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a penny from the Golden Tiger RAW novel - Chapter 119
혈전(血戰) (3)
서쪽에서 마교와 혈전이 벌어졌을 때, 동쪽 무명산에도 혈전이 벌어질 조짐이 감돌았다.
“화산파입니다! 화산파가 도착했습니다!”
“대 화산이 오다니! 든든하네.”
마지막으로 도착한 문파는 화산파였다. 난 인사를 하러 갔고 반가운 얼굴을 보고 포권지례를 올렸다.
“어! 매화검존께서 오셨군요!”
“오랜만일세.”
화산파 행렬에는 백여 명의 도사들이 있었고 선두는 매화검존 곽수환이 이끌고 있었다.
내 인사에 곽수환은 가볍게 인사를 한 후, 슬쩍 옆으로 피했다.
그러자 보이는 사람.
다른 이들보다 작은 체구, 백발에 주름이 자글자글한 그는 팔십이 넘은 노인이었다.
아니 이분은!
노인을 본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났고 난 노인에게 포권지례를 올렸다.
“무림말학 송가 삼현이 용화신검(龍花神劍) 곽수룡 장문인을 뵙습니다.”
노인은 화산파 장문인이었다. 화경에 오른 고수, 화산 그 자체라고 여겨도 무방할 만큼 화산의 무학 전부를 익힌 도사로 강호 모두에게 존경받는 존재였다.
천하 삼 검.
구창룡과 마찬가지로 천하에서 검술이 가장 뛰어난 삼인 중 일인이었다.
스윽.
곽수룡은 세상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눈빛으로 나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자네가 백의검룡이군, 사제가 그리 말했던 이유가 있었어···. 몸에서 풍기는 기운이 예사 기운이 아니구만.”
“과찬이십니다.”
“전쟁이 끝나면 논검을 할 시간이 있겠는가?”
“예?”
“전에 산해랑 약조한 게 있지 않은가, 화산으로 찾아오라는 거.”
아.
금선독룡을 없애고 난 다음에 화산파랑 헤어지기 전에 했던 약조가 있었다. 그 약조대로 언젠가 화산파로 찾아가야지 했는데 여러 가지 일이 생기며 약조를 시키는 시일이 계속해서 늦어졌다.
“물론입니다. 제가 찾아뵙겠습니다.”
화산파 장문인 곽수룡은 구창룡보다도 한 배분 높은 명숙이었다. 여기 있는 남궁상룡보다도 높았기에 남궁상룡이 다가와 깍듯하게 예를 갖췄다.
“장문인을 뵙습니다.”
“자네는 세월이 지나도 풍채가 변하질 않아. 좋은 것만 먹고 지내서 그런가?”
“하하하하하! 나중에 장문인께도 비결을 알려드리지요.”
“허어, 그것참 기대되는군.”
명숙들이 대화를 나누는 동안, 난 슬쩍 뒤에 있던 무철에게 다가갔다. 화산파 도사들은 나를 보더니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저분이 백의검룡 대협이시구나···.”
“처음 뵙는데 우리보다 어리신 게 정말이었네?”
“와, 저런 나이에 벌써 강호의 한 축이 되시다니.”
“이 전쟁도 원래 처음에 혼자 끝내려고 하시다가 그다음 무림맹이 나서기 시작한 거래.”
“그게 정말이야?”
처음 강호를 나온 이들과.
“대협!”
예전에 한 번 봤던 이들까지, 그리고 내가 간 곳은.
“오랜만이오. 어째 체격이 더 커진 거 같소.”
“아, 대협! 화산파 대제자 무철이 대협을 뵙습니다!”
무철의 앞이었다.
“대제자가 되셨소?”
“예!”
화산파 일대제자와 대제자의 차이는 컸다.
일대제자가 여러 명이 있다면 대제자는 단 한 명, 장문인에게 직접 자하신공을 전수 받는 위치라 화산파 제자들 가운데 최고의 재능만 오를 수 있는 곳이었다.
“뭘 그리 딱딱하게 하십니까.”
“대협께선 천하제일로 오르셨는데 어찌 편히 대하겠습니까.”
“천하제일이요?”
“홀로 흑사회와 일전을 벌이신 일은 강호에 소문이 자자합니다. 그리고 용천회주를 벤 일까지, 강호의 사람들은 이미 대협을 천하제일로 부르고 있습니다.”
… 무슨 소문이 그렇게 퍼진 건가.
*
세력이 합류하면서 송삼현도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는 세를 구축했다.
허나.
아직 흑사회의 숫자가 정파 세력보다 더 우위에 있었다.
흑사회는 나날이 세를 불리더니 어느덧 사천 명 가까이 되는 흑도들을 결집했고 이에 맞서는 정도 무림의 고수들은 고작 천여 명밖에 되지 않았다.
“무슨 놈들이 개미 떼처럼 계속 나오냐.”
흑사회의 뿌리가 중원에 깊다곤 하지만 이렇게까지 깊을 거라곤 미처 생각하진 못했다.
저번 삶에서도.
현재 삶에서도.
흑사회는 꾸준히 그 세를 잃지 않았다.
“주군! 이거 보십시오. 저 강에서 물고기가 잘 잡힙니다.”
가만히 생각에 잠길 때, 선무정이 물고기 두 마리를 들고 다가왔다.
“이런 곳에서 아무거나 먹으면 안 된다고 개방주님이 알려주지 않았느냐.”
“….. 예.”
선무정은 손에 잡은 물고기를 애처롭게 바라봤다. 계속해서 벽곡단만 먹고 있으니, 먹성 좋은 녀석이 힘들겠지.
“무정아.”
“예, 주군.”
“강의 물은 어디로 흐르느냐? 서쪽이냐? 동쪽이냐?”
“동쪽에서 서남쪽으로 흐릅니다.”
“그렇지, 흑사회가 있는 곳이 어느 방향이더냐?”
“…. 동쪽입니다.”
이렇게 말을 하고서야 선무정은 그제야 내가 무엇을 말하려는 지 눈치를 챈 것처럼 보였다.
“동쪽이 상류고 서쪽이 하류다. 저들이 공작하기 제일 쉬운 것이 바로 우리가 먹는 물에 독을 타는 일이니, 물고기도 함부로 먹을 수 없다. 그러니 후발대가 가져온 건조식량만 먹거라.”
“예, 주군.”
“실망하지 말거라, 이 전쟁이 끝나면 네가 먹고자 하는 중원 전역의 음식을 다 먹게 해주마.”
활짝.
“진짜입니다! 약조하신 겁니다.”
“그럼, 그리고 이거 받거라.”
품에서 어제 먹다가 남겨놓은 만두 한 알을 건네줬다.
“만두 좋아하지 않느냐.”
“와아아아아! 역시 주군이 최고입니다! 전 평생 주군만 따를 겁니다!”
만두를 무슨 절세의 영약을 얻은 것처럼 기뻐하는 모습이 재미있어 웃음이 났다.
선무정은 강호행을 나로 인해 처음 하는 거라 많은 것이 부족했지만, 경공으로 적진에 침입하는 것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네가 나설 자리가 마련되니, 조금만 더 기다리거라.’
선무정이 물고기를 풀어주러 간 사이, 이 대화를 모두 듣고 있던 두 사람이 다가왔다.
“잘 아는구나. 이런 전쟁을 많이 경험한 사람처럼.”
남궁상룡과 남궁효우였다.
“오셨습니까.”
“방금 말한 건 분석을 참 잘했더구나, 이런 전쟁을 겪어봤느냐?”
“처음입니다.”
저번 삶에서는 많이 겪어봤지만.
“내일은 결전이 벌어질 거다.”
“알고 있습니다.”
“너는 회주를 상대하거라, 거기까지 가는 길은 우리가 열어주마.”
“감사합니다.”
그리고 그때, 개방주가 급히 내가 있는 곳으로 왔고 남궁상룡을 보더니 포권지례를 올렸다.
“태상가주님도 계셨군요.”
“무슨 일인가?”
“전선을 살피던 척후들에게서 보고가 하나 올라왔습니다. 마침 태상가주님도 계시니 여기서 상의드리는 편이 좋겠군요.”
개방주는 자리에 앉아 척후가 가져온 정보를 말했다.
“마교 측, 사마장 두 명이 이끄는 부대도 합류했습니다.”
“사마장이라면.”
“독마장과 창마장 두 사람입니다.”
사마장은 한 명 한 명이 화경에 오른 고수들이었다.
더구나 가장 성격이 괴팍한 독마장 천신후, 냉혹하고 잔인한 성격의 창마장 무군.
이 두 녀석이 온 건가.
“흠, 마교가 흑사회를 버리지 않았다는 건가.”
남궁상룡의 물음에 취하걸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예, 사마장이 합류했으니, 저들이 곧장 공격해와도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스윽.
“그러면 제가.”
“아서라, 힘을 아끼거라, 싸움이 길어지면 제일 중요한 건 너의 검이니까.”
그 뒤로도 여러 상의를 했고 다들 각자 천막으로 돌아갔다.
‘독마장이 왔다면 가만히 있지는 않겠지. 누구보다 간악한 자니까.’
저번 삶의 경험을 통해 그들이 왔다면 이 밤을 그냥 넘길 리가 없다고 판단했다.
*
자시가 지나갈 무렵.
몰래 나서기 위해 움직였으나 한 사람만큼은 속이지 못했다.
“주군, 어디 가십니까.”
마훈이었다.
준화에서 자신이 내 곁을 지키지 못하고 뒤에 있었던 걸 자책하면서 이제는 절대 곁을 떠나지 않겠다며 항시 곁에 거머리처럼 붙어있었다. 그래서 기척을 숨기며 몰래 가려고 했지만, 속일 순 없었다.
“… 따라오거라, 이 상황이라면 흑사회와 격돌하는 건 내일 미시가 될 거다. 그러니 야밤을 통해 공작을 펼칠 공산이 크다.”
“그러면 다른 분들께도···.”
“아니다. 괜한 걱정일 수 있으니 우리만 이동한다.”
“알겠습니다.”
탓.
탓.
어둠이 깔린 유역으로 들어서기 전, 경계를 서던 무사들이 앞을 막아섰다.
“대협, 어디 가십니까?”
“내일 전투가 벌어지기 전에 뭔가 계책이 없을까 하여 근처를 둘러볼 생각이오, 가도 되겠소?”
“알겠습니다. 대신 빠르게 돌아오셔야 합니다.”
“이해해줘서 고맙소.”
경계를 서던 무사들을 지나 유역으로 향했다. 신형을 날려 도착한 그곳은 서쪽으로 흐르는 물줄기가 시작되는 곳이었다.
‘역시.’
꿈틀거리는 사람들, 암녹색 장포를 걸친 그들은 독마장의 수하들이었다.
“크크크큭.”
“이 독만 풀면 무림맹 녀석들···. 아무것도 모르고 죽겠군요.”
마귀처럼 웃는 것을 보곤 그곳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숫자는 다섯 명, 독마장은 없군.
그러면 그냥 수하들로만 이런 일을 하는 건가.
은신하던 기척을 드러내고 그들의 뒤쪽을 잡았다.
“내가 이럴 줄 알았다. 예나 지금이나 하는 짓이 음침하기 그지없구나.”
“뭐···. 냐?”
어둠 속에서 푸른 빛이 일렁이며 독마장의 수하 한 명을 정수리부터 고간까지 베어버렸다.
“네놈들의 더러운 수에는”
저번 삶에서도 독마장은 야밤을 틈타 은밀한 공작을 많이 했다. 그로 인해 많은 사람을 무기력하게 잃었었다.
이제는.
그런 수에 두 번 다시 당하지 않을 거다.
“이골이 났다.”
한 명이 단숨에 당하자 다른 수하들은 각자의 무기를 꺼냈다.
하나같이 스치기만 해도 사람이 거품을 물고 죽어가는 극독이 발라진 무기였다.
“진을 펼쳐! 스치기만 해도 우리가 이긴다!”
저벅.
“주군, 제가 나서겠습니다.”
마훈은 내 앞으로 나서며 날 보호했다.
“그리하거라.”
상대는 절정 수준밖에 되지 않았다. 마훈은 천천히 걸어가며 검을 빼 들었고 검강이 검을 휘감았다.
“감히 주군께 해를 입히려는 자, 그 누구라 할지라도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
한 명을 베고 나머지 세 명을 순식간에 베어버렸다.
“끄어어어억···. 읍!”
검에 배가 뚫리며 소리를 지르는 독마장의 수하의 입을 마훈은 손으로 거칠게 틀어막았다.
“소리치지 마.”
촤아아아아악!
“시끄럽잖아.”
*
독마장 수하들을 순식간에 정리했고 마훈은 검에 묻은 피를 닦아냈다.
“인기척이 느껴집니다.”
“이 녀석들만 있던 게 아니었던 것 같다.”
싸울 때부터 멀리서 기척이 느껴지긴 했다. 하지만 개입하진 않고 정찰하는 느낌이었는데 그들의 기척이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탓.
날아드는 신형들, 하나같이 암녹색 장포를 입은 독마장의 수하들이었다.
“행색을 보아하니, 공작을 펼치려고 했군. 강에 독을 타는 것 말고 이번에는 무엇을 하려고 했느냐?”
그들을 이끄는 수장으로 보이는 자가 양손에 단도를 들고 다가왔다.
“백의검룡이군요.”
“그렇다.”
“어차피 이리된 이상, 숨길 것도 없겠습니다.”
수장으로 보이는 자가 손을 뻗자 뒤에 있던 자들이 일제히 면으로 감싸진 독을 꺼냈다.
설마 저건.
휘이이이잉!
바람이 불더니 면포에 감싸진 가루들이 바람을 타 허공에 흩뿌려졌다.
“강에 독을 타는 것은 쉬운 일이지요. 허나 허공에 흩뿌리는 산공독 가루만큼 무인들에게 치명적인 것은 없답니다.”
산공독.
이것에 중독이 되면 내공을 사용하는 게 어렵게 된다. 그렇게 되면 흑사회와 결전을 벌일 때, 무수히 많은 사상자가 발생할 수 있었다.
“나도 잘 안다.”
“….”
내가 당황하지 않고 태연하게 대답하자 독마장의 수하는 말을 잇지 못했다.
탓.
바람을 타고 정파 진영으로 가는 산공독 가루들을 보곤 어기충소로 허공으로 뛰어올라 검을 빼 들었다.
“그거 아느냐?”
“… 무엇을 말입니까?”
“바람의 방향을 바꾸면 어찌 되겠느냐?”
“.. 서, 설마!”
복면으로 입과 코는 가렸지만, 눈에서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천무 7식 승풍파랑(乘風破浪).’
커다란 검풍을 만들어 서쪽으로 부는 바람을 동쪽으로 바꿔버렸다.
허공에 뿌려진 가루는 서쪽으로 가다가 순식간에 바뀐 바람을 타 동쪽으로 갔다.
“이게···. 말이 되느냐.”
허탈하게 말하는 독마장의 수하를 보고 마훈은 그들에게 달려들어 검을 출수했다.
촤아아아아악!
그들의 목이 떨어졌고 난 땅으로 내려와 마훈의 검에 당해 바닥에서 꿈틀거리는 독마장의 수하에게 다가갔다.
독마장 수하는 피를 흘리며 나를 올려다봤다.
“애초에···. 이, 이걸 노렸습니까?”
“처음에는 그저 너희들의 장난질을 못 하게 하려고 했지만, 허공에 산공독을 뿌리는 것을 보고 생각을 바꿨지. 산공독은 너희들에게도 치명적이지 않으냐.”
“으으으으으으으으!!!”
분노한 그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만 죽고 하늘에서 지켜보거라, 흑사회가 어떻게 사라지는지.”
푹.
마훈은 천천히 걸어와 독마장 수하의 등에 검을 꽂았다. 그리고 곧 독마장 수하의 숨은 끊어졌다.
내일이 기대되는군.
난 바람을 타고 흑사회 진영으로 날아가는 산공독 가루를 보며 웃음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