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a penny from the Golden Tiger RAW novel - Chapter 128
오랜만에 뵙습니다 (2)
“천하를 다 뒤져서라도 진왕가의 식솔들을 모조리 잡아 와라!”
환관들은 묵왕의 신임을 얻기 위해 자신들의 권력을 이용해서 필사적으로 진왕의 흔적을 쫓았다.
강호에서 죄를 저지르고 은거한 고수들도 초빙했으나 흔적을 찾기는 하늘의 별을 따는 것만큼 어려웠다.
‘금호장.’
그들이 뒤에서 진왕을 보호하며 흔적을 완벽하게 지우기 때문이었다.
뚝.
뚝.
뚝.
하늘에서 비가 떨어지는 어느 날.
강서성 요북현에 위치한 매홍산 중턱에선 마차가 숲길을 헤집으며 달리고 있었다.
덜그럭.
마차에는‘金’자가 새겨진 금호장의 깃발이 걸려 있었고 가장 앞에서 행렬을 이끄는 사람은 금호장 일호당주가 된 송일현이었다.
한 차례 전투가 있었는지 입고 있는 옷이 넝마가 되어 있었다.
‘제길! 어떻게 우리가 가는 길을 미리 알고 매복을 하고 있던 것이지? 정보가 샜나?’
스무 명의 무사들이 진을 펼쳐 겹겹이 호위를 하는 마차에 탄 사람은 진왕가의 가족들이었다.
숲을 미처 빠져나가기 전에 뒤에서 따라오는 추격대가 보였다.
“일호당주님! 추격대가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추격대를 본 부당주 가융헌의 말에 송일현은 뒤를 보며 추격대의 움직임을 살폈다.
빗물에 미끄러지듯 빠른 경공을 펼치며 거리를 좁혀오고 있었다.
“벌써 따라붙다니.”
“이대로면 반 각 안에 따라잡힙니다!”
“어떻게든 진왕 전하와 가족분들을 모시고 하문까지 가야 하니! 걸음을 늦추지 마시오!”
속도를 올려도 점차 다가오는 추격자들.
‘수는 열, 경지는 초절정 한 명과 절정 다섯에 일류 넷.’
계속해서 교전을 거치며 왔기에 처음에 백여 명의 호위 병력이 어느덧 스무 명 남짓이 됐다.
만약 교전이 벌어진다면 진왕이 위험해질 공산이 다분했다.
초절정 경지에 오른 자객의 암기들을 피해 대상을 지키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일이었으니까.
“부당주.”
그래서 송일현인 한 가지 방법을 생각해냈다.
“이곳부터 그대가 길잡이를 맡으시오.”
“예? 다, 당주님!”
말의 속도를 늦추며 마차 곁으로 갔다.
“전하.”
나지막이 부르자 안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리 때문에 미안하구나···.”
“아닙니다. 전하, 그보다. 저는 아무래도 여기까지 모셔야 할 것 같습니다.”
송일현의 말에 진왕을 비롯해 모두가 화들짝 놀랐다.
“그게 무슨 소리냐!”
“저들이 이대로 따라붙는다면 전하의 안위가 위험합니다. 제가 남아 저들의 다리를 잡는 사이, 전하께서는 숲을 빠져나가 배를 타 도강을 하셔야 합니다. 강 건너편에 아버지가 나와 계시니, 염려 놓으십시오.”
“그렇다고! 네가 희생하겠다는 것이냐!”
“전하.”
“…..”
“죽음은 강호를 살아가는 저희에게 있어서 늘 따라다니는 일입니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살고 어떻게 죽느냐지요.”
“…. 풍운검.”
“전 제가 죽을 곳을 찾았으니 전하께서는 살아남으셔서 어지럽혀진 세상을 깨끗하게 만들어주십시오.”
진왕은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렇게 송일현이 다섯 명의 무사들과 남으려고 했지만, 송일현이 마지막 결사대가 되기도 전에 추격대는 사방을 포위했다.
‘뒤만 있던 게 아니었다. 옆에서도 오다니···. 이들이 천라지망을 펼쳤다는 건가? 전하께서 매홍산을 지날 것을 어찌 알고서!’
꼼짝없이 포위된 형국이었다.
진왕도 마차에서 내려서 자신의 허리춤에 있던 검집에서 검을 뺐다.
“전하! 위험합니다!”
“더는 나로 인해 다른 이들이 죽어가는 것을 가만히 앉아서 볼 수 없구나. 나도 같이 싸우마.”
“안 됩니다! 어서 마차에 들어가십시오!”
그의 호위대장인 황운이 진왕을 호위했고 추격대들은 일제히 날아들었다.
‘수는 열에서 늘어나 서른···. 완전히 낭패로구나.’
촤아아아아악!
송일현은 검을 출수하며 가장 선두에서 달려드는 자의 목을 그었고 이어서 달려드는 이들과 엉키며 난전이 벌어졌다.
“마차를 보호해라! 절대 진왕가분들의 옷깃에 검이 닿아서는 안 된다!”
추격대 사이에는 초절정 고수까지 있어 서서히 밀렸고 호위를 하던 무사들은 힘없이 쓰러져갔다.
호위병력의 수가 줄어들자 순식간에 다섯 명의 추격대에게 포위된 송일현의 목이 꼼짝없이 노출됐다.
쐐애애애액.
그곳으로 쇄도하는 검.
그대로 베어질 위기였으나.
푸우우욱.
검을 휘두른 추격대의 등에 비도가 꽂히며 쓰러졌다.
“뭐, 뭐냐!”
“뒤입니다! 뒤에서 날아왔습니다!”
“다른 녀석들인가? 전원 산개! 기척을 숨기고 적들에 대비해라!”
추격대들은 신속히 몸을 숨기려고 했지만, 다른 곳에서 비수가 날아와 추격대의 등을 꿰뚫었다.
한 명이 아니었다.
절정에 이른 추격대 스물을 단시간에 없애버렸다.
초절정 고수는 암기를 쳐내며 반항했지만, 순식간에 뒤에서 나타난 신형에게 등이 크게 베이며 절명했다.
“으으으윽···. 너, 너희들은!”
추격대를 이끄는 초절정 고수의 숨이 끊어지며 상황이 정리됐고 숲에서 사람들이 걸어 나왔다.
백의에 복면까지 써 정체를 숨긴 이들은 무조였다.
거친 숨을 토해내던 송일현은 그들을 보며 물었다.
“… 그대들은 누구십니까?”
꼼짝없이 죽을 뻔한 상황.
그 상황에서 나타나 도와준 이들에 관해 물었고 무조는 포권지례를 올렸다.
“저는 백의검룡 대협의 수하입니다. 대협으로부터 진왕 전하를 안전히 호위하라는 명을 받고 왔습니다.”
스윽.
그 말을 들은 진왕이 마차의 문을 열며 물었다.
“백의검룡이? 지금 흑사회하고 마교와 전쟁 중이지 않은가?”
“예. 주인께서는 흑사회와 전쟁을 마친 뒤에 전하를 찾아뵙는다고 하셨습니다. 그때까지 저에게 전하를 지근거리에서 호위하라는 명을 내리셨습니다.”
“…. 이리 와주어 고맙네.”
“지금부터는 저희가 호위하겠습니다.”
*
전사자들의 시신이 재가 되어 하늘로 날아갔고 송삼현은 바위에 앉아 난하 평야를 하염없이 바라봤다.
아직 허공에 머무는 재들, 그 재들 사이에 유천도 있다고 생각하니 쉽게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런 송삼현의 곁으로 한 사람이 다가갔다.
“뭘 그리 보십니까?”
사월향이었다.
“아···. 그냥요.”
“상처는요? 아픈 데는 없으세요?”
“괜찮습니다. 귀혼갑이 상처 치료를 해준 덕분에···.”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자 소매를 끌어당겼다.
꽉.
“앉으세요.”
“…. 알겠습니다.”
시키는 대로 다시 자리에 앉자 사월향이 가져온 탕약을 건네줬다.
“내상을 다스려주는 약입니다. 쭉 드세요.”
“감사합니다.”
꿀꺽꿀꺽.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마셨다.
“대협.”
“….예?”
“전쟁은 아직 끝난 게 아니지요?”
사월향의 말에 송삼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흑사회주 철패흉이 죽으면서 흑사회를 굴복시켰더라도 아직 커다란 적이 남아 있었다.
천월신교 교주, 천마 독고룡.
그를 죽이지 않는 이상, 이 전쟁은 절대 끝나지 않는다.
“예.”
“전쟁에선 이렇게 싸우는 것이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몸을 생각해주셨으면 해요. 대협이 다치시면 슬퍼하실 분들이 많잖아요.”
“누구나 그러지 않습니까? 여기 있는 모두가 슬퍼할 사람들이 있지요.”
“그렇긴 하지만···.”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부터는 조금 더 조심하도록 하겠습니다.”
사월향은 몸이 가벼워지는 시침을 해준 다음에 말했다.
“슬프시지요?”
“…..”
“저도 조부님이 돌아가셨을 때, 많이 울었습니다. 너무 울어서 이틀은 혼절했을 정도로요.”
“그러셨군요.”
“그래도···. 감히 제가 한 말씀 드리자면.”
휘이잉.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돌아가신 유천님도 그걸 바라시지 않을 겁니다.”
“예, 그러겠지요.”
그저 진부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이상하게 송삼현은 그 말을 듣고 마음이 편해졌다.
“저는 다시 조모님 곁으로 가서 부상자들을 살피겠습니다. 너무 오래 있지 마세요. 바람이 찹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가려는 사월향에게 송삼현이 말했다.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월향은 웃음을 지었다.
그 웃음에는 다른 사람도 웃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그렇게 사월향은 천하봉선의 곁으로 갔고 남궁효우가 송삼현 곁으로 다가왔다.
“너를 보는 눈이 예사롭지 않았는데 연인이더냐?”
“예? 아닙니다. 제가 유령골에서 다쳤을 때, 알게 된 인연입니다.”
“천하봉선의 손녀라면 천하제일 미라고도 불리는 분이라던데 정녕 그 말이 거짓이 아니었구나.”
“전에도 뵙지 않았습니까? 누님을 치료하러 남궁세가에 왔었잖아요.”
“그때는 나도 정신이 없어서 미처 다른 데 신경을 쓰질 못했다.”
“….”
“처남.”
“예.”
“난 저분이 처남의 짝이 되면 좋겠다. 부인께서도 마음에 드실 거다.”
“가, 갑자기 오셔서 무슨 말씀이십니까!”
전장에 핀 꽃이라고 불렸던 시절.
아직 봉오리인 상태로 만개하지 않았지만, 지금도 아주 아름다웠다. 그 어떤 여인보다도 더.
*
다음 날.
진시에 수장 회의가 열렸다.
커다란 천막 안, 구창룡이 가장 상석에 앉아 있고 그 옆엔 제갈귀호가 섰다.
“이리 모여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구파일방의 장문인들은 물론 오대 세가를 비롯해 유력 세가의 세가주들도 모두 자리에 앉아 있었다.
‘강호가 여기 모두 모였구나.’
송삼현도 가장 끝에 앉아서 회의 내용을 들었다.
각 지역의 길이 새겨진 지도가 펼쳐졌고 제갈귀호는 섭선으로 한 곳을 가리켰다.
“마교는 사천성 달주에 포진을 한 뒤, 움직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 말을 들은 장문인들을 차례대로 손을 들어 이야기했다.
“그러면 어찌 상대합니까?”
“상대할 묘책이라도 있습니까? 마교의 수괴는 정말···. 엄청난 무학을 지녔습니다.”
“맞습니다. 맹주님과 검신께서 협공을 해도 못 미치지 않았습니까.”
마교와 붙었던 서쪽 전선에 있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마교의 위험성을 이야기했다. 제갈귀호는 그들의 말을 듣고서 시선을 옮겨 한 사람을 쳐다봤다.
“마교의 수괴를 상대할 사람은···. 백의검룡 송삼현 대협이 유일합니다.”
대책은 하나였다.
독고룡과 호각으로 싸울 수 있는 건 정파 세력 가운데 백의검룡 송삼현이 유일했다.
“… 가능하겠는가?”
구창룡이 송삼현을 봤고 곧 천막 안에 있는 모든 이들의 시선이 송삼현을 향했다.
“예.”
대답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처음 회귀했을 때부터 그것을 생각하고 지금까지 걸어온 거니까.
“만만하지 않은 상대다. 자칫 실수 한 번이라도 했다간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 그런데도 감당할 수 있겠나?”
“반드시 그자의 목을 베고 전쟁을 끝내겠습니다.”
첫 번째 대결에선 죽임을 당했다.
두 번째 대결은 무승부로 끝났다.
그러니 세 번째 대결은 이길 차례였다.
송삼현의 말에 천막 안에 있는 이들은 쉽게 말을 잇지 못했고 구창룡이 대답했다.
“부탁하네.”
“맡겨주십시오.”
회의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제갈귀호는 마교 측의 상세한 정보를 끊임없이 말했고 어떤 식으로 공략할지도 수십 가지의 방책을 읊었다.
“마교의 수는 도망친 흑사회 잔당도 흡수하며 그 세가 커졌습니다.”
정파에 패한 잔당들까지 마교로 흡수되며 그 세가 커졌다. 화산파 장문인 곽수룡이 물었다.
“총 숫자는 몇이오?”
“그 수는 오천에 육박합니다.”
모인 수를 듣자 다들 놀랐다.
“지원군이 온 건가?”
“예, 처음에는 사백 명 정도였는데 그 후에 계속해서 지원군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근방 흑도들을 포섭해 그 세가 믿을 수 없을 만큼 빠르게 불어났습니다.”
“그 숫자라면 난감하군, 만일 지금도 계속 불어나고 있다면.”
“많은 희생이 야기될 것입니다.”
“그래서 총 군사는 어찌하고 싶은 건가?”
“저는 공세보다는 수세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격전지는 이곳.”
탓.
“섬서성 서안입니다.”
제갈귀호가 천인부를 통해 알아낸 정보는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
유천이 독고룡의 오른팔에 치명상을 남긴 것은 고무적인 일이었지만, 그 밖의 안 좋은 일이 많았다.
그 뒤로 여러 이야기가 오가며 회의가 마무리됐다.
“백의검룡은 잠시 남거라.”
그렇게 장문인들과 세가주들이 나가고 천막 안에는 구창룡, 제갈귀호, 송삼현, 이렇게 세 명만 있었다.
스르르르르륵.
제갈귀호는 천막 주위로 기막을 쳐 밖에서 안의 대화가 안 들리게 했다.
“얼마 전에 알게 됐는데 이번 전쟁에는 여러 세력이 관여되어 있다.”
“예, 황궁까지 관여됐지요.”
“….. 용케 거기까지 알아냈구나.”
“황궁이 관리하는 신물이 흑사회에 있다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라 금방 눈치챘습니다.”
“그래, 너의 생각처럼 정사마만이 아닌 황궁도 개입되어 있다. 그리고 황궁에서도 전쟁이 벌어지고 있지.”
황궁이 적들의 뒤를 봐준다면 맹의 입장에선 최악의 상황이었다.
“맹주님.”
“왜 그러느냐?”
“보여드릴 것이 있습니다.”
“보여줄 것?”
“이거라면 황궁에서도 강호에 개입하지 못할 겁니다.”
스윽.
품에서 서책 하나를 꺼냈다. 그건 흑사회 본산에서 가지고 나온 장부였다.
“이거입니다.”
황궁이 적들의 뒤를 봐준다면 해야할 것은 하나.
강호에 뻗치는 황궁의 손을 잘라내는 거였다.