀석들을 정리해야 한다.’
스윽.
구창룡은 고개를 틀어 전황을 살폈다. 아직 치열한 혈전이 벌어지고 있어 승기를 잡았다고 보긴 어려웠다. 하지만 다들 포기하지 않았다.
촤아아아악!
베고.
촤아아아악!
베고 또 베며 어떻게든 동료를 지키고 강호를 지키기 위해 필사적이었다.
그런 그들을 보던 구창룡의 눈은 무언가를 발견한 듯이 크게 떠졌다.
무언가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었다.
[군사!]
곧장 제갈귀호에게 전음을 보냈다.
[예, 맹주님.]
[사마장 중에 독마장과 창마장이 안 보인다!]
사마장 중, 두 명이 안 보였다.
[방금 확인한 결과, 그들은 어젯밤, 저희의 포위망을 뚫고 지나간 것으로 파악됩니다. 만약 지나갔다면···. 난하강으로 갔을 공산이 큽니다.]
[난하강···. 이것들이 흑사회를 온전히 버리는 수로 생각하지 않았구나.]
마교가 흑사회를 버리고 전쟁을 벌였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그게 아니었다.
그들은 아직 흑사회를 포기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