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a penny from the Golden Tiger RAW novel - Chapter 124
혈전(血戰) (8)
난하강 유역의 푸른 초원은 정파와 사파의 피로 붉게 물들어갔다.
촤아아아아아악!
서로를 죽고 죽이는 난전이 벌어지며 초원에서 생명이 점차 사라져가는 그때.
송삼현은 철패흉의 검을 아래로 신형을 날려 피한 뒤에 비어있는 복부 한가운데에 천무장을 날렸다.
까가가가가가가각.
귀혼갑이 철패흉의 몸을 감싸며 장법은 통하지 않았다.
“검도 뚫지 못하는 귀혼갑에 장이 통할 것 같으냐?”
철패흉은 검을 들고 송삼현을 공격하려고 했으나 송삼현은 철패흉의 복부에서 아직 손을 떼지 않았다.
‘천멸장(千滅掌).’
손바닥에 내공을 집중해 폭발시켰고 내공이 용솟음쳤다.
천멸장이 내뿜은 기운에 밀린 철패흉은 뒤쪽으로 날아갔다.
쿠우우우우웅!
철패흉의 몸이 커다란 바위에 부딪히며 바위는 산산조각이 났다.
정작 철패흉에겐 직접적인 피해가 없었지만, 천멸장이 들어간 귀혼갑의 일부분이 크게 벌어지며 맨살이 드러난 게 보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금세 귀혼갑이 살을 뒤덮으며 틈을 없앴다.
“신물은 흑사회가 얻은 것은 아니고···. 황궁에서 줬습니까?”
“네놈은 뭘 그리 잘 아느냐?”
“애초에 귀혼갑과 귀혼편은 홍무제(洪武帝)가 나라를 새로이 세울 때 가지고 있던 신물이라 황궁에서 극비리에 관리하는 데 흑사회에 있다는 게 이상하지요.”
귀혼갑은 천하의 모든 공격을 막아주고.
귀혼편은 천하의 모든 군사를 호령한다.
이 두 가지를 얻으면 능히 천하를 호령할 수 있으니 명나라를 처음 세울 때, 태조 홍무제가 귀인에게 얻은 거였다.
그런데 그걸 흑사회가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다. 황궁에서 흑사회의 뒤를 봐주고 있다는 것.
‘묵왕이 진왕전하를 역모죄로 몰았다더니, 궁을 완전히 장악하고 흑사회를 이용해 강호에 개입하려는 건가.’
철패흉은 송삼현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행동으로 보였다.
스르르르륵.
철패흉의 품에서 나온 암기들이 허공에 떴다.
적어도 스무 개 이상의 암기, 이기어검의 경지였다.
‘이기어검이라.’
작은 암기였지만, 여러 개를 다루려면 그만한 집중력과 내공이 필요했다.
‘현경에 오른 지 조금 됐구나, 이기어검의 경지를 이토록 자연스럽게 쓰는 것을 보니.’
그 순간, 사각에서 들어오는 암기가 있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은침이었다. 그것을 막으려고 검을 뻗었는데 그보다 먼저.
촤르르르르륵.
오른팔을 휘감고 있던 귀혼편이 반응했다.
채애앵!
귀혼편은 사각에서 들어오는 암기를 쳐냈고 철패흉은 쓴웃음을 지었다.
“이럴 줄 알았다면 귀혼편도 혁련서권에게 주지 않고 그냥 내가 가질 걸 그랬군.”
“욕심도 많습니다.”
철패흉은 허공에 뜬 암기를 일제히 송삼현에게 쏘았다.
바람을 가르며 날아오는 암기들에 송삼현은 뒤로 보법을 펼치며 검을 휘둘렀다.
챙.
오른쪽.
챙.
이번에는 왼쪽 상단.
챙.
그다음은 뒤.
심지어 땅속에서 나오는 암기까지 있었다.
‘유운보.’
보법을 펼치며 땅에서 솟구치는 암기를 아슬아슬하게 피했다.
“… 이놈이.”
하지만 그냥 암기만 피하는 게 아니었다. 천천히 철패흉과 거리를 좁혀갔고 어느새 철패흉과의 거리가 세 걸음 안으로 들어왔다.
검을 발도하며 눈에 보이지 않는 쾌검으로 목이 아닌 오른쪽 손목을 노렸지만, 귀혼갑은 뱀처럼 스르륵 움직여 손목을 보호했다.
카가가가각.
귀혼갑에 닿은 검날이 상해갔다.
금강불괴보다도 단단한 갑옷.
귀신이 깃든 신묘한 귀철로 만든 갑옷이라 강도는 여타 다른 갑옷과 차원이 달랐다.
‘그렇다면.’
송삼현의 머리는 빠르게 돌아갔다.
이번에는 철패흉의 복부에 검 끝을 댔다.
‘천행격(千行擊).’
검강을 한 점에 모아 일순간 폭발시키는 천무신검의 기본 초식이었다.
내공이 약하면 그 강도도 약하지만, 내공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강해지는 것이 천행격이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검 끝에 닿은 귀혼갑이 커다란 충격에 일순간 풀렸다.
‘어?’
철패흉은 당황했다.
귀혼갑이 감싸던 곳이 한순간에 무방비상태가 됐으니까.
하지만 이내 귀혼갑이 보호하며 다음 공격이 들어가지 않았지만, 송삼현은 기회를 발견했다.
귀혼갑을 뚫고 철패흉의 목을 벨 기회를.
*
정파.
사파.
마교.
강호는 전쟁으로 혼란에 빠졌고 강호 밖에서도 전쟁이 일어났다.
군대가 움직이는 커다란 전쟁이 아닌 정적을 제거하기 위한 전쟁이었다.
황제가 세상을 떠나면서 묵왕은 정적인 진왕을 없애기 위해 환관들과 손을 잡고 온 세상을 이 잡듯이 뒤져 역적의 누명을 뒤집어쓴 진왕가를 찾으려고 애썼다.
탁.
탁.
책상을 두드리는 소리가 묵왕부 집무실 안을 가득 채웠다.
묵왕은 서찰을 보면서도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아 계속해서 한숨만 늘어갔다.
“하령아.”
나지막이 이름을 부르자 신형 하나가 창밖에서 새처럼 날아 들어왔다.
“부르셨습니까. 전하.”
“흑사회와 천월신교의 상황은 어찌 됐느냐?”
“현재 무림맹과 교전 중이라고 합니다. 서쪽에서는 맹이 천월신교에 밀려 크게 패퇴했고 동쪽에서는 아직 소식이 오지 않았습니다.”
강호의 정세는 묵왕에게도 중요했다.
흑사회와 천월신교, 이 두 세력과 손을 잡았기에 확고한 권력을 위해서라도 무림맹이 이겨선 안 됐다.
“흑사회와 거래한 장부는 확보했느냐?”
허나 혹시나라는 게 있었다.
묵왕은 언제나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행동하는 사람이라 흑사회가 패배하는 상황도 생각해둬 한 가지 일을 진행 중이었다.
장부.
흑사회와 거래한 내용이 적힌 장부를 빼 와야 했다.
“암행단이 흑사회 본산으로 몰래 들어간 상황입니다. 곧 소식이 올 겁니다.”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전쟁에서 지든 이기든, 그놈들의 손에 내 목줄이 넘어가선 안 되니까.”
“목숨을 걸고 가져오겠습니다.”
흑사회주 철패흉이 아닌 천뇌때부터 서로의 신뢰를 위해 만든 장부.
거기엔 묵왕의 직인까지 찍혀 있어 반드시 회수해야만 했다. 예로부터 관과 강호는 서로 불가침인데 만일 묵왕이 강호에 관여했다는 게 알려지면 큰 문제가 될 수 있었다.
“한데 전하.”
“왜 그러느냐.”
“강호의 전쟁이 맹이 아닌 흑사회와 천월신교가 이긴다면 정녕 천월신교를 국교로 인정을 해주실 참이십니까?”
천월신교가 요구하는 것은 단 하나.
자신들이 믿는 교가 국교로 인정을 받는 거였다. 그 말을 들은 묵왕은 허공을 보며 대답했다.
“약조했으니 지켜야겠지.”
“하오나 국교를 그리 정하시면 훗날 전하의 오점이 될 수 있습니다.”
“나도 안다. 하지만 그들을 적으로 돌리면 귀찮아진다. 안고 가면 내 힘이 되어 칼을 휘둘러 줄 것이니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다.”
이야기를 듣던 하령은 한 가지를 더 물었다.
“환관들은 어찌하실 겁니까?”
나라를 피폐하게 만들고 백성들을 고통에 빠트린 장본인인 환관들.
그들의 처리를 묻는 거였다.
“환관?”
“예.”
“그놈들은 다 없애야지, 그놈들이 국정을 가지고 노는 바람에 백성의 원성이 얼마나 크더냐.”
묵왕은 애초에 환관들을 업고 갈 생각이 없었다.
이용할 만큼 철저하게 이용한 뒤에 제거할 생각이었다. 애초에 그들이 황제 위의 권력이라고 하는 꼴이 마음에 들지 않았으니까.
*
쿠우우우웅!
어느덧 두 사람이 겨룬 합의 수가 백여 합이 넘어갔고 귀혼갑은 급소를 노리는 송삼현의 검을 계속해서 튕겨냈다.
투웅!
하늘에 뜬 구름까지 벨 기세로 뻗은 검격도 귀혼갑에는 흠집도 내지 못했다.
철패흉은 그런 귀혼갑을 등에 업고 거침없이 검을 뻗었고 그럴 때마다 빈틈이 보였다.
한 번 더.
한 번 더.
계속해서 철패흉의 허점을 노렸지만, 귀혼갑을 뚫는 건 버거웠다.
‘이 검으로는 무리인가.’
아무리 철을 여러 번 덧대어 만들어 강도가 일반 검보다 강하다고 하지만 청월은 신물은 아니었다.
점차 청월의 검날이 상했고 언제 부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안이 망가졌다.
“이게 끝이더냐!”
“무학이 아닌 귀혼갑에 의존하면서 그런 소리가 나오십니까?”
“어차피 강호에선 뭐가 됐던 끝에 서 있는 놈이 제일 강한 것 아니겠느냐!”
철패흉은 다시 검을 뻗으며 송삼현의 다리를 노렸지만, 그건 허수였다.
검으로도 천하에서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철패흉이었으나 그보다 뛰어난 암기술로 송삼현을 제거하려고 했다.
콰아아아아아앙!
암기도 다양한 종류가 있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크기부터 커다란 암기까지.
지금 철패흉의 품에는 커다란 암기가 아닌 작은 암기들이 여러 개 있었고 그게 쉴 틈 없이 송삼현의 숨통을 조여갔다.
“쥐새끼처럼 어딜 그리 도망가느냐!”
무릎을 굽혀 머리를 노리는 암기를 피한 뒤에 반동을 이용해 도약했다.
단번에 좁혀진 철패흉과의 거리.
철패흉이 급히 검을 휘둘렀으나 송삼현은 허공답보를 펼치며 경로에 변화를 줬다.
‘위다.’
철패흉은 송삼현의 신형이 위로 가는 것을 보고 허공으로 고개를 들었다.
‘없다···?’
이형환위였다.
송삼현은 위가 아닌 아래로 향했고 철패흉의 복부에 발차기를 했다.
‘천무각.’
귀혼갑에 혼란을 주려는 의도였다.
천무장이 내공을 역행시키는 장법이라면 천무각은 내공을 분산시키는 의도를 가진 각법이었다.
퍼억!
내공을 실어 찼고 철패흉은 그대로 뒤로 밀려나 넘어졌다.
송삼현은 그것을 놓치지 않고 어기충소로 하늘로 날아올라 검을 잡았다.
‘천무 1식 개벽.’
하늘이 아닌 땅으로 향하는 검격.
그 검격에 땅은 반으로 갈라졌고 틈이 벌어졌다.
그러나 철패흉은 또다시 그걸 피해냈다.
“… 여전히 무식한 검이로군, 천무신검은.”
“회주의 암기만 하겠습니까.”
“역시 예상은 했지만, 검으로는 너를 당해내지 못하겠구나. 네 검이 천하제일이라는 걸 인정하마.”
눈앞에 있는 송삼현을 천하제일 검으로 인정을 한 철패흉은 손에 든 검을 검집에 넣었다.
‘뭘 하려는 거지?’
송삼현은 철패흉의 의아한 행동에 잠깐 멈칫했고 그사이, 철패흉은 두 손을 합장해 내공을 집중했다.
휘이이이잉.
철패흉을 중심으로 불어오는 바람.
그 바람은 곧 태풍처럼 불며 철패흉을 중심으로 주변의 모든 것을 휩쓸기 시작했다.
저릿.
내공은 사특한 기운을 머금고 있었다.
그것이 닿는 푸른 초원의 식물은 죽어갔고 점점 모든 것을 집어삼킬 만큼 강대해졌다.
‘… 이건 뭐지.’
저번 삶에서도 보지 못한 처음 보는 무공이었다.
‘흑천해운공(黑天海運功).’
철패흉이 현경에 경지에 오르며 얻은 깨달음으로 창안한 새로운 무학.
철패흉을 휘감은 내공이 거대한 파도처럼 구름까지 집어삼킬 만큼 요동쳤다.
쿠구구구구구궁.
주변 일대의 땅이 울렸고 싸우던 이들은 본능적으로 몸을 피했다.
“어서 일리 밖으로 속히 물러나라!”
정파와 사파는 신속히 거리를 벌렸고 곧 철패흉의 내공이 폭발했다.
콰과과과과과각!
주변을 모두 집어삼키는 압도적인 내공.
그로 인한 먼지바람이 시야를 어지럽혔고 곧 바람이 불며 먼지바람이 사라져갔다.
“…. 이게 무슨.”
먼지바람이 사라지고 보이는 광경에 먼저 입을 연 것은 남궁상룡이었다.
난하강 줄기는 물론 푸른 땅이 사라졌고 거기에 떡하니 서 있는 사람은 철패흉···. 그리고 송삼현이었다.
‘도저히 끼어들 틈이 보이지 않는다.’
강호에서 한평생을 보낸 남궁상룡은 두 사람을 보며 벽을 느꼈다.
화경이 아닌 현경.
인간이 닿지 못하는 영역에 발을 들인 자신과 달리 두 사람은 이미 인외(人外)의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